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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잊고 즐기는 것이 어떠한가 – 강화나들길 12코스 주문도 길

강화나들길 12코스와 13코스는 서도 방면의 섬들인 주문도와 볼음도를 만나는 길입니다.

외포항에서 1시간 30분 가량 배를 타고 만나는 이 섬들은 평소에는 만나볼 일이 드문, 정말 휴양지로 일부러 선택받지 않고서는 특별히 갈 일이 없을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한 섬이죠.

이번의 나들길 답사를 통해 주문도와 볼음도를 만나볼 수 있어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주문도는 강화도에서 멀리 떨어진 낙도인 서도면에 속한 섬이자 그 중 크기가 제일 큰 섬으로 서도면사무소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근에 볼음도, 아차도가 있으며 무인도인 분지도(주문도 서쪽), 민간인이 살지 않고 군인만 주둔하는 머나먼 절해고도인 우도 등이 서도면을 이루고 있지요.

주문도를 찾은 날은 그동안 빛나던 쾌청한 가을하늘을 시샘하듯이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해무와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그 해무속에 신비한 자태를 뽐내는 섬, 주문도를 만나러 가 볼까요?

*주문도 내에는 주문도선착장 인근의 식당 1,2 곳을 제외하면 코스 내에 변변한 식당이나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곳이 없습니다. 배를 타기 전 외포항에서 필요한 물품을 미리 구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1. 외포항 연안여객터미널  ~ 주문도선착장 (외포항 연안여객터미널 – 볼음도 – 아차도 – 주문도선착장)

*편의시설 : 식당 ? 외포항, 주문도선착장 일대 (활어회, 칼국수, 매운탕, 분식 등)

                   화장실 ? 외포항, 주문도선착장

먼저 주문도를 가기 위해서는 외포항에서 출발하는 카페리 여객선을 탑승해야 합니다. 

삼보12호는 외포항을 출발하여 볼음도 – 아차도 – 주문도를 경유하여 잠시 정착 후 다시 거꾸로 되돌아 오는 노선을 가진 배입니다. 이 카페리 이외에는 주문도로 입도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볼음도, 주문도를 가기 위한 차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외포항을 떠나는 삼보12호는 09시 10분에 출항합니다. 하루에 단 2편입니다. 

이 노선을 먼저 정확히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삼보12호는 주문도에서 07시에 나옵니다. 즉 07시에 주문도를 떠나 아차도, 볼음도를 거쳐 외포항에 도착하여 09시 10분까지 다시 사람들을 싣고 외포항을 떠나 볼음도, 아차도를 거쳐 주문도에 10시 45분에 도착하는 것이죠. 

이후 잠시 기항하다가 14시에 주문도를 떠나 위의 코스를 다시 거쳐 외포항에 도착, 16시 10분에 출발하여 주문도에 18시에 도착하여 다음날 07시까지 머무는 셈입니다.

이번에 걸어야 할 강화나들길 12코스 주문도 길은 총 길이가 11.3km, 소요시간 3시간 (휴식과 식사 등을 감안하면 3시간 30분 가량)입니다. 10시 45분에 주문도선착장에 도착한다면 2시 출항 15분 전 도착을 감안해도 정확히 3시간이 남습니다. 당일로 코스를 돈다면 굉장히 촉박한 시간입니다. 특히 중간 중간 사진을 찍는다면 말이지요.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주문도에서 넉넉히 코스를 완주하고 1박을 한 후에 07시에 배를 타고 볼음도로 가서 13코스 볼음도길까지 둘러보고 오는 1박2일 코스가 나들길 여행객들에게는 많이 이용됩니다.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배를 타기 위해서는 먼저 승선신고서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매표소에서 승선신고서를 내고 매표를 합니다. 매표는 출항 10분 전 마감이니 09시까지는 완료하셔야 합니다. 일정에 따라 왕복 표를 한 번에 매표하는 것이 편리하지요.

배삯은 아래의 링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서도면민이나 인천시민은 배삯에 할인이 된답니다.

(주) 삼보해운 http://www.kangwha-sambo.co.kr/jumundo/fare.asp

저는 인천시민인지라 반값 이하에 표를 구매합니다.

