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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훈풍속에 생길 그 길, 왜 하필 평화’올레’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백두산 천지의 물을 담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남과 북이 어울리고 또 허물 없이 자신의 속을 내 보이고 있다. 다양한 협의를 통해 합의가 도출되고 있으며 어느새 금강산과 개성 관광이 다시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트레킹에 큰 관심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방북 길에 고대하던 백두산을 북한쪽에서 올라 천지의 물에 제주의 물(엄밀히는 제주산 먹는 샘물이다.)을 섞었다. ‘개마고원을 오르고 싶다, 백두산을 북한 쪽에서 오르고 싶다.’는 트레킹 마니아로서의 대통령의 꿈 중 하나를 이루었으니 매우 부럽기도 하다.

이렇게 훈풍이 오가는 가운데 (사)제주올레에서 북한에 ‘평화올레길’을 제안하기로 했다는 뉴스를 보고 실소를 넘어 ‘진짜 참으로 가지가지 하는구나’하는 탄식을 흘렸다.

먼저 명확히 밝히건데 지금 제주올레길이 유명해 진 것에 대해서 공감하지 않는 바도 아니고 그 길이 가진 ‘길 자체로서의’ 가치와 풍광에 대해서 폄하하거나 비꼴 의도가 없다.

단지 규슈 올레에 이어 미야기 올레 등 일본에서 두 곳의 올레를 열고 몽골 올레까지 만들어(몽골의 초원에 올레라니? 실제로 쇠기둥이 뽑히거나 리본이 날라가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애시당초 대초원에 간세 표식을 통해 어떤 길을 만들려 했는지는 나중에 자세히 살펴 볼 생각이다.) 올레의 ‘브랜드’를 수출하고 있는 (사)제주올레에서 이제는 북한에 ‘평화올레길’을 만든다니, 여기에 순수한 의미로 찬사를 보낼 이가 얼마나 있을까?

길이란 영속성이 있어야 한다.

토지야 북한의 특수한 경우를 생각하면 법적으로 당국이 가지고 있겠지만 그래도 그 길을 만들었다면 그 길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관리와 노력, 그리고 걷는이가 언제든지 찾아가 걸을 수 있는 자유로움이 동반되어야 영속성을 가진다. 즉 생명을 이어가는 것이다.

지금의 ‘평화올레길’이라는 제안을 보면 단순한 ‘관광상품’으로서의 접근 외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개마고원이건 백두산이건, 아니면 다른 풍광이 뛰어난 지역이건 간에 길만 다듬고 만들고 간세 표식 붙이고 ‘매주 수, 금 출발, 전체 코스 완주는 비용이 얼마, 일부코스 완주는 비용이 얼마, 총 3박4일 일정 중 올레길 걷기는 2,3일차, 저녁 석식 후 공연 관람’ 같은 다양한 제약과 옵션이 붙은 상품 외에는 그 길을 맘 놓고 걸을 수단이 전무한 것이다.

물론 우리는 길을 걸을 때에 다양한 준비와 일정을 잡고 걷는다. 하지만 반대로 어느 순간 훌훌 떠나기도 한다. 그리고 걷고싶은 만큼 걷고, 또 쉬고싶은 만큼 쉬면서 그 길 위에서 다양한 풍경을 보고 만남을 가지고 또 어울린다.

잠시 길을 이탈해 훌쩍 들어간 마을의 주저앉은 처마 밑에서 비를 피하기도 하고 짖는 개를 골려주기도 하고 골목에서 뛰어나온 꼬마와 웃으며 이야기도 주고 받는다. 백패킹을 통한 걷기라면 숙박에 대한 자유까지 덤으로 얻어진다. (물론 캠핑이 가능한 곳, 허락된 박지를 찾아야 하지만.)

<본지의 KHT 행사 참가자들이 연천군의 마을회관 앞에서 텐트를 치고 있다.>

더위에 지친 몸을 마을 정자에 누이고 한 숨 자는 것이 얼마나 맛있던가? 가끔은 인심 좋은 마을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수박 한 쪽, 얼음물 한 통을 받기도 한다. 심지어 빈 방에서 자고 가라는 권유를 받기도 한다.

한참을 걷다가 기가막힌 풍경이 펼쳐질 때 쯤엔 한 두시간은 그저 그렇게 앉아 꿀맛같은 휴식 속에서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아무 생각 없이 앉아있기도 한다.

그렇게 온전히 그 길을 걷고자 하는 것은 자유로움, 그리고 그 자유로움에서 얻어지는 자신과의 대화, 새로운 모든 것과의 만남이다. 그런데 과연 ‘평화올레길’은 그런 자유를 완벽히 허락할 수 있을 것인가?

제주올레길이 ‘놀멍 쉬멍 걸으멍’을 내세우고 그 ‘올레’ 자체의 사전적 의미도 제주방언으로 ‘좋은 길’, ‘작은 길’, ‘골목 길’(네이버 사전)임을 생각할 때, ‘평화올레길’은 그 어떤 것과도 전혀 연관이 없고 이루어지지 않을 길임이 명확하다.

