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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路] 해남의 너른 땅과 청자빛 바다를 담은 한 상 – 소망식당

<소망식당 전경>

해남군까지 가서도 끼니때가 되니 참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다. 아니, 해남까지 왔으니 더 고민일까?

물론 남도음식이야 어디를 가도 돈이 안 아깝다지만 가뜩이나 먼 곳을 왔는데 혹여 일부러 찾은 곳이 실망을 주면 그것도 여정에 오점을 남길 일이기에 의외로 신경이 쓰인다.

여기저기 검색도 해 보고 물어도 보면서, 현지 분들이 군청 주변에서 가장 으뜸으로 친다는 밥집, 해남 소망식당으로 향하기로 했다. 주메뉴가 돼지주물럭과 김치찌개 등이 나오는 뚝배기주물럭 한상차림이다.

별도의 메뉴가 없이 2人. 3人, 4人 상이 있다. 너무 심플한데다 메뉴조차 어디서든 맛 볼 수 있는 주물럭에 김치찌개라니.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여기까지 와서 과연 잘 선택한 것일까?” 하는 의구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한 상 가득히 차려진 2인상>

넓은 실내는 쾌적하게 정비되어 있다. 옛날에는 군청 옆의 허름한 식당이었으나 음식 맛이 소문나면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 이렇게 넓은 공간으로 옮긴지 몇 년 되었다고 한다. 테이블 외에도 방들이 별도로 여럿 있어 가족이나 소규모 모임에도 매우 좋을 것이다.

위생모와 입가리개를 착용한 젊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좌식 방으로 착석한다. 동행한 이의 다리가 그날따라 약간 불편해 혹시 테이블석으로 바꿔 줄 수 있는가 물으니 바로 대응한다.

“아 그라요, 잠시만요잉. 언니! 여그 5번 방 비었능가?”

자리를 다시 안내받고 난 후 , 곧이어 2인상이 차려진다. ‘남도는 어디 기사식당을 가도 반찬이 수십가지’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반찬은 아니지만 무엇하나 손이 안가는 것이 없다. 매생이에 왕꼬막에 생선조림, 멸치젓 양념, 잘 익은 파김치가 확실히 남쪽 지역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게다가 이 곳에서 자랑한다는 김치찌개 한 뚝배기와 돼지주물럭이 확실히 시선을 잡아끈다.

<하나하나마다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잘 익은 꼬막, 크기가 굉장하다. 까서 먹어보니 잘 삶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툭 터지면서 풍기는 배릿한 풍미속에 씹는 맛이 살아있다. 이렇게 먼저 환영을 받으니 다른 반찬 하나하나마다 아우성이다.

들큰하게 졸인 생선조림, 손맛 좋은 집에서 내어놓는 생선조림은 생선보다 함께 올린 무가 핵심 포인트다. 먼저 생선부터 맛을 보니 그 양념이 짙게 배인 맛이 금새 밥 한 수저를 훔쳐간다. 이 정도면 더 말할 필요 없다 싶다. 무를 젓가락으로 쉬이 잘라 입 안에 넣는다. 그냥 눅진하게 녹아내리는 그 맛은 참으로 달디달다.

곰삭은 멸치젓에 양념을 해 놓은 종지, 잠깐 찍어 맛을 보니 감칠맛이 폭발한다. 주물럭에 반드시 필요한 놈이다. 이 하나로 인해 쌈이 얼마나 환상적으로 변하는지, 알 사람은 안다. 예전에는 그저 이 멸치젓에 호박잎 삶은 것 만으로 쌈을 싸 먹었더랬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던 그 맛, 쿰쿰하지만 계속 입맛을 돋우고 침이 고여 목구멍 안이로 묵직한 밥을 꼴딱 넘겨버리는 그 맛이 되살아난다.

<김치찌개. 보기와는 다르게 꽤 깔끔한 맛이다.>

<돼지주물럭. 돼지는 운영하는 농장에서 직접 가져오는 듯 하다.>

뚝배기 가득 담긴 김치찌개는 2인용이라기에 믿기지 않는 양이다. 그 풍성한 그릇속에 김치와 두부, 돼지고기가 가득하다. 다들 명품으로 친다는 그 김치찌개 맛이 궁금하다. 아무래도 남도의 김치니 간도 세고 푸욱 익고 강렬한 맛이리라.

그러나 한 수저 떠 먹어본 국물은 의외로 깔끔하다. 적당한 산도와 씹히는 맛은 곰삭은 묵은지보다는 정말 찌개용으로 알맞게 익은 김치를 사용했다는 느낌이다. 돼지고기의 양도 푸짐하고 고기에서 잡내 하나 없다. 그래서 다들 이 김치찌개를 그렇게 이야기 했었던가.

그대로 국물을 마셔도 바로 속이 씻겨내릴 것 같은 시원함이 으뜸이다.

돼지주물럭은 고추장 양념을 기본으로 하여 통깨가 가득 올려져 있다. 다만 단맛이 상당히 강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파김치를 얹어서 먹어보기도 했으나 역시 최고의 쌈 조합은 멸치젓이었다. 단맛을 중화하면서 감칠맛을 더욱 극대화 하여 더 볼 필요 없이, 사정없이 상추를 소비시킨다.

어쩌면 해남군의 비옥한 땅과 바다에서 난 것들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백반류가 아닐까 싶다.

회를 맛있게 내 오더라도 그 쌀과 배추가 운다. 그렇다고 땅에만 치중하기엔 또 생선과 해초, 조개가 풍부한 청자색 바다가 질투한다. 결국 양쪽을 사이좋게 조금씩 담아내는 것이 그 너른 땅과 바다를 모두 만족시키는 방법일게다. 그리고 그 한 상을 받아든 여행객은 그 공평한 배치가 너무나 만족스럽다.

<점심시간, 단체손님 준비에 한창이다.>

풍성하게 받아든 한 상을, 정말 남김없이 모두 비웠다. 공기밥 하나가 추가된 것도 밝힌다.

​’혹여 드시지 않는 음식은 처음부터 반납해주시면 더 좋은 음식으로 고객님을 모시는데 도움이 된다’고 쓰여있는 문구를 보며 참 사람을 기분좋게 할 줄 안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구태여 먼지 앉아가며 천덕꾸러기가 되었다가 바로 버려지는 것 보다는 다른 상에 올라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잔반도 줄이고 먹는 이도 나을 일이다. 하지만 받은 상을 깨끗이 해치운 우리에겐 해당되지 않는지라 살짝 민망스럽기도 하다.

​한참 점심시간인지라 실내의 테이블은 단체손님 준비에 여념이 없다.

​잘 먹었다는 인사를 마치고 나서는 길, 언제 다시 올까 싶은 해남이지만 다시 오게 된다면 반드시 또 방문하리라 마음먹는다.


  • 소망식당 : 전남 해남군 해남읍 구교2길 2 / 061-533-3456
  • 메뉴 : 뚝배기주물럭 2人 25,000원, 3인 35,000원, 4인 50,000원 등 (돼지주물럭과 뚝배기 김치찌개 함께 제공)
  • 영업시간 : 10:30 ~ 20시 (매주 일요일 휴무)
  • 주차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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