여행객들을 태울 삼보12호가 주문도선착장을 출항하여 외포항으로 다가옵니다. 

배를 타고 떠나는 섬 여행은 언제나 그 특유의 정취와 설렘이 있습니다. 특히 이렇게 부두로 다가오는 여객선이 주는 설렘은 언제나 발걸음을 들뜨게 하지요.

아침에 주문도와 아차도, 볼음도에서 탑승한 승객들과 차량들이 먼저 나온 후 승선하게 됩니다. 하얀 제복의 해군 장병과 해병대 장병, 뭍으로 나올만한 일이 있는 어르신들이 선착장을 밟습니다.

삼보12호는 꽤 큰 배입니다. 일반적인 연안여객선이 그렇듯이 2층에는 앉거나 누워서 편하게 여행할 수 있는 너른 객실이 있으며 바깥에서도 바람을 맞으며  바다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벤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해무에 휩싸인 외포항을 떠납니다. 

외포항을 떠나 먼 바다까지 따라오는 갈매기의 목표는 오직 하나, 새우깡입니다. 물론 그런 목표를 이루게 하기위하여 많은 이들이 저마다 새우깡을 들고 갈매기를 유혹합니다. 

서로의 교감이 이렇게 작은 과자 하나로 이루어지는 것도 참 대단하지요. 물론 과자가 없다면 외면받기 일쑤입니다만.

배는 1시간 20분 여를 달려 볼음도에 닿습니다. 이 볼음도는 다음에 가야 할 강화나들길 13코스의 주인공이지요.

이윽고 도착한 아차도. 

아차도는 볼음도와 주문도 사이에 자리한 작은 섬입니다. 크기가 아주 작은 섬이지만 유인도이며 비박을 겸한 트래킹으로도 유명한 섬이지요. 나들길 코스에는 빠져있습니다만 한적한 섬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기억할 만한 섬입니다.

드디어 주문도에 닿습니다.

주문도선착장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내릴 수 있는 곳이 변경됩니다. 두 선착장의 거리는 약 3~400m 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약간 떨어진 선착장에 내리게 되네요.

주문도선착장을 향해 걷습니다. 시간에 쫓기는 몸인지라 다리에 힘이 팍팍 들어가네요.

현재 주문도선착장 인근은 공사가 한창입니다. 더욱 편리하고 멋진 시설이 들어올 예정일까요.
기대가 됩니다.

공사장을 지나 만나는 주문도 대합실. 
여기에서 발권 및 대기가 가능하지요. 물론 외포항에서 왕복표를 끊었으니 별도로 들어갈 일은 없습니다.

대합실 앞에 나들길 스탬프함이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주문도를 걸어볼까요.

2. 주문도선착장 ~ 해당화군락지 (주문도선착장? 주문저수지 ? 서도중앙교회 – 해당화군락지)

*편의시설 : 식당 ? 주문도선착장 일대 (활어회, 칼국수, 매운탕 등)

                   화장실 ? 주문도선착장, 앞장술해변

곧게 난 도로를 따라 쭈욱 걷도록 합니다.

전체적인 코스의 윤곽을 알고 있으면 헤메일 염려는 없습니다. 서도중앙교회와 뒷장술해수욕장(뒷장술해변)으로 이어지는 코스인지라 그대로 나아가면 된답니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만나는 파출소에서는 왼쪽길을 택합니다.

한적한 농촌길이 이어집니다.

뿌옇고 진득하게 몸을 덮는 해무를 헤치고 나아가면 조금씩 드러나는 산들의 윤곽과 길은 신비롭습니다.

주문도를 걸으며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참으로 꽃이 많은 섬이라는 느낌입니다. 길 뿐만 아니라 마을마다 집의 담벼락마다 크고작은 색색의 꽃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오가는 이 없는 도로를 걸으며

길 옆으로 주문도의 산이 가진 굉장한 원시림을 만납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이런 굉장히 깊은 숲을 나중에 온몸으로 만나게 된답니다.

주문저수지는 꽤 큰 저수지입니다.
 
안개와 미세먼지가 더해져 맞은편의 산이 뿌옇게 가리워져 있네요. 수심도 상당하게 느껴지니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참 신비스럽습니다.

