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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또 다른 올레길을 꿈 꾼다던 갈맷길,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갈맷길 전체지도>

2009년 6월 7일, ‘걷고싶은 도시 부산’의 기치 아래 태어난 갈맷길은 올해로 10년을 맞이했다.

제주도의 제주올레길, 지리산권역의 지리산둘레길, 동해안을 아우르는 해파랑길 등 각 지역의 대표적인 트레일을 논할때 당당히 그 사이에 ‘부산의 갈맷길’이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워 질 만큼 인지도를 쌓고 외적인 측면을 키워냈다. 당장 10월에는 갈맷길을 주 무대로 ATC(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가 열린다고 하니 이젠 국제로 그 무대를 넓혀갈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갈맷길은 과연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잘못되었다. 걷는 이가 걸으며 느끼는 만족도와 목표의식은 수치화 할 수 없고 지극히 주관적임을 밝힌다. 그렇다면 객관적인 잣대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결국 ‘표식’이 주가 되는 ‘관리’ 혹은 ‘운영’의 모습일 것이다. 그에 따라 질문을 바꿔보자.

그렇다면 이 갈맷길은 과연 얼마나 걷기 좋은 길일까?

 

  1. 해파랑길과의 공존은 갈맷길에 도움이 될 것인가?

<갈맷길 일부구간에서 쉽게 만나는 해파랑길 표식>

해파랑길과 갈맷길은 일정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애시당초 대한민국의 동해안을 아우르는 길이니만큼 그 시작지점이 부산이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따라서 해파랑길은 부산의 갈맷길의 일정부분을 그 초반부로서 두고 있다. 실제로도 해파랑길 코스의 표식과 갈맷길 코스의 표식이 붙어있는 경우도 많다.

다만 이것이 정확히 합치되어 나가는 부분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해파랑길과 갈맷길이 서로 나뉘는 부분이 등장할 때, 이 갈림길에서 해파랑길의 노선과 갈맷길의 노선을 구분하여 안내해주는 알림판이나 안내도를 찾기란 쉽지 않다. 

물론 어느 길을 어떻게 걷던지 걷는이의 자유, 그리고 결국 두 길은 다시 만나게 될 터이니 큰 상관이 없다고 하면 문제될 게 없을 지 모른다. 그러나 ‘갈맷길’을 온전히 걷고 완주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갈맷길 정식 코스가 아닌, 해파랑길의 노선을 걷고 있다는 것은 결국은 완주를 위해 되돌아가야 함을 의미한다. 

어느순간 갈맷길의 표식이 보이지 않아, 두 길이 상당부분 공유되고 있다는 것을 의지한 채 해파랑길 리본을 따라 가다가 정규코스를 놓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본지의 답사또한 그와 같은 일을 겪었다.

부산을 시작으로 해파랑길을 걷는이들이 자연스레 갈맷길도 걷게되니 갈맷길 방문자로 인정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 그로인해 ‘한 해 방문자 xxxxx명 돌파’ 같은 타이틀을 얻으려함일까?

2. 부산의 수 많은 관광자원을 한 번에 담으려는 욕심은 과하다.

부산만큼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관광지도 드물다. 부산에서 나고자란 이들이야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겠느냐?’하고 반문할 수 있을 지 몰라도 여행지로서의 부산은 태종대, 해운대, 광안리 등과 함께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용두산공원, UN공원,  감천마을 등 매력적이고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관광지들로 가득한 곳이다.

다만 그런 관광지가 온전히 걷기 좋은 소위 ‘트레킹 코스’ 내에 정확히 들어가 있기는 어렵다. 일부는 번화한 도심지에, 일부는 구도심에 위치해 있다. 애시당초 역사깊은 관광지나 자연이 수려한 풍경을 가진 관광지는 당초부터 그 곳에 있었으니 ‘걷기 길’과는 접점이 맞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도심지의 갈맷길 구간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장비로 인해 가뜩이나 도심지에서 보이지 않는 안내판이 더 가려져 있다,>

문제는 그러한 관광지를 억지로 엮어놓은 듯 한 코스의 구성이 걷는 이들에게는 갈맷길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문탠로드에서 해운대를 지나 광안리, 절영해안산책로, 송도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도심 속 해변 코스가 갈맷길 전반부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맞다. 그러나 그 사이에서 만나는 도심지의 풍경이 트레킹 폴을 들고 배낭을 멘 하이커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걷고 싶은 트레일을 찾아 긴 시간을 투자하여 걷는 이들에게서 갈맷길이 외면받는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3. 도시개발과 맞물린 갈맷길, 현재를 보지못하는 또 다른 현재

지난 주 이래 갈맷길을 답사중인 로드프레스 김태일 팀장의 손에 쥐어진 지도는 2019년 5월에 발행된 최신 지도이다.

