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3회를 맞는 <민통선 평화걷기 대회>에 ROADPRESS가 참가, 최초로 민간인 도보여행객에게 개방된 교동대교를 걸어보았다. 작금의 정세 속에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가을들녘의 넉넉함과 서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느낀다. 성료 후 창후리 선착장에서 이어진 신명나는 한 판은 걸어온 보람을 느끼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근사하다.

올해로 제3회를 맞는 <민통선 평화걷기 대회>는 여러모로 깊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의 심각한 안보 정세 속에서 최전방 지역인 교동도를 걷는다는 것은 주최측에서도 참가자측에서도 상당히 많은 노력과 준비를 요구하는 일이었지요.
하지만 이번 행사는 '평화걷기'입니다. 그리고 그 부제로 '더 좋은 나라, 통일의 길목에서'가 우리가 걸어야 할 이유, 그리고 그 곳이 민통선 지역이어야 할 이유를 분명히 말해주었습니다.
9월 23일 토요일의 이른 아침, ROADPRESS는 제3회 민통선 평화걷기 대회에 참가, 직접 교동도 월선포 선착장에서 교동대교를 지나 맞은편 창후리 선착장까지의 길을 걸어보았습니다.

총 거리는 8km가 약간 넘는 거리입니다.
이번 걷기행사의 코스는 교동도의 월선포 선착장을 출발, 강화나들길 9코스인 다을새길의 초입부분을 따라 상용리로 나아가게 됩니다. 상용리의 풍요로운 농로를 따라 걸어올라가다가 봉소사거리에서 교동대교 방면으로 꺾어 도보로 교동대교를 걷습니다.
이후 강화도 본도의 인화삼거리, 해병대 검문소 아랫길을 통해 인화리를 지나 무태돈대를 거칩니다. 그리고 창후리 선착장에 도착하는 코스이지요.
구간 내에는 산길이나 오르막길이 없이 평탄하고 걷기 좋은 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다만 교동대교부터 해병대검문소까지 바다를 접하는 구간은 모두 군사작전지역, 민통선 지역인지라 사진촬영이 금지됩니다.
그 긴장감이 흐르는 길, 민간인에게 '도보'로 통행이 허가되기로는 이번이 최초인 교동대교의 그 길을 걸어볼까요?

행사 당일, 집결지인 갑곶돈대 주차장으로 모입니다. 지방 등에서 단체로 버스를 통해 교동도 월선포 선착장으로 직접 이동하는 참가자분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 곳에서 버스를 통해 민통선인 교동도로 향하게 됩니다.
사전에 참가신청을 받으면서 이름과 주민번호, 연락처 등을 받은 이유가 민통선 지역 방문 허가를 사전에 득하기 위해서였지요.
아침 08시 20분부터 09시까지 주최측에서 마련한 버스가 갑곶돈대에서 월선포선착장으로 참가자들을 실어나릅니다.

도착하니 각 조별로 인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분주한 모습이지요.
참가자들에게는 배낭에 달 수 있는 행사참가자 표식과 모자가 하나씩 지급됩니다. 이번 행사를 완주하고 나면 아주 좋은 추억이 될 수 있는 기념품이 생기는 셈이지요. 많은 준비를 하였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조별로 이름을 확인하면 모자, 배낭 부착물과 함께 이렇게 식권을 줍니다. 도착지인 창후리 선착장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권이지요.
8km의 평지라도 햇살이 따가운 가을 하늘아래 걷는다는 것은 꽤 체력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이렇게 걷고 나서 먹는 식사가 얼마나 맛있을지 벌써 기대됩니다.


도착인원이 모두 확인된 조는 순서에 상관없이 먼저 출발을 합니다.
총 20개의 조, 각 조별로 50여 명의 인원입니다. 각 조마다 (사)강화나들길의 나들길지기들이 조장을 맡아 이끕니다. ROADPRESS 기자는 4조에 배정되었으며 제일 마지막에 출발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습니다.

강화나들길 9코스 다을새길의 초입부를 따라 걷다가 상용리로 접어들고, 잘 닦인 농로를 걷다보면 송암 박두성 선생의 생가를 지납니다.
송암 박두성 선생은 시각장애우를 위한 한글점자인 '훈맹정음'을 고안한 분입니다. 시각장애우들의 세종대왕으로 불리우는 분이시며 시각장애우들이 읽을 수 있도록 200여 권의 책들을 직접 점역(점자로 번역)하였고 평생을 시각장애우들의 처우개선과 재활에 힘 쓰다 간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입니다.
이렇게 평화걷기를 통해 교동도를 걷다가 정말로 뜻 하지 않던 곳에서 선생의 생가를 만나게 되어 정말로 놀랐답니다.



교동도가 가지고 있는 두 개의 강화나들길 코스인 머르메길과 다을새길도 교동도의 풍요로움, 최전방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평화로운 풍경을 즐기기에 충분합니다만, 이번에 걷는 길도 그런 평화와 풍요를 걷는이들에게 선사합니다.
상용리를 지나 봉소리로 접어들면서 어느새 부쩍 다가온 교동도발(發) 한가위의 풍요로움을 남들보다 먼저 만나봅니다.

