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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해양수산부의 ‘바다둘레길’, 코리아둘레길은 어쩌고?

해양수산부에서 동해, 서해, 남해의 연안과 섬을 해양레저 활동을 하면서 종주할 수 있는 ‘바다둘레길’ 코스를 만든다고 발표했다.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어촌뉴딜 300’ 추진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계획 안에 전국 어촌ㆍ어항 130여 곳, 여객선 기항지 170곳의 시설 환경을 개선하고, 어촌을 중심으로 해양 관광 및 레저산업을 활성화하는 정책이라며 ‘바다둘레길’을 집어넣은 것이다.

이미 이 땅에는 ‘코리아둘레길’이라고 정부가 지정하고 이어가는 사업이 있다. 그것도 이미 오래전 만들어서 관리가 부실해 잊혀져 가는 길이 아닌, 이제 막 동해안은 해파랑길 구간으로 확정하고 남해안의 절반 가량을 완성한 길이다. 전체 공정률은 코스만 해도 50%미만이다. 각 표식과 홈페이지, 앱 등의 활용, 안내를 포함하면 아직 가야할 길은 머나먼 것이 코리아 둘레길이다.

그런데 그 코리아둘레길이 그렇게 땀을 흘리며 지지부진하게 나아가고 있는데 벌써 그 위로 바다둘레길이 만들어진다고 하니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다들 ‘길’에 미쳐있으면서 ‘길’이 가지는 생명력과 가치, 의의, 걷는이의 자세보다는 ‘관광’, ‘돈벌이’, ‘치적’에만 치중하고 있다.

물론 걷기 길로 기획된 코리아둘레길과 요트, 보트, 카누, 카약 등 레저스포츠를 통해 동, 서, 남해안을 돌며 어촌을 즐긴다는 바다둘레길은 그 성질이 엄연히 다를 지 모른다.

문제는 그래도 그 구간 자체는 온전히 하나의 구간인데 이 것을 가지고 이 이름을 붙이고 저 이름을 붙여가며 각 부서마다 ‘치적쌓기’식으로 붙여 나가는 모습이 글을 걷고 또 사랑하는 이로써는 상당히 불쾌하기 짝이 없다.

해수부는 “바다둘레길은 내륙에 조성된 둘레길이나 해안누리길(해수부가 지정한 해안길) 등과도 연계된다.”는 입장이지만 그 연계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제시와 로드맵이 전혀 없다. 이 칼럼에서 지적한 문제점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길이 겹치지만 요트도 타고 카누도 즐기다가 둘레길 있으면 걷기도 하고….’ 딱 이 정도의 변명거리용 문구이다.

해수부는 “지난해 기준으로 요트, 모터보트 등 레저선박 면허를 보유한 인구가 21만명이고, 서핑과 카약ㆍ카누를 즐기는 인구는 30만명으로 추정된다”는데 물론 둘레길을 걷는 하이킹, 트레킹마니아들이 선박면허도 가질 수 있고 서핑과 카약, 카누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엄연히 그 자체는 서로 다른 성질의 레저로 둘을 모두 혼용하는 인구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요트나 모터보트를 가지고 있는 이들도 소수일 뿐더러 서핑과 카약, 카누장비또한 그렇다. 그것이 대여를 통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둘레길을 걷는데에 그런 프로그램까지 더해진다면 얼마만큼의 비용이 더 들어갈 지 알 수 없다.

물론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뉴질랜드의 3,000km의 트레일인 Te Araroa에는 그렇게 카누/카약을 통해 트레일을 잇는 구간이 있다. 물론 걸어서 돌아갈 수 있지만 그 장비를 이용하여 좀 더 빠르게, 그리고 길 여행에 있어서 새로운 전환점이자 즐거움의 요소로 적용될 수 있는 구간이다.

우리도 인식을 바꾸어 기존의 코리아둘레길을 그대로 공고히 하고 그 안의 아주 소수의 몇 구간에 대해서만 그렇게 카누나 카약 정도의 장비를 통해 통과하거나 혹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필수코스로 집어넣어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딱 그정도의 역할만 해양수산부가 철저히 지원하고 관리한다면 큰 비용이 들지 않고서도 코리아둘레길을 걷는 이들은 길 위에서의 즐거움이 늘어날 것이다.

이미 해안누리길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와 홍보, 마케팅에도 쩔쩔매는 해양수산부가 또 얼마나 이렇게 일을 늘려가려는지 우려스럽다. 무조건 ‘어항’을 살리고 ‘해양스포츠’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일을 하긴 했다.’는 용도로 몇백억 이상의 혈세가 증발할 지 모를 일이다.

기존의 해외의 유명 트레일에서 이런 해양, 수상 스포츠를 연계해 구성한 구간이 있는지, 그 프로그램은 어떤 구성이고 비용은 얼마이며 이용객의 만족도나 이용률은 어떠했는지 확실한 조사는 이루어졌을까?

길을 걷고 또 길의 가치를 알리기위해 노력하는 이들은 많다. 그런 이들의 노력을 꺾는 가장 큰 문제점이 뭔지 아는가? 바로 방치해서 혈세만 날린채 잊혀지는 길들이다. 많은 이들이 “그런 길 걸어봤자 위험하고 찾기도 어렵지 않아요?”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점은 그 길을 만든 이들이다. 그 길을 더 관리하고 알리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도 “우리도 해 봤는데 잘 안돼요. 벌써 그 길도 손 놓고 있어요.”하고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젓는다.

그 길을 만든 이들이 그 문제를 탄생시켰으면서 ‘완성했다!’는 사업치적으로만 마무리되는 그 모습을 수 없이 보고 있다.

부디 이번 해양수산부의 바다둘레길이 그런 절차를 밟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여느 길과는 비교도 안 될 혈세가 들어갈 사업이라면 수 없이 자문하고 파악하고 비교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안 하는 것이 낫다.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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