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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人터뷰] 내가 걸은 Camino De Santiago – 황민아, kyu

이번 로드人터뷰는 조금은 색다르게 현재 <그들의 세계路>에 2년간의 여행을 연재중이신 황민아님과 <마주치다>를 통해 자신의 여행과 만남을 풀어오고 계시는 kyu님을 초대, 두 분과 ‘산티아고 순례길(Camino De Santioago)’를 주제로 자유롭게 대담 형식으로 꾸며보았다.

2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전주 남부시장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가진 이번 대담을 통해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질문부터 그 길을 통해 각자 무엇을 바라보게 되었고 무엇을 발견할 수 있었는지 들어볼 수 있었다.

100명이 길을 걷는 것에는 100개의 방법과 100가지의 시선과 감상이 존재한다.

이번 대담이 ‘산티아고 순례길 Q&A’가 되기보다는 그 길을 걷고 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만약 내가 간다면 무엇을 버릴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지금 무엇에 눌려 있는가?’하는 질문을 통해 로드프레스의 독자들이 길 위에서의 자신을 상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 편의상 황민아님은 황, kyu님은 kyu, 로드프레스(오택준, 장재원)은 ROAD로 표기하도록 한다.

ROAD : kyu님은 재작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걸로 안다. 황민아님은 언제 다녀오셨나?

황 : 나는 작년에 다녀왔다.

ROAD : 가장 최근의 정보와 감상이라 있겠다. 하하하. kyu님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났을때 어떻게 준비하고 정보를 얻으셨나?

kyu : 사실 준비를 많이 안하고 갔다. 기본적인 여행의 일정을 50일로 잡고 그 중 산티아고 순례길을 40일로 잡았다. 아무래도 기본적인 루트가 있다보니까 대략적으로 하루하루의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ROAD : 이제 본격적으로 대담을 시작하자. 먼저 kyu님에게 묻고싶다. 길을 걷고 오신 분과 하는 어떤 인터뷰라도 질문이 제일 먼저 나오게 된다. 길을 다녀오셨는지.

황 : 나도 궁금하다.

kyu : 글쎄, 나는 이 길이 내 여행의 위시리스트에 처음부터 들어있던 것은 아니었다.

지금 일(다큐멘터리 영화, 영상 감독)을 하면서 1년에 한 번씩은 충전을 위한 긴 여행을 떠나는 것을 스스로에게 일종의 ‘숙제’로 줬다.

예전에 스페인 그라나다에 1년 정도 머물렀었다. 그때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포르투갈을 여행하고 다시 스페인으로 넘어오는 이들이 많았다. 많은 순례객들이 그라나다에서 쉬다가 떠났는데 그 순례객들의 성향이 일반적인 유럽여행을 즐기는 분들하고는 달랐었다. 그 분들과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중에, 일생에 한 번 정도는 꼭 가보기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 때 스페인에 체재하면서 갈려고 계획을 세웠었는데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서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고 그때 마음먹었던 것을 잠시 미루어놓고 있었다.

그렇게 지내오다가 1년에 한 번의 숙제를 이 산티아고 순례길로 풀게 되었다.

<작년 5월 중순에 순례길을 시작한 황민아님>

ROAD : 그렇다면 황민아님은 어떻게 가게 되었는가?

황 : 아시다시피 2년간 남자친구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조금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는 생각이 있었다. 당시 주변의 시선들이 나를 나로서 인정하지 않고 ‘누군가의 여자친구’, 혹은 ‘여자 혼자서는 못 가고 남자친구와 같이 가니 가능한 여행’이라는 것들이 있었다.

나도 수 없이 많은 산들을 올랐고 내 스스로도 능동적으로 이루어냈는데 그런 시선들 속에서 약간 다운(Down)되는 시점이 왔었다. 마침 여행의 끝자락이기도 했고 그런 시간들 속에서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까지 맞물려 상당히 힘들었다.

그렇다면 나 혼자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약간은 ‘냉정하게’ 정하게 되었다.

ROAD : ‘ 혼자서도 있어!’라는 일종의 증명같은 마음이었을까?

황 : 그런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2년동안 같이 여행을 하면서 1년이 지나는 시점에서 ‘혼자 여행을 좀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내 스스로도 ‘나 혼자서 이런 여행을 할 수 있는가?’하는 의구심도 들기도 했고.

ROAD : 그렇게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던 시점, 2년간의 여행 루트의 어디에서 있었던 일인가?

황 : 당시 캐나다에서 카페 서빙을 하면서 워킹홀리데이의 개념으로 돈을 벌고 있었다. 하루에 12시간씩 일하면서. 하하하하. 산티아고 순례길은 조금의 정보도 찾아보지 않고 그저 친구가 ‘여기 좋아, 한번 가봐.’라는 말 만으로 이곳 캐나다에서 프랑스 생 장까지 어떻게 가는가 정도만 알고 갔다.

그렇게 생 장에 도착해서 사무소에 가면서 순례길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ROAD : 요즘의 트랜드와는 거리가 멀게 세세한 사전조사와 계획이 없이 떠났다는게 놀랍다.

