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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걷고싶다] 수평선과 지평선 너머, 영혼이 닿는 호수를 만날까 – 그레이트 바이칼 트레일

<바이칼호의 웅장한 모습>

“바이칼의 넓이?”

물론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장난이 아니야! 정말 끝내준다니까! 너는 상상도 하지 못할 걸?” 같은 감탄사를 듣고자 한 것은 아니었으나 보통은 그런 답변이 돌아올 것으로 상상되었다. 그러나 그의 답변은 그저 침묵이었다.

“….”

그 침묵에는 경이로움, 감탄을 넘어서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어쩌면 절대자를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이칼에서 온 그의 무언의 답변은 그 무엇보다 확실한 울림을 주었다.

흔히들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로 잘못 알고 있는데 바이칼호는 순수한 넓이로만 본다면 세계에서 일곱번째로 넓은 호수이다.

중요한 것은 넓이보다 깊이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호수(수심 1,723m, 해수면 기준 -1,285m)이며 물이 워낙 맑고 깨끗하여 수심 40m까지 내려다 보일 정도이다. 그래서 이 호수에는 ‘지구의 푸른 눈’ 이라는 환상적인 별명이 붙여져 있다.

그외에도 ‘성스러운 바다’,  ‘세계의 민물 창고’,  ‘시베리아의 푸른 눈’,  ‘시베리아의 진주’ 등 감히 다른 호수들이 가지지 못 한 성스러운 수식어들이 뒤따른다. 세계의 민물창고는 무슨 의미냐고? 전세계의 담수 중 20%가 이 바이칼호에 있다.

이런 바이칼호는 시베리아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이르쿠츠크 지역에 속해 있어 오염원으로부터 안전하다. 그래서 천혜의 환경을 자랑한다.

호수 주변으로는 2,000m 높이의 산들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으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민물호수에서 서식하는 바다표범인 바이칼물범을 비롯해 2,600여 종의 동식물들이 살 만큼 수많은 토착종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한민족의 기원이라는 DNA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던 소수민족 부랴트(Buryat)족이 인구 40만의 자치공화국을 만들어 살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어쩌면 내가 바이칼호를 어렸을때부터 동경해 온 것도 내 몸속의 피가 원해서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부랴트족의 토착신앙 숭배물. 우리의 서낭당과 역할이 같다.>

이런 바이칼호의 주변을 걷는 트레일이 있다. 바로 ‘그레이트 바이칼 트레일(great Baikal Trail)’이다.

이 그레이트 바이칼 트레일은 비영리단체(https://greatbaikaltrail.org/)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전 코스가 완전히 오픈되지 않았다. 너무 멀고 또 넓기에 조금씩 조금씩 코스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금도 그레이트 바이칼 트레일은 자원봉사자들과 단체 직원들의 힘으로 구간을 가다듬고 넓혀가고 있으니 바이칼 호수의 역사는 지구와도 맞먹을지언정 그 길 자체는 꽤나 젊은 편에 속한다.

1998년, 작은 프로젝트인 “Bed and Breakfast and Baikal” , 즉 바이칼호를 하이킹하는 이들을 위해 간단한 침대와 아침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홈스테이가 가능한 곳을 찾거나 마이크로 호스텔을 곳곳에 세워보자는 것이 이 위대한 길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시작이었다.

그리고 20년에 걸쳐서 그 프로젝트는 새로이 발전을 거듭하여 지금의 트레일을 만들어내었다. 러시아와 세계 각국의 4,50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트레일…

그래서 더욱 이 길이 가치가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코스를 다듬고 길을 내기 위해 이동하는 봉사자들>

수많은 역사 속에서 숭배받아온 이 영광의 호수가 그 가파르고 거칠은 절벽과 산등성이를 밟는 것을 허락한 것이 길을 걷고자 하는 이에겐 미안한 일이기도 하지만 정말로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다양한 소수민족들과 2,600여 종의 동식물(그 중 1/4는 오직 이 바이칼호에서만 서식하는 토착종이다.)을 만나보며 시베리아 대륙에서 성스러운 존경을 받는 그 호수를 따라 걷는다는 것은 꿈에나 그릴 일이 아닐까. 바로 얼마 전까지 그 속을 허락치 않았던 곳을 걷는다는 것은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물론 바이칼호의 풍경은 호수에만 그치지 않는다.

호수를 둘러싼 다양한 국립공원들과 소수민족 자치지역, 작은 공화국에서 만나는 독특한 생활양식을 접하는 것은 덤이다. 깊은 산 속을 걷고 오르기도 하고 드넓은, 지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대지가 펼쳐진 초원에서 러시아정교회의 작은 예배당을 만나는 것은 환상적인 일이리라.

<러시아정교회의 예배당. 소박하지만 너무나 아름답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전체구간, 그 중 완성된 구간만 걷는다고 해도 540km이다.

하루에 25km를 계산해도 쉬는 날을 더한다면 약 한 달가까이 걸리는 걸리는 길이다. (문제는 이 길은 미완성 구간이 아직 매우 많이 남아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의 작업 덕택에 하루에도 얼마씩 길이 계속 더 생기는 중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한 달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다면 아마 난 최상위 리스트에 이 길을 놓을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지는 언젠가, 전 세계 여행자들의 꿈 중 하나인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 내리는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라고?

그렇다. 이르쿠츠크까지의 직항 비행기를 제외하고 이 바이칼호를 만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블라디보스토크나 하바롭스크까지 비행기로 이동한 후(블라디보스토크는 동해시의 국제터미널항에서 배를 이용해 갈 수도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이르쿠츠크로 가는 것이다. 3일동안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바이칼호다.

<그레이트 바이칼 트레일의 고원구간>

흔히 인도 사람들이 갠지스강에서 몸을 씻으며 자신이 정화되기를 갈망하듯이 러시아 사람들도 이 바이칼 호수를 찾는 것을 ‘영혼을 씻고 속죄하는 의미’로 여긴다고 한다.

어쩌면 아주 먼 과거에 이 호수에서부터 떨어져 나왔을지도 모를 민족인 내게 있어서, 그러한 종교적 엄숙함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로드프레스, 그레이트 바이칼 트레일을 걷다.’ 라는 특집 기사를 작성할 날이 언젠가 꼭 올 것이라 다짐한다. ‘이 길을 걷고싶다’를 쓰며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함을 담아본다.

<사람들에게 영적인 감동을 주는 곳을 찾아 걷는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레이트 바이칼 트레일에 대한 정보와 프로젝트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공식 홈페이지 http://greatbaikaltrail.org/en/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봄, 여름, 겨울 등 각각의 계절에 따라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본 기사는 월간 로드프레스 2018년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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