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선'의 효용을 따지기 전에 여행의 본질, 걷기의 본질을 생각해 봐야
- 또 다른 예산 낭비 사업, 결국에는 영상, 콘텐츠 제작 업체만 이득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의 여행지도, 관광산업계를 얼마나 고사시키고, 또 얼마나 지형을 바꿔 놓았는지는 몇 번을 이야기해도 부족함이 없다.
이미 작년부터 전문가를 중심으로 '코로나19는 평생 함께 가야할 존재' 혹은 '다시는 코로나19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이라는 비관적인 견해가 나오기 시작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창 매일 1,000명을 넘던 신규감염자가 이제는 400명대를 오갈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비롯한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대응과 규제, 움직임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각 지자체는 작년부터 다양한 지역 관광, 여행 홍보에 있어서 '포스트 코로나'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다.
그 단어는 다양하게 쓰인다. 오히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을 얻고 아웃도어 마니아들이 대거 늘어나면서 기존의 불편했던 인프라, 오지의 단점이 장점으로 변화되었다. '코로나19 청정지역', '자연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 '붐비지 않는 장소'라는 특징을 대거 홍보하면서 친환경, 녹색 관광이 힘을 얻기 시작한다.
물론 전멸하다시피 한 국내 관광, 여행산업의 현실 속에서 가뜩이나 지방의 지자체들은 더욱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자체의 특성을 알리기 위한 행동은 응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기묘한 단어가 떠오른다. "랜선 투어", "랜선 여행" 이다.
사실 별 것 없다. 지자체의 유명한 관광지나 여행지를 직접 오갈 수 없으니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즐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새롭게 기존 관광지와 자연환경 등을 촬영하고, 때로는 리포터나 관광해설사를 동원해 소개한다.
잘 생각해보면 여기엔 엄청난 예산 낭비가 들어가 있다.
각 지자체의 홈페이지(군청, 시청 홈페이지부터 구 홈페이지 까지)마다 대부분 '문화관광'이라는 카테고리로 별도의 페이지를 구분하여 관내의 관광자원, 여행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그 정보의 수준이나 정확성을 논하기 전에 이미 "랜선"을 통해서 볼 수 있는 환경을 기존에 다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궂이 새롭게 "랜선 투어"를 가져다 붙이며 별도로 예산을 낭비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유튜브'라는 영상 플랫폼의 거대한 영향력을 활용한다는 의미라면 나쁠것도 없다. 하지만 정확한 키워드 노출, 홍보 마케팅,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 등 플랫폼 광고 홍보에 대한 대안이 없이 그저 무턱대고 만들어대는 '랜선 투어'는 수천만원에서 수억 이상의 예산을 그저 영상 촬영자와 편집자, 드론 촬영자 들에게 뿌려대는 결과만 낳게 된다.
몇가지 결과를 보여준다.
청송군도 '청송드림'이라는 타이틀로 랜선투어 콘텐츠를 촬영, 유튜브 공식 채널에 업로드 하였다. 2020년 8월 13일, 거의 6개월 전 업로드된 이 영상의 조회수는 178회이다. 아마 청송군 군청 전체 공무원 수 보다도 훨씬 적을 것이다.
경북관광두레에서 만든 포항 랜선투어 영상 또한 5개월이 되어가는데 400회의 조회수를 못채우고 있다.
상생의 손에서 일출을 담고 과메기를 만드는 과정을 촬영하고 시식하고 인터뷰를 하고 마을을 둘러보고 소개하는 영상... 불행히도 그렇게 크게 조회수가 올라가지 않았다.
사실 이 두 곳 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랜선투어 영상은 대부분 몇십~몇백회에 그치고 있다.
왜그럴까?
그것은 여행의 본질, 관광의 본질을 깨닫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행의 본질은 자신의 체험이다.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그 지역을 절대로 갈 수 없게 된 것이 아닌 이상, 소규모건 개인이건 나름대로의 여행의 방법, 관광의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즐기게 되고 있다.
10분 이내, 길어도 15분을 넘지 않는 그런 영상을 통해 얼마나 우리가 그 곳을 간 듯한 느낌을 받고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겠는가?
내가 직접 먹어보고 그 곳에서 즐겨보고 체험해 봐야 내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다.
그저 모니터 화면을 통해서 그 곳의 관광콘텐츠나 풍경을 보는 것이라면 불행히도 2021년, 지금 기준으로는 20년 이상, 25년 이상 뒤떨어진 셈이다. 당장 지금 검색만 해도 여러 파워블로거(인플루언서)들이 쓰고 올린 콘텐츠들이 상단에 노출되고 뿌려진다.
그것과 '랜선 투어'가 과연 얼마나 차이점이 있을까? 아니,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까?
남아도는 관광, 여행관련 예산을 도저히 쓸 곳이 없다면 이렇게 헛된 곳에 낭비하지 말고 오히려 최신 트랜드에 맞춘 홍보 마케팅을 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철저히 지켜지도록 시간대, 입장순 번으로 명확하게 통제하면서 코로나 관련 방역을 도울 수 있는 키트를 기념품처럼 나누어주고, 또한 관내의 숙박지 및 식당 등을 파격적으로 싸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던가 마일리지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그 지역에 돈이 돌아 활력이 솟아야 경제 활성화이다. 그렇다면 돈이 돌게끔 하는 것에 예산을 써야지, 별도로 올 필요가 없도록 랜선으로 방안에서 좋은 곳 구경하게 하는 것은 정말로 미련한 낭비인 것이다. 소비를 창출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를 막는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하는 것은 좋지만 낭비가 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또한 플랫폼을 이용하여 홍보한다면 정확하게 그 플랫폼의 특성과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구성과 기획, 제목과 해시태그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서 노출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 정도까지 힘들다면 더더욱 탁상행정과 보여주기식 사업은 이제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제발 좀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