이 길을 걷고싶다 - 결국은 자신을 위한 순례, Camino De Santiago

많은 이들이 꿈 꾸는 길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원래의 태생적 바탕인 ‘종교’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가르침을 자신에게 주는 길일지 모른다. 진리라는 것, 절대자라는 것을 알아간다는게 ‘종교’이고 ‘교리’라면 그 길을 걷는 이는 스스로를 알아가고 스스로의 삶을 돌이키고 방향을 탐구하니 ‘소종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오늘도 그 길을 걷고 또 걷기위해 준비한다.

2018-04-17     장 재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여행자>

 


많은 이들이 꿈 꾸는 길이 있다. 어쩌면 그것은 원래의 태생적 바탕인 ‘종교’를 뛰어넘어 그 이상의 가르침을 자신에게 주는 길일지 모른다.

진리라는 것, 절대자라는 것을 알아간다는게 ‘종교’이고 ‘교리’라면 그 길을 걷는 이는 스스로를 알아가고 스스로의 삶을 돌이키고 방향을 탐구하니 ‘소종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오늘도 그 길을 걷고 또 걷기위해 준비한다.

일생을 그 길을 걷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들도 있으며 많은 이들이 그 길을 걷고 돌아온 후 스스로 -어떤 모습이든- 걷기 전의 자신과 변화한 모습에 대해 고백한다.

Camino De santiago.

우리에겐 흔히 산티아고 순례길이라 불려지는 길의 이야기이다.

 

 

 


 

 


이 길은 가톨릭과 관련이 있다.

예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성 야고보가 예루살렘에서 순교 후 그를 따르던 무리들이 형장에서 몰래 구의 시신을 수습하여 돌을 깎아 만든 배를 타고 지금의 갈리시아로 도망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유해를 매장하고 선교에 힘썼다 한다. (바다를 오랫동안 항해하며 그 돌을 깎아 만든 배의 바닥에는 가리비들이 들러붙었으니 이를 기념하여 지금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징하는 표식은 가리비 껍데기이다.)

 

 

 

 

 

<순례길의 상징인 가리비모양의 낙인이 찍힌 안내판>

 



그러나 이후 야고보의 무덤은 자취를 감추고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8세기, 지나가던 주민(혹은 목동들이라 한다.)들이 들판위에 별 들이 춤을 추듯 움직이는 것을 보고 그 안내를 따라 가서 잊혀진 야고보의 무덤을 발견했다.

그렇게 무덤은 다시 세상에 드러나고 그 무덤에 세운 대성당 중심으로 마을이 들어서고 도시로 발전했으니 이것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이다. 이후 신심이 깊은 사람들이 먼 거리를 걸어서 성 야고보의 무덤을 찾았던 것이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이다.

그 순례길은 종교적인 정적이 가득한 길이다.

순례의 방식과 길은 틀리더라도 오체투지를 하며 라싸의 죠캉사원을 가는 티벳불교의 성지순례, 메카를 향해 성지순례를 하는 것을 인생의 제일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삼는 이슬람의 성지순례와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지난한 여정을 단촐한 장비와 여비로 걸었을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만나는 마을마다 순례자들에게 축복을 하였을 것이고 그들의 여정이 안전하기를 기도했음이리라.

그렇게 소수의 경건한 신자들에 의해 생명력을 이어가던 길은 1982년 요한 바오로 2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방문 이후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당시 냉전의 막바지로 가는 세계의 흐름과 급격한 산업화에 대한 부작용 및 다양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등 전 세계는 극심한 혼란에 쌓여있었다. 그리고 단체보다 개인,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사색이 중요하게 대두되기 시작한 시대였다.

그 때 나타난 산티아고 순례길은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자신을 가혹하게 되돌아보고 고통을 통해 담금질을 하는 수련의 길이 아닌, 온전히 자신과의 대화와 자신과의 시간을 통해 근본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길로 자리잡고 있다.