모든 길 관련 지도가 재발행에 앞서 구간의 변경이나 신설, 폐쇄등의 상황을 취합하여 가장 새로운 정보를 담는다. 그러나 갈맷길 2, 3코스에서 만나는 도심지의 재개발 현장은 과연 이 지도가 정확한 재답사를 통해 최신 정보를 담았는가에 강한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재건축이 지정되고 이주가 완료, 지구의 건물을 철거하는 데까지 걸리는 행정처리와 실제 공사의 시행기간은 아무리 못해도 수 년 혹은 훨씬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최신 지도를 가지고 답사하는 현재, 갈맷길 일부 구간은 마치 폐허가 된 건물의 잔해 사이를 걷거나 심지어는 더 이상 붕괴위험으로 갈 수 없다는 출입금지 테이프에 막히곤 한다.

<누구도 이 곳을 걷고 싶지 않을 것이다.>

<현재 갈맷길은 저 폐허 어딘가를 지나고 있다.>

<갈맷길 정식구간이라 믿을 수 없다. 우회로 안내는 어디에도 없다.>

어디에도 우회를 위한 안내도는 없다. 결국은 그 지구를 빙 둘러 새로운 길을 찾아 다시 너머로 이어가는 상황에 다다른다. 매월 걷기 행사를 주취하고 매년 걷기축제를 개최하는 갈맷길이건만 해당 구간에 대한 대비인식은 분명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위험에 걷는 이는 바로 노출되어 있다. 

<보도블럭의 교체, 이동으로 바닥의 페인트 표시가 사분오열로 나뉘어져 있다.>

<끔찍한 현 실태를 보여주는 듯 하다.>

<차라리 떼는 것이 더욱 보기 좋을 것이다.>

재개발 구간만이 아니다. 도심의 보도레일에 페인트로 표시된 갈맷길 방향 표식은 세월이 지나 흔적이 희미하거나 아예 일부 블럭 교체 및 이동 등으로 더 이상 진행이 불가할 수준에 이른다. 가뜩이나 도심지에서는 리본이나 안내 표지판을 찾기 힘들어 이런 바닥 및 벽의 페인트 표식이 큰 도움이 되는데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4. 정확한 코스의 세부적 안내 부족, 어느 길이 맞을까?

<다음카카오맵에서 안내하는 갈맷길 구간(분홍색)과 표식이 가리키는 구간(붉은 점 현 위치)>

<안내판의 지도. 실제로 서 있는 현 위치는 UN기념공원 글씨 방면이다.>

<부산시립정신병원 앞. 갈맷길이 아님에도 갈맷길 표식이 붙여져 있다.>

다음 카카오 지도에서 제공하는 갈맷길 정보, 정부 공인 걷기 여행 정보 사이트인 두루누비의 정보, 그리고 현장에서 만나는 길 표식이 일치하지 않는 구간이 많다. 실제로는 현장의 표식에서 지정된 “내 위치”조차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골목이 많은 부산의 길 특성 상, 이런 정확한 안내가 얼마나 중요한지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리 손에 쥔 지도를 들여다본들 축적을 확대할 수 없는 지면의 특성상 그저 커다란 눈대중 만으로 미지의 길을 개척해 나가햐 한다. 

갈맷길로 검색하면 나오는 홈페이지는 ‘부산광역시 건강정보 갈맷길 개요(http://www.busan.go.kr/health/galmaetgil01/)’, ‘갈맷길 700리(http://gobusan.kr/main/main.php)’, ‘(사)걷고싶은 부산(http://www.galmaetgil.org/)’ 등이다. 세 곳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갈맷길과 전체구간, 개별 구간을 소개하고 있으며 홈페이지에 따라서는 지도를 다운로드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러나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지도도 이미지파일 형식의 관광지도 일러스트이며 어디에서도 공식 코스별, 전체 구간 GPX 파일 등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 즉 반대로 말하자면 현재 참가자들이 해당 사이트에서 공식 코스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고 봐도 된다. 물론 저 세 곳중 어느 곳이 공식 사이트인지 초보자는 감을 잡기도 어렵다. 

5. 총괄적인 안내의 부족, 걷는이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다. 

1-1코스인 임랑해수욕장에서부터 참가자들은 난관에 부딪힌다. 임랑해수욕장을 지나 천변을 따라 도로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표식이 부족해 대부분은 천변을 따라 걷다가 되돌아오기 일쑤이다. 그렇게 어렵게 자리를 잡았다 하더라도 1-2코스에서 자칫 해파랑길을 따라 봉대산 방면으로 빠지게 되기 일쑤이다. 이런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

<누구라도 이런 관리의 부실을 본다면 헛웃음이 나올 것이다.>

문탠로드를 지나 2코스부터 이어지는 도심지역의 표식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여기저기서 리본 공해를 외치지만 가장 확실하게 길을 잃지 않고 남녀노소 및 외국인 등 누구나 직관적으로 길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 리본 안내이다. 디지털 안내가 확실치 않다면 가장 기본적인 안내(리본, 안내판, 기타 페인트 등의 마크 표식)이라도 완벽해야 하는데 불행히도 대부분의 코스가 이 부분에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는 길의 표식은 결국은 많은 방황과 그에 따른 체력과 정신의 피로를 낳는다. 그렇게 걸은 이가 갈맷길에 대해 좋은 생각을 품기란 쉽지 않다. 

