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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으路] 몸과 마음을 녹이고 채우는 한 그릇 – 강화 수라전통육개장

<강화 수라전통육개장의 외관 전경>

2018년 10월…강화도에서 열린 KHT 행사의 어느 날이었다.

하프코스(1박 2일)로 참가했다가 당일 아침에 풀코스(3박4일)로 바꾼 참가자분이 계셨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는 그 선생님은 그런 자신의 꿈에 대한 연습 삼아 자신이 4일 연속으로 걸을 수 있는가 한 번 도전을 해보고싶다고 하셨다.

문제는 그 참가자분이 날이 다 저물고 나서 1일차 숙소인 2코스 내의 펜션에 도착하며 일어났다.

참가자분이 당일날 4일의 여정으로 급하게 바꾼 탓에 개인 준비가 많이 부족했다. 1박2일 코스는 숙소 인근에 식당이나 편의점이라도 많았지만 풀코스의 1일차 숙소는 편의시설이라곤 근방에 없는지라 하루치의 행동식만 가져오신 분에겐 저녁식사가 큰 일이었다. 물론 다른 풀코스 참가자분들은 이미 코펠 등을 이용해 식사를 모두 마치고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유독 날씨가 추웠던 그 날 밤, 어차피 나도 필요한 물품을 사러 읍내에 나가야겠기에 그 참가자분을 차에 태우고 읍내로 나갔다. 몇가지 물품을 구비하고 함께 식사를 할 곳을 찾았을 때 그 읍내 안쪽에 보였던 하얀 간판이 우리의 시선을 끌었다.

“선생님, 육개장 괜찮으십니까?”

“아, 아주 좋지요, 몸도 추운데. 어서 갑시다.”

그렇게 간판을 따라 들어간 그 집은 멋드러진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꽤 유명한 육개장 프랜차이즈의 본점이라고 했다. 사실 육개장 프랜차이즈 종류는 육반장, 이화수 정도 이외엔 잘 모르지만 어쨋거나 본점, 즉 본가라고 하는 것은 분명 맛에 있어서 특별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육개장+칼국수를 시켰다. 공기밥 하나까지 곁들여 나온다. 9,000원)>

메뉴를 본다. 전통 육개장이 8,000원이다. 거기에 1,000원만 더 보태면 칼국수나 라면사리가 들어간다.

오늘 하루 종일 산을 오르고 길을 걸으신 분의 공복감, 그리고 이 쌀쌀한 밤을 텐트에서 보내야 할 시간을 생각하면 배가 든든해야 싶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참가자분은 육개장+칼국수를 시키신다. 그럼 나도 그것으로 할까.

‘육칼’이야 원조격인 ‘문배동 육칼’이 워낙 유명하고 나도 그 다리를 건너 허름한 입구에서 몇 번이나 줄을 서가며 먹은 일이 있다. 정말 맛있었던 그 때 그 곳의 기억 때문에 오히려 다른 곳에서 육칼을 시킨 일이 없었다. 잘 하지 않는다면 배만 더부룩하고 국물에 밀가루 면발이 불어져 탁해지기 쉽기 때문에 오히려 기피메뉴였던 셈이다.

<오늘의 기력 보충은 이 한 그릇으로 충분하겠다.>

아주 오랜만에 받아 든 푸짐함 넘치는 육칼 한 그릇. 문배동 육칼처럼 익힌 면을 한 번 물로 씻어 탱글함을 더 해서 따로 담아 나오는게 아니라 육개장 안에 담겨져 나온다. 그만큼 국물을 더 빨아들일테니 전부 각자의 장단점이 있다.

먼저 국물을 한 수저 떠 먹어본다. 참가자분도 나도 서로 눈을 마주친다. 서로 다시 그릇에 얼굴을 묻는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한 숨 돌리기 위해 얼굴을 든 차, 참가자분이 느긋하게 말을 꺼낸다.

“여기 진짜 맛집이네요.”

“그렇습니다. 보통 내공이 아니네요.”

진한 쇠고기 육수에 풍성한 대파의 단 맛, 오히려 고사리나 다른 여러 채소들이 어우러지고 계란까지 풀어 진득함 넘치는 육개장이 아닌, 고기 육수와 대파를 주제로 쫙 뽑아낸 전형적인 서울 방식의 육개장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말하기엔, 깔끔한 맛이 특징인 서울의 육개장 국물이라고 하기엔 너무 진하다.

이런 스타일의 육개장, 분명 맛 봤다. 그것도 강화도에서… 기억을 되살려 본다.

‘아, 교동도 해성식당의 육개장….’

<밥을 말아 먹으며 의문이 든다. 강화도에 은근히 육개장 맛집이 많은 이유는 뭘까?>

“전체적으로 본다면 이 꾸미는 무를 큼직하게 썰어 무와 대파, 고기가 뭉그러질 때까지 끓인 맵싸한 대구 경북식 육개장(사실 현재의 육개장의 모습은 이 대구식 육개장에서 파생되었다. 일제시대 알려진 이 방식의 육개장은 다른말로 대구탕이라 부를 정도였다.)도 아니고 대파의 단맛과 고기의 구수함으로 승부하는 깔끔하고 단 맛의 서울식 육개장도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건나물과 나물을 있는대로 넣고 끓인, 그 위에 고추기름과 고춧가루를 약간 더 한 전라도식 육개장에 가깝다. 

