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 By

광고문의

[맛집으路] 평범한 짬뽕이 단 번에 변하는 마법의 한 그릇 – 인천 동락반점

<을씨년스러운 날씨탓에 매콤한 국물이 당기는 날이었다.>

인천과 중화요리

​인천의 맛집을 이야기하면서 중국집(정통 중국음식이 아닌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중국음식이다.)을 빼 놓는다면 아예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이나 중국음식은 인천의 외식문화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이지만 청나라의 노동자들이 빨리, 그리고 맛있게 먹기 위해 만들어진 짜장면은 완벽히 한국화된 메뉴로, 전국의 중국집이 저마다 ‘공기밥’보다도 기본으로 판매하고 있는 메뉴가 아닌가?

​짬뽕도 마찬가지다.

​혹자는 중국 서남부의 초마면을 기원으로 이야기하지만 역시 일본의 화교가 유학생들이 값싸고 푸짐하게 먹을 수 있도록 고안한 짬뽕(나가시키 짬뽕)이 그대로 인천을 통해 들어와 매운 맛이 더해져 지금의 한국식 짬뽕으로 완벽하게 바뀌었다는 설이 필자에게는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한국식 짬뽕은 짜장면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중국음식이 되었다.

​이렇듯 한국의 항구도시 인천에서 태어난, 혹은 새로이 바리에이션 된 이 음식은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식 중국요리로, 지금도 인천 곳곳에서는 그 자취를 찾기 위한 미식가들의 미식탐험이 이어지고 있다.

​간짜장의 명물이라는 노포 혜빈장을 찾고, 옛 공화춘의 흔적을 찾아 신승반점 앞에 줄을 서듯이 짜장면의 원조, 혹은 명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그 역사를 더듬고 있다. 볶음밥도 마찬가지로 용화반점이나 중화방 등이 그 고슬고슬함을 앞세워 역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짬뽕에 대해서는 아직도 그 유래를 이어오는 곳이나 계보를 파악하기가 머뜩찮다. 물론 짬뽕이라는 메뉴 자체가 인천에서는 그렇게 도드라지는 메뉴도 아니겠지만 흔히 말하는 ‘전국 몇대 짬뽕’같은 누리꾼들의 입담에 낄 만한 강자도 없는 탓이기도 하겠다.

​그렇다고 해서 인천의 짬뽕이 그렇게까지 특색이 없는가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바로 이 동락반점을 위시한 몇 곳은 인천 짬뽕만의 ‘비장의 무기’를 감추고 있다.

<동락반점의 실내. 넓진 않지만 쾌적하다.>

동락반점 이야기

​인천 남구, 이제는 미추홀구로 이름이 바뀐 이 지역은 인천항과 접해 있으면서 한국식 중화요리의 탄생지인 차이나타운과 살을 맞대고 있다. 수봉공원 등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곳이 많은 구도심인 미추홀구는 인천의 옛 지명인 ‘제물포’를 여지껏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곳에서 바지락으로 맛을 낸 ‘고추짬뽕’으로 맛집으로 평가받는 곳이 있으니 바로 동락반점이다.

​사시사철 점심무렵이면 맵싸한 국물에 연신 땀을 훔치는 이들로 가득한 이 곳은  노부부가 운영을 하며 짬뽕으로 이름을 날리다가 건강상의 이유로 문을 닫을 뻔 하였으나 다른이가 이어받아(다른 정보로는 아들이 2대를 잇는다고 하였으나 주방장이 인수했다는 정보가 더욱 많다.) 계속 그 때의 맛을 이어가는 곳이다.

<혜빈장, 중화방 등 노포에서 볼 수 있는 고풍스러운 젓가락>

삼선짬뽕과 볶음공기밥

​이 곳의 고추짬뽕은 꽤나 얼얼한 편이다. 바지락으로 육수를 내어 묵직하거나 진득한 맛 보다 상대적으로 깔끔하면서 시원한 맛으로 승부를 내는 이 곳의 고추짬뽕은 그 특유의 매운 맛이 유명해서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꽤나 큰 도전일 수 있다.

​필자 역시 고추짬뽕은 몇 번 맛을 본 터라 이번에는 삼선짬뽕을 시켰다. 시원한 해물과 깔끔한 국물이 어우러지는 삼선짬뽕도 다른 곳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으리라.

​주문이 들어간 후 기분좋게 웍을 덜그럭 거리며 해물과 채소를 볶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재미있는 대화를 하는지, 가끔 웃음 소리도 새어나온다.

