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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내린 보배라는 산, 왕이 직접 올랐다는 그 능선을 따라 – 양주마루금길 ①

항상 생각했던 길에 대한, 트레킹 코스에 대한 다양한 아쉬움(교통, 숙박, 식사, 편의시설, 풍경, 녹지율, 적절한 난이도, 각 구간별 거리, 스토리 등)은 쉽게 충족이 되지 않는다.

팔방미인은 없다고 무엇이 완벽하면 무엇은 부족하다. 그렇다고 무엇을 채워넣거나 보강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가 교통편을 만들어내거나 길이 없는 산에 길을 내거나 그 산 속 한가운데 식당을 만들어 낼 순 없는 노릇이니까.

그렇다면 그런 부분을 모두 갖추고 있는 천혜의 지역, 구간을 찾고 트레킹 코스로써의 가능성이 있는 것인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기획단계부터 그 지역의 특성을 꼼꼼하게 알고 있어야 함은 물론, 실제로 두 발과 두 눈으로 담아내기 위한 수 많은 답사가 필요하다.

그렇게 구간이 확정이 되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 지역의 스토리가 그 길에 녹아있는가, 그래서 정말 그 길이 찾아와 걸을만한 것인가도 판단해야 한다. 이런 부분을 하나하나 맞추고 확인해가는 과정은 생각처럼 녹록치 않다.

자신있게 트레킹 마니아들에게 제안하는 양주마루금길, 로드프레스가 온전히 기획하고 다듬어낸 길이다.

트레킹 마니아라 해도 조금은 낯선 지명일 양주시, 경기 북부의 중심지인 그 천혜의 땅으로 발걸음을 딛어본다.


양주시를 논했지만 그 양주마루금길의 시작은 의정부시에 위치한 녹양역에서 시작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양주마루금길에서 가장 중요한 뼈대인 천보산맥의 시작이 녹양역 인근이기 때문이다. 즉, 양주마루금길 제1코스 천보산맥 마루금길은 녹양역에서 출발한다.

<의정부 소풍길 방향안내판>

녹양역 2번출구를 나와 패션아울렛을 지나 중랑천을 가로지른다. 횡단보도를 건넌 후 우측으로 나아간다.

약 500여 m 정도 걷다보면 포장된 오르막 도로가 나오고 가금교 삼거리에서 빛 바랜 의정부 소풍길(현충탑) 방향안내판을 볼 수 있다. 이 오르막을 통해 천보산맥이, 양주마루금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의정부시 녹양역 일대의 풍경>

<갈림길에서 좌측, 소림사 방향으로 나아간다.>

포장된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간다. 조금씩 높아지는 고도, 뒤를 돌아보면 어느새 의정부시의 풍경이 점점 넓어지는 시야로 들어온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면 바로 두 갈래의 갈림길이 나온다. 좌측의 오르막을 따라 오르면 군부대가 나오니 우측, 소림사 방향으로 진행한다.

소림사, 그 거창한 이름의 사찰을 향해 진입하는 길부터 본격적으로 흙을 밟는 산 속 산책로의 시작이다. 양주마루금길이 자랑하는 높은 녹지율의 시작이 바로 이 갈림길인 셈이다.

<어느덧 능선을 타게 된다. 본격적인 천보산맥 능선길의 시작이다.>

체육시설이 갖추어진 약수터를 지나 등산로를 따라 완만히 오른다. 천보산의 지세는 장대하되 거칠지 않다. 특히 능선을 따라 조금씩 고도를 높여가는 초입부는 생각외로 길을 헷갈릴 염려도, 거칠게 숨을 몰아쉴 걱정도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그 길이 주는 편안함, 어쩌면 우리는 트레킹을 너무나 ‘도전’의 생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나 다시 생각해봄직 하다.

어차피 도착지까지 나아가는 여정 자체가 ‘도전’일텐데, 그 길의 안에서만큼은 ‘내려놓음’과 ‘힐링’의 시선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소림사에서 쉬어가다.>

자그마한 암자인 소림사에서 잠시 쉬어가도록 한다.

