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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큰하고 배릿한 바다, 그 맛이 좋은 길 – 부산 갈맷길 1-1구간

부산을 대표하는 걷기 길 중 하나인 갈맷길.

길 이름마냥, 그리고 ‘부산’하면 누구나 떠오르는 바다와 항구의 이미지마냥 푸르게 걷고 싶은 길이다.

물론 특집기사로 낸 바 있듯 현재의 갈맷길은 전 구간에 걸쳐서 큰 몸살을 앓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곳 만큼은 소개하고 픈 마음이 있다. 바로 갈맷길 1-1코스이다.

산의 초입을 ‘들머리’라 하듯 길에도 들머리가 존재하리라. 그렇다면 대부분은 그 길의 첫 시작지점을 말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1-1코스는 꽤나 정석적인 위치에 존재한다. 바로 울산광역시 울주군과 경계를 이루는 기장군에 속해 있으며 그 기장군에서도 가장 북쪽, 실질적인 부산광역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임랑해수욕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국 제 2의 도시, 광역시와는 어울리지 않는 한적한 풍경과 맑은 바다를 담고 있어 그대로 동해안의 끝자락의 정취를 온전히 담고 있다.

벌써 4개월이 지났건만, 당시 6월 초중순, 2주간 부산에 있으며 담았던 짧은 기록과 기억의 일부를 끄집어내어 그 달큰하고 배릿한 바람속 내음을 맡아보고자 한다.


<한적한 풍경 속의 임랑해수욕장>

<이른 여름바다라도 즐기는 이는 존재한다.>

한적한 바다, 백사장과 푸른 물결, 파란 하늘이 빚어내는 곳 임랑해수욕장.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고 아름다운 이 곳이 278.8km의 부산을 대표하는 트레일, 갈맷길의 시작점이다.

몇몇 민박 건물과 작은 슈퍼마켓(오히려 이런 분위기라면 점빵이라는 옛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공용 화장실이 위치한 임랑 해수욕장은 그 자체로 한 없이 머물고 싶은 곳이다. 특히나 이 곳을 찾은 6월 초여름의 날씨, 불어오는 바람과 오가는 이 없이 전체를 차지할 수 있는 한적함은 꼭 다시 오고픈 마음이 솟아날 정도로 인상적이다.

언제까지라도 독차지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듯, 인근의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나왔다. 선생님 두 분이 한참을 궁리하다 텐트 두 동을 설치하였고 아이들은 서로 먼저 들어가려고 웃으며 소리친다. 이윽고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나온 후 바다모래를 캔버스 삼아 다양한 그림을 그려본다. 혹여는 그 사이의 조개껍질을 발견한다.

<상단의 다리로 올라 진입한다.>

<언제나 바닷길을 걸으며 낚시 생각을 한다.>

<갈맷길 리본이 난간에 달려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접점을 따라 잠시 진입, 다리 위로 올라선다. 이제 어느정도는 도로를 따라 걷는 구간이다. 도로 자체가 바닷가에 접해있고 갓길, 산책로가 있어 크게 위험하진 않은 편이다. 조금 걷다보면 다시금 왼쪽으로 내려가 바다를 만나게 된다.

끊임없이 나오는 크고 작은 포구와 그 포구에 기댄 어촌부락, 동해안 해파랑길의 맛이 이렇다. 화려한 백사장과 펜션, 카페가 유혹하지만 그 사이사이 만나는 포구와 그 포구에 쌓인 어망더미, 축축하게 썩어가는 짠내음이 어우러져 그 바다에 기댄 삶을 훔쳐보게 한다.

냄새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것보다 더 크고 많은 것들이 녹아있다. 이 갈맷길의 시작도 그러하다.

