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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기억 속 서해를 더욱 새롭게 만나는 길 – 부안마실길 1~8코스 ①

<부안마실길(변산마실길) 전체지도>

동해안이야 전체를 아우르는 해파랑길 이외에도 영덕 블루로드, 경주 해안주상절리길, 포항 호미곶둘레길 등 각 지역마다 아름다운 해안 트레킹 코스가 있다. 남해안도 마찬가지다. 남해바래길과 경남 고성군의 해안산책로, 전남으로 넘어와서는 남도명품길들의 다양한 구간이 탐방객을 반긴다. 그것을 아우르는 남파랑길은 올해 기지개를 켤 셈이다.

그렇다면 서해안은 어떨까? 천혜의 갯벌을 품은 서해안은 그 복잡한 해안선만큼이나 다양한 매력을 가진 길이다. 위로는 김포, 인천 강화군에서 시흥, 화성을 내려와 평택을 지나 충남에 이르는 동안 크게 이름난 길을 찾기 어렵다. 물론 대부해솔길 등 유명한 길이야 분명 있겠다만 아직은 알려지지 않았음이라.

태안군에 이르러 태안 솔향기길을 만나면서 그 다음을 목하에 놓노라면 장항을 지나 군산에 이르기까지 뚜렷한 트레킹 코스가 보이지 않는다. 군산의 구불길을 지나 닿는 부안군은 그런 면에서 걷는이의 목마름을 해소시켜줄 준비가 되어있다. 부안마실길(변산마실길)이 바로 그것이다.


<대항리 포구에서 부안마실길이 시작된다.>

<평일의 답사, 한적한 그 길에 발을 딛는다.>

부안마실길의 시작지점은 대항리포구에서 시작된다. 리플렛이나 다른 안내도 등을 보면 새만금전시관이 시작지점으로 나와있는데 실제로 새만금전시관에서 부안마실길에 대한 시작지점 안내 등의 표식은 찾을 수 없다. 이 부분은 크게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질적인 시작지점인 대항리 포구까지는 새만금전시관에서도 찻길을 따라 도보로 10~15분여를 걸어가야 되기 때문이다.

이미 쇠락한 풍경 속에서 고즈넉하게 삭아가는 포구를 지나면 부안마실길 시작지점다운 안내석과 안내소 등의 시설이 나타난다. 다만 안내소는 주말에만 근무하는 모양으로 답사당일에 안내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안내소 앞에 비치된 전체지도 리플렛을 한 부 챙겨본다.

<아름다운 초원을 거니는 맛>

짧은 오르막을 오르니 들꽃이 아름답게 해풍따라 출렁이는 풍경이 펼쳐진다.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노라니 이 길의 첫 만남에서 느낀 불편함이 조금은 해소되는 듯 하다. 그 꽃동산이 주는 격려를 따라 나아가기로 한다.

<합구 방면을 지난다.>

부안마실길 1~8구간은 기본적으로 해안선을 따라 조성되어 있다. 그렇게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따라 들고 나는 맛이 괜찮다. 유명 관광지와는 조금은 거리가 먼, 그래서 더욱 한적한 맛이 살아 숨쉬는 그 해변을 걸으며 자유를 만끽한다.

합구 방면을 지나 갈대밭을 따라 다시 해안으로 들어선다. 이 1코스는 조개미패총길로 대항리포구에서 송포포구까지 약 5km에 이르는 길이다. 그렇다면 곧 이 코스의 이름이 붙은 대항리패총이 나타날 것이다. 군산대학교 해양연구센터를 지나 있는 그 곳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간다.

<해안선을 따라 오르내리는 맛이 꽤 즐겁다.>

<대항리 패총에 도착한다.>

복잡한 서해안의 해안선은 그 오르내림 또한 만만치 않게 재미지다. 그렇게 산들산들 걷다보면 어느새 두 발은 초원을 밟고 갯바위를 밟으며 밭을 지나기도 한다. 군산대학교 해양연구센터(수련원)을 지나 만나는 대항리 패총은 생각처럼 조개껍질이 쌓여있지는 않으나 충분히 잘 관리되고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원체 바지락, 백합, 모시조개, 맛조개 등 다양한 패류로 유명한 서해바다이다. 지금도 지역명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 조개들이 고대로부터 이 지역을 먹여살려왔음이 참으로 대단하다. 당시의 바다는 지금보다 더 한적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다양한 조개들이 순수한 바다의 맛과 영양을 지닌 채 고대인들의 식탁에 올랐으리라. 워낙 침식등으로 해안선의 변화가 심했을 지역이지만 갯벌의 드넓음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했을 것이다.

