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은 그런 무료한 나날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가장 솔직한 고백이자 무언가 바뀌길 바라는 절규, 그리고 왜 도대체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그리고 당신이 걸어온 길, 그 안에 뿌린 노력과 땀, 눈물과 환희는 누가 송두리째 뺏어갈 수 없는 진실된 자신의 자산이다. 다만 그 귀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려 하는 이 때, 그 외침에 귀 기울여주고 내민 손을 잡아주는 이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1.

<장담컨데 평범한 회사원 100명 중 100명은 일탈을 꿈 꾼다.>


‘그(혹은 그녀)’는 눈을 떴다.
그리고 자명종을 끄고 재빨리 세수를 하고 머리를 매만지고 옷을 입는다.

만원지하철 속에서 시달린 후 도착한 회사, 밀린 업무량을 처리하기에도 바쁜데 시간을 빼앗는 의미없는 회의는 끝날 줄 모른다.
상사의 나무람 속에 도저히 맛을 느끼지 못할 식사를 마친 후 밥값 만큼이나 비싼 커피를 손에 들고 다시금 구부정하게 컴퓨터 앞에 앉는다. 숫자와 텍스트는 해치워야 할 적이다. 격렬히 두들기는 키보드는 탄환이다. 발사발사발사...탁탁탁탁탁. 엔터키를 누르는 강력한 타자는 제압사격 이후 화룡점정을 찍는 폭탄이다. 쾅! 탁!

저녁에 직장동료, 혹은 동창 등 친구와 만난다. 서로 똑같은 삶의 사이클에 있음을 확인하며 좀 더 서로 잘났다고 포장한다. 혹은 반대로 내가 더 힘들다고 포장한다. 물론 한 장의 가면 안에서 주고받는 공격이다.

그렇게 술 한잔은 피로를 더해주고 집에와서 씻고나면 잠이 안 온다. 언제부터인가 집의 컴퓨터는 꺼져있는 것이 일상이다.
핸드폰의 밝은 화면을 통해 못 다한 이야기들과 더불어 아무런 의미도 없지만 올리지 않으면 안될 의무감에 SNS에 음식사진이나 단문의 일기를 남긴다. 의미없이 올린 글이니만치 거기 달린 ‘좋아요’도 그저 읽었다, 혹은 확인했다는 표식일 따름이다.
핸드폰을 집어던지고 잠이 들면 다시 이 글의 처음으로 돌아간다.

죽어라 망할 세상아.



#2.




<장담컨데 순간의 일탈을 위해 사표를 쓸 이는 100명중 1명이 채 안될 것이다.>


‘그(혹은 그녀)’는 사표를 냈다.

그리고 어느새 커다란 배낭을 메고 어떤 길 위에 섰다. 무작정 시작한 여정이다. 다행히 지도와 나침반, 가이드북의 역할을 한 핸드폰은 큰 도움이다.

막상 길 위에 섰으니 이제 걷기만 하면 된다.
무턱대고 걷는동안 벌써 어깨가 뻐근하다. 괜찮아. 난 할 수 있어. 쉬지않고 핸드폰을 확인하며 걷는다. 잘 가고 있는거야.

가볍고 튼튼하다고 산 이 텐트, 정말 가볍다고 광고한 것 맞아?
온 몸은 벌써 땀에 젖는다. 낯선 곳에서 낯선 길. 그리고 도대체 얼마나 걸릴지 가늠하기 어려운 도착지. 첫날이니까 이 정도만 걷고 괜찮은 숙소에 갈까? 뭐 어때, 앞으로 실컷 길에서 자게 될 텐데. 돈은 괜찮겠지?
물이 이렇게 맛있는 줄, 그리고 이토록 무거운 줄 예전엔 몰랐음이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나와 비슷한 모양의 하이커들이 걷고있다. 약간 거리를 두면서 그 뒤를 걸어간다.

먼저 말을 걸까? 아니야, 난 영어에 약해. 그래도 같이 가면 즐겁고 덜 힘들 수 있다고 했는데.
하지만 혼자 좀 걷고 싶어.
그런데 어느새 숲길이다.

어쩔 수 없지. 텐트를 이쯤에서 칠까? 너무 길에서 가까운가? 캠핑 사이트는 좀 더 가야하는 것 같은데, 그냥 여기에서치자. 그런데 난 텐트를 잘 칠 수 있으려나? 일단 처음 한 번은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아까 그 하이커들이 캠핑 사이트에 있을지 몰라. 좀 더 걸어보자.

길 떠난지 이제 시작이나 다름없는데 이 땀냄새란… 그렇게 도착한 캠핑 사이트는 텅 비어있다. 어쩔 수 없이 주섬주섬 텐트를 꺼낸다. 폴대를 이어 여기에 걸면 될까, 잠깐 설명서, 설명서 안챙겼나? 오 세상에 이런… 배도 고픈데 환장하겠네.

죽어라 망할 세상아.


#3.






<그리고 그 '일탈'이 '허무'를 불러올 확률은 100%에 수렴한다.>






‘그(혹은 그녀)’는 드디어 길의 종착지에 도달했다.

