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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군 수양개역사문화길, 한국판 잔도(棧道)를 가다

잔도? 잔도(道)가 무엇일까 궁금하신 분이 많을 것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는 분명 아니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아찔한 길에 대해서 중국이나 동남아, 서남아시아의 기행을 통해 화면 상으로 접한 일이 있을 것이다.

<중국 화산 장공잔도>

벼랑에 아슬아슬하게 낸 길, 도대체 어떻게 거기에 길을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아찔한 길이 잔도이다. 물론 ‘잔’은 사다리 잔(棧)을 쓰지만 그 고도에 난 길이 주는 삶의 간절함은 잔인할 잔(殘)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런 잔도가 한국에도 생겼다는 소식은 여행기자에게 있어서는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뉴스였다. 

원래 잔도는 옛부터 고립된 지역주민들의 삶을 이어주는 일종의 생명길과 다름 없지만, 이렇게나 교통이 발달하고 접근성이 좋아진 현재 일부러 잔도를 만든다는 것, 그것도 관광목적으로 만든다는 것에 있어서 그 의도와 주변 경관이 빚어낼 시너지 효과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드프레스는 추석 연휴인 10월 8일, 단양군을 방문하여 한국판 잔도를 직접 걸어보았다.

<단양관광호텔 맞은편에서 잔도로 들어가는 나무데크를 이용한다.>

단양군의 잔도를 걷기 위해서는 먼저 두가지의 방법을 추천하고 싶다.

하나는 단양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하여 남한강변을 따라 멋진 풍경속에 단양관광호텔을 따라 잔도로 접어드는 길이다. 이렇게 갈 경우에는 단양군의 유명 관광지인 다누리아쿠아리움과 구경시장 등을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총 거리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천하스카이워크 매표소까지 약 6km의 구간이다. 되돌아오는 길은 그대로 거슬러 올라와도 좋고 단양관광호텔 앞에서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천하스카이워크까지의 지도>

또 하나는 처음부터 단양관광호텔까지 이동(버스 및 자가용 사용시)하여 잔도의 시작지점부터 걷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총 거리 1.2km의 잔도를 출발, 남한강변을 따라 걷다가 만천하스카이워크를 즐기고 다시 단양관광호텔까지 되돌아오는 여정으로 가족이나 연인 등이 잔도를 즐기기에 부담없는 거리이다.

<상진대교와 상진철교 아래로 잔도가 보인다.>

단양관광호텔 맞은편의 데크를 따라 걸으면 두 개의 다리를 만나게 된다. 바로 상진대교와 상진철교이다.

남한강을 가로지르는 이 두 개의 다리는 영주시까지 철도 중앙선을 이어주고 단성면과 대강면, 단양 IC로 진입할 수 있는 단양 교통의 젖줄과도 같다.

그 교각 아래로 길게 뻗은 잔도의 모습은 걷는 이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휴가철을 맞아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잔도를 찾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마침 긴 연휴의 끝무렵에 찾은 잔도, 그 수려한 풍경과 아찔함은 철저한 안전으로 든든히 뒷받침 되어있다. 그래서 가족단위 관광객들과 연인들이 다른 어느 트래킹 코스보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잔도 안내판>

이 잔도는 ‘수양개역사문화길’의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양군은 남한강에 이 잔도를 설치하여 많은 이들에게 단양군이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과 역사적 가치를 소개함과 더불어 아찔한 스릴과 함께 대표적 관광지인 만천하스카이워크까지 자연스레 연계하였으니, 중부내륙지역의 길고 짧은 길 중에서 이렇게 단시간 내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길이 또 있을까 싶다.

<이 교각을 지나 맞은편의 절벽으로 들어서게 된다.>

중간의 다리를 따라 맞은편의 석벽으로 진입한다. 

들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설레임과 기대가 가득 차 있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경탄과 만족이 가득하다. 

<길게 석벽따라 뻗은 잔도>

잔도의 총 길이는 1.2km 정도이다. 폭은 약 2m 이내로 다소 좁은 편이나 양 방향으로 사람들이 오가기에 충분한 넓이이다. 아마 이보다 더 넓었다면 공사도 힘들었을 뿐 아니라 스릴도 상당부분 감소하였을 것이다.

<이 잔도를 따라 만천하스카이워크까지 나아가게 된다.>

마치 용의 허리가 긴 석벽을 휘어감은 듯, 전설의 한 장면과도 같은 그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다. 

남한강의 푸른 물결과 깎아지른 산세의 석벽이 주는 조화 속에 붉게 뻗은 길은 신계의 느낌을 준다. 전 세계의 수많은 잔도에 눈물이 녹아있다면 이 잔도에는 신묘함이 녹아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른다면 완벽히 현세와 차단된 느낌을 줄 것이다.