<백사장에서 만난 바위. 무언가 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이 있으리라.>

<갯바위길 구간을 답사중인 김태일 팀장>

어느 순간 길은 위, 아래로 나뉘어진다. 가만히 표지판을 살펴보니 썰물일 때에는 갯바위와 백사장 등을 이용, 좀 더 바다를 가까이서 느끼며 걸을 수 있다는 표시이다. 물론 밀물시에는 위쪽의 안전한(?) 둘레길을 이용할 수 있다.

마침 물이 들어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지라 아랫길을 택해본다. 쉬는 이 하나없는 백사장을 지나 공룡의 등과도 같은 갯바위를 오른다. 그 약간의 와일드함이 이 길에 재미를 더 해준다.

한참 전 물이 빠질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치어들은 갯바위가 만든 자연 어항에서 부리나케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쏘다니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게는 노닥질이다.

즐겁게 건너는 사이 조금씩 물이 다가옴을 느낀다. 차후 이 길을 걸을 이는 물때를 확인하는 것이 보다 안전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변산 해수욕장을 바라보다.>

사랑의 낙조공원을 지나 변산 해수욕장에 다다른다.

낙조공원에서 바라보는 변산 해수욕장의 풍경은 ‘휴식’이라는 두 단어가 그대로 떠오를 정도로 평온하다. 완만하게 경사를 이루어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을 뿐더러 송림이 길게 둘러싸고 있어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대천 해수욕장, 만리포 해수욕장과 더불어 서해의 3대 해수욕장으로 기록될 정도로 맑은 물, 백사장, 송림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그 백사장에서 잠시 답사를 멈추고 이른 여름, 해수욕을 즐길까 생각해 본다. 시원한 바람과 평일이지만 시간을 내어 휴식을 만끽하는 이들을 보노라니 어느덧 내 마음은 벌써 여름 휴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때 즈음이면 이 곳도 북적이겠지만 또 그것도 그것대로 즐거운 풍경일 것이다.

<송포항에 다다르다.>

<1코스에 이어 2코스 노루목 상사화길이 시작된다.>

변산 해수욕장의 손짓을 힘겹게 뿌리치고 1코스의 종점인 송포항(송포포구)에 다다른다. 작은 포구가 빚어내는 소박함은 그대로 이 부안 바다와 닮았다. 여느 해수욕장처럼 화려한 네온싸인과 번화한 상점들이 없더라도 그 자체로서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부안 바다만큼이나 이 포구도 숨은 넉넉함을 가지고 있다.

송포포구의 끝으로 걸어가면 2코스의 시작지점 안내가 나온다. 이제야 그 ‘부안마실길’ 특유의 해안선, 그리고 철책을 따라 걷는 길이 시작되는 셈이다. 노루목 상사화가 흐드러지게 핀다는 그 길 이름을 가슴에 품고 해안절벽 위로 나 있는 좁은 길을 오른다.

<나만의 해변을 찾아보자>

그렇게 길게 해안경비로(지금도 부대가 순찰로로 쓰고 있다.)와 겹쳐있는 마실길을 걸으며 지척의 바다를 내려다본다. 어느새 물은 이만치나 들어와있다.

모래와 갯바위로 이루어진 해안과 맞닿은 바다는 놀랄만치 맑다. 흔히 생각하는 서해가 갯벌로 이루어진, 청아할 정도로 맑은 바다보다는 풍요로운 맛과 멋의 바다라는 선입견은 이 길에서 간단히 깨진다. 바닥이 훤히 드러나는 그 맑디맑은 바다가 일렁이는 작은 해변, 그렇게 나 만의 비밀 해변을 하나하나 꼽아보는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

“그래, 이 곳의 이 해변이라면 어떤 성수기라도 찾아오는 이 하나 없겠지? 온전히 이 해변을 다 가질 수 있겠지?”

