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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路] 우리가 집밥을 찾는 이유 – 연천 할머니 고향 순두부

<동네 주민, 인근 일손들이 모두 모였다.>

문을 열자마자 왁자지껄한 실내가 한 눈에 들어왔다.

연천군 군남면 진상리, 당췌 붐빌래야 붐빌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곳이었다.

주변에 변변한 유원지나 관광시설도 없는 곳이다. 그저 평화누리길 연천구간, 정확히 말하자면 11코스에서 약간 떨어진 곳으로 흔히 말하는 ‘보급지’였다.

걷기 행사를 마치고 저녁을 먹을 겸 이동한 진상리. 그 진상사거리는 사실 작년에 열렸던 ‘한국고갯길(KHT) TOUR mini in 연천’의 코스 내에 있었던 곳이자 답사할 때 점심 식사를 하고 편의점에서 음료를 산 정도의 인연이 있는 곳이기는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변의 모든 점포가 썰렁한 가운데 유독 이 집만이 이렇게 불야성을 이루는 것은 이상하다.

주변의 다른 식당들은 텅 빈 내부가 들여다보이는데 반해 이 곳은 불투명 유리창인지라 겉으로 봐서도 안의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곳으로 할까?’하고 문을 열어젖히자마자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더욱 더 들었다.

동네 주민들, 인근의 공사현장에서 막 일을 마친 인부들이 모두 모여 저마다의 하루를 토해내는 장이다. 식은 밥에 묵은 김치, 짠지 한 두개가 전부여도 돈 아깝다 식당 마다하고 그 찬에 식사를 마치는게 시골 어르신들인데 이 집은 그런 ‘불문율’을 가뿐히 깨 버리는 곳인가 싶다.

<메뉴판. 가격이 참하다.>

오늘 종일 30km 이상을 걸은 이 몸, 내일 또 그만치 가까이 걸어야 할 이 몸에 어떤 음식을 줘야 보답아닌 보답이 되려나 메뉴판을 쳐다본다. 전부 다 당기지만 그래도 가장 많은 이들이 먹는 것에 정답이 있을 것이다.

“어머니, 여기 김치두부전골 2인분 주세요!”

주문이 주방으로 들어가고 젊은 청년이 싹싹하게 테이블을 닦고 정리를 해 준다.

그윽한 김치가 우러난 매콤한 국물에 돼지고기와 푸짐한 두부라면 어느정도 지친 몸에 체면치레는 하는 셈이리라.

게다가 역시 연천! 해가 떨어지니 바람은 살을 에는 듯 차갑고 날카롭다. 이까지 덜덜 떨릴 정도로 추위가 몸을 감싸는 와중에 뜨겁고 얼큰하고 개운한 것을 마다한다는 것은 내 몸을 사랑하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김치두부전골 2인분. 1인분에 8,000원>

주문한 김치두부전골이 놓인다. 두터운 두부가 냄비 가득 들어있고 김치와 돼지고기가 더해진, 내가 상상하던 모습에서 두부가 두 배는 더 들어간 모습이다. 두부인심이 좋고 모든 메뉴가 두부 위주인지라 직접 두부를 만드는지 궁금해졌다.

고개를 뻗대어 주방 안을 바라보니 부뚜막과 콩을 간 물에 간수를 넣어 끓이는 큰 솥이 보인다. 아침마다 저 곳에서 두부를 만드는가 추측만 할 뿐이다. 사실 솜씨 좋은 곳에서 두부만 가져와도 큰 문제는 없지만 이 정도 두부집이면 직접 띄울 것이다. 가만히 모서리를 잘라 먹어보니 흔히 먹는 시판 두부는 아니다.

복작복작 끓어오르는 국물에 턱을 조인 나사가 헐거워졌는지 입이 자꾸 벌어진다. 체면 차리기 힘든 그 푸짐한 모양새와 얼큰한 내음에 뱃 속이 난리이다.

<반찬까지 완벽하게 한 상이 차려졌다.>

<내 입맛을 완벽히 저격한 호박 볶음>

푸짐하게 반찬 한 상이 차려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호박 볶음이다. 순간 오이무침으로 착각할 뻔 했으나 큰 애호박을 정말로 ‘설겅설겅’ 썰어 두텁게 볶았다.

몸을 가르는 이에 반발력이 느껴질 정도로 살짝 볶은 호박에 매콤하고 고소한 고춧가루, 깨소금, 마늘 양념이 어우러지니, 이야… 이것이 별미 중의 별미다. 호박이 이리도 달디단 채소더냐?

