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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길에 대한, 강화도에 대한 순례 – 강화나들길 10코스 머르메 가는 길

강화나들길 10코스 <머르메 가는 길>은 교동도를 관통하는 두 번째 코스이자 교동도가 가진 아름다움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길입니다. 

이전의 9코스에서 교동도의 전체적인 풍경과 풍요로움,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만나보았다면 10코스에 이르러서는 교동도 자체의 속을 한 꺼풀 더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드넓은 평야를 걸으며 만나는 비옥함과 시원스레 터져나가는 정경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장관입니다.

곡식이 익어가는 가을 들녘, 바람따라 낭창이는 수숫대의 몸짓따라 푸르른 저수지와 그 너머 바다의 넉넉함을 온 몸으로 만끽하며 걸어봅시다.

  • 교동도 머르메 가는 길은 전체적인 난이도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다만 코스 중 식사 및 쇼핑 등의 상업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대룡시장 주변의 중심지 뿐이므로 필요한 것은 미리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코스의 정방향은 뙤약볕에서 상당히 오랜 시간을 걸은 후 수정산을 가파르게 오르는 코스입니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에는 역방향의 코스를 이용하시는 게 더욱 체력을 안배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본 코스는 역방향으로 일주하였습니다.


 

1. 대룡시장 ~ 빈장산자락 (대룡시장 ? 미곡종합처리장 ? 양갑리 – 빈장산자락)

*편의시설 : 식당 ? 대룡시장 일대 (한식, 분식, 중식 등)

                   화장실 ? 대룡시장, 양갑리 마을회관

9코스 다을새 길을 걸으며 관통하였던 대룡시장에서 이번 10코스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오전의 일과가 막 시작될 무렵이라 시장은 활기를 띄기 직전의 고요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교동도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인지라 이른 아침부터 시장의 골목을 누비는 관광객들도 눈에 띄네요.

관광안내소 맞은 편에 육개장으로 유명한 해성식당이 있는데요, 그 해성식당의 옆에서 강화나들길 스탬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출발 스탬프의 잉크가 거의 소진되었습니다. 스탬프함 위의 임시 도장을 넣어놓은 곳도 열리지 않네요. 
빠른 조치가 필요할 듯 합니다.

해성식당을 옆에 두고 도로로 향합니다.

앱이나 지도를 자칫 잘못 읽으면 9코스에서 걸었던 도로의 오르막을 따라 오를 수 있는데요, 그 도로를 건너서 나아가는 길입니다.  CU 편의점 앞에서 도로를 건너 정육점을 지나면 양갑리, 난정저수지 방면의 도로로 접어들게 됩니다. 

여기에서 기나긴 10코스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는 셈이죠.

길을 걷다보면 도로의 우측에 빨간 건물(미곡종합처리장)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 코스가 나뉘어집니다.

10코스는 9코스와 마찬가지로 회귀형 코스입니다. 그래서 방향을 어디로 잡더라도 결국은 한 바퀴 돌아오게 됩니다.
순서대로 간다면 미곡종합처리장에서 약 5~6km 이상을 걸어 난정저수지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 길은 그늘이 하나도 없는 길인지라 햇빛이 내리쬐기 시작하면 상당히 체력이 소모될 수 밖에 없는 길입니다. 

그 이후 만나는 난정저수지와 긴 제방도 길이가 2km에 이를 뿐 더러, 난정 저수지까지 걷고 나면 바로 가파른 높이의 산 계단을 올라 수정산 정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이 구간은 날이 덥거나 할 때에는 초기에 체력이 방전될 위험이 충분한 구간입니다. 수정산 이후로부터 걷기 편한 길이 이어진다고 해도 방전된 체력으로 남은 길을 걷기는 쉽지 않지요.

로드프레스에서는 이 구간은 오히려 길의 마지막에서 만나는 것이 난이도 조정이나 체력 안배, 그리고 길 전체의 풍경을 생각해도 훨씬 낫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번 10코스는 역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양갑리 방면으로 직진합니다.

아무리 걸어도 줄어들지 않을 것 같던 그 길, 수숫대의 낭창함을 옆에 두고 양갑리를 향해 갑니다.

길을 사이에 두고 남갑리, 북갑리로 마을이 나뉜다 하여 붙은 양갑리. 빈장산 자락속에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하는 농촌마을입니다.

언제까지 정육점으로 남아있었을지 모를 건물, 이제는 정말로 보기 힘든 두자릿수의 국번을 가진 간판이 추억을 자극합니다. 
그 뒤로 펼쳐진 농촌 풍경은 정말로 정겹기 그지없지요.

비옥한 토지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곧 거두어질 듯 합니다.

마을 입구의 갈림길에서 정면에 보이는 산자락으로 들어가도록 합니다.

들판을 따라 바닷가를 걸어 빈장산의 끝자락이자 머르메라는 말의 어원이 되는 동산리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중간의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직진하도록 합니다. 