하나를 점 찍어두면 곧이어 더욱 나은 해변이 나타나니 결정 장애로 마리가 복잡해질 때 쯤 고사포 해수욕장이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고사포 해수욕장의 송림. 캠핑장도 조성되어 있다.>

무려 2km의 길이를 자랑하는 넓은 백사장이 특징인 고사포 해수욕장은 전체적인 풍경은 앞서 만난 변산 해수욕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훨씬 드넓고 길게 조성된 송림과 그 사이에 위치한 캠핑장이 바다를 즐기려는 이들에게는 더욱 더 장점으로 다가올 법 하다.

이 고사포 해수욕장은 필자와 인연이 있는 곳이다. 바로 해수욕장에 위치한 원광대학교 임해수련원 때문이다.

약 23년 전, 97학번 새내기는 이 임해수련원에서 신입생 OT에 참여했다. 당시 세상 물정 모른채 막 새장에서 나왔다는 착각에 들뜬 어린 새내기는 어느덧 중년을 향해 가고 있다. 당시 뛰어들던 바다와 백사장이 지금의 모습과 같았는가 눈을 꿈벅이며 떠올려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바람 사이로 23년 전의 내 모습을 가늠해 보고프나 아쉽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언젠가, 다시 이 바다에서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당시의 나를 붙잡아보기를 고대하며 몇번이고 송림에서 뒤를 돌아보며 떠나갔다.

<성천항. 이전의 송포항을 그대로 닮았다.>

<항구 끝에서 만나는 3코스 시작지점>

고사포 해수욕장을 버서나 만나는 성천항(성천포구)는 2코스의 종점이자 3코스 적벽강 노을길의 시작이다. 어느덧 출발지로부터 10여 km 이상을 걸어왔다.

마치 앞에 1코스의 종점에서 만난 송포항과 2코스 시작점과 놀랍도록 닮은 그 풍경에 웃음이 나온다. 올라서서 만날 길도 그와 같을 것이다. 2018년 3월, 전북천리길의 대표길을 답사했을 때 해당 구간을 걸었던 지라 아직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도 참으로 아름다웠던 그 길,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기 그지없다.

방금 전까지 23년 전의 나를 돌아봤다면 이제는 1년 3개월 전의 나를 돌아볼 때이다. 이 길이 나에게 주는 특별한 경험이다.

<해안 순찰로인지라 곳곳에 군사시설이 위치한다.>

<예전 소초는 쉼터로 사용되고 있다.>

순찰로를 따라 시원하게 걷노라면 2코스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군사시설을 만나게 된다. 지금도 서해방어의 요지인지라 그대로 이용되는 시설, 답사중에 잠시 순찰중인 병사와 간부를 만난다. 그 든든함을 등에 업고 나아가는 길, 쉼터 뒤로 세워진 소초 건물의 위용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소초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이 쉼터에서는 지금 걷는 이 길이 과거나 현재나 안보적으로 얼마나 가치가 중요한 길인지를 보여준다. 군사적 긴장감이 느껴지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계기를 주는 길이기도 하다.

<3코스는 하섬과 함께 걷는 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렁다리를 만난다. 두 번째이다.>

저 바다에 떠 있는, 그야말로 ‘섬’처럼 생긴 저 섬은 무엇일까? 걷는 내내 존재감을 드러내며 따라오는 듯 하다. 옆을 돌아봐도 있고 굽이를 돌다 뒤를 돌아봐도 있다. 오르면서도 내려가면서도 눈길을 자꾸 잡아먹는 저 섬은 하섬이다.

3코스의 초, 중반부 내내 그렇게 걷는이를 응원하고 ‘나에 대해서 알고 싶지 않아?’라며 자꾸만 눈길을 끄는 섬, 하섬.

그 다소곳하면서도 도드라진 매력에 빠진 채 걷다보면 출렁다리를 만난다. 일견 비슷한 풍경 속에서 지루해질 수 있을 때 쯤 나타나는 즐거운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예전의 기억을 되살려 건넌 후 잠시 올라 전체를 찍어본다. 그게 사진이 잘 나오는 포인트임을 예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엔 무엇이 우리를 기다릴까?

<조릿대 터널을 지난다.>

시원한 대바람을 지나 어느덧 (짧지만) 해가 들어오지 않는 대숲을 만난다. 그 사이로 난 조릿대 터널은 3코스가 가진 숨은 비경 중 하나. 그 소박하지만 진중한, 한편으론 신비한 짧은 그 길은 예나 지금이나 탄성을 자아내기 부족함이 없다.