황 : 딱 기차표와 비행기표만 예매하고. 하하하하

ROAD : kyu 같은 경우는 그래도 국내에 계셨던지라 산티아고 순례길 카페나 등을 통해서 준비를 하셨을 같은데.

kyu : 아니 전혀, 그저 배낭 하나만 가지고.

ROAD : 루트는 우리나라 분들이 가장 많이 가는 프랑스 장에서 시작하는 것이 유명한데 루트를 통하셨는지.

황 : 그렇다.

kyu : 맞다.

 ROAD : 많이들 루트로 가는데 이유가 뭘까? 교통이 편하다던가 어떤 이유가 있을까?

kyu : 기본적으로 모험이나 탐사의 개념이 아니었기에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여러 인프라가 잘 되어있는 길을 선택했다.

황 : 나 역시도 다른 루트보다 생 장 루트가 많이 알려지고 알베르게(순례자용 숙소)도 잘 되어 있어서 선택했다. 다른 루트 중에는 알베르게가 거의 없는 구간이 있는 곳도 있고 접근성이 어려운 길도 있다고 들었다.

특히 생 장 루트에서 다양한 축제를 만날 수 있다고 들었다. 종교적인 크고 작은 마을 축제라던가 퍼레이드 등. 그런 것도 있으니 많이들 선택하지 않을까.

ROAD : 얼마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룬 영화 <The way> 감상했다. 인상적인 장면 하나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사망한 아들의 시신을 찾으러 아버지가 프랑스로 이동, 역에 내리는데 기차에서 내린 모든 이들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방향으로 걷는 순례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모두 사무소를 가는게 인상적이었다.

황 : 난 아무 정보도 없어서 걱정이 많았었는데 사실 조개(가리비)만 보고 쫓아갔다. 모든 이들의 배낭에 조개가 달려있어서 그 조개를 따라, 그리고 길의 표식을 따라 가니 언덕에 사무소가 있더라.

<재작년 4월 1일 출발해 39일간 걸은 kyu님>

ROAD : 사무소에서 여행객들이 받을 있는 정보나 서비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kyu : 일단 기본적으로 스탬프를 받을 수 있는 여권이 있고, 프랑스 루트의 첫 번째 코스가 피레네 산맥을 넘는 코스인데 당시 전 날 눈이 많이 내렸었다(4월 1일 출발). 그래서 우회로에 대한 안내와 그 지역의 알베르게 리스트 등을 받았다.

ROAD : 카페 등을 보면 사무소에서 정보를 구할 영어를 해도 이해하는 가능할까하는 걱정이 있다.

kyu : 영어를 잘 못해도 거기에 온 사람들은 모든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수준만 갖춘다면 정보를 받고 출발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본다.

황 : 나도 기본적인 정도는 가능해서 큰 문제는 없었는데 당시 한국에서 오신 나이 많으신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영어를 전혀 못하셨다. 그 분들은 약간 곤란해 하시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대부분은 정말 기본적인 수준은 준비를 해 오시더라. 그래도 안되는 부분은 주변의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받으시고.

ROAD : 한국인들이 많았나보다.

kyu : 시즌에 따라 어느정도 그렇다. 나는 4월 초에 출발했었고.

황 : 나는 5월 중순에 시작했었다. 눈은 안 왔지만 피레네 산맥에서 우박이 내린다고 해서 이틀 대기하다가 갔었다.

ROAD: 어떤 계절이 걷거나 즐기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황 : 가장 성수기는 6, 7, 8월이지만 그 때는 너무 덥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5월이 좋지 않을까 한다. 피레네 산맥만 지나면 크게 날씨가 힘들지 않으니까.

kyu : 4월 초반의 경우는 피레네 산맥의 날씨는 꽤 쌀쌀하다. 사실 날씨는 꽤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북쪽이다보니 4월 중반, 후반이 되어도 꽤 춥고 비도 많이 내렸다. 5월 중순 정도면 좋다 생각하는데 그때부터는 정말 성수기의 시작이라 굉장히 많은 이들이 점점 몰리기 시작한다.

ROAD : 처음 만나는 피레네 산맥, 아무래도산맥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그리고 외국의이라는 것에 대해서 약간 두려움이 생길 같다. 어땠는가?

황 : 이런 말 드려도 될 지 모르겠지만 난 워낙 산을 많이 타서 그런가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초반에 비탈길이 살짝 나타나지만 길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잘 나있어서 큰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다.

ROAD : kyu님은 우회해서 가셨다고 했는데 시간이 걸렸을 같다.

kyu : 확실히 시간이 더 걸린 것은 사실이다.

나는 피레네 산맥의 그 정확한 루트로 넘어가지는 못했지만 우회로에서 지낸 첫 번째 숙소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갔던 우회로는 나이 많으신 분들은 굉장히 힘들어하셨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또 초반이고 심리적인 부분이 중요하니까 ‘처음부터 이렇게 힘들단 말인가?’하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두 번째, 세 번째 날이 지나고 나서는 그래도 많이 익숙해지고 편해지셨지만.

