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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세계路>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② – 곽동운

누구나 로맨티스트가 되는 곳_ 안산 역사트레킹

<서대문 안산의 길 방향 표식>

누구나 다 아는 사실 하나! 인구 천 만 명이 모여 사는 서울이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이라는 사실!

하지만 사람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실 하나! 서울에 정말 산이 많다는 사실!

초고층 빌딩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있지만 서울 스카이라인의 최고점은 인공물이 아니다. 최고점은 항상 북한산과 관악산이 차지했다.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한다. 이렇듯 산은 서울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였다. 현무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산과 주작 역할을 하고 있는 관악산이 두드러졌지만 키가 작은 산들도 자기 나름대로의 역할을 해왔다.

 

  • 경기도 안산? 아니 서대문 안산!

이번 <역사트레킹 서울학개론>에서 소개할 곳은 서대문 안산이다. 문화센터에서 ‘안산역사트레킹’ 강의 공지를 올렸을 때, 종종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안산 트레킹이요? 서울학개론이라면서 경기도 안산까지 가요?”

“아닙니다. 서대문 안산으로 갑니다. 서대문 안산(鞍山)하고 경기도 안산(安山)은 위치도 다르고 한자도 다릅니다.”

그렇다. 서대문 안산은 ‘안장안(鞍)’ 자를 사용한다. 산이 말 안장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런 명칭을 얻은 것이다. 실제로 안산은 완경사를 타고 가다가 정상부근에서 불쑥  튀어나와 있다. 멀리서보면 얼핏 말안장처럼 보인다. 그런 안산의 윤곽을 확인하려면 건너편에 있는 인왕산에서 바라보는 게 좋다.

안산은 인왕산과 무악(毋岳)재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그래서인지 안산과 인왕산은 지질구조가 비슷한 점이 많다.

<안산 정상가는 길의 해골바위>

지난 1편에 등장한 인왕산 선바위를 기억하시는가? ‘기도빨이 잘 받는’ 스님바위 말이다. 선바위를 보면 구멍이 뻥뻥 뚫려 있다. 기이한 형태의 그런 구멍들은 풍화혈이라고 부른다. 벌집구조 형태로 작용하는 풍화혈은 화강암이 차별침식을 받았을 때 생성된다. 이 풍화혈은 타포니(taffoni)라고도 불리는데 ‘타포내라’라는 코르시카의 말이 그 어원이다.

“타포니는 프랑스 코르시카에서 나온 말입니다. 코르시카는 나폴레옹의 출생지고요. 하여간 이런 벌집 구조는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서울에서 이런 지형을 볼 수 있는게 참 고마운 일이죠.”

애꿎은 나폴레옹까지 끌어오면서 타포니 지형을 설명하지만 필자의 전달력이 딸려서 그러는 건지 수강생들의 표정은 ‘뚱’해 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서울에서 지질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몇 군데나 있겠는가? 아무리 수강생들이 하품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야기할 건 이야기해야지.

“인왕산에서 봤던 타포니 지형을 이곳 안산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안산에도 해골바위가 있거든요. 구멍이 뻥뻥 뚫리는 타포니 지형이 그런 해골바위를 만들었지요. 인왕산에도 해골바위가 있고, 안산에도 해골바위가 있고…”

 

  •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생태다리, 무악재하늘다리

그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 안산과 인왕산은 1972년 통일로 확장으로 인해 녹지축이 끊기게 된다. 무악재 위를 달리고 있는 도로가 바로 통일로다.

통일로 이전에는 의주길이었다. 의주길을 따라 명나라와 청나라 사신들이 왔고, 조선의 문무백관들이 중국으로 향했다. 그 길은 매우 중요한 기간 도로였던 셈이다. 

그렇게 약 40년 이상 끊겨있던 두 산에 생태다리가 놓였다. 무악재하늘다리가 놓인 것이다.

그 다리가 놓이면서 두 지역을 오가는 코스가 다양해졌다. 생태다리 하나 때문에 트레킹 코스가 풍부해진 셈이다. 동물들보다 사람들이 더 즐겁게 된 것이다.