때는 벌써 이글거리는 6월이니 이렇게 시원스레 만나는 구간이 얼마나 더 반가웠는지는 두 말해 무엇하랴.

<도로구간에서 만나는 마실길 안내소>

<적벽강에 이르다.>

도로변을 따라 걷는 구간, 마실길 안내소를 만난다. 3코스는 중간중간 잠시금 도로를 만나지만 이 곳에서 만나는 도로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괘나 유명한 구간이다. 너르게 펼쳐진 바다, 반대쪽은 산과 밭. 어느새 새로운 펜션과 호텔이 들어섰지만 그래도 그 호젓한 낭만 만큼은 아직 그대로 가진 도로이다.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적벽강 지질트레일과 만난다. 수성당 방면으로 나아가 적벽강과 수성당을 만날 수 있다.

적벽강은 채석강과 함께 부안의 해안을 대표하는 지질학적 특성을 가진 곳이다. 마치 하나하나 층을 이룬 괴를 여럿 쌓은 듯 펼쳐지는 그 독특한 풍경이 걷는이를 사로잡는다. 채석강보다는 찾는 이가 적어 조금은 더 여유롭게 지질을 감상할 수 있다.

해신굿당인 수성당은 기회가 되면 올라가 봐도 좋다. 다만 이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후박나무 군락을 보고 난 후 이어지는 마실길 구간은 답사중엔 철조망이 쳐져 길이 끊겨 있었다. 빠른 조처를 기대해본다. 우회가 불가능하므로 적벽강 등을 둘러보고 다시 도로로 되돌아가 이어가는 것이 나을 듯 싶다.

<멀리 격포해수욕장이 보인다.>

<격포해수욕장의 풍경>

<갑오징어 물회로 떄 늦은 점심을 즐기다.>

도로를 따라 격포해수욕장을 만난다.

화려한 리조트와 페션단지, 호텔 등이 자리한 격포해수욕장은 이전에 만났던 해수욕장과 달리 ‘대표적 관광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다. 쓸쓸한 대항리 포구를 출발해 지금까지 걸어오는 동안 만나지 못 했던 낯선 풍경, 마침 배가 등가죽에 달라붙을 지경이라 시간이 꽤 늦었지만 점심부터 해결하기로 한다.

갑오징어 철을 맞아 여기저기 갑오징어 철판구이, 갑오징어회, 물회 등을 특미로 써 붙이고 있다. 한 곳에 들어가서 갑오징어 물회를 시킨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새 눈 앞에 물회가 놓인다.

그 순백색의 깨끗함, 차진 치감, 슴슴한 단 맛이 어우러진 이 맛은 지금까지의 답사 여정에 대한 고마운 보상이다.

입이 마비될 정도로 시원한 육수에 녹아든 그 맛, 데친 갑오징어는 그 차가운 육수를 만나 더욱이 질감을 오므린다. 그것을 강제로 으깨는 원시적 쾌감은 이 철에나 맛 볼 수 있는 맛이리라.

<격포항의 풍경>

배를 두드리며 닭이봉을 넘어 격포항에 다다른다. 격포해수욕장이 대표적 해수욕장이라면 격포항도 앞서 만난 송포항이나 성천항과는 비교가 불가한, 큰 항구이다.

위도까지 나아가는 여객선에 시선을 보내며 큰 항구를 지나노라니 어느새 3코스 적벽강 노을길을 지나 4코스 해넘이 솔섬길이 시작된다. 해넘이 공원에서 고즈넉한 숲길과 임도를 따라 걷노라면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세트장을 만난다. 이후 언덕을 따라 펜션들이 드문드문 나타나고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받은 발걸음은 궁항에 닿는다.

<궁항 마을에 도착하다.>

여기까지 와서 거리를 가늠하니 얼추 거리상으로는 20여 km를 걸은 듯 하다. 이쯤에서 첫날의 답사를 마치기로 마음먹는다. 담벼락마다 자리한 토기 인형들의 배웅을 받으며 한참을 기다렸다 버스를 타고 궁항을 떠난다.

내일은 또한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내일의 바다는 오늘의 바다와 무엇이 다를까?

기대는 설렘을 낳고 그 설렘은 피곤을 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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