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기 길에 대한 법 제정, 민간위탁 관리운영만이 명품 길을 만들 수 있어
- 실무형 이사장으로 초지를 세운 선대 이사장들을 이어 최선을 다할 것
- 이제는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해야 할 때, 걷기 길이 관광자원으로 떠오를 수 있도록

원주시에 위치한 원주걷기길문화 사무실
원주시에 위치한 원주걷기길문화 사무실

예전 내포문화숲길의 문순수 사무처장과 인터뷰를 나누면서 ‘(사)한길연(한국 걷는길 연합)’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내 유수의 걷기길 단체가 모여 다양한 논의를 하고 방향성을 세워가는 그 모습에 참 길을 걷는 이로서 순수하게 감사함이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이후 시간이 흘러 한길연은 제 4대 이사장으로 사회적 협동조합 원주걷기길문화(원길연)의 최종남 이사장(관광학 박사)을 추대했다. 

최종남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첫째, 실무형 이사장으로서 부지런히 머리로 뛰고 발로 기획하며 한길연과 소속단체 그리고 종사자들과 걷는 이들이 함께 행복한 공간을 꾸미겠다,

둘째, 걷기여행자들의 사랑을 받는, 사용자 눈높이에 맞춘 걷기여행길 운영 기술을 서로 나누고 배우는 기회를 자주 가져서 한국내의 모든 여행길의 상향 평준화를 꾀하겠다,.

셋째, 지속가능한 한국의 걷는 길을 세계에 수출할 준비를 차근차근 다져 코로나팬더믹이 물러가고 마침내 ‘걷기여행’에 대한 압축된 열망이 폭발될 때를 대비하겠다.”

라고 한길연의 발전에 대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했다.

로드프레스는 원주시에 위치한 사회적 협동조합 원주걷기길문화를 방문, 최종남 이사장을 만나 새롭게 태어날, 새 비전을 통해 더 넓은 미래를 바라볼 준비를 하는 모습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이하 로드프레스는 ‘ROAD’, (사)한길연(한국 걷는길 연합)의 최종남 이사장은 '최'로 표기한다.)


사무실에 놓여져 있는 로드프레스 잡지
사무실에 놓여져 있는 로드프레스 잡지

ROAD : 한길연 말고도 사회적 협동조합 원주걷기길문화(원길연)을 운영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원주굽이길에도 관여하셨었다. 

최 : 10여 년간 원주굽이길 300km, 치악산 둘레길 1-3코스 디자인을 주도하였다. 이제는 공모에 의해 다른 단체가 관리하고 있다.

2010년 원주굽이길을 최초 시작할 때 약 한 7년정도 만들고 운영하면서 2017~19년까지 3년간은 300여 km를 만들고 운영했었다. 2017년부터 내가 원주시 걷기협회장을 같이 하면서 행사 등등 여러가지를 함께 하려니 여력이 안되었다.

2020년 제가 운영관리하다가 다른 단체가 한시적으로 관리하게 되면서 사회적 협동조합 원주걷기길문화, 즉 ‘원길문’은 현재 새롭게 길을 다시 만들고 있다. ‘구름길’ 이라는 이름으로 클라우드나 gps만을 이용한 길이다. 안내판이나 리본 또한 어찌보면 환경을 해치는 요소가 아닌가. 오로지 gps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친환경 걷기여행용 길을 만들고 있다.

또한 원길문은 2017년부터 해외 도보여행길을 나갔다. 일본의 구라요시나 구마노고도, 산티아고 순례길 등을 나갔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나면 다시 나아갈 예정이다.

ROAD : 구마노고도는 저도 다녀왔다. 정말 좋았던 길로 2회에 걸쳐 연재기사도 썼었다.

최 : 구마노고도를 다녀오셨다고? 어디로 다녀왔는가.

ROAD : 나카헤지 구간이다. 종착지인 구마노혼구타이샤까지 걸었다.

최 : 구마노혼구타이샤까지, 정말 쉽지 않은 길인데... 대단하시다. 일본어를 좀 하셨나보다. 한국에서 구마노고도를 일부러 찾아간 것이라면 정말 대단하다고 본다.