주문도의 유일한 초, 중, 고교가 한 곳에 모여있는 서도초, 중, 고등학교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섬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심성은 얼마나 맑을지요. 다른 곳보다 부족한 문화적, 사회적인 시설과 혜택이 있는것은 사실입니다만, 반대로 그만큼 이 섬에서 키울 수 있는 감성과 심신의 건강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아니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학생들에겐 더욱 중요한 것들이지요.

이 학교안내판에서는 오른쪽 길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저수지의 제방을 따라 쭈욱 걸어 주문1리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새단장한 기와와 그 뒤의 오래된 아궁이 굴뚝이 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아침이나 저녁이면 저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밥 짓는 냄새가 길 위로 퍼지겠지요. 저 너머의 마을에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와 닭 울음소리가 하루를 열고 닫을 것입니다.

언젠가 다시 찾아 그 일상을 들여다보고 또 나누고 싶습니다.

주문1리로 들어섭니다. 

어업과 떼어놓을 수 없는 섬 마을이기에 이렇게 개맥이 그물을 손질하고 말리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주문1리는 예전에 진말, 진촌이라 불렸습니다. 말 그대로 진(鎭)이 있던 마을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에는 수군들이 지키던 주문진이 있으며 주문첨사가 주재하면서 국방과 국영목장을 관리하였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이 마을은 주문도의 중심지였던 셈이지요.

해무 속에서 선명한 색상을 자랑하는 우체국.

주문도도 작은 섬이 아닌지라 우체국이 있다는 것이 무슨 특별한 일이냐 생각하실 지 모릅니다만, 실제로 그렇게 바다를 2시간 가까이 걸려 찾아온 섬에서 만나는 우체국은 굉장히 특별한 느낌을 줍니다.

마을 곳곳을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나팔꽃과 코스모스.

쉼터를 따라 길은 이어집니다.

여기까지의 걸음에 잠시 쉬어갈 곳을 찾는다면 이 곳에서 쉬어가셔도 좋습니다. 이후 앞장술해변까지 나아가야 쉼터를 또 만날 수 있습니다.

마을길을 따라 가다보면 폐교를 지나 갈림길이 나옵니다. 여기에서는 오른쪽 길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왼쪽으로 나아가도 결국 코스를 만나긴 합니다만, 주문도에서 중요한 볼거리 중 하나인 서도중앙교회를 만나기 위해서는 오른쪽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실제 코스도 그렇게 안내되어 있습니다.

계단을 통해 서도중앙교회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멋드러진 한옥 2층의 구조가 눈길을 잡아끄는 이 서도중앙교회는 1902년 강화도 삼산면의 감리교 전도사 윤정일이 주문도리에 들어와서 설립하였다가 1928년, 마을 주민들의 헌금을 모아 한옥식으로 개축한 교회라고 합니다.

처음엔 진촌교회로 이름 붙여졌다가 1978년 서도중앙교회로 이름을 바꾸었지요.

이 교회는 강화도의 감리교, 성공회 성당등이 그렇듯이 서양종교와 전통 한옥의 조화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건물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인천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4호로 지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서도중앙교회를 지나 마을로 향합니다.

왼쪽의 건물이 주문1리 노인정입니다. 나들길은 노인정 뒷쪽의 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게 되어있습니다.

노인정을 지나 다시 내려오는 길은 이렇게 큰 논을 횡단하는 길입니다. 

중간에 만나는 민박집을 지나 계속 바다로 나아갑니다.

주문저수지를 지나 내려온 길이 안개에 뒤덮여 가물가물 합니다.

바닷가로 도착하면 오른쪽으로 향해 걷습니다. 곧 앞장술해변과 해당화군락지를 만나게 됩니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앞장술해변. 

해변의 초입에서 만난 어르신은 낚시 채비에 한창입니다.

도대체 이렇게 썰물 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갯벌이 드러나고 해무가 앞을 가리는 이 때에 어떻게 낚시를 할까요?

그래서 어르신께 어디서 낚시를 하시려는지 물어봅니다.

“물이 있는 곳까지 이제부터 걸어서 나가야지.”

우문현답은 이런 것이겠지요. ‘산이 있으니까 오른다’는 조지 말로리의 명언처럼, 물이 있는 곳에서 낚시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한 마디에 답변을 한 어르신도, 저도 웃고맙니다.

