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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뷰] 행복은 찾는 것이 아니라 깨닫는 것 – 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by 이하늘

아마 2017년의 11월 말로 기억된다. 

당시 ‘하이커 트래쉬(씻지 못한채 오랫동안 길을 걷는 장거리 하이커를 지칭하는 말)’라는 행사가 김희남씨, 김혜림씨, 최한수씨, 황민아씨 등의 젊은 하이커들의 주최로 열렸다.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행사를 참관하며 뒷좌석에 앉은 양희종씨와 이하늘씨를 만나 아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둘을 만나고 싶다는 기자로서의 욕심, 그리고 걷는 방식은 다를지라도 또한 걷는 자이기에 가지는 호기심은 결국 지금까지 충족되지 못한 채 온라인 SNS를 통해서 그 근황을 찾아 볼 뿐이었다. 

재작년 12월, 이하늘씨의 AT 하이킹을 담은 단행본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선주문을 했었다. 그 안에 담긴 AT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하이커로서의 이하늘씨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주문한 책을 받다. 표지에서부터 행복감이 느껴진다.>

트리플크라우너인 남편 양희종씨와 CDT 절반을 걷고 AT를 걷고 PCT도 걸은 하이커, 두 바퀴(자전거)와 두 다리로 전 세계를 누비며 지금도 어딘가를 걷고 있을 이하늘씨.

사실 그런 소개로 이 책을 시작하기엔 하이커 이하늘씨에게 참으로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히 AT를 걸은 하이커로서, 그리고 그 이전에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쫓는 이로서, 그 추상적 오브제를 좀더 선명화시키는 작업가로서의 이하늘씨 자체를 놓고 생각해보게 되는 책, 바로 <행복해지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서>이다.

CDT, PCT와 더불어 미국의 3대 트레일이라 불리는 3,500km의 AT. 비가 오지 않은 날들을 세는것이 더 빠를 정도의 악천후와 쉼 없이 오르내리는 산악 트레일에 대한 가이드북으로 생각한다면 이 책은 어쩌면 부족할 지 모른다.

다만 그 AT를 걸으며 만나는 에피소드들, ‘행복’을 찾는 방법과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는 그런 ‘소확행’의 모습이 투영된 기록들은 그래서 여느 가이드북이나 여행 에세이보다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독립된 개체로서의 이하늘씨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러나 책 내부에서 가득 묻어나는 숨길 수 없는 남편 양희종씨에 대한 사랑에 어쩔 수 없이 ‘부부 하이커이자 하이커를 남편으로 둔 하이커 아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타이틀 아닌 타이틀을 붙이게 된다.

서로를 배려하고, 또 응원하는 그 모습, 참으로 인상적인 그 관계를 표현한 문구를 적어본다.

“서로의 헤드랜턴만이 길을 밝혀주는 암흑 속에서 그의 호흡소리와 나의 호흡소리를 들으며 산을 오르는 느낌이 묘했다. 앞서가던 내가 거친 숨을 내쉬며 잠시 멈추면, 이내 그도 멈춰 기다려주었다. 그리고 내가 다시 걷기 시작하면 그 역시 다시 걷기 시작했다. 

재촉하거나 추월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기다려주고 함께 호흡하고 발걸음을 맞춰 가는 것. 그 순간 이것이 바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1부 서문 

“음악을 끄고 걸었다. 인위적인 소리를 끄자 바람소리, 땅 위의 풀들이 흔들리는 소리, 그리고 우리의 발걸음 소리,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그 순간 아주 단순하면서도 큰 울림이 마음에 와 닿았다. 맞다. 내가 지금껏 AT를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들 덕분이었다. 

힘든 오르막길을 조금이나마 흥겹게 오르기 위해 음악이나 팟캐스트가 도움이 되기도 했을 테지만, 결국은 바로 자연의 소리, 나와 그의 조용하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소리, 그리고 존재 그 자체가 이 긴 길을 걷는 데 큰 힘이 되었다.” – 4부 서문

걷는 이로서 이보다도 더 달콤한 사랑 고백은 찾기 힘들 정도의 글 속에서 이하늘씨는 아낌없이 그렇게 ‘남편’이라는 단어보다 몇 배는 더 느낌이 남다른 ‘삶을 함께 하는 이’와의 긴 여정, 그리고 거기에서 오는 행복을 자랑한다.