<아찔한 강물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바닥>

가만히 잘 놓인 길을 걷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요하게 흐르기에 더욱 그 깊이를 알 수 없어 무서운 남한강을 발 아래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구간도 있다.

사람의 마음은 왜 이리도 허약한지, 충분히 안전하게 만들어 놨음에도 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에 오금이 저려온다.

<만천하스카이워크로 올라가는 길>

1.2km의 잔도를 모두 걸으면 길은 자연스럽게 만천하스카이워크로 이어진다.

7월에 개장한 만천하스카이워크는 높은 산봉우리에 위치한 시설로 단양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통유리 데크로 유명하다. 

그 외에 짚와이어 등 레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찾는 단양군의 새로운 명물이다.

<만천하스카이워크 매표소>

매표소에서 2,000원의 입장료를 내면 정상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왕복할 수 있다.

다른 지지체들도 스카이워크가 있지만 이렇게 저렴한 입장료에 셔틀버스를 타고 정상까지 편하게 운행해주는 서비스적인 측면은 단양군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천하스카이워크>

<짚와이어를 즐기는 관광객들>

정상에 도착하여 짚와이어를 즐기는 관광객들의 짜릿함을 간접체험한 후 데크를 따라 오르면 만천하스카이워크에 도착한다.

마치 나사처럼 빙글빙글 돌며 오르는 돔형 구조의 스카이워크는 그 장대한 크기가 단양역 및 단양군 읍내 중심지에서부터 한 눈에 들어와 또 다른 단양군의 상징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만천하스카이워크에서 내려다보는 단양군 전경>

단양군 중심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통유리 데크에 올라서면 잔도의 짜릿함을 넘어 원초적인 두려움이 몸을 에워싼다. 그 강렬한 공포와 쾌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중부내륙의 산맥과 남한강은 모든것에 대한 보답이다.

<잔도를 걸어 되돌아가는 길>

버스를 타고 매표소까지 내려와 지금껏 걸어온 길을 되돌아 갈 때이다.

모든 길이 그렇듯이 되돌아가는 구간은 오면서 지나친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특히 상진대교와 철교가 멀리 보이는 가운데 한 눈에 들어오는 잔도의 풍경은 남한강의 비경에 녹아들어 코스의 종단을 향해 걷는 이에게 또 다른 성취감을 준다.

<아쉬움에 발걸음이 느려지는 길 – 수양개역사문화길의 잔도>

점점 다가오는 대교를 보며 이 잔도의 풍경에 취한 이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아쉬움이 가득한 모습이다.

언제 이 길을 또 걸어볼까, 아니 꼭 다시 걸어야 하니 다음엔 누구와 같이 걸을까 하는 상상에 머릿속이 즐거운 고민이다. 

봄꽃이 만발할 때에도, 신록이 우거질 때에도, 남한강 물결따라 붉은색 노란색 단풍의 반영이 걷는이의 시선을 사로잡을 때나 시린 바람 속에 얼어붙은 설경을 따라 걷게 될 때에도 언제나 이 길은 단양군이 가진 다양한 길 중 최고의 코스로 남게 될 것이다.

<취재기간 내내 끊임없이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며 만천하스카이워크까지 오갔다.>

길 하나가 그 지역의 관광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지금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 단양군의 수양개역사문화길은 그 우수사례가 될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

어느곳에서도 찾기 힘든 빼어난 풍경 속에 그 길이 가지는 역사적 의미와 차별화된 콘텐츠, 그리고 자연스럽게 동선을 따라 이어지는 대표관광지와의 연계는 단순히 길을 걷기위해 그 지역에 가는 것이 아닌, 길을 통해 그 지역을 알고 그 지역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종합적인 관광콘텐츠의 소비로 이어진다.

<잔도에서 바라본 상진대교, 상진철교와 남한강의 풍경>

단양군 수양개역사문화길, 앞으로 단양군이 가진 또 다른 길인 느림보강물길, 소백산자락길 단양구간, 선암골생태유람길과 더불어 앞으로 단양군을 트래킹 관광의 명소로 만들 것으로 보여진다. 

길 여행자뿐만 아니라 비경을 걷는 여행을 꿈꾸는 이라면 반드시 주목할 가치가 있는 길이다. 그리고 가을을 맞이한 가족여행, 단풍여행으로도 로드프레스에서 강력히 추천하는 길이다.

올 가을, 그 절경 속에서 인생에 남을 풍경 한자락을 기록하고 싶다면 그 아찔한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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