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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겨울바람에 굳건히 맞선 그 길 – 수원 팔색길 화성성곽길

경기도청이 위치한 수원시는 굉장히 큰 도시로 옛부터 한양과 더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지역이다.

4구 41동에 120만 이상의 시민이 살고 있으며 교통 및 교육의 요지이자 다양한 문화재를 보유한 문화유산의 도시이다.
특히 수원화성은 수원시의 상징이라 할 수 있으며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도 등록된 문화재이다.

기존의 산성의 방식을 버리고 철저한 계획도시로서의 기능과 방어적 기능을 모두 갖춘 그 자체로 정조의 이상향이었던 수원화성.

수원시가 가진 수원 팔색길 중 수원화성의 너른 성벽을 따라 일주하는 화성성곽길은 수원화성을 모두 둘러보며 다양한 성문과 봉수대, 수문, 장대를 만나며 수원시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수원화성의 전체 둘레의 길이는 약 5.7km이며 팔달문에서 좌측으로 올라가 관광안내소에서 매표를 히고 팔달산 정상의 서남암문까지 오른 후 서장대 방면으로 성곽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전체를 일주하는데 2시간 반에서 3시간 가까이 소요되며 수원역에서 도보를 통해 팔달문까지는 30여 분 가량 소요되므로 전체의 걷기 소요시간은 약 4시간 전후로 보면 좋다.

*수원역에서 도보로 팔달문까지 이동할 땐 수원역 앞의 로데오 거리를 따라 걷는것이 좋다. 전체의 소요시간 및 거리도 약간 줄어들 뿐 아니라 화려한 볼거리와 먹거리, 쇼핑거리가 즐비하여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이후 자연스레 향교로로 걷다보면 정조로를 통해 팔달문에 도달할 수 있다. 약 25분에서 30분 정도 소요된다.


수원화성 팔달문에 도착한다.

수원화성 팔달문(남문)은 화성 전체를 상징하는 것을 넘어 수원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유명하다. 그 웅장한 크기와 화려한 문루, 견고한 옹성벽은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원래의 팔달문은 전체의 화성 성벽과 이어져 있었으나 교통의 문제 때문에 성벽의 구간을 헐어 이렇게 독자적(?)인 건축물로 남게 되었다. 원체 유명해서일까, 혹자는 수원화성을 이 팔달문 하나로 오해하기도 한다.

팔색길 화성성곽길을 가기 위해서는 팔달문의 좌측의 거리를 따라 버거킹 매장 옆 길로 들어서면 된다. 

 

버거킹 매장을 지나면 곧 수원화성 관광안내소와 팔달산, 서남암문으로 오르는 긴 계단이 나타난다.

끊어진 팔달문은 원래 이 곳과 성벽으로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관광안내소에서 매표 (수원시민은 무료, 이외는 입장료 1,000원)후 성곽을 따라 오른다.
돌계단은 계단의 높이가 꽤 높은 편이니 체력을 비축키 위해서는 계단 옆의 오르막로를 따라 오르는 것이 좋다.

 

계단을 끝까지 오르면 서남암문에 닿는다.

서남암문은 성의 서남쪽에 위치한 작은 문으로 이 암문을 통과해 나가면 서남각루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서남각루에서 성곽이 끝나게 되므로 화성성곽길의 아주 작은 개별 코스 정도로 인식하면 좋다.

화성성곽길은 이 서남암문에서 서장대 방면, 즉 올라와서 우측의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정식 코스이다.

 

가쁜 숨을 가라앉히며 잘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서포루를 만난다. 

서포루는 수원화성의 5개의 포루 중 하나로 성벽에서 튀어나온 곳을 만들어 성 바깥을 감시할뿐더러 군졸들의 대기 공간으로 쓰였던 곳이다. 

이 화성성곽길은 걷는 것 자체가 큰 역사공부가 된다. 치, 암문, 포루, 장대, 문각, 각루, 수문, 공심돈 등 옛 성의 다양한 기능을 가진 시설들을 만나볼 수 있고 저마다의 기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화성 서쪽의 시설 중 가장 중요한 시설이라 할 수 있는 서장대에 도착한다.

장대란 성에서 군사들을 지휘하는 지휘소로 장수가 지시를 내리는 곳이다. 이전 강화나들길에서도 강화산성에 속한 다양한 장대를 만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서장대는 동장대와 더불어 수원화성에 있는 두 곳의 장대 중 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팔달산 정상부에 위치해 있어 그 군사적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흔히 ‘마지막 보루’라는 말을 쓰는데 팔달산의 정상부인 이 곳까지 적군이 밀려왔다면 정말로 마지막인 셈이다.