그러면서도 진한 국물, 깔끔한 단 맛에 있어서는 다른 두 곳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으니 이것을 교동도식 육개장이라 불러야 할까 의문이다.

교동도식 육개장이라 부른다면 나에게 있어서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육개장 중 한 곳은 이 교동도에 있는 셈이다.”

-2017.09.20일 ROADPRESS 기사 中-

교동도 해성식당의 육개장에서 풍성한 나물만 줄이고 매운 맛과 진득한 맛만 더하면 바로 이 수라전통육개장이 되는 셈이다. 거기에 풍성한 면까지 어우러지니 좀 더 색다른 구성으로 업그레이드 된 셈이다.

면을 먹고 나서 밥을 말아 그 구수하고 진득히 단 국물과 함께 넣는다. 오늘 그렇게 홀로 10시간 이상 긴 거리를 걸은 이도, 그 걸은 이의 어깨를 감싸며 응원한 운영진인 나도 이 한 그릇을 먹을 자격이 있다.

그 자리 그 누구도 오늘 우리보다 맛있게 그 육개장을 먹지는 못했으리라.


 

그리고 다음 날,

강화남문에서 오전 행사일정을 마치고 점심식사를 먹으려는 때, 어디로 갈 지 아직 정하지 못 한 운영진들에게 조심스레 어제 먹은 육개장을 이야기했다.

다행히도 주변을 오가며 다들 그 간판과 식당 외관이 인상적이라며 눈에 담고 있던 차였다. 거기에 ‘선답자’의 추천이 이어지니 더 볼 필요도 없었다.

<내부전경. 전통 방식의 인테리어와 깔끔한 공간이 인상적이다.>

이른 아침, 06시에 기상해 바로 시작되는 행사 특성상 무엇보다도 듬직한 점심식사가 필요한 우리들에게 이 육개장이 그 대안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거라는 내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 푸짐한 한 그릇에서 채워지는 것은 몸과 마음의 포만감뿐만 아니라 이른 아침부터 점심까지 출발자들을 보내고 짐을 옮기고 또 도착자들의 맞이를 준비하기위해 잔뜩 긴장 되어있던 정신의 이완(풀린다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더 한다는 것이다.)이었다.

그 묵직한 국물이 흥건히 스며든 한 수저 속에서 우리는 웃고, 격려하고, 또 서로 손을 마주 잡았다. 국밥 한 그릇이 비워져 갈수록 우리는 마음의 여유를 되찾았고 다시 두뇌를 움직였다.

<육개장에 칼국수 대신 라면사리를 넣은 ‘육라’. 9,000원>

“이거, 육개장에 라면 들어간 ‘육라’도 되게 특이해요. 완전 옛날에 먹던 그 라면 맛이 나는 듯 해요.”

오택준 대표의 감탄이 이어진다. 진한 육수와 푸짐한 고기에 칼국수 대신 라면 면발이라니, 괜찮을까 싶었지만 맛을 보니 상당히 놀랍다.

아니나다를까, 그 옛날의 라면을 연상케 하는 특유의 맛이 있다. 그 맛이 면발에 묻어난다. 쇠기름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그 사건, 잘못된 논리와 주장이 이어져 아직까지 굳어져 버린 ‘우지 파동’, 그 이전의 라면 맛이 떠오른다.

그 추억의 맛을 되새기면서 라면을 후루룩 넘긴다. 몸에 마음에 추억의 빈 공간까지 채울 수 있으니 더 없이 만족이다.

육개장 자체의 수준도 워낙 뛰어나 그 누구도 남기거나 미적대지 않았다. 대파의 향과 맛, 고사리의 식감과 고기가 주는 말초적 치감은 이 원초적인 음식이자 대표적인 한식 메뉴가 주는 완벽한 밸런스의 미학이다.

그래서 고집 부리며 주장하는 ‘한국인의 소울푸드는 국밥이다!’는 내 지론은 오늘도 유효하다.

<한 번 드셔보실랍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4일간 매일, 한 끼는 꼭 이 육개장을 먹었다. 마치 예전에 평화누리길 12코스의 중간에서 만난 유일순대국에 반해 다음날 아침 일찍 또 찾아가서 먹었던 것 처럼, 이 육개장은 그렇게 한 번의 만남, 두 번의 재 만남 정도로 끝내기엔 아쉽기 그지없을 한 그릇이었기 때문이다.

강화도를 입도한다면, 그리고 강화나들길의 시작을 위해 강화시외버스터미널에 내린다면 약 5분거리에 위치한 강화 남문을 꼭 기억하자. 그 곳을 찾아가면 바로 지근거리에 당신의 몸과 마음을 풍족하게 만들어 줄 육개장 한 그릇이 있다.

늦가을, 겨울의 걷기여행 후라면 더욱 더 제격이다. 이 보다 더 완벽한 한 그릇을 찾기란 그 읍내 일대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 강화 수라전통육개장 :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강화대로403번길 14 / 032-933-4949
  • 메뉴 : 수라전통육개장 8,000원, 육칼+공기밥 9,000원, 육라+공기밥 9,000원, 숯불갈비만두 5,000원 등 
  • 영업시간 : 11:00 – 22:00
  • 주차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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