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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한국관광의 다변화를 이끌어가야 할 때이다

지난 2년간 사드로 얼어붙은 중국발 한파는 이 나라를 들었다 놓았다 할 정도였다. 그 파급력이란 정재계를 넘어 당장의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에게까지 불어닥칠 정도로 대단했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무엇보다 중국에 수출을 하는 업체였겠지만 방한하는 중국인 유커(游客)를 상대하는 여행사와 면세점, 숙박업계 등도 소위 “전멸”하다시피 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오죽하면 어디를 보아도 중국인과 중국어 간판이 가득하다던 제주도에 황량함이 감돈다고 했을까.

실제로 신제주거리를 방문하였을 때, 그 굳게 문이 닫힌 수많은 환전상, 쇼핑시설에 적잖이 놀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 제주도가 중국 유커들로 먹고사는 생태계로 변화되었었구나’ 하고 당혹했던 기억이 있다. 불과 4~5년 전과는 아예 다른 곳이라 여겨도 될 정도로 변해버린 시가, 그리고 적막감이 감돌아 도저히 9월의 제주라 보기 어려웠던 그 거리.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반면교사의 때이다.

우리가 그만큼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은 유커에게만 쏠린 기형적 관광생태계가 빚어낸 성적표라고 봐도 무방하다. 제주도가 휘청이고 명동이 텅텅 비고 신촌, 홍대가 한적해졌다는 것은 그만큼 한정된 지역과 한정된 콘텐츠로 단물을 빨아댄 후 나오는 당연한 속쓰림이다.

유커가 한국을 여행하는 경우는 거의 절대다수가 “쇼핑”을 꼽는다. 그에 맞추어서 저질 관광상품도 판을 치고 있다. 울상을 쓴 관광업계 사이에서도 올 것이 왔을 뿐이라는 자성의 소리도 보인다. 

한류에 이야기가 있는가? 배우와 가수, K-POP이 만들어낸 휘황찬란한 이미지와 질 좋은 화장품이 전부이다. 이전 정권에서 그토록 침 튀기며 이야기했던 ‘강남스타일’의 신화는 강남역에 거대한 흉물을 하나 남겼을 따름이다.  K-POP에 이끌려 한국에 온 관광객들도 결국 그들이 원하는 스타를 보기는 커녕 그 스타의 얼굴이 인쇄된 상품과 입간판이 세워진 화장품 매장을 찾게 될 뿐이다.

그런 가운데 한 TV프로에서 소개된 독일 젊은이들의 여행방식은 진정 이 땅의 관광문화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할 좋은 사례이다. 북한산을 오르고 경주를 찾아가고 다크투어리즘이라 할 수 있는 서대문형무소를 둘러보면서 한국의 역사와 스토리를 알게되어 진정 한국에 빠져 지내는 여행을 한 그들이야말로 차후 다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큰 관광객들이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이 땅의 산과 시장 등의 풍경, 경주시나 박물관에서 느끼는 다양한 역사 문화재와 콘텐츠들이야말로 한국을 진정 매력있는 나라로 만들어가는 포인트인 것이다.

여기에 ‘길’이 가지는 힘을 더하면 어떨까?

미국만 해도 CDT와 AT, PCT 3대 트레일이 있다. 이 3대 트레일을 전부 돌아보려면 날 수로만 1년이 소요될 것이다. 1년간 한 나라를 여행하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느끼고 소비할 지 예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심지어 숙소와 식비를 최소화 하는 백패커들임에도!

‘길’이 가지는 무한한 가치는 수치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이다. 거기엔 단순히 ‘소비’의 측면만 있지 않다. 좀 더 그 나라의 속을 들여다보게 되고 다양한 현지인들을 만나고 맛과 멋, 삶을 체험하면서 그 나라 자체와 살을 비비게 된다. 또한 그 매력에 빠지면 그 나라가 가진 다른 길을 찾아 걷게 되고 더욱 더 체류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제대로 만들어진 장거리 트레일 ‘코리아트레일’을 보자. 해남군 땅끝에서 시작하여 파주 임진각에 이르는 코스이다. 그 사이사이 30개가 넘는 시, 군, 구의 다양한 마을과 전통시장, 향교, 6곳의 전통 조주장을 잇는다고 한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무조건 긴 길을 걸을 필요는 없더라도 한국의 다양한 맛과 멋을 아는데 있어서 꼭 서울과 제주도를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특히나 이런 트레일을 걷는 것을 삶의 큰 부분으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한국의 수려한 자연과 풍경은 색다른 매력으로 어필할 것임이 분명하다. 당장 백두대간에 빠져 북한을 수차례 왕복하며 대한민국과 북한의 백두대간을 촬영해 사진집을 내는 뉴질랜드인 로저 셰퍼드씨도 있지 않는가. (심지어 그는 아예 지리산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이미 만들어진 길이 있다면 잘 관리를 하고 각국 언어 안내판을 세우거나 지도를 만들어 알릴 생각을 해야한다. 주변의 전통 문화 관광자원과 코스를 잇거나 템플 스테이, 한옥민박 등의 연계도 고려해 볼 만 하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관문인 공항에서 그 지역까지 찾아올 수 있는 교통 지원, 숙박과 숙식 인프라를 갖추면 분명히 경쟁력이 살아날 것이다.

전세계에서 모여든다는 산티아고 순례길까지 갈 것도 없다. 이웃나라 일본의 재팬알프스, 쿠마노고도를 보라. 그리고 벳부나 오이타 등 규슈 지역의 다양한 트레킹 코스나 관광연계상품들을 보라. 거기엔 미용도 없고 의료도 없을 뿐더러 J-POP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 그래도 전세계의 여행객들이 몰리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서울과 제주도로 집중되는 유커들, 그 외의 관광객들에 애가 타니 지방의 각 지자체들은 저마다 의료관광이니 MICE니 하며 대책을 세우기에 바쁘다. 정말로 지자체들은 그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의 멋을 놓치고 코를 높이고 턱을 깎고 쌍커풀을 잘 만들어주는 지자체로 기억에 남고 싶은 것인가?

설마 의료관광으로 그 나라, 그 지역을 찾은 관광객이 성형수술 중독이 되어 그 지자체를 꾸준히 방문해 돈을 쏟아붓기를 바라는 것인지, 당장 그것으로 관광 활성화로 생각해도 좋은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 다시 훈풍이 불어 관광객이 차고 넘치기를 바라는 이 때, 대한민국이 생각하는 “관광대국”의 모습은 도대체 무엇인가?

정신차려라. 이렇게 바닥을 쳤을 때 바꾸지 않으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더 써도 다시는 바꿀 수 없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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