한편 무악재는 무학재로도 불린다. 이처럼 한끝의 차이는 왜 나타났을까? ‘무악’이나 ‘무학’이나 똑같아 보이는데.

조선이 개국할 즈음에 천도 예정지로 거론된 곳은 한양, 계룡산, 안산 세 곳이었다. 당시 경기도 관찰사 하륜은 안산 주산론을 펼치며 안산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었다.

만약 하륜의 주장대로 안산을 주산으로 삼았다면 한강의 이용가치는 훨씬 더 커졌을 것이다. 한강을 중심으로 한 경강상인들의 상행위는 더욱더 활발했을 것이다. 그렇게 됐다면 조선이 교조적인 성리학에 묶이지 않고 훨씬 더 개방적인 나라가 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선은 엄격한 신분제의 나라였고,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상업활동을 천시하던 사회였다.

어쨌든 안산 주산론은 안산의 남쪽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이유로 폐기되고, 무학대사의 의견에 따라 북악산 남쪽이 도읍지로 결정된다. 이런 스토리텔링이 있어서인지  무악재가 무학재로 불리기도 하는 것이다. 한편 무악재는 말안장 같은 안산 기슭을 따라 넘는 고개라고 하여 길마재라고도 불렸다.

 

  • 서대문형무소와 다크투어리즘

<한국 다크투어리즘의 상징적 공간 – 서대문형무소>

안산 역사트레킹의 출발점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다. 서대문형무소는 처음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1908년)으로 출발했는데 이후 서대문감옥(1912년), 서대문형무소(1923년)로 개명을 한다. 이름을 바꿨다고 해도 그 기능은 뻔했다. 독립지사들에 대한 탄압과 수감이 그 역할이었던 것이다.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조국독립을 외치며 피눈물을 흘렸던 아픈 역사의 현장이었다.

해방 이후에도 서울형무소(1945년), 서울교도소(1961년), 서울구치소(1967년)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감옥의 기능은 계속됐다. 드라마틱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반영하듯 이곳은 독재정권에 저항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투옥됐던 역사의 현장이었다. 작고한 김근태 의원 같은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분들이 바로 그런 분들이었다.

형무소의 담장이 걷어지고 주변지역이 공원화 된 것은 1992년이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포함한 이 일대가 서대문독립공원으로 명명된 것이다.

시설이 잘 정비가 되어서 그런지 서대문독립공원은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다. 많은 이들이 피눈물을 흘렸던 서대문형무소에는 체험학습 나온 초등학생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재개발 문제로 말이 많았던 서대문 옥바라지 골목 일대는 이제 고급아파트가 들어서고 있다. 현재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일대는 확실히 어두운 색채가 옅어져있다. 

어두운 면을 찾아볼 수 없다고 역사의 교훈까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럴 때는 다크투어리즘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이나 학살, 천연재해(쓰나미) 등을 당한 곳을 방문하는 것을 말한다. 다크 투어리즘은 아픈 기억을 가진 지역을 탐방함으로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것인데, 199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테마 여행의 한 형태다. 아우슈비츠, 체르노빌, 히로시마 같은 곳을 탐방한다면 다크 투어리즘 여행을 행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대문 형무소가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대표적인 장소로 손꼽힌다.

다크 투어리즘을 확대해보면, 서울도 곳곳이 다 그 탐방지에 속할 수가 있다. 조선총독부가 들어섰던 경복궁, 한국전쟁 중에 폭파가 됐던 한강철교 등등… 서울만 그러겠는가? 다른 곳들도 다크 투어리즘 천지다. 제주 4·3, 5·18 민주화운동, 노근리 학살 등등… 동학농민군이 몰살을 당한 공주 우금티도 다크 투어리즘의 최적지일 것이다.

 

  • 나무데크는 이제 그만!

