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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길 연천, 다시 만나니 반갑구나.

191km에 12개의 코스. 경기도 김포를 출발해 일산과 파주를 지나 연천에서도 가장 북쪽의 신탄리역과 역고드름에 이르는 그 기나긴 트레일이 바로 평화누리길이다.

​ 작년, 답사와 대회, 이어걷기 등을 통해 전체 완주 두 번, 각 구간별로는 최대 4회까지 걸어 익숙해질대로 익숙한 이 길이지만 그 중에서도 연천 구간이 주는 즐거움은 각별하기 그지없다.

군사지역이라는 시선은 이제는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어야 할 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데올로기가 변하고 시대상이 변한다. 그 가운데에서 ‘안보’를 담보로 많은 것을 놓쳐야 했던 지역들은 이제는 그 ‘안보’를 통해 새로운 기지개를 켜고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물론 아직은 행정적인 부분의 이야기다.

그렇게 1년여만에 다시 찾은 평화누리길은 역시나 가장 전선과 가까우면서도 가장 평화로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전차방어시설이 놓여진 고개>

전곡역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워낙 대중교통이 닿기가 어려운 지역이지만 1호선의 북쪽 기착지인 소요산역에서 전곡을 지나 연천, 신망리, 대광리, 신탄리, 백마고지역을 지나는 셔틀버스가 운행한다.(요금 1,000원. 현금만 가능) 예전에는 통근열차와 DMZ-Train이 오갔지만 전철화 작업으로 내후년까지 공사가 예정되어 있어 이제는 기차의 움직임은 볼 수 없다.

전곡역에 도착, 읍내를 지나 평화누리길 11코스 임진적벽길의 중간지점인 임진교까지 가는 길은 평화누리길 노선이 아니지만 로드프레스에서 두 차례의 답사를 통해 확실히 이어놓았다. 평화로운 마을과 부대, 대전차방어시설을 지나 진상리로 향하는 길은 연천의 또다른 맛을 보여주는 길이다. 진상리는 식당과 슈퍼, 편의점 등이 있으므로 보급이나 식사를 하기에 좋다.

진상리에서 임진교를 걸으면 본격적으로 평화누리길 11코스에 합류하게 된다.

<임진교에서 보는 임진강 풍경>

긴 임진교를 따라 걸으며 수많은 상처를 안고 흐르는 임진강을 바라본다. 저 멀리까지 이어진 산그리메따라 갈 수 없는 북녘 땅도 보일 것이다. 조금은 달라진 공기를 마시며 천변을 걷다 고성산을 오르면 고구려시대에 축조되어 흔적만 남은 고성산 보루군을 만나게 된다.

한강 유역을 두고 치열하게 싸운 삼국의 시절, 이 연천은 최전방에 속했을 것이다. 혹여 모른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백제나 신라, 당시 왕성하여 한강유역을 확보했던 나라와 대치했을 장소일지도. 이젠 옛 모습을 찾기 힘들지만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연천군은 격전지이자 전방의 요지로 남아있으니 얄궂은 운명이 아닌가.

<군남댐(군남홍수조절지)>

아름다운 숲길을 따라 오르내리는 맛이 있는 11코스. 비교적 평탄하고 어려운 코스가 없는 평화누리길에서 그래도 숨이 좀 차는 산길을 보여주는 것이 본 코스다.

허브빌리지를 지나 북삼교로 내려오면 임진강을 좀 더 옆에 두고 걷게 된다. (북삼교에서 200여m가량 직진하면 군남면소재지가 나와 식사와 보급 등이 가능하다.) 걷기좋은 자전거길을 따라 발을 옮기면 커다란 위용을 자아내는 군남댐이 나타난다. 이 군남댐 옆의 두루미공원을 따라 올라가면 11코스가 끝나고 12코스가 시작된다.

<그리팅맨을 추억하며 걷다.>

<참으로 비옥한 토지다. 그 토지사이로 난 길이 아름답다.>

12코스의 초입은 신록이 가득 우거진 길이다. 우리는 그 숲길을 따라 방호시설도 만나게 되고 구비를 돌아 아름답게 펼쳐진 연천의 산야를 보게 된다. 오가는 사람 찾아보기 힘들지만 누가 보더라도 보통 정성으로는 일구지 못했을 아름다운 땅, 그 영양가득한 토질을 자랑하는 밭은 연천의 보물이다.

급박하게 치고 오르지 않고 완만하게 내려다볼 수 있게 뻗어나간 이 대지의 풍경은 우리가 연천을 걸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평화누리길에서 평화를 찾고자 한다면 바로 이 풍경이 가장 어울린다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몇 번을 와도 내 마음을 녹이는 풍경이다.

이윽고 로하스파크를 지나 옥계리로 내려오면 하루의 일정, 약 27~8km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옥계3리문화복지회관은 평화누리길 게스트하우스의 역할도 하고 있으므로 큰 대회나 행사, 단체걷기 등에 이용하면 좋다.

<망곡산에서 조망하는 연천의 자연>

이튿날, 옥계리에서 이어간 걸음은 곧 망곡산을 만난다. 한일합방 이후 연천지역의 선비들이 이 산에 올라 한양을 바라보며 울었다 하여 붙여진 이 작은 산은 촘촘히 세워진 포진과 참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형적인 전방의 고지다. 그래서일까, 평화누리에서 평화를 찾았던 어제와는 달리 이 산에서만큼은 평화누리의 속에 있는 안보의 단어를 곱씹을 수 있다.

전국구 급으로 맛있는 순대국집이 위치한 신망리를 지나 탄천을 따라 끝없이 걷다보면 신탄리역에 도착하여 이틀차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신망역과 대광리역, 신탄리역 등 코스를 지나거나 크게 떨어지지 않은 역들마다 슈퍼와 식당 등이 있으므로 크게 염려할 것 없다. 다만 길게 포장된 자전거길을 따라 걷는 2일차는 그만큼 평지에 대한 대비를 해야하는 길이기도 하다.

언제나 소소함에서 기쁨을 찾게 해 주는 길, 그리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렇게 평화롭고 또한 긴장이 흐르는 길이 있다는 것은 걷는 이들에겐 꽤나 솔깃한 일일 것이다.

녹음이 그 빛을 더해가는 6월, 함께 그 길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한다면 말이다.

 

*6월 29~30일 1박 2일간 한국고갯길(KHT)는 평화누리길 연천구간 (전곡역 ~신탄리역)을 걷습니다. 자세한 정보 및 참가신청은 해당링크(https://sopoong.ramblr.com/web/event/view/4/17)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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