ROAD : 아무래도 여행의 시작부터 정해진 루트가 아닌 우회로를 안내받으면 다시 정해진 루트로 합류하거나 하는데 꽤나 걱정도 되고 부담도 있었을 같다.

kyu : 나도 상당히 부담이 되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고 사람들은 아무도 안 보이고.. 그냥 마을인데 내가 맞게 가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정신을 잘 차리고 표지만 잘 보고가면 어려운 길은 아닌데 1코스라 그랬는지 약간 되돌아오고 하는 과정들이 있었다.

그런데 올레길만 보더라도 표지만 집중해서 보고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면 상당히 시선이 좁아지지 않나?

ROAD : 길을 즐기는 보다 길을 찾는 것에 얽매여버리는

kyu : 그렇다. 그래서 풍경도 즐기고 마을도 구경하고 하면서 편하게 마음을 가지다가 두 세번 정도 다시 길을 찾아 되돌아오고 했었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ROAD : 우리 모두가 번씩 위에서 겪는 착오들이다. 하하하.

알베르게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 해보자. 아무래도 일반적인 숙소와는 성질이 틀리다. 굉장히 다양한 알베르게의 모습이 있는데 어느 곳은 펜션이나 다름없이 근사한 곳도 있고, 어느 곳은 교도소의 단체 같은 곳도 있다. 이런 다양한 알베르게의 시설과 가격대 등에 대해서 궁금하다.

황 : 사무소에서 발급 받은 것 중 정말 보물처럼 가지고 다녔던 것 중 하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만나는 마을들에 있는 알베르게의 정보가 들어있는 리스트였다. 앱을 사용하지않고 그 종이 리스트로만 여행을 다녔는데 그 리스트에 제공되는 서비스와 가격 등이 나와있다.

그럼 마을에 도착해서 누구에게나 내가 가고자 하는 알베르게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럼 다들 친절히 가르쳐준다. 길 옆에 있는 알베르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곳들도 많기에 마을에 도착하면 순례자들이 전부 알베르게의 위치를 물어보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kyu : 순례길을 걸으면서 난 비용을 굉장히 낮게 책정을 했었다. 여행 중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숙소이다보니 가장 아껴야 했다.

당연히 공립 알베르게가 가장 싸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로 치면 군청이나 수도원 등에서 운영하는 것인데 그 마을의 대성당 주변에 가면 보통 있는 경우가 많았다. 지도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그 마을의 성당을 찾으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공립이다보니 기본적으로 수용인원도 많은 편이라 쉽게 숙소를 잡을 수 있다.

<로드프레스 오택준 대표(左)와 kyu(右)님>

ROAD : 저렴하다고 하면 어느 정도 수준일까.

kyu : 나는 숙식에 하루 10유로를 예산으로 잡고 갔다. 그런데 대부분의 공립알베르게는 8유로 내외거나 그저 자신이 내고싶어하는 금액만큼 내는 시스템(도네이션 알베르게 : 기부제)인 경우가 많아서 그땐 내가 예산 내에서 낼 수 있는 만큼 내고 잤다.

황 : 공립은 5유로에서 10유로 내외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하다. 사립 알베르게는 수용인원이 약간 적고 좀 더 쾌적하지만 10유로에서 25유로까지 하는 곳도 있었다.

ROAD : 그렇다고 해도 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다.

황 : 사립의 경우는 아침에 조식을 제공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도네이션 알베르게를 너무너무 좋아했다. 돈을 적게 낼 수 있어서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눈다던가 사진을 돌려보며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한다던가 요리를 같이 하거나 노래를 부른다던가 하는 것들이 너무 좋았다.

ROAD : 그런 프로그램은 알베르게 내에서 지정해주는 것인가, 아니면 순례객들끼리 자연스럽게 뭉쳐서 하게 되는 것인가?

황 : 보통은 프로그램을 봉사자분들이 한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으니 참가하려면 하라.’고 공지한다던가 아니면 자유롭게 악기가 놓여져 있으면 누군가 연주하고 그 주변에 모여 노래한다던가.

ROAD : 알베르게에 따라 음식을 조리할 있는 곳도 있는데 마을의 마트에서 식재료를 직접 사서 조리해서 먹었나? 혹시 다른 순례자들과 공동을 취사를 한다거나 경험은 없는지?

kyu : 난 대부분의 식사를 만들어서 먹었다. 앞에 말한대로 정해진 예산이 있었기에 오늘 초과지출하면 다음날 세이브를 해야하는 상황인지라. 주방이 없는 알베르게도 있지만 난 운이 좋게 대부분의 알베르게에 공용 주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공용주방에는 조리에 필요한 기구와 소금, 식용유, 설탕 등의 조미료를 비롯해 전에 이 곳에서 머무른 사람들이 두고 간 쌀, 파스타, 계란, 감자들이 남겨져 있었다.

황 : 꼭 슈퍼를 안 가도 된다. 하하하하하

kyu : 보통 난 걸으면서 항상 제일 처음 그 알베르게에 도착을 했다.

일동 : 하하하하하

kyu : 뭐 그 이유야 아시다시피 그 냉장고를 체크하고 내가 얼마나 식비를 지출할 것인가, 무엇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ROAD : 아이고 진정한 순례자들!!!!! 하하하하하

kyu : 대부분 쌀이나 파스타는 어느 정도는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묵은 알베르게는 조리까지 직접 해서 먹는 순례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었다. 거의 밖에서 사 먹고 들어오더라. 총 40일 중에 보름 정도 지나고 나서는 사람들이 직접 만들어 먹지만 초기에는 다들 사 먹고 쉬더라.