도보여행자들에게 안산은 상당히 인기가 있는 곳이다. 안산자락길이 있기 때문이다. 무장애길이라 하여 유모차나 휠체어도 통행할 수 있다는 게 안산자락길의 특징이다. 나무데크를 사용하여 경사도를 완곡하게 해 이동권 약자들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정말 유모차나 휠체어도 부담 없이 다닐 수 있을까?

필자는 수 십 차례에 걸쳐 안산 역사트레킹을 진행했었다. 그런데 안산자락길에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무리 안산(296m)이 키가 낮은 산이라고 해도 산은 산이다. 아무리 무장애길이라고 칭해도 경사도가 있기 마련이다.

‘무장애’라는 말에 부합하기 위해서 그랬는지 안산자락길에는 나무데크가 과도하게 사용됐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텅텅’거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이동권 약자들이 더 손쉽게 트레킹을 할 수 있다면 참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수단이 나무데크의 과도한 사용이라면 곤란하다. 나무데크도 적재적소의 원칙에 따라 최소한으로 그쳐야한다. 도보여행자들은 흙길을 걸으려고 길을 나서는 것이지 나무데크를 걸으려고 발걸음을 떼는 것이 아니니까.

어쨌든 안산은 경사도가 완만하여 초급자들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2달 과정의 강의가 있을 때, 수강생들의 체력을 알기 위해 테스트 과정이 필요한데 안산은 좋은 테스트장이 되어준다.

 

  • 누구나 로맨티스트가 되는 그 곳!

이제 정상을 향해 가야한다. 안산자락길이 평지처럼 순한 길이었다면 정상을 향해 가는 길은 좀 험할 수 있다.

이 부근은 암반이 노출되어 있는데 앞서 말한 타포니 지형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조심스럽게 정상을 향해가다 보면 해골바위를 만날 수 있다.

안산 정상에는 동봉과 서봉이 있는데 이곳에는 예전에 봉화가 설치됐던 곳이다. 동봉수대는 평안도 강계에서 시작된 봉수를 받았고, 서봉수대는 평안도 의주에서 시작된 봉수를 받았다.

둘 다 최종목적지는 남산 봉수대였다. 현재는 동봉수대만 복원이 됐다. 서봉수대 자리에는 통신 회사의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안산 봉수대에 오르다.>

안산 봉수대에 올라서면 사대문 안쪽의 모습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인왕산의 성곽길이 선명하게 보이고, 뒤쪽의 북한산의 봉우리들도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들어온다. 인왕산이나 북악산에서 바라보는 광경과는 또 다른 멋이 있는 것이다.

특히 한강을 함께 볼 수 있다는 게 안산의 매력인데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서울시내,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강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 더욱더 매력적이다.

그렇게 한강쪽을 바라다보면서 왜 경기관찰사였던 하륜이 안산 주산론을 펼쳤는지 생각해보자. 필자는 가끔 수강생들에게 그 숙제를 내줬다. 하지만 그 숙제에 관심 있는 분들은 거의 없었다. 대신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여기 낙조가 장난이 아니겠는데요. 노을 질 때 한강에 유람선이라도 다니면 정말 판타스틱 하겠네요!”

말 그대로다. 안산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정말 일품이다. 낙조가 진후에도 멋있다. 야경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낙조와 야경을 본 사람은 누구라도 로맨티스트가 될 것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메타세쿼이아 숲을 따라 내려오는 그 맛을 누가 알리오>

정상에서 내려오면 하늘높이 쭉쭉 뻗어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이 트레킹팀을 맞이한다. 서울에서 그렇게 울창한 메타세쿼이아 숲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게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게 안산역사트레킹은 지루할 틈이 없다. 300미터도 안 되는 작은 산이 이렇게 많은 것들을 안겨줄 수 있다니! 도보여행자로서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 안산역사트레킹
  1. IN: 지하철3호선 독립문역 5번 출구
  2. OUT: 홍제천
  3. 세부코스: 서대문독립공원 ▶봉수대 ▶메타세콰이어숲길 ▶ 홍제천
  4. 길이: 약 8km
  5. 예상소요시간: 약 3시간 30분

*본 기사는 월간 로드프레스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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