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에서 그 프로그램을 본 후 어안이 벙벙했다. 3월 13일부터 자연공원법 제27조 및 동법시행령 제25조 규정에 의거,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공원 내 대피소와 탐방로, 산 정상에서의 음주 및 흡연이 전면 금지되었는데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꼭 그 장면에서 가뜩이나 시끄러운 국립공원에서의 음주행위와 고기를 구워먹는 등의 행위가 방송을 탔어야 했는가.



힘들게 산을 향해 오른다. 그 산이 가지는 절경, 길게 뻗은 능선을 드론이 촬영한다. 오르는 이는 서로 응원을 하고 밀고 끌어주며 정상을 향해 독촉한다. 그렇게 오르고 나서 대피소에 도착, 고기를 굽고 눈 속에 파묻어둔 시원한 소주를 꺼낸다. 심지어 참치도 한 덩이 눈을 헤치고 나온다. 그렇게 즐겁게 먹고 마시고 산행을 축하한다.

며칠 전 TV에서 그 프로그램을 본 후 어안이 벙벙했다. 3월 13일부터 자연공원법 제27조 및 동법시행령 제25조 규정에 의거, 국립공원을 비롯한 자연공원 내 대피소와 탐방로, 산 정상에서의 음주 및 흡연이 전면 금지되었는데 이게 무슨 내용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촬영은 시행령이 내리기 전에 촬영이 되었다손 치더라도 방영은 그 이후이니 자막을 통해서라도 해당 법령의 고지를 알려주었으면 했다. 그러나 자막은 '국립공원관리사무소의 허락하에...'라며 비난의 모습을 피하기에 역력했다.

눈과 얼음이 덮인 산을 오르고 그 산에서 일몰과 일출을 맞이한다는 것 그 자체로 감동을 이끌어낼 수 없다면 그것은 프로그램 제작사의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꼭 그 장면에서 가뜩이나 시끄러운 국립공원에서의 음주행위와 고기를 구워먹는 등의 행위가 방송을 탔어야 했는가.

이후 누군가 산에 올라 술을 마시고 고기를 구워먹어도 감시요원이 제지하면 '방송은 되고 왜 난 안되는데!'하며 실랑이를 벌일 장면이 뚜렷하게 떠오른다.



그 프로그램의 산을 오르며 교감하고 나누는 모습을 통해 등산이 가진 아름다움을 전하려는 의도, 그 의도를 따라 많은 이들이 방송을 시청했다.

하지만 등산에 경험이 없는 대다수는 등산의 보람과 대한민국의 절경 뿐만 아니라 '저렇게 땀 흘리고 힘들게 산에 올라 술과 고기 구워먹으면 정말 끝내줄거야...'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수많은 산을 섭렵한 이도 옆의 누군가에게 '그래! 저 맛, 저 맛은 아는 사람만 알지.'하고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았을 지 모른다.

아찔한 장면은 또 있었다.
한 출연자가 발을 접지르고 만다. 부상이 꽤 심각해 보여 모두들 걱정이다. 결국 들것을 들고 산악구조요원들이 다가온다.

그 순간 출연자는 그 구조요원들을 마다하고 일어나 산행을 절뚝이며 이어간다. 결국 대피소에 힘겹게 도착하고 기다리던 이들은 환호로 맞이한다.

눈 덮인 설산에서 다리를 다쳤다는 것은 매우 위급한 일이다. 그 상황에서 산악구조요원들이 들것을 들고 왔다면 거기에서 산행을 판단하는 것은 등산객이 아니라 전문 산악구조요원들이다. 아마도 '감동'의 연출을 위해, 그리고 그 출연자의 캐릭터가 가지는 특수한 이미지를 위해 산악구조요원들의 들것을 고사했을 지 모르지만 이 또한 굉장히 안 좋은 연출이다.

그렇게 부상당한 이가 대피소에 가서 파스를 다리에 뿌리고 또 술과 고기를 먹는 모습, 그 어디에 감동이 있고 안전이 있는가?



등산에 있어서 안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래도 일어나는 사고 상황에 대비해 산악구조요원들은 무거운 장비를 들고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들의 노고는 그들의 숭고한 행위 그 자체에 녹아있다. 절뚝이며 걷는 출연자 뒤로 혹여나 다른 불상사가 생길까 구조장비를 끌고 터벅터벅 따라갈 수 밖에 없는 모습 속에서 감동보다 화가 더 치미는 건 당연하다.

옳은 방향으로 계도해 나가야 할 방송이 "예능"을 빌미로 이렇듯 위험한 행동, 이후 법으로 금지된 행동을 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은 분명히 지탄받아야 할 일이다. 그리고 그것에 허가를 내어 준 쪽에게도 실망이다. 보여줘야 할 것은 '올바르고 안전한 산행문화, 그리고 그 속의 가치'가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행령이 발의된 후 난리이다. "산행의 큰 즐거움이 사라졌다."느니 "이제 긴긴밤을 대피소에서 뭘 하고 보내라는 말이냐."라는 성토가 보인다. "이럴거면 산에 뭐 하러 가는가?"라는 외침에는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올 정도이다. 완벽한 본말전도이다. 물론 올바르게 산행을 하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 동안 한국의 잘못 된 등산문화, 산행문화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길이라고 다르지 않다. 강회나들길의 이민자 이사장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우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 산 위의 팔각정, 거기 계단에 돌을 기대고 아주 아궁이를 만들어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더라고. 기가 막힌데 계도할 수 있는 권한이 없잖아? 그거 다 치우시고 내려오실 거죠? 하고 돌아서는 수 밖에."


계도기간(3월 13일 ~ 9월 12일)에도 적발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한다. 아니, 부과해야만 한다. 또한 배낭을 확인하거나 몸을 확인하지 않고 음주현장 적발시에만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한다. 이것도 입산 전에 배낭을 확인해서 압류 후 하산 시 돌려주는 강력한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

애시당초 산에 오를 때 배낭의 무게만큼 피로감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없는데 거기에 술병과 고기, 다양한 안주 등 먹거리를 가지고 오른다는 것 자체부터 참으로 웃긴 일이 아닌가? 기분좋게 산행 후 하산하여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을 일부러 국립공원, 군립공원 등으로 지정된 산을 올라 안전과 환경을 무시하고 먹고 마셔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입맛을 다시는 이들이여. 유흥거리를 빼앗는 것이 아닌, 안전한 산행을 돕고 청정한 환경을 후대에 물려주는 것으로 인식의 전환을 바꾸길 바란다. 인간은 애시당초 자연에 기대어 살아 온 것이지 자연을 정복하고 발 밑에 두고 살아 온 존재가 아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빚을 져 왔는데 최소한 등을 치면 안되는 것 아닌가? 그게 사람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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