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다란 비박용 배낭을 멘 이들은 왜 늦은 오후에 산을 오르는가
- 산불방지통제구간, 아는 이도 계도하는 이도 없어
- 대형 관광버스에서 내려 단체 식사중인 산악회, 쓰레기 가득

배내고개 주차장. 전면으로 보이는 등산로들은 산불방지통제구간으로 묶여있다.
배내고개 주차장. 전면으로 보이는 등산로들은 산불방지통제구간으로 묶여있다.

늦가을,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구간으로 알려진 영남알프스가 잘못된 의식과 행동을 보이는 등산인과 등산문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 계도에 나서야 할 지자체나 관계기관은 전혀 보이지 않아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 12일 답사시 찾은 영남알프스는 배내고개에서 올라 쇠점골 약수터 방면까지, 쇠점골 약수터에서 얼음골 갈림길 지점까지 산불방지통제구간으로 (11월 1일~12월 15일까지) 묶여있었다. 즉 배내고개에서 천황산까지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본지는 밀양 얼음골에서 얼음골 결빙지를 지나 동의굴을 거쳐 천황산 능선에 오르는 난이도가 높지만 합법적으로 산불통제구간을 피해 오를 수 있는 경로를 직접 답사,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비웃듯, 11월 15일 화창한 날씨 속에서 수 많은 인파들이 배내고개에서 능동산을 지나 천황산으로 향했다. 울산광역시 학생교육원 쪽의 진입로는 전면 통제인데 그 어느 누구도 막는 이도 보이지 않았고 통제를 알리는 현수막도 보이지 않았다.

바짝 마른 사자평의 갈대들
바짝 마른 사자평의 갈대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하루 전인 14일, 죽전마을 부근에서는 사자평을 오르기 위한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늦은 오후까지 이어진 그 발걸음은 하나같이 모두 다 비박용 짐을 가득 넣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었다. 건조주의보가 오랜기간동안 발현되어 있을 정도로 건조한 날씨, 아주 작은 불씨에도 순식간에 산 전체를 삼켜버릴 정도로 사자평 구간은 바짝 말라있었다.

이들의 목적지가 사자평이건 재약산 어디이건 천황재 데크건 간에 법적으로 허가된, 지정된 장소나 시설 이외에서의 모든 야영은 불법이다.

불법 비박을 자랑하는 게시글
불법 비박을 자랑하는 게시글

그러나 관련 법령을 비웃듯 '영남알프스 비박', '영남알프스 캠핑' 등으로 검색을 해보면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는 물론 유튜브 채널까지 나서서 그런 불법행위를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또 알리고 자랑하기까지 한다. 그런 행위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까지 생각해본다면 불법적인 행위로 돈을 버는 것에 아무런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 현실이 지극히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이런 풍경은 이젠 익숙하다.
이런 풍경은 이젠 익숙하다.

게다가 배내골 중간중간 마련된 주차장은 관광버스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꺼내 한 솥 가득 끓여온 국밥과 반찬으로 만찬을 즐기는 산악회로 몸살이다. 지역소비를 통해 경제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배불리 먹은 만큼 쓰레기 가득 남기고 떠나는 그 모습은 심히 추악해보인다.

술까지 곁들여 거나하게 식사를 마친 이들이 오르는 곳은 비법정 탐방로이다. 너무 과하게 마셔 산행을 즉석에서 포기한 이들은 치우지 않고 남겨진 간이 테이블에서 술잔을 이어간다.

아름다운 능선과 고봉들의 향연인 영남알프스, 그러나 그 아래에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이와같은 풍경은 생생한 현실이다. 영남알프스를 담당한 그 어느 기관도, 지자체도, 산불방지통제구간을 설정하고 고시한 산림청도 손 놓고 있다.

언제나 영남알프스를 떠날 때 마다 감동을 받음과 동시에 "용케도 올해에도 산불이 없었구나..."하는 안도를 내쉬게 된다. 

그 안도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겠다. 한 순간의 실수로 향후 꽤 오랫동안 영남알프스는 입산이 통제되거나 억새평원 자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다. 또한 그 곳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취객들의 고성과 건배사, 불법으로 캠핑하는 텐트들과 고기 굽는 냄새들로 기억될 수 있다. 

이 땅에 영남알프스를 선사한 것은 자연의 뜻이지만 그 뜻을 거두어가게 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들의 실수와 방관이다. 그게 바로 내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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