<바닥에 그물을 펴고 다시마를 말린다. 하얗게 분이 진해져간다.>

<6월 초중순, 기장의 해안은 다시마널이에 여념이 없다.>

<바쁘게 손질하는 주인의 애탄 마음 모른채 흰둥이는 사색에 빠져있다.>

문동리와 문중리를 지나 칠암항에 닿는 동안, 달큰하면서도 배릿한, 끈끈하면서 진득한 향에 빠져든다. 온 해변이 다시마 천지다.

6월 초중순이 다시마 수확과 말리는 시기임을 나 같은 촌놈(?)이 알 재량 없다. 기장군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멸치다. 대변항의 멸치털이를 찍은 사진들의 기억때문이리라. 그 다음이 미역이다. 기장미역의 유명함은 그래도 이 촌놈도 들어는 봤을 정도.

하지만 다시마는 진실로 고백컨데 기억에 없었다.

그만치 내가 무식한 탓도 있겠다만 완도 다시마를 생각해보고 신안군의 섬들의 특산물로 떠올려 봤지만 이 기장군이 그렇게나 다시마의 산지인지는 이번에 두 발로 걸으며 직접 깨닫게 되었다. 하긴 미역이 유명한데 다시마라고 안 유명할까? 걸으며 직접 보고 깨달으니 이젠 죽는 날까지 잊지 않을 셈이다.

그 너른 항구의 테를 말라가는 다시마가 뒤덮고 있다. 한도 끝도 없는 다시마 트레일이다. 익어서 분을 바른 몸을 박박 닦는 아지매들의 손놀림에 눈을 빼앗긴다. 서로 며느리 이야기도 하고 사위 이야기도 하며 그렇게 묵묵히 닦고 또 가위로 불량한 부위를 잘라낸다.

주인은 그렇게나 고된데 그 사이로 들어와 하품하는 개 한 마리는 지극히 평화롭다. 이 작업의 신성함을 아는지, 종종걸음 하나마다 다시마를 용케 다 피해 가더니 몸을 누인다.

<갯바위에 포말이 인다. 머리 위 햇살에 윤슬이 빛난다.>

<바닷가를 따라 가는 길인지라 멋진 펜션의 정원 앞도 지나게 된다.>

<잘 발달된 갯바위를 통해 갈맷길의 또 다른 지질학적 매력도 만나게 된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여러 공원과 펜션들, 그 앞을 지나며 잘 가꾸어진 조경과 바다의 어우러짐을 만난다. 갈맷길이 덕을 본 것일까? 애시당초 이 빛나는 바다의 덕을 본 사람들이 온전히 그 덕을 통한 이익을 길에 나누어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자칫 고요하고 단조로울 수 있을 길이 다양한 색채로 빛이 나기 시작한다.

물론 해안에 붙어 나는 길이기에 공원과 펜션만 지나는 것은 아니다. 쇠락한 어촌의 앞마당도, 으리으리한 공공기관 건물의 뒷 담벼락도 지난다. 그렇게 가느다랗게, 때로는 귀여운 오르내림도 있는 길을 걷는다.

걷다 심심하면 훌쩍 갯바위에 올라 돌 하나를 집어 던져본다. 그럴만한 여유가 없더라도 만들어주는 길이다. 그래서 참 이 길이 순하다.

<예쁜 얼굴을 찍어야 하는데, 하며 타박아닌 타박이다.>

동백항 즈음이었을까, 다시마를 다듬는 두 어머니의 웃음이 높다.

가만히 서서 바라보니 그 고된 움직임 속에서도 서로 주고 받으며 나누는 대화가 듣는 이까지 흥겹게 만들 정도로 정감이 넘친다. 조심스레 다가가 작업 모습을 담고자 하였다. 얼굴이 나오지 않는 옆 모습과 뒷 모습만 담고 싶다고 정중히 청하는데 또 두 분이서 주고받는 답변이 진국이다.

“사진을 찍을라모 얼굴이 나와야지예.”

“이 아지매 얼굴이 이쁘다 안합니까.”