남녀노소 다양한 참가자들이 걷고 또 걷습니다.
동창회와 지역 산악회, 직장 내 동호회를 비롯하여 이렇게 가족들끼리 참가신청을 하기도 합니다. 사춘기를 맞이하기 시작한 딸에게 아버지는 가깝고도 먼 존재일 수 있지요.
그러나 꽉 부여잡은 그 손 속에서 새삼 느끼는 아버지의 든든함과 어느새 훌쩍 자란 딸의 모습이 오고갑니다. 평화걷기는 이 나라의 평화만이 아닌 아름다운 한 가정의 평화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봉소사거리를 지나 교동대교에 들어섭니다.
3.44km의 교동대교는 강화도 인화리와 교동도의 봉소리를 잇는 긴 대교입니다. 예전에 배를 이용해 오고 갔던 교통의 불편함을 단 번에 해결해 준 참으로 고마운 다리입니다.
다만 손에 잡힐 듯 보이는 지척의 북한 땅 때문에 이 구역 및 일대는 민간인 통행 금지구역으로 설정되어 있지요. 차편을 통해 교동도를 방문하기 위해서도 하점면 이강삼거리에서부터 해병대의 검문 및 출입신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긴장감이 있는 곳입니다.
최근의 급박하게 돌아가는 정세, 그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정세처럼 이 날의 북한 지역은 해무에 가려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리 인근과 다리 위, 맞은편의 검문소 일대까지 모두 촬영 금지구역입니다.
많은 이들이 이 땅의 평화를 갈구하며 이 대교를 건넙니다.

이번 민통선 평화걷기 대회의 최연소 참가자 가족입니다.
뙤약볕이 상당히 강해 어린 참가자들은 더위에 지칩니다. 8km의 거리도 걷기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크나큰 도전이지요. 맞은편 인화삼거리 인근에서 잠시 쉬면서 아이들은 연신 물을 들이키기 바쁩니다.
이날 저녁, 아이들의 일기장에는 어떤 이야기들이 적혀져 있을까요?
비록 처음 걷는 걷기여행이 힘들었을지언정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과 같이 해냈다는 뿌듯함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별립산 자락 밑, 인화리의 황금벌판이 펼쳐집니다.
무엇을 심어도 잘 자란다는 강화도의 땅, 그 드높은 하늘과 일조량, 맑은 자연이 빚어낸 곡식은 어느새 한알한알 보물이 되어 추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보면서 걷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인천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8호인 무태돈대를 지납니다.
이 돈대를 지날 무렵, 저 멀리서 경쾌한 우리 가락이 들려옵니다. 어깨가 들썩이네요. 창후리 선착장에 마련된 공연무대에서 김덕수 명인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 한누리연희단이 신명나는 공연을 준비중입니다.

드디어 창후리 선착장에 도착, 식사를 하기위해 줄을 섭니다.
1천명이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한다는 것은 주최측에도, 식사준비를 맡은 식당 측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지요. 그러나 빠른 대처와 참가자들의 질서의식 속에 맛있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 선착장 앞에 준비된 무대로 모두 모입니다.


김덕수 명인의 민통선 평화걷기 대회의 성료에 대한 축하 인사와 (사)강화나들길 이민자 이사장과 이상복 강화군수의 인삿말이 이어집니다.
이후 이민자 이사장의 평화의 초 점화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한 판이 신명나게 벌어집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의 1, 2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된 한누리연희단의 공연은 정말로 1, 2학년이 맞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로 뛰어난 공연을 참가자들에게 선사합니다.
황해도 지역의 봉산탈춤(교동도와 강화도에는 유독 황해도에서 넘어 온 실향민들이 많이 계십니다.)을 시작으로 양주별산대놀이와 송파산대놀이의 한 자락, 창작 탈춤 등이 이어지고 뱃놀이와 한오백년 등의 창 타령이 흥을 돋굽니다.
이어 이어지는 긴장감 가득한 버나돌리기와 상모돌리기, 죽방울놀이 등 남사당놀음의 멋진 묘기는 보는 이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짜릿함을 선사합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오후 3시 반,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준비한 버스를 탑승, 갑곶돈대 주차장에 내리면서 제3회 민통선 평화걷기 축제의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번 행사는 (물론 예전부터 준비가 되었지만) 지금의 살풍경한 정세속에 치루어져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른 행사였다고 생각이 됩니다. 분단의 현실을 둘러보며 평화의 소중함을 깨달음과 동시에 강화도와 그 부속도서인 교동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인 가치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가을 들녘의 풍요와 교동대교 주변에서 펼쳐지는 서해안 해안선의 절경도 빼 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였지요.
가을을 맞이하여 전국의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걷기행사를 기획,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처럼 뜻 깊은 걷기행사를 하나 선택하여 온 가족이 함께 걷는것은 어떨까요? 그 길을 걸으면서 추억과 믿음을 새로이 더해가고 일상에서 쌓인 다양한 스트레스와 고민은 한발 한발 조금씩 흘려 버려도 좋겠지요.
소중한 이와 함께 걷는 그 길은 생각보다 굉장히 큰 효과를 가져옵니다. 저마다 마음 속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간의 관계를 돈독하게, 그리고 마음을 가볍게 할 수 있답니다.
이상으로 ROADPRESS에서 직접 참여한 제3회 민통선 평화걷기 행사의 참가기를 마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