뭐 같이 걷는 크루가 있다면 같이 만들어 먹기도 하겠지만.

황 : 조식이 제공되는 사립 알베르게도 사용해봤는데 조식이 잘 나온다. 빵과 잼 같은 기본적인 아침과 티, 치즈, 비스킷 정도.

ROAD : 길을 걷다가 점심을 먹는 경우도 많은데 마을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나, 아니면 행동식을 준비해 위에서 먹었나?

황 : 나도 가지고 다니는게 사실 늘 똑같고 돈을 아끼는 상황이어서 식빵 하나와 참치캔 하나, 마요네즈를 늘 들고다녔다. 그걸 가지고 다니면서 길 위에서 배고프면 항상 먹었다. 참치캔이 한국 참치와 맛이 똑같아서 전날 마을 마트에서 미리 다음날 점심을 준비했었다.

kyu : 난 점심도 언제나 알베르게에 가서 먹었다. 한번 만들때 2인분을 만들어서 점심, 저녁으로 먹고 아침은 마을에 나가서 큰 바게뜨 빵을 하나 산다. 값도 싸서 어쩔땐 0.9유로 이하일때도 있다. 그런 빵을 사서 아침을 먹고 걸으며 뜯어먹고.

황 : 사실 아침을 먹고 나가도 계속 배가 고파서 큰 바게뜨 빵처럼 뜯어먹을 걸 늘 찾게 된다.

ROAD : 하나님, 필그림(pilgrim)들을 굽어살피소서…. 

     다시 질문이다. 1일간의 평균 이동거리나 이동시간 등을 계획해서 갔었나?

kyu : 평균 1시간에 3km에서 3.5km를 걷게 되더라.

황 : 굉장히 빠른 걸음이시다.

kyu : 대략 그 정도였다. 하루에 20km 미만으로 걸었다. 약간 넘을때도 있지만 나는 다른 사람보다 넉넉하게 총 38~9일의 일정을 나누어서 그 정도로 잡았다.

황 : 난 사실 세계여행 중에 산티아고로 넘어온 것이라 날짜에 대한 제약이 없었다. 이전의 하이킹에서 하루에 얼마를 걸어야 한다, 그래야 어디에 도착한다는 계획이 워낙 강한 여행일정이어서 여기에서는 내 맘대로 걷자는 생각이었다. 걷기 싫을 때엔 퇴실시간 직전까지 최대한 천천히 쉬다가 10km만 걸을까 하고 걷는 정도로.

오늘은 좀 걸어야 되겠다 싶으면 27km도 걷는 날이 있었지만 평균적으로 kyu님 처럼 20km내외로 걸었던 것 같다.

ROAD : 산티아고 순례길은 다른 트레일과는 틀리게 보통 하루에도 여러 마을과 마을을 걷지 않나? 그래도 하루종일 걸어도 마을을 보기 힘들다던가 하는 구간이 있는가? 걷다가 마을을 찾거나 무리해서라도 마을을 가야 그날 숙식이 가능한 곳이 있다던가

황 : 내 기억으로는 한, 두 구간 정도 있었다. 20km를 걷는동안 마을이 없는 구간이 있었다.

ROAD : 그렇다면 하루에 20km 걷는다고 가정한다면 곳에서 숙박해야 하는..

황 : 그렇다. 그 사이에는 마을이 없다. 꼭 찾는다면야 그 경로를 이탈해서 멀리 보이는 마을로 가면 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애매하고. 쭈욱 일자로 난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 구간도 있었고. 어떤 곳은 15km마다 마을이 있다거나. 그런 곳은 전 날 물과 먹을 것을 더 챙기고 했던 기억이 있다.

ROAD : 그래도 그것을 지나쳐서 마을에서 자고 노숙을 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있겠다. 사진을 보면 텐트를 치고 자면서 걷는 이들도 있었고.

황 : 그렇다. 그래도 구간 계획만 잘 잡으면 문제없다.

ROAD : 그렇게 마을을 찾아가도 숙소를 구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kyu : 그런 경우도 없다고는 말은 못한다.

그럴때엔 다음 마을로 가는 수 밖에 없다. 어쩔때엔 이 곳에서 자야지 하고 찾아갔는데 해당 알베르게가 잠시 휴업이거나 문을 닫는 날일수도 있고. 그런데 나는 그런 것보다 ‘메르카도(mercado : 시장)가 없는 마을, 슈퍼마켓이 없는 마을이면 묵지 않았다. 식비를 아끼는게 워낙 중요해서.

ROAD : 그런 마을이 많은 편인가?

kyu : 가끔 있는 편이나 내 경우 40일을 지냈는데 그 중 10~12일 정도는 시장이나 마트가 없는 곳이 있었다. 물론 스낵이나 식당 정도는 다 있지만 음식을 만들어먹는다는 기준에서다.