어르신의 어복을 빌며 제방을 따라 앞장술해변을 걷습니다.

앞장술 해변 초입부터 중간까지는 해당화 군락지가 이어집니다. 
이 군락지 사이에 쉼터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1차 휴식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3. 해당화군락지 ~ 주문도선착장 (해당화군락지 ? 뒷장술해변 ? 고마이고개 – 주문도선착장)

*편의시설 : 식당 ? 주문도선착장 일대 (활어회, 칼국수, 매운탕 등)

                   화장실 ?  뒷장술해변, 주문도선착장

9월의 중순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만난 해당화는 쓸쓸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래도 간혹 피어있는 꽃송이가 잔뜩 흐린 날에 선명함을 더해 줍니다. 그 아름다운 색상이 주는 생명력은 정말로 진하디 진한 감흥을 불러일으킵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방울토마토로 착각할 만큼 참스러운 해당화 열매는 벌써 과숙이 되어갑니다. 참고로 이 해당화열매는 비타민C가 많아 섭취하면 좋습니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잼 등을 만들어서 먹기도 한다니 참조하세요.

해당화군락지를 지나서 정미소를 만나게 됩니다. 

정미소를 무시하고 계속 앞장술해변을 따라 나아가면 ‘살꾸지’까지, 지도상에 점선으로 나타난 별도의 나들길 코스를 도는 셈입니다. 정식코스는 이 정미소의 뒷길로 나아가 뒷장술해변으로 걷게 됩니다.

정미소 뒤쪽으로 나아가, 길을 따라 농기계수리소를 지나 정면 끝에 보이는 해송림까지 쭈욱 걷습니다. 

저 끝이 보이는 곳이 바로 뒷장술해변입니다.

잘 닦인 도로를 따라 뒷장술해변에 도착합니다.

이 뒷장술해변이 주는 그 쓸쓸함, 잿빛의 고독함은 근래의 가을날중에서도 이날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개속에서 바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불어오는 바닷바람.
갈매기 한 마리 없이 지독히도 쓸쓸히 느껴지던 그 풍경.

일종의 허망함 – 그것은 실망감과는 분명히 다릅니다만 – 여하간 먼 섬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그런 푸른 바다의 절경과는 거리가 먼 이 쓸쓸한 풍경.

‘결국 내가 걸어온 기나긴 길의 종착지에서도 나는 나 그대로였고 내 주변에 쌓인 질문도 그대로였다.’던 CDT, PCT완주자인 정승재님의 인터뷰 중 한 대목이 생각나게 합니다.

그 쓸쓸한 뒷장술해변 위로 난 제방은 걷기에 좋은 길입니다. 

여기에서 걷기에 좋다는 뜻은, 길이 잘 닦인것이 아니라 나를 쓰러트릴 정도로 휘몰아치는 바람과 그 바람에 드러누운 잡초와 나무들을 헤치며 걷는, 온전히 고독으로 가득 찬 길이라는 뜻입니다.

이런 감성은 여태 지나온 12개의 코스들을 걸어왔습니다만 그 안에서도 쉬이 찾아보기 힘든 느낌입니다.

제방길은 계속 이어지고, 그렇게 걷다보면 쉼터를 만납니다.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셔도 좋습니다만, 쉼터 뒤로 나 있는 도로를 따라 나가면 화장실도 있으니 용무를 해결하셔도 좋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방이 아닌, 말 그대로 모래사장을 따라 고마이고개까지 걷게 됩니다.

밀려온 어구들과 쓰레기들로 가득한 해변.

가슴이 아프기 그지없습니다만 이 해변을 관리하고 유지하는 주체가 누구냐를 떠나, 많은 이가 찾지 않아 큰 위락시설은 커녕 식당하나 없는 쓸쓸한 해변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하루빨리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기를 바랍니다.

해안의 끝까지 걸어가니 저렇게 툭 튀어나온 바위가 보입니다.

고마이고개는 여기서부터 시작입니다.

