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많은 이들이 몰리면서 그 지역의 흐름 자체가 바뀌고 정착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오히려 지역을 등지게 된다, 그리고 그 빈 곳을 외지인들이 메꾸면서 더욱이 상업적인 지역으로 바뀌게 되어 옛 모습을 찾기 힘들어진데다 계속 밀려드는 방문객들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현상… 과연 괜찮을까?

어느 날, 인터넷 기사의 재미있는 타이틀이 눈에 띄었다.
<혼저옵서예? 그만옵서예!>
피식 웃고 기사를 읽으면서 점점 내 얼굴에서 웃음은 사라졌다. 재치있는 타이틀이 소개하는 내용은 투어리즘 포비아, 즉 관광포비아와 오버투어리즘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많은 이들이 몰리면서 그 지역의 흐름 자체가 바뀌고 정착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오히려 지역을 등지게 된다, 그리고 그 빈 곳을 외지인들이 메꾸면서 더욱이 상업적인 지역으로 바뀌게 되어 옛 모습을 찾기 힘들어진데다 계속 밀려드는 방문객들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현상… 그로 인해 제발 찾아오지 말아달라고 애원하는 지경이 이르는 곳이 이미 국내외에 가득하다는 말이다.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마요르카에는 <관광객이 주민을 죽인다!>는 현수막이 등장했다. 이탈리아의 베니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래서 관광이 두려워 공포증인 ‘포비아’까지 붙인 신조어가 나타난 것이다.
길을 걷다보면 당연히 전국의 다양한 관광지를 만나게 된다. 그러면서 매년 찾게 되는 곳도 있고 2~3년마다 한 번씩 찾게 되는 곳도 있다. 솔직히 요즘에는 예전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추억어린 장소를 다시 만난다는 것에서 오는 설렘보다는 ‘와, 그 사이에 이렇게 바뀌었네?’에서 오는 당혹스러움이 더 많다. 물론 부쩍 늘어난 관광객들은 기본 옵션이다.
아주 예전에 느꼈던 전주 한옥마을의 고즈넉함은 이미 십여년도 더 된 이야기다. 어느새 각 집들은 플라스틱 기와로 그럴듯하게 꾸며졌으며 기생 한복을 대여해 입은 젊은이들이 스쿠터, 퀵보드를 타며 쏘다닌다.
거리의 먹거리도 한옥마을과는 거리가 멀다. 형형색색의 슬러시야 음료의 일종이니 그렇다치더라도 멕시칸 부리또와 퀘사디아, 타코야키와 컵에 담아주는 스테이크는 가관이다. 물론 그런 음식을 팔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한 한옥마을에서 무조건 한식과 전통차를 팔아야 한다는 규제도 없다. 그런데 나는 차라리 그런 규제가 있었으면 했다.
임대료도 장난이 아니다. 임대료가 높으니 음식의 가격과 질은 반비례한다. 그 옛날 푸짐한 칼국수 하나에 만족했던 어느 식당은 벌써 빌딩을 올릴 기세였다. 헛웃음이 나왔다. 한옥마을 둘레길을 걸었던 올 4월의 이야기다.
애시당초 그 자리에 있었던 원래의 주민들은 어디에 가 있을까?
북촌한옥마을도 몸살을 앓고 있다. 함부로 집에 들어오는 이, 사진기를 들이대는 이들 앞에서 마루에 누운 채 더워서 풀어놓은 앞섬을 황급히 여미며 등을 돌려야 하는 주민들은 더 이상 동네의 주민이자 집주인이 아니다.
북촌한옥마을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어느 마을은 명소로 여겨지던 천사날개 벽화를 주민들이 울분을 토하며 지워 없앴다. 모자이크적 기법으로 입체감을 나타내던 계단의 그림도 모두 닦아냈다. 마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왜 없애냐며 비웃거나 우려를 표하던 이들에게 주민들이 남긴 말은 단 하나였다.
“제발 사람 좀 삽시다.”
불행히도 길 여행에서도 조금씩 이런 모습이 나타나 우려를 끌고 있다.
제주도의 제주올레길이나 강화도의 강화나들길은 길을 만들 때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길이다. 자신의 앞마당을 가로질러 가는 이들이 탐탁치 않은 주민들을 위해 수 차례 구간은 조절되었다.
물론 그 속에서도 길 여행의 취지를 이해해주는 많은 주민들의 협조와 배려속에 일부 구간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마을과 집을 지나게 되었다. 강화나들길의 어느 구간을 걷다보면 나들길 여행자들을 위해 자신의 집의 너른 마당을, 정자 등의 휴식시설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곳이 있다. 그래서 그 길은 더욱 더 아름다웠다.