사찰이라기엔 작은 규모인 소림사는 의외로 대웅전과 종무소 등 갖출 것은 모두 갖춘 곳이다. 중국 대륙의 구파일방의 수장이자 숭산의 거대한 사찰로 중국무예의 본산이라는 소림(少林)사와는 이름의 발성만 같을 뿐이지만, 그 한자(小林)가 가진 뜻에 부합하는 정직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이 소림사에는 해우소가 하나 있다. 양주시 투바위고개까지 나아가서야 만날 수 있는 화장실(식당 내)을 생각한다면 용무를 미리 해결하고 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산 속의 암자가 대부분 그러하듯 해우소의 시설은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는 것이 좋겠다.

휴식을 마친 후 소림사 좌측 옆으로 난 오르막을 따라 송신탑까지 나아간다. 거리는 약 800여 m이다.

<완만하게 산자락을 따라 오른다. 뒤를 돌아보면 수락산과 도봉산이 마주보고 있다. >

<천보산 제1보루에 도달한다.>

잘 닦인 비탈을 따라 나아간다. 칠보산까지 이어지는, 약 25km 이상의 거리를 자랑하는 천보산맥. 그 농선은 여러 고개를 지나며 길고도 길게 이어져 있지만 그 능선에 도드라지게 난 길은 진행방향도 뚜렷하고 표식도 잘 되어있어 걷는 이에게 편안함을 준다.

이윽고 도착한 천보산 제1보루.

천보산맥의 초반부를 걸으며 만나게 되는 천보산 보루군은 총 6개의 보루가 확인되며 설립시기는 삼국시대, 고구려에 의해 축조된 것으로 파악된다. 1보루와 2보루는 매우 가까이 위치해 있지만 이후로는 약 5km 간격으로 떨어져 있으며 진행방향에 따라 1 – 2 – 6 – 3 – 4 – 5보루의 순으로 만나게 된다.

이 제1보루의 안내문을 보니 ‘양주시’로 되어있다. 이제 양주시의 시계로 넘어온 셈이다.

<3개의 천보산 정상 중 제일 먼저 만나는 송신탑 정상부>

<천보산 정상비. 337m>

첫 번째 천보산 정상을 만난다.

정상에 순번을 붙인 이유는 이 긴 천보산맥에는 각각 3개의 천보산 정상비, 혹은 시설물이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가 이 송신탑 앞에 세워진 정상비로, 천보산을 ‘의정부시’의 관할지역으로 한정했을 시 정상비가 세워져야 할 곳이다. 두 번째는 ‘천보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진 곳으로 천보산맥의 포천시 관할지역 내의 정상이다. 세 번째는 양주시 회암사지 위, 주봉에 세워진 정상비로, 양주시의 관할지역 뿐만 아니라 기나긴 천보산 전체를 봤을 때에도 (장림고개에서 이어지는 칠봉산을 제외할 경우) 가장 높은 곳인 423m에 세워진지라 이 곳을 천보산의 진짜 정상, 정상비로 본다.

각각의 시마다 이렇게 정상비, 혹은 상징성이 있는 시설물을 세워두는 까닦은 그만큼 이 천보산맥이 지정학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그 긴 산세 자체가 주는 압도적이면서도 편안한 느낌, 명산이라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는 풍경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하늘이 내린 보배로운 산’이라는 이름이 붙어 천보산(天寶山)이다. 조선시대 태종 등 많은 왕들이 양주목에 방문하여 사냥을 즐겼으니 그 격이 이름만큼이나 높다.

동두천쪽으로 바로 이어져 천보산맥의 끝자락을 담당하는 칠봉산 또한 말년에 세조가 올라 사냥했다고 하여 어등산(御登山)이라고도 불리우니 높이만 주변 산들에 비해 높지 않을 뿐이지 주변 만산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산다고 볼 수 있다.

여담이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의정부시의 천보산은 분명 천보산맥에 속하고 송신탑에도 ‘천보산’이라는 글씨가 있지만 별도로 ‘빡빡산’ 혹은 ‘갈립산’이라는 별칭이 붙여져 있다는 것이다. 하늘이 내린 보배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빡빡산’이라니, 웃음이 나온다.

<송신탑을 지나 내리막. 미끄러움에 주의해야 한다.>

<앞으로 쭉 뻗은 능선은 저 멀리서 왼쪽으로 감아돈다. 장대하다.>

<송신탑 정상부에서 내려오는 길이 보인다.>

송신탑 정상부를 지나 내려가는 길은 경사도 꽤 있지만 많은 이들의 발자욱으로 인해 잘 다져져 꽤 미끌리기 쉬운 편이다. 안전하게 내려갈 수 있도록 로프와 밧줄경계가 설치되어 있으니 반드시 잘 잡고 내려가는 것이 좋다.