원래의 정코스는 고마이고개를 따라 산을 가로질러 넘어 임도를 만나야 합니다만, 지도에 표시된 점선 코스를 따라 해안둘레를 돌아 대빈창해변으로 나아가는 길도 있지요. 저는 해안둘레를 돌아 대빈창해변으로 가는 길을 추천합니다. ‘바라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대빈창해변의 중간에서 서도면사무소 방면, 선착장 방면으로 나있는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고마이고개가 정말로 사람을 잡습니다.

아래의 돌들은 지압효과가 매우 뛰어납니다.

이날 중등산화를 신고 왔는데요, 나중에 고마이고개에서 헤멘 일까지 더해져서 정말로 탁월한 선택이었지요.

이렇게 해변 끝에서 만나는 바위를 잘 보시면 바위 위를 올라 줄을 잡고 산으로 들어서게 되어있습니다.

이 줄을 잡는 구간이 굉장히 위험합니다. 

첫째로 경사가 상당합니다. 

둘째로 흙길이 미끄럽습니다. 발 디딜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저의 경우는 나무밑둥을 밟아 지탱했습니다.

셋째로 나무가 우거져서 배낭이나 등산스틱, 카메라 등 몸에 걸친 것이 있다면 통과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허리를 굽히다 못해 지면에 몸을 거의 붙여야 합니다.

넷째로 손을 잡고 버틸 곳이 만만찮습니다. 주변의 나무들에는 거의 어김없이 아까시 나무줄기들이 붙어있어 가시가 매우 위험합니다.

그래도 일단은 지도에 정해진 ‘정코스’를 걸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이 길을 올라가기를 선택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힘들게 올라왔는데 어디에도 리본 표식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 뒤를 따라 걸어오시던 부부가 계셨는데요, 이 분들도 도저히 찾지 못하신 듯 했습니다. 결국 그때 두 분과는 잠시 헤어져서 그분들은 산의 능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가시고 저는 직진하여 넘었습니다. (나중에 조우를 하긴 합니다.)

아까시 나무 덩쿨이 온몸을 휘어감고 칡뿌리에 발도 걸려가며 결국 고개를 넘습니다만, 넘어서서도 가로막혔습니다. 앞에 굉장한 넓이의 분지가 보인데다가 그 분지가 사람 키만한 잡초들로 우거졌을 뿐만 아니라 개울이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아까 뵌 두 분을 향해 “사장님~”하고 불러봤습니다. 답변이 멀리 어딘가에서 들려오는데 도저히 찾지 못하겠더군요.

다시 산을 중턱까지 거슬러 올라가 우측으로 나아갔습니다.

결국은 이대로 더 헤매다가는 배 시간을 놓치겠다는 조바심에 개울을 건너 분지로 뛰어듭니다.

윗 사진에 보이는 분지가 그것인데요, 매우 넓은 분지가 두 곳이 연이어 있습니다. 고라니부터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곳인지라 사람을 피해 달아나는 고라니를 지척에서 보기도 했습니다. 

이 분지가 비가 오면 분명히 늪지 비슷하게 변할 곳입니다. 물이 내려오는 곳이거든요. 다행히 요 1주일 사이에 비가 없어서 그나마 바닥이 안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두 분을 만나서 여쭈어보니 그 분들도 결국 길을 찾지 못하고 이 분지를 넘었다고 합니다.
사람 키만한 수풀에 쌓여 수풀 너머의 산을 보며 바닥이 보이지 않는, 어떤 웅덩이나 습지의 위험이 있을 지 모를 것을 지난다는 것은 굉장한 두려움입니다. 저도 모르게 하도 화가 나서 하늘을 향해 소리를 쳤지요.

고마이고개에서의 표식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무엇인가 안전에 위험성이 분명히 있다면, 그것이 일반적인 길 여행의 위험도를 넘어서는 부분이 있다면 그 길은 가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혹시나 사고가 난다면 안전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요? 표식이 안보인다는 것을 넘어서 조난의 위험이 있다면 그 구간은 막아야 합니다. 완벽하게 안전이 담보될 때 까지요.

대빈창해변의 우회로 등 안전한 구간을 본 코스로 확정하는 것이 낫습니다.

분지를 벗어나 잠시 숨을 돌린 후 산길을 오르다 아까시 나무에 발이 걸려 넘어지면서 등산스틱이 부러집니다. 
쓰러진 몸 옆으로 뾰족하게 나무등걸이 솟아있었습니다. 등이 식은 땀으로 젖는 순간이었지요.