- 이후 구마노고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로드프레스 잡지는 걷기동지이자 KHT 1회 진안고원길 참가자인 박태수님에게 선물로 받았다고
로드프레스 잡지는 걷기동지이자 KHT 1회 진안고원길 참가자인 박태수님에게 선물로 받았다고

ROAD : 이사장님은 어떻게 하시다 걷기에 빠지게 되셨는지,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서 이사장님에 대해서 좀 더 알고 난 후 여러 질문을 하고 싶다.

최 : 원래 운동을 좋아했었다. ROTC장교로 군복무를 할 당시부터 걷는 운동을 좋아했고 그 이후 계속 운동을 하는 도중 1995년, 최초로 원주에서 ‘국제걷기대회’가 열렸다. 당시 내 고향인 곳이라 자연스레 운동삼아 그 걷기대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당시 국제걷기대회에 참가한 대여섯 나라에서 온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내가 영어 통역봉사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꾸준히 봉사하다보니 ‘봉사상’의 개념으로 2009년도에 원주시에서 일본 구라요시에서 열린 국제걷기대회를 보내주었다. 당시 그 대회에 참여하면서 걷기가 취미생활이 아닌, 걷기에 대한 효과와 심리적, 육체적인 만족도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 2010년에 대한걷기연맹이라는 단체의 사무처장을 1년간 맡게 되었고 그 1년 동안에 ‘한일평화걷기’, ‘제주250km걷기’, ‘원주100km걷기’, ‘군산새만금걷기’ 등의 행사를 만들게 된다.

2011년 사무처장을 그만두고서는 ‘걷기’에 대한 체계화된 무언가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다 늙은 나이에 2012년에 걷기 때문에 석사과정을 들어가고 작년에 걷기로 인해 관광학 박사를 따게 되었다. 모든 석/박사 논문도 ‘관광 자원으로서의 걷기 길 활용에 관한 연구’, ‘코로나19 시대의 걷기여행자들의 동기와 선택속성과 만족도, 재방문에 미치는 영향’ 등 걷기에 대한 것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책장은 걷기에 대한 자료와 책자로 가득 차 있다.
책장은 걷기에 대한 자료와 책자로 가득 차 있다.

ROAD : 정말 ‘걷기’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신 것 같다. 현재 한길연의 이사장으로서 한길연의 발자취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최 : 시작부터 더듬어가자면… 일단 최초 2007년도에 제주올레길과 지리산둘레길이 우리나라의 걷기문화를 가져왔다고 본다.이후 2010년도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즉, 한국에 걷는 길 관리단체가 많이 늘어나게 된다. 이후 제주올레길에서 걷기축제도 연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제 걷기 관리자 컨퍼런스’, 즉 WTC(World Trails Conference)가 열리게 된다. 

그동안에 900년의 역사를 가진 산티아고 순례길이나 미국의 존 뮤어 트레일부터 시작해서 전 세계의 수많은 걷기연합, 단체들이 많았는데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그런 단체들의 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세계에서 깜짝 놀라게 된 것이다. 

당시 기재부에서 지원을 받아 제주올레길이 개최하게 되었는데 “길이라는 것을 시작한 지 4년이 채 안된 한국에서 이런 행사를 연다”는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나 역시 당시 회의에 참석하면서 “아, 이것이다.”라고 느꼈다. 

당시 제주올레와 교류를 하고 참석한 해외단체와도 교류를 하게 되었다. 이후 아시다시피 전국에 참 많은 길들이 생기고 또 모였다. 현재는 24개의 회원단체를 포함하여 30여개의 길 관리자들이 모이게 된 것이 한길연 이다.

1대 이사장은 강릉바우길의 창시자였던 이순원 소설가가 맡았고 2대 이사장은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 3대 이사장은 지리산둘레길의 상임이사였던 이상윤님이 맡게 되었다.

다들 그동안 단합을 위해 많은 일들을 해 주셨다. 그래서 서로 위로하고 돕는 일종의 커뮤니티이자 네트워크였었다. 

그 후 모두의 마음이 ‘걷는 길’에 대한 ‘법 제정’을 꿈 꾸고, 제대로 된 길 관리와 운영을 통해 발언권을 세워보자는 것으로 모이면서 전대 이사장에서 사단법인으로 등록되게 된다. 전국의 단체들이 모인 특성상 중앙부처인 문체부의 인가를 받느라 굉장히 까다로웠었다.

지금까지는 어떤 초지, 첫 걸음과 목표를 정하는 기간이었고 이제는 활동을 해야 될 시점, 실무형 이사장이 필요한 시점에서 내가 이 자리를 맡게 되어 매우 어깨가 무겁다.