<길, 그 위에서의 만남, 그리고 깨달음 모두는 개인에 달려있다.>

ROAD : 우리나라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생각중인 나이 많은 분들은 앱이나 외국어 지도가 익숙치 않아 겁이 나신다는 말도 많다. 표식만으로 걸을 있을까 하고 문의하시는 분들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황 : 나는 충분히! 걸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표식이 조금만 걸어도 나타나고, 그것만으로 충분히 완주가 가능했다. 나도 앱을 사용하지 않고 화살표만 보고 걸었다.

kyu : 그렇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완주에 영어는 거의 필요치 않다. 다만 내가 그 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이야기를 나누는데엔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또 기본적으로 자신감의 문제라고도 본다. 아주 기본적인 스페인어만 준비해도 시골의 마을에서도 잘 쉴 수 있다.

ROAD : 종주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구간이나 환경 등이 있다면 어떤 있었을까?

kyu : 글쎄, 꼭 꼽는다면 비가 많이 온 구간이 있어서 특정 구간이 진창이었다. 마침 그 길이 매우 긴 구간이어서 많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다.

황 : 난 딱 하나가 기억나는데 그 구간이 험해서가 아니라 날씨가 너무 더워서 힘들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ROAD : 왠만한 더위는 아주 다양하게 즐기고 이겨냈을텐데도 그런 어려움이 있었나?

황 : 산길은 그래도 그늘이 있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지 않나. 열이 복사되어 올라오는 도로의 열기에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난 새벽에 떠나 12시에는 걷기를 끝내는 방식으로 걸었는데 그 날은 약간 늦게 출발해서 오후 1~2시까지 걸어야 했다. 마침 그 날 하얀 도로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정말 대단했다. 건조한 더위, 살을 때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늘이 없는 곳에서 물도 떨어져 살짝 탈진할 뻔 했었다.

ROAD : 도로구간이 많은 편은 아니지 않나?

kyu : 많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큰 도시로 들어가는 구간, 도시 내에서의 길, 도시를 빠져나와 걷는 구간 등 다양한 곳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만난다. 전체 비율로 보면 흙길 7.5 : 도로 2.5 정도?

ROAD : 워낙 많은 사람들이 걷는 구간, 마을 들에서 현지인들이 순례자들을 보는 시선은 어떤 편인가?

황 : 나는 마을마다 만나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보는 시선들이 매우 호의적이었다고 느꼈다. ‘얼마인가’, ‘고맙습니다.’ 정도의 스페인어를 하는데에도 너무 재미있어하고 안아주시고 그랬다.

kyu : 이 전에 스페인에 1년동안 있으면서 느낀 게 스페인 사람들의 민족성, 그리고 남부와 북부 지역의 특성이 참 다르구나 하는 것이었다. 남부지역은 약간 히피성 문화가 강해서 자유롭고 열린 느낌이라면 북부쪽은 조금 더 보수적이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기질 중 하나가 자신을 너무 사랑한다는 것이다.

공공업무를 보거나 일을 하다가도 내가 잠시 쉬고 싶으면 반드시 그 시간은 쉬어야 한다. 전화가 걸려오면 일을 멈춘 채 전화를 하고 오거나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잠시 나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온다. 그리고 일을 마저 이어간다.

이렇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도 굉장히 강해서 다른 민족들에게 얼핏 거만하다는 오해도 사긴 하지만 또한 기본적인 기질은 한국 사람과 매우 비슷하다. ‘정’이라는 개념이 다른 유럽보다 굉장히 두드러진다.

내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시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그것을 이해해주면 자신을 이해해주는 이에게 활짝 열린다. 굉장히 ‘속정’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끔 보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우리나라 어르신들 중에는 그런 부분을 이해못하는 것에서 오해를 사는 경우도 보인다.

순례길이 모든것을 내려놓는 여행인데 그런 것을 지나치지 못하고 ‘내가 이 곳에 와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느냐.’ 하며 ‘지금 날 무시했다. 인종차별 당한 것이다.’하고 역정을 내시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특유의 각 민족의 성향을 이해한다면 그게 그 사람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길을 걷는 순례자들>

ROAD : 이제 다시 순례길로 되돌아오자. 정확히 분은 완주까지 며칠이 걸렸는가? 그리고 도착지가 피니스테라(Finisterra : ‘세상의 이라는 별칭의 해안)였는지?

kyu : 난 정확히 39일이 걸렸다. 피니스테라까지는 가지 않고 콤포스텔라까지 갔다.

황 : 난 40일이 걸렸고 피니스테라까지 갔다.

ROAD : 정확히 끝이 어디라 봐야하나? 피니스테라는 종착지인가, 아니면 일종의 덤인가?

황 : 음 글쎄…나는 사실 ‘이 길의 끝이 어디다.’라고 규정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의 여정이 어떻게 될 지 모르고 각자의 느낌이 다르기에 거기에 얽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꼭 완주 자체의 목적을 둔다면 피니스테라에 가면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순례길이 ‘0km’라고 써 있기는 하더라.

ROAD : 사실 역시도 걷는 행위가 중요하지 길에완주 번째 혹은 이후의 문제라 생각한다. 그런데 반대로 완주에 의미를 두는 이들도 있다보니 그런 표식도 이야기 해보는게 좋을 같다.