<삼선짬뽕 9,500원>

오징어, 쭈꾸미, 소라, 새우 등 푸짐한 해물(역시나 홍합대신 바지락을 쓰는 것은 이 곳만의 방식이다.)이 어우러진 삼선짬뽕은 적당한 불 조절로 채소의 식감도 그대로 살아있어 한결 깨끗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확실히 고추빰뽕보다 매운 맛이 덜 하여 매운 음식에 약한 이라도 충분히 즐길 만 하다. 그렇게 기분좋게 한 그릇을 비워갈 때 등장하는게 다른 모든 곳과 차별화되는 인천의 몇몇 노포에서 볼 수 있는 비밀 무기이다.

​이 비밀 무기 하나로 일견 ‘괜찮은 짬뽕’이 ‘정말 먹어봐야 할’ 짬뽕으로 탄생되는 것이다.

​”여기 볶음공기 하나 주세요!”

<볶음공기밥 1,500원>

이 볶음공기밥은 가장 기본적인 중국식 볶음밥인 차오판(炒飯)에서도 계란과 아주 약간의 채소(이 곳에서는 채 썬 당근이 전부)가 들어가는 단화차오판(蛋花炒飯)이다. 거기에 별도의 간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쌀도 볶음밥에 걸맞게 장립종은 아니더라도 중립종을 쓰고 있어 일반 단립종 밥으로 볶는 여느 중국집의 볶음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슬고슬함이 살아있다.

​그렇다해도 도대체 이 계란과 당근이 전부인, 간조차 되지 않은 기름진 볶음밥 한 그릇이 어떻게 마법을 부릴 것인가, 처음 본 이들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짬뽕 국물에 이 볶음공기밥을 넣어보자.

​맛에 조화를 제1의 미덕으로 삼는다면 바로 이것이다.

<짬뽕 국물에 볶음공기밥을 넣는다.>

짬뽕의 특성, 아니 이 동락반점 짬뽕의 특성은 깊고 진한 맛보다 개운하고 깔끔한 맛이다. 재료의 질과 불의 강도, 익힘의 정도가 그러하다. 그렇다면 이 끝까지 유지되는 개운하고 깔끔한 맛에 풍미를 더해 주는 무언가가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 볶음공기밥이 완벽하게 그 역할을 한다. 국물에 넣으면 푸석이며 부서질 정도로 고슬고슬한 이 볶음밥이 가진 기름의 풍미가 그 깔끔한 국물에 녹아들면서 어느덧 이 국물은 전혀 새로운 2라운드를 시작하게 된다.

​짬뽕의 관점에서야 그렇지만 볶음밥의 관점에서도 짬뽕의 국물을 입는 것은 굉장한 호사다. 간이 없고 기름진 이 밥은 짭짤하며 매콤한 국물을 안음으로서 간도 완벽하게 맞아떨어지고 느끼함은 사라지고 감칠맛과 시원함을 받아들인다.

​상호작용으로 이렇게 멋진 궁합을 보기란 쉽지 않다. 요리의 맛에 있어서 ‘조화’를 제 1의 미덕으로 삼는다면 이 국물과 볶음공기밥의 조화는 매우 훌륭한 우수사례로 평가받을 만 하다.

​새롭게 탄생한 이 국밥이 주는 풍미와 배가 가득 차오르는 만복감은 인천에서 맛볼 수 있는 확실한 ‘소확행’이다.

​이제는 이렇게 볶음공기밥을 추가해 먹을 수 있는 짬뽕도 하나하나 없어져가는 인천의 중식문화, 아직 진득히 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노포의 뚝심이 고맙기 그지없다.

​든든히 배를 채웠다면 발품을 팔아 인천의 수봉공원을 둘러보아도 좋다. 용현시장의 번잡함도 미추홀구가 가진 자랑 중 하나다. 좀더 걷기에 욕심을 낸다면 중구의 차이나타운, 자유공원과 신포시장까지 걷는 것도 인천과 인천의 음식문화를 더 알 수 있는 즐거운 코스다.

<이만한 풍미를 짬뽕에서 얻기란 쉽지 않다.>


  • 동락반점 :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독배로 473 / 032-882-7104
  • 메뉴 : 짜장면 5,000, 짬뽕 6,500, 고추짬뽕 7,500, 삼선짬뽕 9,500, 볶음공기밥 1,500원 등
  • 영업시간 : 11시 ~ 21시 (15시부터 16시까지 준비시간으로 주문 불가)
  • 주차불가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