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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역사로드③ – 땅끝 황토나라테마촌에서 땅끝 갈두항까지

마지막 답사일이다.

이상하게 답사때마다 맑은 날씨를 만나는 일이 드물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어제 오후 잠시 맑아졌던 하늘은 아침부터 영 뿌옇게 흐려져 쉬이 개지 않을 듯 하다.

그래도 이 땅끝 황토나라테마촌에서 땅끝 갈두항까지 걷는 산책로는 거리도 짧지만 온전히 평지에 가까운지라 기나긴 여정의 마무리로는 나름 제격인 셈이다.

<땅끝 황토나라테마촌의 전경 – 출처 : 땅끝 황토나라테마촌>

땅끝 황토나라테마촌은 26,000여 평의 부지에 객실과 체육시설, 오토캠핑장과 숲속 캠핑장을 갖춘 공간으로 백패킹 및 캠핑을 통해 해남군 여행을 즐기려는 이들에게는 매우 장점이 큰 공간이다. 시설 뒤로는 송호항이 있고 주변으로 송호해변 등이 있어 낚시나 물놀이를 하기에도 좋을 뿐더러 땅끝마을도 차량을 통하면 10분 이내로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편이다.

이 곳을 행사의 2일차 캠핑장으로 생각하고 있으므로 꼼꼼히 둘러본 후 발걸음을 옮긴다.

<갈산마을을 걷다. 멀리 보이는 항구는 갈산항이다.>

<양식장은 한산하다. 붉은 황토가 인상적이다.>

송호해변을 지나면 도로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으로는 해안선을 돌아 땅끝마을로 나아가는 77번 국도이고 우측의 오르막길은 땅끝오토캠핑장을 지나 해안을 우측으로 두고 갈산마을 방향으로 걷는 길이다.

갈산마을은 농업과 어업이 어우러진 소박한 마을이다. 길게 나 있는 마을길을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는 맛이 꽤나 일품이다.

바다 앞에 있는 양도, 소화도, 어룡도 등의 섬은 전부 전남 완도군에 속한 섬이다. 해남군을 두르고 있는 수 많은 섬들 중 대부분이 완도에 속한 섬이니 이 또한 꽤나 재미있는 사실이다. (의외로 해남군은 섬의 수가 많지 않다고 한다.)

<해안데크 산책로로 올라선다.>

<갈두산 위로 땅끝마을 모노레일과 땅끝전망대가 보인다.>

마을길이 끝나는 무렵, 길은 해안데크 산책로로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땅끝마을의 상징인 땅끝기념탑을 만나고 갈두항까지 걷게 된다.

이 해안데크는 전망대(쉼터)가 곳곳마다 잘 구비되어 있을뿐더러 해당 지명에 대한 유래를 설명하고 있어 또 다른 걷는 맛이 있다. 예를 들어 불무청쉼터에서는 불무가 ‘풀무’의 옛말로, 대장간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말과 함께 송중리에서 이곳 갈두리까지 이어졌던 석탄광맥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사자포구 쉼터는 달마산 미황사의 창건 설화인 화엄경과 법화경, 비로자나불, 문수보살 등을 태우고 싣은 배가 이 땅에 처음 닿은 곳으로 그 의미가 남다른 쉼터이다. 그 외에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댈기미 쉼터, 아름다운 이름의 달뜬봉 쉼터 등이 눈길을 끈다.

<특이한 형상의 연리지>

<땅끝탑과 땅끝점>

데크를 따라 이어진 발걸음은 드디어 땅끝마을의 상징인 땅끝탑과 땅끝점에 닿는다. 이 한반도의 육지, 그 가장 먼 곳에 와 있다는 상징성은 몇 번을 말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곳을 시작으로 뻗어나가는 남도의 수많은 길들, 그리고 그 의미를 되짚어본다.

개인적으로는 세 번에 걸친 방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이름모를 먹먹함은 쉬이 가시지 않는다. 특히나 이렇게 주변에 다른 관광객이 전혀 없이, 잔뜩 흐린 하늘 아래 우두커니 서 있는 조형물이 주는 쓸쓸함은 참으로 깊고도 깊다.

<땅끝탑을 올라와 우측 데크로 나아간다.>

<걷기좋은 길이 계속 이어진다.>

땅끝탑을 지나 데크를 올라온다. 여기서 데크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갈두항을 가기 위해서는 우측의 내리막길로 향해야 한다. 좌측을 통해서는 땅끝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로 이어진다.

내리막길을 따라 완도군 보길도를 오가는 여객선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걷는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육지의 끝은 다도의 시작이고, 그렇게 높은 뱃고동을 울리며 노화도와 보길도 등을 오가는 여객선은 그 사이의 바다를 오간다.

참으로 아름다운 길이고 고요한 길이다.

<갈두항에 도착하다. 땅끝길 안내도 앞에서.>

갈두항은 항만을 넓히고 시설을 새로 짓는 공사로 정신이 없다. 작년과 비교했을때 확실히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2020년이 해남관광의 해라서 그런것은 아닐것이다. 그만큼 이 곳이 남도관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것이고, 많은 이들이 몰려들기에 확충도 필요하리라.

다만 그래서 이 모든 답사의 마무리 지점은 조금은 번잡하고 소음과 먼지가 가득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물론 차후 행사시에는 지금의 공사현장보다 훨씬 잘 다듬어지고 꾸며진 갈두항의 모습으로 걷는 이를 맞이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가만히 쉼터에 앉아 지난 걸음을 되돌아본다.

몇 번을 생각해도 이 해남군이라는 고장은 참으로 ‘걷기 좋은 땅’이다. 그 들머리와 날머리, 꺾어지고 휘어진 모든 길 하나하나가 공격적이지 않고 한 없이 친화적이다. 못 넘을 곳 없이 딱 넘을 수 있는 만치만 높고, 지쳐 쓰러지지 않게 딱 힘들다 싶은 만큼만 길다.

그 하나하나 속에서 나는 해남 땅의 인자함을 느꼈다. 걷는 이를 품어주는 곳, 그래서 걷기의 천국인 곳…

다시금 이 땅을 두고 돌아서는 시간이 아쉽다. 쉬이 찾아오기 힘든 곳이니만치 더욱 미련이 남는다. 어차피 연내에 행사로 다시 오겠지만, 그 언제가 될 지 모를 재회까지의 간격은 지금도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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