 그리고 분은 완주 이후에 어떻게 이동을 하셨는지?

kyu : 나는 In과 Out을 명확히 잡고 갔었다. Out은 리스본으로 잡았기에 걷기를 마치고 10일을 자유여행으로 즐기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황 : 나도 그 이후엔 자유였기 때문에 그 순례길에서 만난 친구의 집(스위스)을 가기로 해서 걷기를 마치고 차로 출발지로 되돌아왔다. 정말 힘들었다. 하하하하. 그래서 스위스로 가서 즐기다가 헝가리로 넘어갔다.

ROAD : 일반적으로는 귀국루트가 어떻게 되는가?

kyu : 아마 대부분은 인근의 산티아고 공항에서 저가항공을 타고 파리로 가서 귀국한다거나 바르셀로나나 마드리드로 Out하는 경우가 많다. Out지점까지는 저가항공이나 기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고. 자기 시간을 조금 더 즐기는 것도 좋다고 본다.

ROAD : 이제 디테일한 질문을 하나 보자. 소요경비에 대해 물어보겠다. 비행기표 포함, 그리고 39~40일간의 순례길에 순례길에서의 경비등에 대해 말해달라.

kyu : 비행기표 빼고 40만원…

황 : 우와, 정말 안 쓰셨다. 하하하하.

ROAD : 이건 정말로 <추천 경비, 일반적 소요경비가 아닌 개인의 경비로 봐주시라> 써야 같다. 하하하하.

황 : 난 아낀다고 아꼈는데 비행기표 빼고 70만원 정도 들었다. 그게, 난 먹고싶은건 먹는다는 생각이 있어서 충분히 먹고 즐겼던 것 같다.

ROAD : 아니, 먹는 매우 중요하다. 그래도 40일의 경비로 친다면 상당히 적게 들었다.

kyu : 나같은 경우에는 12~3일이 지나고 나서 크루가 생겼다. 그래서 그런 경비가 가능했던 것 같다.

그 친구들에겐 내가 늘 무엇인가를 만들어먹고 하는게 신선했나보다. 젊은이도 있고 나이가 많은 분들도 계셨는데 한 아주머니는 내가 음식을 만들어먹는 걸 보면서 반성했다고 하시더라. 내려놓는 여행을 왔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자신이 쓰는 돈의 크기가 일상과 전혀 차이가 없으니 다른 의미를 가지고 걷는 여행인데 이래도 되나 싶었다는 것이다.

물론 선택적 빈곤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이 모습이 순례길에 또 다른 의미를 주는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보다.

그리고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룰을 정하고 각자의 할 몫을 정할때 난 하루에 내가 쓸 예산을 당당히 오픈했다.

그리고 내가 돈이 없지만 너희에게 쉽게 말해 ‘빈대’붙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돈을 모아 공금을 내고 그것으로 식재료를 사면 내가 요리를 맡아서 하겠다고 제안했다. 다행히 모두 찬성했고 함께 하는 동안 내가 점심이나 저녁을 책임졌다.

<그 길은 신앙고백의 길에서 치유의 길로 생명력을 더하고 있다.>

ROAD : 말을 들어보니 kyu님은 예전 중세 수도사들이 수도복 입고 노끈으로 허리 동여매고 정수리 훤하게 깎은 십자가를 메고 가는 수도사 느낌이 난다.

황 : 하하하하. 그런데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진짜로 계신다. 가방 작은 걸 메고 예수님 복장을 하고 나무 지팡이 들고 걷는 이도 있다.

kyu : 사실 이 인터뷰를 보시는 이들에게는 개인적인 경험의 소개라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 이 길을 걷는 이들에게 누군가를 사귀기 위해 온다거나 크루를 만들어 걷는 것이 보편화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유럽에서 온 다양한 이들은 거의 대부분 개인적인 목적과 신념을 가지고 걷는다.

그 만남도 정말 여러 날의 걷는 일정속에 자주 만나게 되는 풍경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던 것이고 나 역시도 이 길을 누군가와 함께 걸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걷다보니 나중에 내가 이 길의 끝에 와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들어가서 기쁨과 설렘, 긍정적인 에너지를 혼자 마음속에 안고 “드디어 끝났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경험을 같이 길을 걸었던 이들과 깊이있는 나눔을 통해 공유하면 오래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그 때 숙소에서 그 크루가 될 사람들과 이야기 했었다. ‘나는 이런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생각도 해봤어, 우리가 끝나고서도 이 에너지를 서로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이 여정은 평생 기억될 여정일 것 같아.’라고.

네덜란드에서 온 한 어르신은 자신이 이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면서 ‘절대 다른 사람과 말을 하지 않고 같이 걷지도 않겠다’는 철칙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자신의 부인을 추모하며 걷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그런 생각을 가진 분도 우리와 같이 하루, 이틀을 보내면서 처음의 완고한 생각이 많이 깨졌다고 하더라.

그 때 그 어르신과는 지금도 같이 교류를 하고 있고 한국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전에는 한국에 대해서 어떤 것도 모르셨던 분이지만 이젠 누구보다 한국에 대해 많이 아시는 분이며 작년에는 직접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셨다.