전체적으로 길게 뻗어있지만 정상부의 능선이 매우 넓은 편은 아니며 양 쪽으로의 경사가 심하고 절벽이 발달된 지형인지라 산행 내내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게 된다.

<어하고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제 등산로 길 안내 표지판에 ‘어하고개’란 지명이 등장한다. 양주시와 포천시 경계에 속한 어하고개는 조선 태조가 무학대사와 함께 회암사를 찾았다가 산을 올라 이 천보산맥을 일부 걸어 그 산세를 본 후 내려온 고개, 즉 왕이 내려온 고개라 하여 어하(御下)고개라 한다.

고개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더 이야기를 해보자면 보산맥을 따라 걷는 도중에는 많은 고개를 만나게 된다. 그 하나하나마다 재미있는 유래가 있으니 걸으며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백석이 고개는 흰돌이 많다 하여 붙여졌다고도 하고, 호환이 심한 고개라 호랑이를 쫓기위해 백명이 모이면 함께 넘었다 하여 백석이 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어하고개는 앞서 유래를 소개했지만 ‘원바위고개’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이 유래는 의외로 영어에서 나왔는데, 한국전쟁 당시 이 고개를 지도상에 1y로 표기하여 ‘원와이’가 발음하기 쉽게 지역민에게 ‘원바위’로 굳어진 것이다. 회암사지 쪽으로 나아가는 회암령은 ‘투바위고개’로 불리는데 이 쯤이면 왜 투바위인지 다들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어하고개까지는 약간의 오르내림이 계속되는, 천보산맥 지형에서 가장 체력의 손실이 일어나는 구간이다. 다만 전체 산세의 높이가 높지 않고 벼랑을 로프를 잡고 오르거나 내리는 등의 까다로운 지형은 없으므로 휴식을 자주 취하면서 편안하게 주어진 길을 따라 걷도록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능선이다.>

<좌측으로 레이크우드 골프장이 보인다. 산맥의 휘어짐이 어느새 눈 앞이다.>

<능선을 따라 몇 개의 봉우리를 넘어간다.>

<고읍지구의 모습. 고읍에서 올라오는 몇 개의 등산로가 좌, 우로 보인다.>

레이크우드 골프장을 지나면서는 양주시의 중심지가 한 눈에 조망된다. 고읍지구를 중심으로 옥정 신도시, 회천 신도시 등 신도시를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너른 땅이 눈에 들어온다.

천보산맥은 이 너른 땅의 오른 쪽을 곡선을 그리며 휘어감는 지세이다. 왼쪽은 양주시의 명산인 불곡산과 도락산이 휘어감는다. 그 사이의 너른 땅은 누가 보더라도 요지이자 명당이다. 볕도 잘 들고 어디를 보더라도 녹지와 산을 볼 수 있다.

무명봉에 서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그 풍경을 바라본다. 결국 이 경기 북부까지 개발은 이어진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 사이의 땅이 바뀔 뿐, 그 땅을 감산 산세는 바뀌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파트 단지 저 너머로 보이는 불곡산과 도락산의 아련한 자태는 그대로 천보산맥에서 이어져 나갈 양주마루금길의 제2코스 산그리메 마루금길 구간이다.

<어하고개에 도달하다.>

숨을 고르며 걷는 걸음은 드디어 어하고개에 닿는다. 왕이 내려왔다는 방향을 보건데 아마 저 터널 맞은 편 쪽이리라.

터널 위로 등산로가 잘 나 있어 찻길을 건너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

이 어하고개는 천보산맥의 끝을 양주 봉양리로 한정했을 때에는 정확히 절반, 지행역까지 이어지는 정식 양주마루금길의 천보산맥 마루금길 상시코스로는 2/5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7월 초에 열리는 한국고갯길 투어(KHT TOUR) 행사의 1일차 코스에서는 약 2/3 살짝 못미치는 곳이다.)

어느새 허기가 진다. 점심 무렵이므로 여기에서 잠시 식사를 할 겸 쉬어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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