ROAD : 한길연 내의 수 많은 걷기 단체들을 아우르면서 새롭게 취임하며 가지게 된 이사장님의 비전이나 한길연의 구체적 목표가 있을 것 같다.

최 : 3년의 임기동안, 많은 노력을 한 선임 집행부에서 닦아놓은 결과에 누가 되지 않도록, 또한 이제 초석을 다졌으니 무언가를 심고 수확할 수 있는 단계를 마련해야 한다. 

일단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길을 관리하는 이들은 아시다시피 ‘열정페이’이다. 정말 고생을 많이한다. 하지만 걷는 이는 관리가 잘 된 길을 걸으면 “참 좋다.”로 끝난다. 그 한 마디를 듣기위해 관리자들은 참 많은 노력을 한다. 그래서 나는 걷는 이와 관리하는 이가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생태계와 문화를 만들고 싶다. 

두 번째로, 규모의 경제를 말하고 싶다. 유럽만해도 수십만 km의 트레일이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만해도 8개의 길이 있지않은가. 갈리시아 지방에 속한 루트가 1천여 km, 영국이나 포르투갈의 노선만 따져도 1만여 km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제주올레길이 425km이다. 한 번 돌고 두 번 돌면 익숙하니 새로운 길을 찾아가게 된다. 원주굽이길에도 많이들 찾아오시고. 그래서 규모의 경제로 한국에 있는 길들이 먼저 서로 연계하여 거대하게 연결되어보자는 목표가 있다. 지구 둘레가 4만km인데 태어나서 4만km는 걸어봐야 하지 않겠는가? 장거리 트레일을 중심으로 한 번 연결해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세 번째로, 현재의 상황이 어떤 내부적인 욕구가 커져가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19때문에 내부적인 폭발이 임계점이다. 압력이 커지만 반발력도 커진다.

코로나19가 언젠가 사라진다면 그 이후의 외국에서 오는 수요, 우리나라에서 찾아오는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국내외에 이미 많이 알려진 우리나라 길들, 예를 들면 제주올레길이나 이런 곳에 수 많은 인파가 몰릴것이다. 지금부터 잘 준비하여 다양한 걷기여행에 대한 욕구를 우리가 소화하고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외국으로 나가 걷는 것처럼 외국에서도 우리나라로 걷기여행을 오게하고, 머잖아 그렇게 될것을 대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먼저 교류를 통해서 해외의 걷기 길 관계자들을 팸 투어를 통해 걷게하면 이들이 돌아가 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올 것이 아닌가.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또 다른 관점에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도보여행 컨설턴트를 양성해야 한다.

이 부분은 관광가이드와는 다른 부분이다. 우리는 걷기 전, 걷고 난 이후의 갈무리까지 지도해 줄 수 있는 인력을 말한다. 

걷기 전 스트레칭은 어떻게 할 것인가, 걷고 난 이후의 위생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급작스럽게 염좌가 발생했을 시, 일사병에 걸렸을 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바른 걷기 자세나 체력분배 등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외국어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도보여행 컨설턴트, 도보여행 지도사의 양성이 굉장히 필요하다. 

커리큘럼도 두 개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해 봤었다. 한길연에서 인증하는 ‘걷기여행 지도사’, 이런 부분에 대해 모두 계획해 놓았다. 

자기주도형 걷기여행 전문가를 먼저 키우고 국내의 트레일을 주도하게 되고 인스트럭터 과정을 완벽히 수행하면 해외에도 사람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단계, 이런 인력이 관광 가이드가 되거나 관광 가이드와 함께 활동할 시 국내 걷기 문화가 얼마나 성숙해지겠는가.

한길연 단체의 다양한 가이드북과 자료들. 현재 30여 개의 길 관리자들이 모였다.

ROAD : 굉장히 구체적인 방안을 세우고 계신다. 큰 기대가 된다. 이외에도 한길연에서 더 바라보고 있는 큰 목표나 그림이 있는지?

최 : 2018년도에 있었던 일인데 8회 WTC가 산티아고에서 열렸다. 당시 그자리에 참석한 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이 세계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의 성원으로 폐막 연설을 담당하게 되었다. 

“내 어머니의 고향인 한라산에서 내 아버지의 고향인 백두산까지 평화의 길을 열고싶다.”