‘화성장대(華城將臺)’라 쓴 현판은 정조가 친히 쓴 현판으로 그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서장대를 지나면 본격적으로 내리막 코스가 시작된다. 

내리막계단을 따라 편히 내려가면 되지만 겨울철 눈이 쌓일 시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산을 내려가는 지세이므로 경사가 만만치 않다.

계단에서 수원시의 북쪽을 바라보면 광교산과 백운산 자락이 펼쳐져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잘 보면 도심을 가르는 성벽이 보인다. 까마득하게 장안문이 보이니 수원화성의 넓디넓은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이윽고 만나는 보물 제 403호인 화서문과 보물 제 1710호인 서북공심돈의 웅장한 자태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

여태 걸어오며 만난 다양한 성벽내의 시설들도 훌륭하지만 이 화서문과 서북공심돈을 앞에 두니 수원화성의 성(castle)이 아닌 성채(fortress)로서의 위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이 화서문은 수원화성의 다양한 문들 중에서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어 보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다른 문들은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 당시 피해를 입어 보수를 통해 새로 복원한 것이다.) 

망루이자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요새로서의 기능을 담당하는 공심돈은 팔달문과 더불어 수원화성의 상징적인 건축물로 특히 이 서북공심돈은 그 웅대한 모습에 정조도 “조선에 이와 같은 건물은 처음이니 마음껏 구경하라.”며 자랑스러워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약 절반가량 걸어온 노고가 단번에 사라질 정도의 멋진 그 모습은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고 지금도 마음 속에 쉬이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풍경으로 화성성곽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풍경 중 손에 꼽힐만 한 풍경이 아닐까 한다.

 

북포루의 총안(총혈)은 용을 그린 목각누벽에 나 있다. 그 자체로도 잘 어울리는지라 딱딱한 군사적 기능에 해학적 묘미를 더해준다.

그러고보니 수원성은 조선시대에 지어졌으면서 조선시대에서는 크게 전화를 입지 않은 성이다. 성 자체가 중세와 근대에 있어서는 전쟁의 한복판에 놓여져야 할 운명을 가진 건축물임을 상기해 보면 이 성이 그런 전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았음은 감사한 노릇이다.

일본의 유명한 성들을 보아도 수 많은 효웅들이 나라를 뺏고 빼앗기던 전국시대를 시작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고 난 이후 동, 서가 패권을 들고 싸우던 세키가하라 합전, 유신이후 전국이 참화로 휩싸였던 세이난 전쟁 등 수많은 참화를 겪어온 성들이다. 어찌보면 ‘성’이 가지는 숙명을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라지만 참화속에 주인이 바뀌고 또 바뀐채 남아옴은 가혹하기 그지없다.

수원화성의 북문이자 정문인 장안문을 지난다.

한양도성에서도 북문은 그저 사대문의 구색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 놓고 거의 쓰지 않거나 폐문을 했었을 정도로 북쪽을 향한 문은 흉문(凶門)으로 여겨져왔다. 그런데 수원화성은 어찌 북문이 정문인 것일까?

요는 수원의 북쪽에 한양이 있고, 한양에 있는 왕이 수원화성을 오려면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기에 왕을 맞이하는 북쪽의 문이 정문이라 한다. 꽤 재미있으면서도 확실히 그 이유에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사통팔달한 수원화성이기에 이 장안문 밑으로 수원의 남과 북을 지나는 대로가 뚫려 차들이 왕복한다.

수원화성 일대는 번화하였고 성문이 활짝 열리고 사람들이 자유로이 오가는 셈이니 정조의 바램은 이루어진 셈일까.

 

이 화홍문은 북쪽의 수문이라고도 하여 북수문이라 부르기도 한다.

수로위로 솟은 누각과 그 아래 흐르는 물, 아치형의 석조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걸어오며 군사적 기능의 성채(Fortress)를 봐 왔다면 이 화홍문이 빚어내는 그윽함은 성(Castle)의 아름다움을 한껏 이끌어준다.

이 화홍문은 수문으로서 수원천의 범람을 막아주는 기능을 가진 동시에 수문의 바깥에 칠전문을 놓아 방어적 기능까지 더한 건축물로 수원8경 중에 하나로 꼽히는 문이다.

화홍문 위에 위치한 수원 방화수류정(동북각루)도 화홍문과 어우러져 일대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보물 제 1709호에 지정된 이 건축물은 주변을 감시하는 초소이면서도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노닌다(訪花隨柳)”는 환상적인 이름을 가진 정자로 군사적 기능 이상의 탐미적 요소를 가진 곳이다.

아마 신선이 수원화성을 둘러보다가 쉬어갈 곳을 찾는다면 이 방화수류정에 앉아 쉬면서 화홍문의 풍경을 바라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화성성곽길을 걷다가 쉬어갈 곳을 찾는다면 꼭 이 방화수류정에서 쉬어가길 권한다. 걷는 재미 속에 신선놀음이 가능한 곳이다.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계속한다.