“내 얼굴이 아주 이쁜데예, 오늘 일 한다꼬 칭칭 감고 나왔네예. 사진 찍히는 날인줄 알았으모 화장도 했을낀데.”

고개를 숙인채 쉬지 않는 손놀림 속에서도 그렇게 또 주고받으며 떠나가라 웃는다. 그 유쾌함을 카메라가 아닌 가슴으로 찍고 인사를 드리고 발걸음을 이어갔다.

<형형색색의 그물바닥과 다시마의 조화는 꽤나 예술적이다.>

<갯바위에서 어복을 시험하는 조사들>

<‘이기 다 묵을 수 있는 긴데, 다 묵을 수 있어요.’라며 해초를 고르는 아주머니>

발걸음을 이어갈 수록 그 바다와 거기에 녹아든 사람들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안잡히는 것 빼곤 다 잡힌다는 조사님의 힘찬 캐스팅을 보고 쓸쓸한 해변에 밀려온 해초를 고르는 아주머니를 본다.

“이기 다 묵을 수 있는 긴데, 요즘 사람들은 몰라요. 이기 다 묵을 수 있어요.” 라며 작은 비닐에 특정한 해초만 골라 담는 그 모습, 삶의 지혜라는 것은 이런 것이리라.

나에겐 그저 바다에 널려서 말라가고 썩어가는 해조류인데 그 안에서 정확히 식용이 가능한 종류를 모으는 것은 ‘알뜰함’이란 단어로 쉬이 갈무리 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 지식의 깊이를 어찌 더듬기나 할 수 있을까.

<이만한 휴식도 없을 것이다.>

<멀리 일광해수욕장이 보인다.>

컬러풀한 바둑판과도 같은 크고작은 다시마 건조장들을 지나 해동성취사 부근에서는 멋진 소나무 길도 만난다. 해송 아래 시원한 자리를 선점한 텐트를 보니 정말로 부럽기 그지없다. 앞에는 시원한 바다와 갯바위가 그림같고 머리위와 등 뒤로는 아름드리 소나무 그늘이다. 뒷편에 위치한 절에서 울려퍼지는 독경 소리와 종소리가 더해지니 현실을 잠시 벗어난 휴식이 바로 이와 같음이다.

이천리 방파제에서는 일광해수욕장의 백사장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인다. 어느새 한적한 어촌의 풍경은 조금은 더 풍성해지고 복잡해진다. 점점 기장군청 소재지가 가까워지기 때문이리라.

일광해수욕장의 크기도 크기지만 부산지하철 동해선 일광역이 위치한 곳이기에 아파트 단지도 높고 꽤나 발달된 도심의 느낌이 든다. 그만치 식당이나 대형마트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걸음을 잠시 갈무리하고 식사와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가을에 참 걷기 좋은 길일 것 같다.>

<기장에 왔으니 기장 미역국은 반드시 먹어보자.>

강송교를 지난다. 다리 밑으로 물고기떼의 유영이 한창이다.

걸은 시기는 다시마철인 6월 초, 중순이었지만 가을에도 참으로 걷기 좋은 길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른 여느 길 보다도 부산의 바다, 그 화려하지 않은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고 또 그 속에서의 사람들의 삶도 관찰할 수 있는 길이다. 시원한 바닷바람 속에서 누구나 재미나게 걸을 수 있는 길, 그것이 ‘부산’의 ‘갈맷길’이기에 더 가치가 남다른 길이자 구간이다.

이 가을, 바다와 함께 걷기를 원하는 이에게 부산 갈맷길 1-1구간을 추천한다. 별다른 준비는 없다. 그저 작은 물병 하나, 그리고 쓰기 편한 카메라 정도면 된다.

꼭 마음을 비우지 않더라도 괜찮다. 이 길은 걷다보면 저절로 비워지게 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아참! 기장에 온 김에 걷고 난 후의 고픈 배는 기장 미역국으로 채우면 마음에 이어 몸까지 완벽하게 채우는 힐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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