당시 전 세계 사람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쳤다.

내 임기 3년 동안에는 이룰 수 없을지라도, 서명숙이사장께서 동의해 주신다면 제주올레와 함께 TF팀을 구성하여 일단은 그 지도를 보고 도상훈련이라도 해 보자, 희망이 생기잖아요? 그래서 5월달에 만나서 한 번 제안해보려 한다.

그리고 현재 네 번인가 다섯 번인가… 국회에서 걷기 길 조성에 관한 법률제정안이 자동 폐기되지 않았는가. 정말 아쉬운데, 언젠가는 걷기여행의 중요성과 미래 관광시장을 읽을 수 있는 의사결정을 쥐는 과반수의 국회의원이 나오지 않겠나 기대해본다.

법의 골자로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행복권을 위해 길을 조성하고 관리할 의무를 진다.’, ‘지자체는 길에 관한 조성과 관리에 대해 소프트웨어적, 하드웨어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인력을 개발할 수 있는 합법적 제도를 만들어 전문인력을 키우고 길에 대한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등을 생각해본다.

ROAD : 사실 해외의 길들은 굉장히 오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존 뮤어 트레일도 1800년대부터, 산티아고 순례길은 800년의 역사, 구마노고도만 해도 1천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과 비교하자면 이제 막 태어난 한국의 길들은 무엇을 먼저 갖춰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최 : 갖춰야 한다고 본다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물리적인 것과 보이지 않는 가치… 물리적인 부분은 사실 우리나라만큼 잘 되어 있는 곳도 없다. 과할 정도로 과투자가 되어있다.

제일 먼저 갖춰야 할 것은 의사결정권을 가진 ‘관(官)’에서 길에 대한 소유의식, 주인의식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길’이라는 것은 일부분에서는 당장 지자체장 자신의 인기나 표와 연계되어 있다. 남들이 다 하니 안 하면 뒤쳐지는 것 같고 또 막상 해보니 별로인 것 같고… 이런 식으로 무너진 길들이 얼마나 많은가.

관에서는 관여를 하지 않고 정말 그 길을 잘 알고 사랑하는 민간단체에 위탁해서 그 길을 살려야 한다. 주체는 반드시 민간이 되어야 한다. 

길의 주인은 시민 돈 가지고 만든 관이 아니고 관에서 위탁받은 관리자도 아니다. 걷는 이가 주인이다. 그 길을 걷는 주인을 위한 서비스가 관리, 유지이다.

한길연의 총회 모습.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활발하게 길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한길연의 총회 모습.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가운데 활발하게 길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

ROAD : 해외의 여러 길과 우리나라의 길들을 볼 때, 장거리 트레일에 관해서 가장 다르다고 느끼는 것이 ‘종주’에 대한 부분인 것 같다. 외국은 장거리 트레일을 종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갖춰져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야 알베르게 문화가 정착되어 있고 쿵스레덴도 스웨덴관광청에서 운영하는 산장이나 캠핑장이 있다. 투르 두 몽블랑도 산장을 이용해서 걸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부분들이 굉장히 부족하다. 진안고원길 같은 경우도 저는 두 번 종주를 했지만 차량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지 그냥 걸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 : 관의 입김이 세서 그렇다. 길게봐서 제대로 둘러볼 수 있는 명품길을 단체장 본인의 임기중에 어떻게 하더라도 한 명이라도 더 오게, 그리고 빨리 만들려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니 결국 불편함이 생긴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의 여러 길들이 좀 불안했었다. 만들어놓고 안정적으로 여기에서 평생의 일을 하겠다, 혹은 평생 함께 가겠다고 한다면 굉장히 여러 부분을 만들텐데 자신의 자리가 확정적이지 못하니 다양한 방법을 기획,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다.

현재 원주에서 완공을 앞둔 치악산둘레길 120km 가까이 된다. 이 치악산둘레길이 5월 말에 개통하기 전에 나는 4박5일로 중간중간 알베르게 스타일로 묵어가면서 120km을 걸으려 한다. 모토는 이렇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시려는 분들은 연습하러 치악산둘레길로 오라.”

이것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냐면 원주에서는 지난 15년간 내가 전반적인 기획과 대장,단장 등을 맡아 진행한 ‘원주사랑 걷기대행진’이 있었다. 