한국관광공사의 비상임이사로 선출된 (사)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은 어떤 면에서는 그 타이틀로, 또 제주올레길을 기획하고 만들어냈고 아시아에 수출까지 한 업적(?)까지 더해 이번 훈풍을 타고 온 기회를 ‘올레길’ 브랜드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려는 기회로 삼았을 지 모른다.

다만 올레길이 ‘평화의 도구’가 될 것인가, 아니면 ‘평화를 도구로 삼은 올레길’이 될 것인가를 놓고 봤을 때 나는 도저히 그 추가 평화의 도구 쪽으로 기울어 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손가락만한 간세인형 열쇠고리가 18,000원에 제주올레스탬프북은 20,000원이다. (강화나들길, 양평 물소리길의 스탬프북은 무료이다. 강릉 바우길은 5,000원이다.)

간세인형 만들기 체험도 올해 1월 기준 1인에 15,000원이었다. 여행자센터에 들어가면 ‘간세쿠키’, ‘간세 쪼꼬 아이스크림’도 사 먹는다. 제주올레 가이드북도 10,000원에 트레킹 양말 1족에 7,000원이다. 그와 크게 기능에 차이가 없을 등산양말은 나는 어제 5족에 1만원을 주고 시장에서 사 왔다.

이 모든 것을 사단법인이 수익사업을 할 수 없으니 유한회사를 두어 올레스토어에서 팔고 있다. 제주도, 제주시, 서귀포시, 제주관광공사 등 중앙자치단체나 공사에서 지원예산을 그렇게 받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다양하게 ‘팔아먹고’ 있다.

<제주올레길 우도구간의 모습>

‘제주올레 걷기축제’도 마찬가지이다. 1인 2만원, 단체 및 어린이는 1만 5천원의 참가비를 받으면서 그 걷기축제에 열정을 더 할 뮤지션이나 공연팀은 무료자원봉사의 개념으로 모집한다. 직접 확인한 신청서 어디에도 제주도까지의 비행요금, 도선요금이나 식비, 혹은 숙박비에 대한 안내는 없다. 작년에도 그 신청서를 보고 깜짝 놀랐는데 올해에도 변함은 없다.

필요한 장비 및 교통(올레길 코스 내 이동에 관한 것으로 예상된다.)에 대한 것은 문의하라고 쓰여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열정페이조차 안 되는 조건을 허락한 공연자들에 대해 무엇이 돌아가는가?

하루 평균 3천명의 제주올레 걷기축제 참가자를 대상으로 현장 홍보 효과

제주올레 걷기축제 관련 각종 제작물과 설치물을 통한 홍보 가능

약 5만명의 제주올레 온라인 회원(홈페이지, SNS)대상 홍보 효과

이것이 전부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스템과 운영방식으로 이끌어지고 있는 제주올레길이 도대체 어떤 제안을 통해 ‘평화올레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일까?

당연지사 북한측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상업적인 부분도 거세해야 할 것이고 최대한 주민과의 마찰 및 만남을 줄이면서 절경을 이어야 할 것이고 여러가지 의미로 접근해서는 안 될 군사시설이나 위험시설등을 제거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길이 가지는 치유와 상생을 살리고 걷는 이가 힐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것은 평화올레길이 아니라 지금의 올레길이 다시 가져가야 할 기본이다. 거기에 언제나 누구라도 자유로이 걸을 수 있는 보장, 이것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올레’를 알리는데 그런 노력을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심지어 몽골올레를 만드는 데 드는 예산을 제주관광공사에서 지원했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제주관광 활성화에 앞장서고 돈과 인력을 풀 가동해야 할 제주관광공사가 오히려 다른 나라인 몽골까지 가서 돈을 쓰는 길에 예산을 지원했는지도 따져 봐야 할 문제이다.

부디 서명숙 이사장이 처음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가졌던 의문과 열정을 다시 되살리길 바란다. 자신의 인생 후반을 모두 쏟아부은 ‘제주올레길’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브랜드가 되고 그로 인해 자신 스스로의 위치도 올라갔다면 이젠 부디 ‘걷는 이’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북한에 평화를 가치로 하는 길이 아닌 북한 자체의 명소를 즐길 수 있는 트레킹 코스나 둘레길을 만들 생각이라면 자신이 ‘올레’의 이름으로 나서지 말고 다른 뜻 있는 업체나 사람들에게 맡기고 전폭적으로 지원해주기를 바란다. (당장 본지만 해도 이미 전부터 다양한 코스의 대안과 현실적 방법을 연구해 놓았다. 다만 칼럼이 가지는 특성 상 그것을 싣지 못할 뿐이다. )

아무도 쉽게 뭐라 하지 못 할 정도로 (사)제주올레와 올레길의 위치는 견고하고 더욱 커졌다. 그래도 누군가는 할 말을 해야 한다면 내가 하겠다.

부디 제발 정신 차리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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