나는 영상이라는 일을 하고 그 분은 심리치료라는 일을 하신다. 우리가 순례길을 통해 만나면서 비상업적인 일로 서로 함께 일도 하고 돕고 있다.

네덜란드의 그 마을에서는 그 어르신 때문에 꼬마애들까지 다 날 알고 있다고 한다. 편지도 쓰고.

황 : 난 동행을 했다가 떨어지는 등 자연스럽게 만남과 이별을 통해서 그 길이 나에게 가르침을 주었다기 보다는 그 사람들과 인생을 이야기하고 들어주면서 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다.

생장에서의 첫 날이 기억나는데 그 알베르게에 한국인은 나 혼자였고 독일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등이 가득 차 영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거기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그 할머니가 영어를 잘 못하셨지만 나에게 다가와 “너의 미소가 너무나 아름답구나. 난 이 길을 다섯 번이나 걸었단다. 그래도 이렇게 다시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단다. 이 길이 너에게 그런 길이 되었으면 좋겠구나.”하고 이야기 해주셨다.

한 도네이션 알베르게는 전기도 안 들어오고 찬 물만 나오는 곳이었다. 무너진 성당 같은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봉사하시는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셨다. 아들을 잃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마음을 치유하다가 이렇게 이 곳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이 길이 그저 유명하고 좋아서 걷고 싶은 사람도 있지만 미래가 불확실한 가운데 자신을 다스리고자, 혹은 자신의 가장 큰 아픔을 달래고자 이 길을 걷는 이들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다시 순례길을 바라보게 되었던 것 같다.

내 안에 있던 문제들이 조금씩 해답을 찾아가는 일들이 벌어졌다.

<”내 안에 있던 문제들이 조금씩 해답을 찾아가는 일들이 벌어졌다.” – 황민아>

ROAD :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같다. 물론 우리는 다른 길들에서도 동일한 질문과 답을 찾을 있지만 유독 많은 이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그것을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버리기 위해걷는 길이어서가 아닐까 싶다.

 혹시까미노 블루라는 말을 분은 아시나?

황 : 처음 들어봤다.

 ROAD :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많은 것을 깨닫고 돌아가서 다시 길을 걷기 전의 삶으로 돌아와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감에 우울해하고 길을 그리워하는 감정들이다.

황 : 알 것 같다.

kyu : 그것은 산티아고 순례길도 그렇지만 모든 여행에서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사실 나는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한 번도 집에 돌아가는, 귀국일이 슬프고 괴로웠던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여행을 했던 것이 싫거나 힘들고 지친 게 아니었다.

우리나라의 여행을 즐기는 많은 분들이 현실의 삶 속에서 힘들었던 것을 잊거나 눈을 감거나 귀를 막기위해 그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가서 무언가를 완벽히 해소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누구와 가던, 지상낙원을 가던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이 곳이 좀 더 행복하고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어디를 여행한다고 해도 도피일 뿐이다.

비록 자신의 지금 모습이 초라하고 추하고 아무것도 없다 할 지라도 내가 있는 이 곳과 내 자신이 너무 좋고 소중하다면 우리가 다른 곳을 가서도 더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밖에 나가서 보고 느끼는 것은 엄밀히 우리의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사랑하고 좋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황 : 사실 난 마음속에 우울이 많았다. 다른 이에게 말할 수 없는 여러 사정이나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많이 우울하고 지금도 그런 현실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kyu님이 말씀하신대로 돌아와도 현실은 현실이다. 그래도 그 현실에 잘 녹아들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여행이다.

‘결국 이렇다고 해도 이런 내가 마음에 들어!’라는 걸 느끼고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그런 방법을 배워올 수 있었던 것이 여행이라고 본다.

지난 여행들을 회상하며 ‘내가 본 것이 다 허상이었을까?’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을 허상이라 생각하지말고 그것을 모두 흡수하여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큰 동력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어떨까.

ROAD : 개인적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여행이라는 것이 아픈 현실에 대한 완벽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정말 행복한 진통제 혹은 영양제로 봐야 한다는 .

이제 슬슬 마지막으로 넘어가자.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돌아온 자신에게 있어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어떤 길로 남았는가?

kyu : 굉장히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다양한 이유들 중 하나를 얘기하자면 제 어머니가 2014년도에 돌아가셨다. 그래서 당시 이 곳(군산)으로 아무런 준비없이 내려왔었고.

그 길을 걸으면서 다른 분들과 쉐어할 수 없었던 부분중 하나가 묵상이었다. 종교적으로도 난 가톨릭이기에 매일매일 성당을 가서 어머님과 나와의 관계를 생각하며 묵상하며 묻고 갈구했다. 나는 지금 어떻게 걷고 있는지, 어머님은 날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거기에 있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기리며 걷는다. 나에겐 돌아오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 길이 ‘어머니와 같이 여행을 한 길’이 아니었는가 하고 생각하게 된다.

지금 나에게 어머님은 특별한 냄새로 기억에 남는다.

어머님을 보내며 처음으로 종교적인 의례인 장례미사를 접했는데 향을 피웠다. 나에겐 일반적인 향 냄새가 아닌 처음 맡아보는 향 냄새였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 향 냄새가 어머님의 냄새로 각인이 되어 있었다.