걷기를 좋아하는 이들 100명이 6박7일간 원주시계를 걷는다. 저녁에는 초등학교에서 자는 식으로 이어서 걸었다. 방학이라 가능하기도 했다. 점심은 추진해서 먹으며 초등학교에서 천막치고 샤워실도 나누는 등 그렇게 이어 걸었다. 이런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치악산둘레길 종주의 경우 원주역에 내리면 차량이 출발지점으로 이동시켜주고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후 첫날은 보통 20km, 다른날은 길면 25km 이런 식으로 자신의 짐을 메고 걸을 수 있는 산티아고순례길 여행을 위한 완벽한 연습이 되도록, 이런 부분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런 부분이 준비되어서 종주가 되어야지만 순례길처럼, 마지막 구간에서 순례의 끝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ROAD : 개인적으로는 이런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한국의 트레일이 해외의 다양한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관광상품이자 여행상품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한길연으로 뭉친 각 길들, 강화나들길이나 진안고원길, 여주 여강길, 내포문화숲길, 강릉 바우길 등등 모두 자신의 색이 뚜렷하고 명확한 관리주체가 있어 걸으면서도 굉장히 안심하고 또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길들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좀 민감한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거대한 트레일, 해파랑길에서 남파랑길과 서해랑길, DMZ 평화의 길을 잇는 코리아둘레길은 엄밀히 따지면 위의 길들처럼 명확한 관리주체가 없다. 그 어느 길들보다 길고 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어야 할 길이 관리주체도 없고 진행도 명확치 않다. 어떻게 보시는가?

최 : 정말 예리한 지적이다. 해파랑길을 만든 이후 모 주체가 코리아둘레길을 제안하자 문체부가 당시 바로 채택하고 시작되면서 너무 졸속으로 추진되었다. 

코리아둘레길 구간에 대해 매년 모니터링을 하는데 그렇게 올라온 보고서로 즉시 보완을 하거나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번 4월에 또 모니터링 공고가 났더라. 작년에 모니터링하며 문제가 발견된 부분에 대해서 올해 모니터링을 다시 한다고?

이것은 문제가 있다. 매년 모니터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시 유지관리를 해야 할 주체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이런 관리주체가 명확하기 위해서는 법제화가 먼저 되어야 한다. 법제화를 통해 관리주체가 정해지고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면 좀 더 나아질 것이다.

전국의 걷기길은 관리하는 능력과 경험이 풍부하고 열정마저 넘치는 한길연 같은 곳에 맡겨도 좋을 것이다. 정말 길을 알고 사랑하는 단체에 지정해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다. 현재의 사고들로는 쉽지않은 일이겠지만….

한길연 로고. 향후 한길연이 전국의 모든 길을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한길연 로고. 향후 한길연이 전국의 모든 길을 관리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ROAD : 질문은 아니지만 코리아둘레길을 조사하면서 예산이나 행정, 진행 방식에 대한 실망 을 하기 이전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름이 ‘둘레길’이라고 진짜 둘레만 도는구나!’라는 것이었다. 사실 내륙쪽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 땅의 문화와 역사, 볼 거리가 있는가. 게다가 당장 이 한반도의 척추인 백두대간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왜 그렇게 겉면을 사각형의 변으로 두를 생각을 했는지…

최 : 바닷가를 따라 주욱 걷는다… 전형적인 탁상공론이라는 생각이다. 길이란 여기저기 다양한 환경을 헤집고 다니고 싶은 것이다. 바닷가 길 만을 10일을 걸어보라, 지겹지. 

제가 지금 이사단체를 모두 다 돌 예정인데 5월달에 제주도에 가서 서명숙 이사장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2018년에 약속했던 것 해 봅시다.’, 즉 제주도나 마산에서 대구 방어선을 지나 상주와 원주를 거쳐 철원평야까지 주욱 올라가보자는 것이다. 

이후에는 미래를 꿈꾸며 금강산을 지나 주욱 올라가는 그림을 그려보자, 6.25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이 내려왔던 그 길, 침투로를 역으로 올라가보자. 그 흔적을 걸으며 느끼고 마음에서 지워가는 것이 평화의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남파랑, 해파랑 죽죽 긋고 한반도를 걷는다고 하는 것 보다, KOREA PEACE TRAIL, 그것을 그려보는 것이 더 가치있지 않은가?

