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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걷고싶다> 문수산의 정기받아 애기봉까지 –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

평화누리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거리 걷기여행 코스 중 한 곳이다. 

이 곳이 특별함을 가지는 이유는 분단의 현실 속에서 긴장감을 유지한 한반도를 체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런 분단의 현실이기에 더 잘 보존되어진 자연과 사람들의 삶을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대명항을 출발하여 덕포진, 원머리나루를 지나 문수산성 남문에 이르는 평화누리길 1코스가 알려져 있지만 가만히 보면 염하강을 사이에 두고 강화나들길 2코스와 평행선을 달리는 코스이니만치 이미 강화나들길을 통해 염하강을 즐긴 여행객이라면 조금은 미루고 싶을 수 있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것이 바로 평화누리길 2코스이다.

<문수산성따라 걷는 그 길 – 사진 김포시청>

김포시의 가장 유명한 산이라 할 수 있는 문수산성을 따라 걷는 그 길은 찾아오는 봄을 만끽하기에도, 그리고 해빙이 남북관계에도 이루어지길 바라는 평화의 염원을 담아 걷기에도 참 좋은 길이 아닐 수 없다.

조강을 바라보자. 사실 조강은 한강의 또 다른 이름으로 400km을 흘러 온 한강물이 민물의 생을 다하고 늙었다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만치나 쓸쓸한 이름을 가져서일까, 이 곳에서 물드는 저녁 노을은 감수성을 깊게 자극한다.

철책따라 걸으며 느끼는 안보의 현실은 애기봉을 따라 걸으면서 더욱 선명하게 나타난다. 애기봉전망대는 도보로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혹여 도보 이후의 감상이 쉬이 사그러들지 않는다면 일부러라도 따로 시간을 내서 찾을만 하다. 

<애기봉 전망대 출입신고소 – 사진 김포시청>

눈 앞에 펼쳐진 북쪽 땅은 실향민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애틋함과 동시에 언젠가 저 곳을 발로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에 충분한 끌림을 가지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풍경과 매력을 가진 평화누리길 2코스 조강철책길은 알고보면 역사적으로도 매우 깊은 의미를 가진 길이기도 하다.

1694년(숙종 20년)에 축성된 문수산성은 강화 갑곶진(甲串鎭)과 더불어 강화해협을 지키는 요새이다. 

애당초 태생이 요새이기 때문에 전란은 피해갈 수 없었던 곳으로 1866년(고종 3년) 병인양요 때는 프랑스군(軍)과 일대 격전을 벌이면서 해안 쪽 성벽과 문루가 파괴되고, 성내가 크게 유린되었다. 

당시 프랑스군은 문수산성을 점령하고 강화도로 진격하였으며 그보다 훨썬 전인 몽골의 침략때에도 이 곳은 강화도로 천도한 왕실의 전방 방패였던 곳이자 몽골군에 함락당한 후에는 전진기지로 사용된 아픔이 있는 곳이다. 

1964년에 사적 제139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서문과 북문이 복원되었고, 총 6km에 이르는 산성 중 4km가 남아있어 2코스의 상징과도 같은 성벽길로 지금도 걷는 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문수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염하강 – 사진 김포시청>

문수산 정상에 오르면 정상 표지석과 장대지가 반겨준다. 장수가 지휘를 하는 곳인 장대의 위치에 서서 바라보는 염하강과 강화도는 역사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정말 다양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강저수지의 풍경에서 쉬어가는 것도 괜찮다. 고즈넉하고 한산한 시골풍경은 ‘평화누리’라는 단어에 걸맞다. 언젠가부터 잊혀졌던 그 여유를 찾는 이라면 이 시골풍경에서 번잡했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너른 논을 바라보노라면 이 곳의 비옥함을 쉬이 상상할 수 있다. 아무래도 전방지대인지라 다른 수도권보다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고 있기에 이 곳의 쌀은 품질이 좋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봄. 여름엔 길마다 꽃들이 만발이다 – 사진 김포시청>

염하강과 조강나루에 깃든 삶도 진득하다. 웅어를 비롯하여 황복, 참게 등 이 곳에서 만나는 진미는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맛, 아무때나 가서 맛 볼수 있는 게 아닌 미식의 난이도를 높이는 맛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바다를 가까이 한 강을 오가던 풍경도 이젠 아득해지지만 아직 어떻게든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음은 걷는이를 흥분시킨다.

성탄절, 새해, 혹한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애기봉도 꽤나 흥미로운 전설을 가진 곳이다. 누구나 아기의 울음소리에 깃든 슬픈 전설을 생각하겠지만 사실 애기봉은 병자호란 때 끌려간 평양감사를 애기봉 산봉우리 꼭대기에서 그리워하다 죽은 기생 “애기”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적군을 피해 평양에서 왕이 있는 한양까지 내려왔으나 이 곳에서 평양감사는 오랑캐에 붙들려 북쪽으로 끌려가고 남은 기생 애기는 목 놓아 울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병 들어 죽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렇듯 하나하나마다 볼 거리와 생각할 거리가 가득한 평화누리길 2코스는 산하에 피어나는 생명의 시작인 봄, 초목이 왕성하게 우거지는 여름,  쓸쓸한 정취 속에 화려한 단풍을 만끽하는 가을, 하얗게 덮인 설원의외 매혹적인 시린 바람을 마주하는 겨울 등 사시사철 함께 하기 매우 좋은 길이다. 

 

*본 기사는 월간 로드프레스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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