아무렇지 않다. 오히려 허망함이 밀려온다.
그 기나긴 여정, 텐트를 단번에 칠 줄도 모르고 낯선 하이커에게 먼저 인사하기도 어색했던 그 때와 지금의 ‘그(혹은 그녀)’는 전혀 다르다.

새카맣게 탄 피부, 누더기가 된 옷, 출발할 때보다 얼추 몇kg 이상은 줄어든 짐, 그보다 배 이상 줄어든 몸무게.

세상은 급박하게 ‘변해갔겠지만’ 그 기나긴 길 위의 ‘그(혹은 그녀)’는 여전히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 때로는 설산을 만나 주저하다 다른 하이커등과 같이 출발해 눈 덮인 산에서 고생했고 사막구간에서는 신발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오는 모래와 자갈에 신음했다.

강풍과 폭우에 텐트 안이 물바다가 되기도 했으며 모든게 젖는 것을 감수하고 허리까지 오는 강을 건너기도 했다. 그렇게 몇달을 걸어서 도착지에 섰다.

출발할 때와 지금의 ‘나’는 굉장히 달라져있어야 할 것 같았는데, 그런데 이 깊은 허망함은 무엇이지? 난 도대체 무엇을 위해 걸어온 것일까? 공항에 도착하면 꽃다발이라도 걸어줄 것이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막상 도착하면 울며불며 이 표지석을 잡고 오열할 줄 알았는데.

돌아가면 긴 여정을 준비하고 걸어오느라 모두 써버려 거대한 빈공간감을 자랑할 계좌와 ‘무직’이라는 당당한 직업란이 기다리고 있다.

그 여정이 점점 끝에 다다를수록 돌아가야할 현실의 무게감은 가까워지고, 어느순간 의미를 부여하는 것 조차 잊은채 그저 묵묵히 걸어온 나는 내 인생에서 그만큼의 시간과 금전을 날려버린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커져만 간다. 그래서 그 길이 다시 끝나지 않기를 바랬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길에서 만난 다양한 풍경,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그보다 더 많은 에피소드들, 자신과 같은 경험을 한 이들이 극히 드물다는 만족감도 분명히 남아있다.
그래도 이 길의 끝에 가까스로 선 나에게 이 엄청난 허망함은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내 설마 이럴 줄이야.
죽어라 망할 세상아.




<4 Non Blondes는 심심한 세상 속에서 제일 심심한 무리들이다.>


이번 노래는 ‘그(혹은 그녀)’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바치는 노래이다.
무엇인가 일탈을 꿈꾼다면 지금의 삶은 너무나 지루한 것임이 분명하다. 다만 그 일탈도 결국 벗어날 수 없는 삶 속의 한 부분임을 깨닫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그래도 그 부처님 손바닥 안이라도 커다란 기둥(알고보면 부처님 손가락이었지만)에 오줌을 싸는 손오공의 맹랑함 정도는 이 세상에 가져보고 싶다.

4 Non Blondes의 은 그런 맹랑함을 꿈 꾸길 바라는 노래이다.
동성연애자인 기타리스트/보컬리스트 린다 페리(Linda Perry)와 베이시스트 크리스타 힐하우스(Christa Hillhouse)는 그렇게 가진 것 전혀 없는 환경에서 하루하루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자신들과 처지가 다를 바 없는 동성애자인 기타리스트 쇼나 힐(Shaunna Hill), 드러머 완다 데이(Wanda Day)를 만나 4인조 밴드를 만든다.

동성애자이자 가진 것 없이 연주를 하는, 어찌보면 세상의 제도권에서는 가장 하층이나 다름없는 그들은 공원에서 자신들을 혐오하고 멸시하던 한 학부모(그들에게 다가가던 자신의 아들을 제지했던 이들로 모두 금발이었다.)의 모습에서 밴드명 4 Non Blondes를 창안한다.

우리는 금발이 아니니까, 혹은 발음이 같은 4와 For를 치환하여 우리처럼 ‘금발이 아닌 이들을 위해’.




<짧지만 무엇보다 강렬한 단 한 곡의 대표곡은 그대로 젊은날의 외침이다.>


이들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은 그런 무료한 나날들에 대한 젊은이들의 가장 솔직한 고백이자 무언가 바뀌길 바라는 절규, 그리고 왜 도대체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길을 걷는 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이 걷고자 하는 이유, 제일 처음 길을 나섰던 이유와 걸었던 모습과 걷고 난 후의 마음을 들었다. 결국 그들이 외치고자 했던 것…

우리가 여기에 서 있다는 그 사실.

우리가 그리고 당신이 걸어온 길, 그 안에 뿌린 노력과 땀, 눈물과 환희는 누가 송두리째 뺏어갈 수 없는 진실된 자신의 자산이다. 다만 그 귀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려 하는 이 때, 그 외침에 귀 기울여주고 내민 손을 잡아주는 이가 없다는 것은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아무도 없는 길과 산 속에서 도대체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이 세상, 매일 똑같은 아침을 배달하는 이 세상을 향해 크게 한 번 악다구니를 써 보자. What’s going on!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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