강을 보더라도 태백 검룡소에서 한강, 황지연못에서 낙동강이 내려오지 않는가. 한강의 길, 낙동강의 길…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가는 것이 참 자연스럽고 좋다고 본다. 

백두대간 700km, 그런 곳에 피레네 산맥 트레일처럼 산장들을 만들어서 이어보자.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인식이 좋아져서 발효되는 화장실을 갖춘 산장도 만들고 인프라를 꾸며보는 것이다.

물론 4,300km의 PCT와는 다르지만 그 곳은 너무 길어 찾아오는 이도 드물다. 그래도 산티아고 순례길 800km와 얼추 비슷한 거리 아닌가? 많은 이들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하루에 15~20km라도 35일 가량이면 종주할 수 있도록…

ROAD : 그렇게 하나하나 만들고 관리되어져 나가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런데 그렇게 전체가 뛰어난 길들로 가득찬다면 길 들에도 평가가 따르고 순위가 매겨지게 될 듯 하다.

최 : 예전에 꿈 꿨던 것 중 하나인데, 트레일에 관해 법제화가 되면 등급이 나뉘어지게 될 것이다. 국가트레일, 지방 트레일 등 일단 주체부터도 나뉘어진다. 

그렇다면 반드시 평가가 따라오게 된다. 이제부터 평가방법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런 연구로 박사학위를 준비하려 했는데 외부의 지원 없이 개인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것 같아 숙제로 남겼다.

하지만 그런 필요성과는 별개로 한길연은 스포츠적 금메달을 놓고 겨루는 집단이 아닌, 미스터트롯의 탑6처럼 누가 우승해도 상관없이 서로 즐겁게 교류하는 그런 집단이 될 것이다. 

ROAD :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려야 할 것 같다. 로드프레스 독자분들에게 한길연 이사장으로서 한길연의 소개와 각오를 부탁드리고 싶다.

최 : 한국 걷는길 연합은 길을 가지고 이득을 취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것은 다 아실 것입니다. 한길연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든 이들은 걷기여행 마니아입니다. 즉, 걷기여행 마니아라는 것은 걷는 이의 눈높이에서 관리를 할 수 있는 이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의 연합체라는 것은 길의 관리가 상향평준화가 되는 요인이라 생각합니다.

길에 대한 역사는 외국이 훨씬 오래되었을지 몰라도 길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는 우리가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할 것입니다.

현재 우리의 삶이 코로나19를 이긴다, 극복한다보다 앞으로는 코로나와 함께 같이 가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길이라는 운명의 공간은 내가 싫어하는 것, 원치 않는 것과도 동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제가 삶의 터닝포인트를 길에서 찾게 된 것 처럼 독자분들도 길에서 많은 것을 찾고 얻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라겠습니다.

ROAD: 긴 인터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길 관리는 길을 사랑하고 아는 이가 해야한다는 것이 당연한 진리일 것이다.
길 관리는 길을 사랑하고 아는 이가 해야한다는 것이 당연한 진리일 것이다.

어느 단체나 개인을 인터뷰 할 때마다 질문을 하며 미리 어떠한 ‘정의’를 내린다거나 ‘정답’을 기대하지는 않는다. 모든 것에는 주관적인 시선과 각 개인이 생각하는 방식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인터뷰어는 인터뷰이가 가지고 있는 생각, 정의를 확인하는 것에서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길연’ 이라는 큰 단체, 전국의 걷는길 연합체를 인터뷰하면서는 그런 필수조건들이 솔직히 약간은 약해졌음을 밝힌다.

이유는, 지금 드러나는 길에 대한 여러 문제점, 그리고 개선 방향, 혹은 인식 등을 기대할 수 있는 국내의 ‘유일한’ 단체이기 때문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여러 길들이 더욱 체계적으로 발전하고 관리되고 보완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겨났다. 그다지 별 볼일 없는 기자의 우둔한 시선이라 할 수 있으나 ‘한길연’은 현재 한국의 길들이 가진 문제점,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세워나가고 있었다.

인터뷰의 내용처럼, 한국의 길들이 오래되지는 않았어도 새로운 트랜드를 만들고 선도해 나갈 수 있는, 한국을 넘어 세계의 도보여행자들이 찾아올 수 있는 밑거름이 될 날이 다가오고 있다. 그 앞날을 열어젖힐 준비를 하는 한길연과 인터뷰에 응해주신 최종남 이사장에게 지면을 빌어 다시금 깊은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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