이윽고 만나는 동장대는 화성성곽길 초입에 만났던 서장대와 더불어 화성을 지휘하는 두 장대 중 한 곳이다. 이와 더불어 이 곳에서 군사들이 무예를 배우고 훈련하였기에 ‘연무대’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곳이다.

서장대가 산 정상에서 성 전체를 내려다보며 지휘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이 동장대는 동장대 앞의 너른 마당과 활터 등이 있어 본격적인 훈련장소로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동장대 뒤로 펄럭이는 깃발의 기운이 이 곳의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자고로 군령은 지엄한 법이다.
추상같은 호령 속에 너른 터는 온통 군졸들의 땀내로 가득했을 것이다.

 
동장대를 지나 만나는 이 동북공심돈은 수원화성의 다양한 건축물 중에서 가장 독보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전에 만난 또다른 공심돈이 서북공심돈이 각진 탑의 모양이었다면 이 동북공심돈은 완만한 둘레를 가진 모양으로 그 하나로도 작은 성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양새이다. 성의 한 모서리를 차지한 이 동북공심돈은 그렇게 탄탄한 모양새를 가졌음에도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봉수대와 동남각루를 지나 내려온다.

원래 빙 둘러 이어져야 할 성곽은 남수문에서 끝난다. 교통의 발달과 지역의 발전이 그렇게 성벽의 둘레를 허문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성이 가져야 할 운명일런지 모른다. 

평화가 찾아오면 성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역사의 이치이다. 처음부터 번영을 목표로 한 성읍이었기에 그 번영을 아무리 넓다해도 결국 벽인 성안에 가두기란 불가능 할 것이라는 걸, 결국 이 성벽도 언젠가 기능을 상실할 것이라는 걸 정조는 알았을까.

아니 적어도 정조는 몰랐더라도 수원의 발전상을 한 눈에 내려다보고 겪어온 수원화성은 잘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몸 일부가 헐리는 것도 기분좋은 흐름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화홍문을 지나 흐르는 수원천이 남수문을 통과한다.

이 남수문은 화성성곽길의 마지막 성벽 시설이다. 그래서 마지막 그 길에서 바라보는 동남각루의 작은 모습은 아쉽기 그지없다.

 
남수문 인근에는 수원의 크고작은 시장들이 모두 몰려있다. 그 유명한 통닭거리를 찾아가도 좋고 지동시장, 팔달문시장, 영동시장 등 어디를 가더라도 뜨끈하게 밥 한 공기 말아진 국밥을 만날 수 있다. 

발에 기운을 더해 시장을 누비는 것으로 여정을 마무리한다면 화성성곽길의 마무리로는 제격인 셈이다.


화성성곽길은 여러모로 다른 걷기 길과는 다른 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도심을 걷는다는 것이 그렇다. 물론 도심을 걷는 것이 꺼려할 일은 아니지만 수원역에 도착하여 팔달문에 이르기까지의 길도 로데오거리 등 수원에서 먹고 즐길 거리가 가득한 화려함이 가득 차 있어 다른 걷기 길에서 느낄 수 없는 또다른 걷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유네스코문화유산을 걷는다는 사실이다. 유네스코문화유산은 우리나라에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지만 그 유네스코문화유산 을 한바퀴 둘러 온전히 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이 길이 가진 장점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서울에서도 접근성이 좋아 언제나 당일치기로 부담없이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난이도도 높지않다. 처음의 팔달산을 오르는 구간을 제외하고는 내리막길과 평탄한 길이 이어져 넘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걸을 수 있다. 전체적인 거리도 2시간 반에서 3시간 이내이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는 역사에 대한 이해를 꼽을 수 있다. 전국의 다양한 길들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그러나 단지 ‘풍경’에 취해 ‘걷기’를 한다면 그 길이 가진 역사적 의의와 이야기를 놓칠 수 있다. 하지만 이 화성성곽길은 길 자체가 수원화성이라는 거대한 문화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곳곳에서 필연적으로 만나게되는 다양한 건축물들을 통해 그 기능과 아름다움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

날이 추운 겨울이다.

하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일수록 하늘은 청명한 법이다. 우뚝 솟은 공심돈과 누각, 장대가 파란 하늘에 어우러지고 불어오는 찬바람은 군령이 쓰여진 군기를 펄럭이게 만든다. 화성성곽길은 이런 겨울일수록 걷는 맛이 있는 길이다.

움츠러든 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재미있는 역사적 사실을 알아가며 화성성곽길을 걸어보자. 분명 지금까지와는 또 다른 길의 매력을 알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