그 냄새를 그동안 전혀 생각지 못하다가 마지막 도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수도사들이 피우는 향을 보고 맡았다.

그 향을 피우고 올리는 행사가 굉장히 의미가 있다. 줄로 매단 향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거기에 모인 이들에게 스며든다. 그것을 보며 어머니를 바로 떠올렸고 어머니가 하늘을 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있는 다른 이들도 각자의 감상이 있었겠지만 난 어머니가 계신 집에 온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다녀오고나서 떠올려보면 어머니와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걸으면서, 또 언젠가 올 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와 같이와서 걸어보고 싶다는 길로 남아있다.

끝났다는게 아닌, 다시 남아있는 길.

황 : 전 2년을 여행하며 산티아고가 정말로 기억에 남는다. 정말 다양한 곳에서 좋은 자연을 즐겼지만 이 곳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내 안의 고질적인 문제들, 병적인 것들이 불러일으키던 끝 없는 우울함과 지난 기억들의 잔해를 다 버리는 느낌을 받았다.

내 인생의 또 다른 시작점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산티아고 순례길이 끝나는 시점이 나에겐 새로운 나를 다시 살아가는 기점이었던 것 같다. 아마 나 혼자여서 그랬을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 나를 제대로 속까지 볼 수 있었으니까.

<”불안감이나 걱정도 고스란히 가진 채 순례길을 걷는다면 어떨까?” – kyu>

ROAD : 대미를 장식할 시간이다. 예비 순례자들에게 길을 어떻게 걸었으면 좋겠다, 혹은 이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하고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황 : 각자 가지고 있는 것, 산티아고 순례길에 메고 가는 것이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짐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속에 산재한 고민들, 응어리들.

그것에 집중하면서 즐겁게, 다치지말고 다녀오셨으면 좋겠다.

내가 이렇게 말할수 밖에 없는게… ‘사람들 많이 만나세요’, ‘알베르게는 어디를 가세요’하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것, 자신의 마음속에 꾸려진 것에 집중하며 다녀오는게 제일 좋을 것 같다.

kyu : 난 솔직히 이런 이야기들이 많은 대중들에게 소개가 된다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그래도 인터뷰에 응하고 내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다.

로드프레스에 바램이 있다면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어서 많은 정보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이 여행을 떠나기 전 너무 많은 기대와 흥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 같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해서 정말 많은 공부를 해 왔는데 막상 가 보면 ‘아는것만 보이는’ 법이다. 많이 알고 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 가보는 길에 대해 가지는 불안감이나 걱정도 고스란히 가진 채 순례길을 걷는다면 어떨까?

그 자체가 하나의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궁금증이나 의아함 등의 물음표로 시작해서 자신의 새로운 경험을 쌓고, “여기에서 끝이다! 해소되었다!”가 아니라 그 곳에서  또 다른 숙제를 가지고 와서 현실에서 그것을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ROAD좋은 말씀 감사하다. 그럼 이것으로….

황 : 아니, 잠깐 잠깐 잠깐!!! 이거 꼭 하고 싶은 말이다.

ROAD : 하하하하 말씀해달라.

황 : 산티아고 순례길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트레일 등을 걸으면서 걱정되는 부분인데 어느 곳을 가더라도 그 곳의 에티켓을 꼭 지켜주셨으면 좋겠다.

도네이션 알베르게에서는 정말 얼마라도 기부를 한다던가, 2층 침대에서는 젊은이들이 2층을 쓰고 1층은 나이드신 분들에게 양보하는 문화가 있으니 배려를 해 주신다던가. 공용  주방을 쓰더라도 그 곳을 너무 독점한다던가 매우 시끄럽게 식사를 하고 먹고 마신다거나 하는 것을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

가슴 아프게도 같은 한국분들이 그러는 것을 너무 많이 봐 왔다. 조금은 순례길에서 에티켓을 지켜준다면 모두가 만족하는 길이 되지 않을까 한다.


길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대답하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덧 점점 그 길에서 느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경청하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변했다.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저마다의 고민, 심지어는 자신도 분명 인지하지만 억지로라도 묻어두려 했던 다양한 현실 속에서 도피와 대리만족 보다는 그것에 맞서고 풀어낼 수 있는 해답을 위해 길을 걷는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떤 길들은 그저 그 위를 걷는 행위만으로도 스스로를 바라보게 만들고 숨겨졌던 자신을 꺼내놓게 만든다. 인위적인 행동과 표정이 아닌, 그 안에서의 솔직함을 통해 우리는 보다 많은 모습이 내 안에 있음을 깨닫는다.

그 무엇보다도 ‘치유’를 목적으로 걷는 길인 산티아고 순례길.

그 길 위에서 내가 가진 짐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철저히 개인에게 달려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한 우리는 그 길 위에서 충분히 내려놓을 수 있는 힘도 가지고 있다.

그 길을 걸어온 이들은 앞으로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충고나 조언을 하지 않는다. 다만 그저 이렇게 말할 뿐이다.

Buen Camino(부엔 까미노)!

 

*대담에 응해주신 황민아님과 kyu님에게 지면을 빌어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본 기사는 월간 로드프레스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