하지만 아주 일부의 여행객들에 의해 이런 아름다운 선의가 조금씩 닫힐수도 있다.
가장 많이 불만을 사는 것 중 첫 번째는 바로 농작물의 훼손 및 무단 채집이다.
여행을 하는 이들에게는 흐드러지게 열린 고추밭이나 옥수수밭에서 몇 개 따 보는 것도 길 여행, 시골이 주는 재미가 아니겠느냐 하겠지만 그것은 엄연히 절도이다. 그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많은 수고를 아끼지 않은 주민들에게 있어서는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인 것이다.
심지어는 산길을 오르며 다양한 임산물을 가방 가득 채취하는 것을 길 여행의 묘미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두 번째는 쓰레기 문제이다.
전세계적으로 하이킹을 즐기는 이들에게 있어서 LNT(Leave No Trace)캠페인이 기본적인 덕목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백패킹을 통해 하루를 묵고 떠나는 이들의 자리가 지저분하게 남아있는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심지어는 음식물 쓰레기도 ‘이대로 던지면 비료가 된다.’며 남의 밭이나 산 속에 마음대로 휘휘 던져놓기도 한다. 땅을 파서 쓰레기를 묻기도 한다. 눈가리고 아웅인 셈이다.
세 번째는 그 지역과의 상생 문제이다.
공정여행의 방법 중 하나로 꼽는 것 중 하나로 ‘하루에 한 끼는 그 지역에서 사 먹기’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어느 지역을 여행함에 있어서 그 지역의 문화와 풍경을 단순히 즐기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정 부분의 소비를 함으로써 여행객이 찾아오는 것이 그 지역의 경제발전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알림과 동시에 여행객들에 대한 지역 주민의 인식 제고도 꾀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이다.
물론 길 여행의 미니멀함과 체계적인 계획 하의 도전 정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지역 내에서의 소비는 아직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행동식과 비화식 위주로 미리 꾸려오는 탓에 오히려 지역 내에서의 소비는 극도로 꺼리게 된다.
그리고 그 행동식에서 나온 쓰레기만 그 지역에 놓고가게 된다면 누구도 길 여행자를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에 로드프레스에서 진행한 KHT는 이런 위의 문제들에 대한 매우 적극적인 대안이었다. 자화자찬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걷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지역에서의 소비(참가자 뿐 아니라 주최측에도)를 이끌어내어 그 길을 걷는 이들이 환대받을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보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그런 우리의 당당한 포부를 뛰어넘을 정도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고장을 찾아 온 이들을 환대하였다. 많은 참가자들이 올린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의 사진들을 통해 얼음물과 등목을 할 수 있는 수도, 수박, 저온창고, 심지어 식사까지 대접받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오지로 일컬어지는 그 지역이기에 가능한 일일 수 있다. 교통 불편하고 오가기 힘든 이 곳까지 찾아와 오랜 시간동안 불볕더위에 걷는 이들을 그냥 보낼 수 없다는 특유의 지역정서가 살아났을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길을 걷는 이들을 대접해 보내는 이들은 다음에도 마찬가지로 길을 걷는 이들을 보면 그냥 보내지 아니한다.
나 역시도 이전에 길을 걸으며 많은 도움을 받으면서 ‘예전에도 한 번 오신 분 아니요? 전에도 누가 와서 물 좀 달라해서 내가 냉동고에서 많이 꺼내다 주었소.’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푸는 이들의 마음에 깊이 감사하고 존중할 줄 안다면 서로의 웃음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친절과 호의에 깊이 감사하며 그 추억을 많은 이들에게 공유할 것이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이들이 그 지역을 찾음으로서 지역이 살아나고 더욱 널리 알려질 것이다.
이런 아름다운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도 길이 만드는 또하나의 마법이 아닐까한다. 다만 그 마법이 깨지는 것도 부지불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워 해야 할 부분이다.
관광포비아를 완벽히 없앨 수 있는 여행이란 것은 없다. 모든것은 여행자들의 태도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받은 부분, 즐긴 부분이 온전히 우리의 것이 아닌 우리를 향한 선의의 시선과 행동임을 명확히 인식하고 받은 도움에 대해 깊이 감사하는 모습을 통해 관광포비아를 억제시키자. 그렇게 된다면 당장 우리가 받지 않더라도 우리의 뒤를 이어 걷는 이들에게 놀라운 트레일 매직이 일어날 지 모른다.
길 여행의 매력, 사실 그 매력의 대부분은 걷는 이가 직접 만들어낸다는 것을 아는가?
관광포비아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