카메라가 흙투성이가 되었지만 기능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다시 산을 오르니 임도가 나타납니다.

이 임도에서 리본 표식을 확인한 순간 너무 기뻐 주저앉고 싶었지요.

아까 만난 두 분중 사모님이 임도를 거슬러 오고 계십니다. 

이 길은 약간 아래쪽의 길, 좀 더 윗쪽에 갈림길이 있다고 합니다. 길을 거슬러 올라가 정확한 표식을 찾습니다.

정확히 표식을 찾은 후 임도를 따라 내려갑니다.

도착을 가늠해보니 배 시간이 촉박한지라 모두 마지막 힘을 쥐어 짜며 발걸음에 속도를 붙입니다. 

“정 안되면 지나가는 차라도 잡아타야지요.” 사모님의 한 마디에 왠지 마음이 놓이더군요.

드디어 임도가 끝나고 너른 농경지가 나옵니다. 

고마이고개, 이렇게 헤쳐나오고 나서야  ‘고마이제 그만 해라. 많이 헤맸다 아이가’하는 실 없는 농담이 나오더군요.

저 멀리 오른쪽 끝으로 출발할 때 만났던 파출소가 보입니다.

주문도선착장을 따라 발걸음을 더합니다. 바로 세시간 전에는 힘차게 걸었던 이 길이 너무나 길게 느껴집니다. 저 멀리 배가 정박해 있으니 마음은 더 급해지네요.

배를 타기위해 줄 서있는 차량들을 지나 대합실에서 대망의 도착 스탬프를 찍습니다.

여태 걸어온 구간 중 이렇게 긴장하며 걸었던 구간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선착장에서 잠시 기다리니 외포항으로 떠나는 배가 들어와 사람들을 태웁니다. 

하루 종일 보이지 않던 해가 주문도를 떠나니 잠시 구름 사이로 몸을 드러냅니다. 

저 안개 속에 가려진 섬을 걸어왔다는 사실, 이 3시간 사이에 일어난 모든 것이 갑자기 꿈만 같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꿈 속에서 이 섬을 걸었을 지 모를 일이지요. 이렇게 답사기를 작성하는 것도 꿈 속의 모습일 수 있고요.

긴장이 한 번에 풀리며 그대로 선실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2층의 벤치에 앉아 멀어지는 주문도를 바라봅니다. 

언젠가 다시 올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때는 훨씬 천천히, 구석구석을 다 보며 대빈창해변을 지나 걸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 정도 섬에 머무르며 밤에는 선착장에서 망둥어라도 낚아보고 싶습니다.

그 때엔 이 섬에 대한 저 나름대로의 느긋한 복수를 신나게 해 보려 합니다.


 

주문도는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은 섬입니다. 주문도 선착장을 지나 고마이고개 이전, 뒷장술해변 일대까지 걸으며 느끼는 풍경은 그 무엇보다도 주문도가 가진 매력을 잘 깨우쳐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주문1리의 보석과도 같은 서문중앙교회의 소박함과 아름다움은 먼 섬을 찾은 이에 대한 보상과도 같지요.

다만 전체적으로 주문도 내에서의 여러 편의시설은 매우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물론 유명 관광지라 부르기엔 어려운, 어찌보면 낙도 아닌 낙도인 섬이기에 그것은 여행자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겠지요.

앞장술해변과 뒷장술해변의 화장실은 참으로 고마운 존재입니다만 현재 청결함이 많이 떨어집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지역에서 잘 관리하면 더욱 편안한 나들길이 될 듯 합니다. 물론 고마이고개 구간은 분명히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이지요.

앞서 소개에서도 말했지만 꼭 배시간에 맞추어 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어차피 하루에 한 코스씩 걸어야 한다면 멀리 떨어진 주문도에 온 이상 다음 날 자연스레 볼음도로 건너가 걷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리고 여행의 묘미를 살리는 측면에서도 훨씬 이익이겠지요.

멀리 떨어진 섬에서의 하룻밤, 제가 느끼지 못한 그 여유를 저를 제외한, 이 길을 걸으시는 모두가 누려보기를 바라며 이만 답사기를 마칩니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