깨소금과 들기름에 무친 시금치, 아삭한 콩나물과 ‘오뎅’볶음(표준어 대신 과감히 옛날부터 삶 속에서 상용한 단어를 쓰기로 하자. 덴뿌라는 차마 쓰기 어렵고.), 방금 말아 김이 올라오는 계란말이에 어르신의 손 맛 단박에 알 수 있는 김치까지…

 

사실 ‘집밥’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샌가 ‘집밥’이라는 것은 오히려 명절 때에 부모님댁에 가서나 만날 수 있는 맛이었고 또한 ‘명절’이기에 예전의 그 ‘집밥’을 다시 찾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맞벌이와 육아를 하면서 우리의 밥상은 언제나 심플해진다. 점점 심플해지고 거기에 간단히 데우거나 물만 붓고 끓이면 완성되는 찬과 국이 더해지면서 어느샌가 밖에서 사 먹는 식당의 백반이 더욱 더 ‘집밥’같아지는 세상이다.

즉 우리가 지금 먹어보고픈 ‘집밥’의 의미는 교묘하게 변해가고, 지금에 와서는 그 실체조차 다시 찾기가 애매한 일종의 ‘뜬구름’이 되어버린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 식당의 찬도 밖에서 사 먹는 ‘찬’인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집밥’은 아니다. 하지만 그 평가의 잣대를 ‘맛’으로 좁혀보자면 이 기본 찬들 하나하나는 정말이지 완벽한 ‘집밥’의 반찬이다.

무엇 하나 맛이 없는 것이 없으며 익히 알고 있는 맛이지만 그 레벨 자체는 훨씬 위에 올라가 있는, 정말 오래간만에 맛 보는 기본 찬들이다.

맞다. 우리는 이런 찬에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하나면 완벽했던 밥상을 추억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일 팀장과 함께 하나하나 반찬을 맛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100명, 아니 단 두명을 앉혀놔도 서로가 가족이 아니면 그 입맛이 다른 법인데 누가 먹어도 맛있다는 것은 정말 맛있는 것일게다. 왁자지껄한 다른 테이블들을 둘러봐도 하나같이 텅 빈 그릇들이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있었으면 수저가 이렇게 닳았을까?>

반찬은 멜라민 접시지만 밥 만큼은 스텐레스 그릇이 아닌 제대로 된 밥그릇이다. 거기에 수북하게 밥을 담아주어 밥 인심또한 좋다.

한 수저 뜨려는 순간 수저에 눈이 간다.

“야아… 이 것, 닳은 것 좀 보세요.”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랜시간 동안 이 수저를 사용했을까. 맨들맨들하게 닳아진 수저는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그만치 이 곳의 문턱을 넘나드는 이가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뭉툭해진 수저가 주는 감성도 실로 대단한 것이다.

김치두부전골의 맛이야 워낙 완벽해 따로 쓸 것도 없을 듯 하다. 그렇게 추위속을 걸어 온 이에게 있어서 완벽한 보답을 찾기도 쉽지 않은 셈이다. 국자로 떠도 떠도 계속 나오는 넙대대한 두부가 주는 포만감과 돼지고기, 살짝 볶은 김치가 우러난 칼칼한 국물의 맛은 도저히 쉽게 수저를 내려놓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았다.

거기에 하나같이 손 맛을 자랑하는 찬들이 재미를 더 하니 인심 묻어난 밥 공기가 순식간에 사그라져 간다.

<라면사리를 추가한다. 두부를 다 떠서 먹은 후 넣어야 한다.>

<맛은 이 사진 한 장으로 족하렷다.>

추가로 밥 한 공기를 더 시키고 라면 사리도 시킨다. 얼큰한 국물에 면도 삶아지고 남은 찬도 밥 추가로 해치울 예정이다. 급하게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특히나 힘든 운동 후 바로 먹는 것은 살이 찔 수 있다는 염려를 끊임없이 김태일 팀장에게 듣건만 둘 다 그런 체면과 철칙은 진작에 내려놔 버렸다.

감탄사는 이미 초기에 멈춘 지 오래, 쉴 새 없는 젓가락질, 수저질 후에 둘 다 완벽히 넉다운이 된다. 이제 더 이상 약탈할 것도, 뱃 속의 창고에 쌓아놓을 공간도 없다.

“…잘 먹었네요.”

“아… 진짜 잘 먹었습니다.”

만족감 묻어나는 한 숨을 한 번 내려쉬고 커피 한 잔을 뽑아 나온다. 추위에 이가 덜덜 떨리던 날씨도 뱃 속이 가득차니 상쾌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달달한 커피 한 잔은 몸을 녹이는데 화룡점정이다. 내일 28km? 까짓 거 걸으면 그만이다.

이후 총 세 번을 일부러 더 찾아가서 먹었으니 그 맛이야 말해 무엇하랴.

 

● 할머니 고향 순두부 : 경기도 연천군 군남면 군남로 116 / 031-833-2057
● 메뉴 : 김치두부전골 8,000원, 두부찜 8,000원, 새우젓두부전골 7,000원, 얼큰이순두부 6,000원, 순두부 6,000원 등
● 영업시간 : 10:00~21:00 (재료 소진시 일찍 닫음)
●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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