가만히 보면 ‘틱’(야생 진드기)에 물린 양희종씨가 병원에서 항생제를 처방 받으면서도, 텐트 안으로 들어온 쥐에 혼비백산하고 텐트에 구멍이 뚫리면서도,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걸어 더 이상 갈아입을 마른 옷이 없는 지경에서도 이 책은 언제나 ‘행복함’으로 가득하다. 읽고 있노라면 그 행복함이 장을 넘길 때마다 뿜어져 나와 읽는 이를 전염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마운틴 워싱턴에 오르다.>

물론 그렇게 행복감에만 젖어있는, 세상에 부러움 없는 이가 아님을 이하늘씨는 밝히고 있다. 둘 만의 결혼식을 마운틴 휘트니 산 정상에서 언약으로 대신하면서 그녀는 스스로 버린 것들을 담담히 소회하고 있다.

직장을 그만둔 것, 그리고 어머니와의 마찰, 언제나 줄어가는 잔고…

하지만 그런 현실조차도 행복을 위해서 당연히 맞닥뜨리게 되는 선택이고 고개임을 인정하면 그 조차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책을 읽는 이는 느끼게 된다.

내가 가진 것, 내가 하고 있는 것, 내가 선택한 것에서 오는 ‘소확행’ 그 자체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자 그 것을 만들어내는 이는 온전히 자기자신이라는 것을 현명하게 그려내고 있다.

<배낭보다 훨씬 무거운 행복, 3,500km보다 훨씬 긴 행복을 찾아서>

이 책의 전체적인 균형은 그런 면에서는 너무나 완벽하게 조절되어 있다. 

우리는 AT라는 낯선 트레일에 대한 도전에 빠져들면서 그녀의 러브스토리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현실을 보며 스스로의 위치를 가늠케 되고 마지막 여정에 이르러 그 ‘행복’의 구체화란 결국 자기 자신이 움직이며 발견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아울러 책 내에서 쌓여만 가는 AT트레일에 대한 호기심은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그리고 많은 트레일 엔젤 및 하이커들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간접 체험하게 된다.

책의 말미에 자리한 ‘AT tip’섹션은 AT뿐만 아니라 미국의 3대 트레일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정보들을 간략하게 담고 있어 그 또한 소중하다.

“여자가 가는데 무섭지 않아요?

“돈은 어디서 났어요?”

“앞으로 어떻게 살 거예요?”

“왜 그렇게 걸어요?”

아마 수십 번, 수백 번은 들어왔을 질문들(이하늘씨도 그렇게 표현하고 있다.)에 대해서, 그 정답이란 것이 애매모호한 질문들을 현명하게 대답하는 이하늘씨.

<이하늘씨가 찾은 행복을 만나는 방법>

그녀가 이 책을 통해 하고자 했던 말은 무엇일까? 

책의 말미에 실린 그녀의 말을 인용해보자.

“하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덜 선호하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내가 어떤 삶을 보다 나은 삶, 또는 행복한 삶이라고 느낄 수 있는지 예전보다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AT를 걸으면서 겪은 다양한 생각과 경험은 내 자신과 직면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는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기 위한 준비과정처럼 여겨졌다. 내가 3,500km의 AT를 모두 걸었기 때문에 대단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이 어떤 방향인지 알았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지 알았기 때문에, 나는 AT 위에서의 순간순간을 칭찬하고 싶다.”

그녀는 꼭 3,500km를 걷는 AT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멈춘 채 훌쩍 떠나는 장거리 하이킹이 아니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인생에서 이런 자신의 새로운 행복을 찾아나서는 기회를 한 번 쯤은 가져보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스스로를 마주하고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면 분명히 이 책에서 뿜어져 나오는 행복함을, 적어도 그와 맞먹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제안한다.

<앞으로 펼쳐질 무한한 여정과 그 길 위에서 만날 행복을 그려본다.>

“말은 쉽지.”라고 혹자는 말할 지 모른다. 그래도 직접 그렇게 해 본이가 전하는 경험은 ‘말은 쉽다’며 시도조차 하지 않고 피해가는 이의 방패보다 훨씬 값지다.

그렇게 값진 조언이 필요한 이에게 이 책 한 권이 주는 즐거움은 생각보다 크다.

See You On The Trail,

 Hike On Your way!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