 

 

 

 

<아침 일찍 길을 떠나는 이들은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는 것일까?>

 

 


 

 


이 길을 걷는 데에는 다양한 루트가 있다.

그 중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루트는 프랑스 루트로 각 4개의 프랑스 시작지점인 투르의 길, 리모주의 길, 르 퓌의 길, 툴루즈의 길이 모이는생 장 피에 드 포르에서 시작, 피레네 산맥을 넘는 여정이다. 가장 대중적인 루트인 만큼 같은 목표로 길을 걷는 많은 이들을 만날 수 있고 알베르게(Albergue : 개인이나 시설, 지자체가 순례자들을 위해 제공하는 비교적 저렴한 숙소. 취사가 가능한 곳도 많다.)등이 다른 루트보다 많고 잘 되어있어 비교적 편안한 완주를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영국에서 배를 타고 출발하는 루트,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출발, 성모의 발현으로 유명한 파티마 지역을 거치는 루트, 프랑스 남서부와 바스크에서 해안을 따라 스페인 북부로 걸어들어가는 해안가 루트 등도 유명하다.

 

 

 

 

 

<세상의 끝 피니스테레>

 



그 어느 곳이라도 각 루트만의 풍경이 있기에 이 길에 영광하는 열혈 순례자들인 페레그리노 페레그리나(Peregrino Peregrina)는 다양한 루트로 몇 번이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찾으며 그 안에서 모든것을 내려놓는 극한의 자유와 잡고 있는 많은 것을 떠나보내는 비움을 통해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다고 한다. (그 마지막 비움은 피니스테레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입었던 옷과 신발을 불태우는 것이라 하니 말 그대로 하나의 종교의식과 다를 바 없다.)

이 길을 걸어온 이들은 국내에도 많다. 그리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거나 같이 걸을 길벗을 구하는 카페도 활성화 되어있다.

그만큼 지금의 한국에서 이 길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도 앳된 10대부터 젊음의 가장 소중한 부분을 내어놓으려는 20대, 30대를 지나 여정이 괜찮을까 염려되는 7, 80대까지 이 길을 꿈 꾸는 이유…

누군가에겐 멋진 풍경과 감성이 가득한 볼 거리들이 이유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겐 다양한 길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목표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길을 통해서 난 -그것이 무엇인지는 불명확하지만- 무언가 인생의 중요한 것을 배우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일 수 있다.

이 길을 걸어온 여러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또 그들의 글과 책을 읽으며 이 길은 그렇게 걷고자 하는 이의 ‘사전 목적’을 선명한 사진처럼, 혹은 상자속의 선물처럼 보여주거나 제공해주는 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그 길을 걷는 여정을 통해 어느 누구라도 기대하지 못했던, 상상도 못했던 부분에서 채워짐과 위로, 답을 받았고 그것은 ‘사전 목적’을 통해 바랬던 것보다 더욱 큰 화답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이 ‘종교적’인 목표를 태생으로 한 길이 주는 정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불현듯 스쳐지나가는 찰나의 가르침일지라도, 자신만의 개똥철학이라도 좋다. 야호선(野狐禪)을 거부하고 가장 자신에게 솔직하게 걷다보면 분명 그 길은 마음에서 이야기를 걸어올 것이라 생각한다.

 

 

 

 

<산티아고 순례길 - 프랑스 루트>

 



잠시 누워 지도를 바라보자.

Camino De Santiago…

이 얼마나 아름답고 달콤한 단어인가.


*산티아고 순례길은 순례길 사무소에서 일정액을 내고 순례길 여권을 받고 스탬프를 날인하여 이 곳을 통과했음을 인증하는 스탬프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숙소, 순례자들을 위한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 구간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는 Camino Pilgrim 및 다양한 앱이 있어 여행시 참조하면 좋다.

-본 기사는 월간 로드프레스 3월호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