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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路] 뽀얀 국물이 온 몸에 스며드니 남은 길도 걱정 없더라 – 대부도 와각칼국수

굉장히 추웠다. 

뭐라 표현할 길이 없지만, 여하간 11월 중순에 낮기온은 체감온도가 영하를 가리키고 있었으니 예년보다 추운 날인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그 길이 또 걷는 이를 몹시나 춥게 만들었다. 경기만 소금길  5구간, 안산 배두해솔길로 치면 3코스인 이 곳은 딱히 식사를 할 만한 곳이 찾기 힘든, 아니 슈퍼조차 찾기 힘든 구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만 소금길의 특성상 너른 갯벌이 펼쳐진 해변을 따라 걷는 길이니만치 불어오는 매서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길이다. 흔히 말하는 ‘된통 걸린’ 날이리라.

게다가 140여 km의 구간을 매일매일 30여 km씩 이어 걷는 것도 쉬운 여정은 아니었다. 2일차이지만 발에 피로도가 제법 쌓이고 있었고 허기는 날을 세운 발톱처럼 배를 긁고 있었다.

‘이젠 무엇을 가릴게 아니다, 처음 눈에 띄는 식당으로 무조건 들어간다.’고 마음을 먹은채 한사위 방조제를 지나 포도밭을 걸을 무렵, 거짓말처럼 만나게 된 칼국수집이 ‘와각 칼국수’이다.

<와각칼국수의 전경>

<감사한 마음으로 들어간다.>

안으로 들어서니 따뜻한 실내공기에 안경이 뿌옇다. 직접 면을 반죽, 조리한다는 설명과 함께, 하루에 정해진 양을 판매한다고 써 있다. 웬지 약간은 ‘센’ 곳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든다.

넓은 실내,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참으로 착실하다. 와각칼국수, 와각탕, 바지락죽이 연달아 나오는 바지락 칼국수 코스가 1인분에 8,000원이다. 칼국수를 바지락비빔칼국수로 바꿀 수도 있고 그에 따라 가격도 약간씩 틀려진다. 수육이나 바지락무침, 바지락 죽 등 다양한 메뉴가 있다.

아무래도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난할 것이라는 생각에 바지락 칼국수 코스를 시킨다. 1인분도 주문이 가능하다고 하니 참으로 반갑기 그지없다.

<바지락죽. 그 고소하고 푸근한 맛에 지금도 생각만 하면 침이 넘어간다.>

먼저 바지락죽이 나온다. 바지락을 통째로 넣은 그 죽, 위에 뿌려진 깨소금과 고소한 참기름의 향이 식욕을 돋운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급히 먹으면 체한다. 체하면 아니 먹은만 못하다. 천천히 위의 꾸미를 섞으니 그 바지락향과 참기름향이 피어오르면서 어느새 침이 꿀꺽 넘어간다.

한 입 품으니, 여태 추위 속에 걸어온 노고가 이렇게 보상 받는구나 싶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쌀과 바지락의 기운이란 뭐라 표현이 안 된다.

부안 변산마실길을 며칠간 걸으며 바지락죽을 몇 번 먹었지만, 죄송한 말이나마 감히 지금의 맛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이다. 

<와각탕이다. 와각은 어떻게 나온 말일까?>

죽을 게눈 감추듯 비우고 난 후 만나는 것은 와각탕이다. 

매장에 붙어있는 설명을 보니 바지락이나 모시조개 등의 패류를 넣고 맑게 끓인 탕을 와각탕이라 부른다고 하니 아마 경기 서남해안의 방언일까 추측해본다.

그런데 왜 하필 와각일까? 

아마 갯벌을 씻고 해감이 된 조개를 한 번 더 씻는 동안 조개의 껍질이 와각와각 부딪혀서 그리 표현한 것일까 생각해본다. 가만히 그 국물을 후루룩 마신다. 온 핏줄에 그 영양이 퍼지는 느낌을 받는다.

시원하게 끓여낸 와각탕(바지락탕)의 국물은 그 자체로 보약이나 진배없다. 뽀얀 국물 속은 모두 바지락 본연의 맛과 영양일지어다. 그러니 여기에 더 무엇인가를 넣는다는 것은 순수를 깨는 것이다. 이게 바로 순수의 시대이자 순수한 영양이다.

<바지락칼국수. 껍질에서 살을 모두 발라내어 먹기 편하다.>

감탄을 거듭하는 사이 나온 바지락칼국수.

직접 뽑은 쫄깃한 면은 과연 치감이 남다르다. 거기에 일일히 껍질에서 다 발라내어 얹어낸 바지락살의 풍성한 꾸미는 이 5구간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성찬이라 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와각탕에 이어 이 바지락 칼국수의 국물또한 잊을 수 없다.

보통 대부도나 오이도 주변의 바지락칼국수는 맛과 양으로 유명하지만 온전히 바지락만으로 맛을 내는 경우는 드물다. 조미료(조미료를 넣는다고 나쁘다고 볼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양이다.)를 과하게 넣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바지락을 쓴다던가 하여 아쉬움을 자아내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우리밀로 면을 뽑고 냉동이 아닌 살아있는 바지락을 쓴다하는 맛집에 줄을 선 적이 있었는데 해감에 실패했는지 바지락 몇 개의 껍질이 열리자 새카맣게 뻘이 나와 국물이 연탄을 섞은 듯 변한 적도 있어 쉽게 믿고 먹을 만한 곳이 드물었다.

하지만 여기는 완벽히 차원을 달리 한다고 볼 수 있다. 

껍질에서 일일히 발라낸 바지락살이 일단 먹기에 편하다. 게다가 그 바지락 양이 엄청나다. 다른 곳처럼 바지락 껍질채 나왔다면 그 풍성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국물, 조미료를 배제한채 온전히 약간의 채소와 바지락 그 자체로 뽑아낸 국물이 면에 스며들어 와각탕과는 또 다른 부드러움을 자랑하고 있다.

<이 국수를 먹으러 일부러 다시 찾아올 예정이다.>

나온 접시를 모두 비우니 뽀얀 국물만치 얼굴도 뽀얗게, 살과 힘도 다시 뽀얗게 차오르는 듯 하다. 

남은 거리가 얼마인지는 이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가뜩이나 피로회복에 좋다는 바지락은 이만치나 먹었으니 그 힘으로 충분히 걷고도 남을 것이다. 게다가 배가 건강하게 가득차니 온 몸에 다시 온기가 돈다. 

제 가격이라 정한 것이겠지만 8,000원을 낸다는게 미안할 정도로 훌륭한 식사였다.

문을 여니 추운 바람이 상쾌하게 느껴진다. 다시금 여정을 이어가는 발에 힘이 붙는다.

이렇게 잘 먹고 잘 걷고, 그렇게 ‘와각와각’ 살아가는 것도 참 좋은 삶일게다.


● 와각칼국수 : 경기 안산시 단원구 아랫말길 27 / 010-7212-0835

● 메뉴 : 바지락 칼국수 코스 8,000원, 비빔 바지락 칼국수 코스 8,000원, 바지락 비빔밥 10,000원, 바지락 죽 10,000원, 바지락 초무침 小 5,000원 / 大 10,000원 등

● 영업시간 : 10:00 ~ 20:00 (14시~17:00까지 브레이크 타임) ※재료 소진시 마감

●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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