6. 도대체 누가 관리를 하는 것일까?

<관리요청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다.>

부산광역시 건강정보 페이지의 갈맷길 관련 페이지는 요청자들에게 신속하게 갈맷길 지도와 인증 수첩 등을 발송해주고 있다. 그러나 갈맷길 후기 메뉴의 갈맷길 관리에 대한 요청에는 일절 대응 글이 없다. 혹여 자신들이 관리 소관이 아니더라도 해당 부서 혹은 단체에 지적하신 내용을 전달, 이관하였다는 안내라도 할 만 한데 전혀 그런 기록이 없다.

갈맷길 700리 홈페이지 또한 질문 게시판에 답변은 없다. 오죽하면 ‘지나가는 사람’이라며 방문자가 답변을 남기는 일도 있다. 그 답변을 남기는 이 조차도 ‘이 곳은 관리자가 상주하는 홈페이지가 아닌 것 같다.’며 씁쓸해 한다. (사)걷고싶은 부산의 게시판도 마찬가지이다. 자유게시판에 올라오는 관리의 부실 및 기타 의견에 관한 글은 모두 답변 없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에 부산광역시 건강정보 페이지에 나와있는 담당자에게 관리의 주체를 물으니 “시에서 통합 관리를 하며 각 구간별을 담당하는 구에서 안내 표식 등을 관리한다.”고 한다. 그나마 리본이 뚜렷하고 잘 갖추어진 일부구간과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구간의 차이가 어느정도 설명이 되는 셈이다. 

여하간 현재 공식 페이지는 담당자와 통화한 대로 부산광역시 건강정보 페이지일 것이다. 위의 미비점에 대해서 설명하고 각 구에 빠른 개선을 요청했다. 

7. 올레길을 꿈 꾸기 전에 올레길을 가 보시라

<지금의 갈맷길이 이와 같다.>

2015년도에 ‘갈맷길협동조합’의 이사장은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갈맷길이 제주올레길 못지않은 매력을 가졌다”고 말했다. 부산광역시 건강정보 페이지에서는 “사포지향(바다, 강, 산, 온천)인 부산의 지역적 특성을 담고 있어 바닷가를 걷다보면 어느덧 산속이고, 산을 벗어나면 강이 있고, 몸이 노곤하면 온천이 반겨주는 부산에만 있는 길”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과연 그만치의 풍경을 어느 구간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총 9개 코스, 21개의 구간 278.8km를 저 말로 당당히 소개할 수 있을까? 

서명숙 (사)제주올레 이사장은 2013년 10월 4일 국제신문((사)걷고싶은 부산을 만든 지역 언론사이다.)과의 인터뷰 말미에서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표식’이라며, 처음 방문하는 사람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편한 길이 되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명확한 주체가 있어야 사계절 사랑받는 갈맷길이 될 것”이라 전했다.

(사)걷고싶은 부산의 임희진 사무국장도 올해 6월 초의 국제신문 기사에서 “길을 만드는 것만큼 지속 가능한 길의 관리와 운영이 중요한데 갈맷길은 이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있다”면서 “갈맷길의 관리를 민간 트레일 단체에서 맡아 이정표와 안내도 등을 유지·보수하는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문제점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지적되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 것인가?

기사의 말미에 이르러 언제나 입에 되뇌이는 말을 적어보고 싶다.

“길에는 죄가 없다. 그 길을 잇고 만들고 관리하는 주체가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글: 장재원 기자 / 사진: 김태일 팀장)


2 thoughts on “[심층취재] 또 다른 올레길을 꿈 꾼다던 갈맷길,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1. 홍진관 says:

    동감합니다. 남파랑길 부산구간(갈멧길)을 걸으면서 똑같이 느꼈어요. 재작년 해파랑길을 걸을때는 갈멧길(지자체)과 갈등이 있는 지, 해파랑길 표지가 많이 훼손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해결되었는지요? 남파랑길과 갈멧길의 공존을 바랍니다.
    수고하세요.

    1. 장 재원 says:

      현재도 해파랑길 표지는 훼손되어있고 스탬프함에 스탬프도 유실된 상태가 눈에 띄었습니다. 다만 갈등의 여부는 모르겠습니다만 다른 해파랑길 지역에 비해 표식은 관리가 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홍진관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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