약간의 오르막을 거쳐 사진에 보이는 펜션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 산자락의 정상부이므로 여기에서 잠시 쉬어가도록 합니다.
앞으로 걷게 될 농로와 제방도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10코스에는 정자와 같은 쉼터가 많지 않습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을 만나면 잠시라도 쉬며 체력과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근의 난정저수지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코스 전체를 시원하게 감싸안으므로 금새 체력이 되살아난답니다.

 

2. 빈장산자락 ~  해병대 기지(해안철책) (빈장산자락 ? 저수지길 ? 죽산포 – 해병대 기지(해안철책))

*편의시설 : 식당 ? 없음

                   화장실 ? 죽산포

빈장산 자락 고개에서 쉬었다면 이제 표지판을 따라 맞은편으로 내려갈 차례입니다.

최근에 제초작업을 해 놓은지라 걷기가 꽤 수월하니 염려 안하셔도 좋습니다. 

중간에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표식이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좌측으로 논밭을 향해 내려가도록 합니다.

너른 논 너머로 아스라이 맞은 편 강화도 본도가 보입니다.
아직 아침이라 해무가 상당부분 남아있습니다.

밭을 따라 내려오면 이제 해안가 가까이 나아가도록 합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해안에 접해 걷는 길은 아닙니다. 강화도의 특징이 제방을 사이에 두고 갯벌(바다)와 저수지가 함께하는 구간이 많다는 것인데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나아가 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걷게 됩니다.

시원하게 저수지를 따라 걷습니다.

가만히 구경만 해도 강화도의 저수지는 풍부한 수량도 수량이지만 민물고기가 상당히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너른 논과 밭에서 나는 작물과 풍성한 어류 때문에 철새들이 이 지역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겠죠.

걷다보면 만나는 다양한 새들도 낯선 이의 발걸음에 놀라 멀리 날아가지만 곧 하늘을 크게 한 바퀴 돌고는 쭈뼛거리며 걷는 이의 뒷쪽에 다시 내려앉는답니다.

수로를 걷다보면 맞은편 길, 즉 수로의 건너편인 해안선 쪽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걷다보면 본격적으로 죽산포로 향하는 길이 나옵니다. 위의 갈림길에서는 직진을 하시면 됩니다.

사진의 작은 섬이 죽산포 바로 뒤에 위치한 애기봉입니다. 

좌측에 난 길을 따라 걷다보면 죽산포로 바로 향하는 제방길이 나타납니다.

제방에 올라 바라보니 강화도가 바로 눈 앞입니다.

나들길에서 해안길, 특히 갯벌과 갯골이 깊게 파인 그 풍경을 따라 걷는 제방길은 정말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햇살이 강한 날에는 바닷물과 갯벌에 반사된 햇살로 눈 앞이 반짝입니다.

날씨가 흐리거나 어두운 날에는 앞이 안보이는 해무 속에 아른거리는 섬의 실루엣과 갯벌 위에 놓인 어구가 주는 쓸쓸함이 걷는 이의 감수성을 자극하지요.

죽산포 선착장에서 낚시 채비를 하는 조사님들의 모습이 해무 속에서 뚜렷하게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쓸쓸한 죽산포 선착장에 위치한 새우젓 가공시설.
짠내가 스며든 그 바닥, 젓새우를 나른 후 선착장을 청소하는 어르신의 비질이 고요함을 깨우는 유일한 움직임 입니다.

이 죽산포는 교동대교가 건설되기 이전엔 교동도선착장(월선포선착장)과 더불어 강화도에서 교동도를 오가는 배가 들렀던 포구라고 합니다. 

한때는 이 포구에 모여든 배의 돛이 빽빽하여 마치 대나무숲같다고 하여 죽산(竹山)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만, 섬 속의 섬이 가진 포구의 운치가 대부분 쓸쓸함에서 스며나오듯, 지금은 과거의 영화를 추억하며 이렇게 홀로 남아 있습니다.

죽산포를 뒤로하고 다시 마을길로 접어듭니다. 

드문드문한 인가들을 돌아 짖어야 할지 반가워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던 백구를 뒤로하고 다시 해안선에 닿습니다. 애기봉 자락을 돌아 닿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다시 기나긴 제방길이 시작됩니다.

선명해지는 맞은 편의 섬과 산을 바라보며 빠지는 썰물의 해안에 아쉬움을 흘려보냅니다.

걷기 좋은 제방길이 어느새 군사시설인 철책으로 가로막힙니다.

이 너머는 군사지역이라 출입이 통제되기에 나들길도 여기서부터는 다시 내륙으로 접어듭니다. 
사진의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나아가면 되는데요, 내륙으로 접어들기 전에 이 곳에서 휴식을 취하도록 합니다.

 

3. 해병대 기지(해안철책) ~ 수정산 입구 (해병대 기지(해안철책) – 동산리 – 수정산 입구)

*편의시설 : 식당 ? 없음

                   화장실 ? 없음

해안 철책에서 잠시 쉰 후 길을 따라 나서기로 합니다. 

이 갈림길에서는 우측의 방향으로, 산자락 밑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됩니다.

이렇게 나아가게 되는데요, 여기에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날씨나 늦가을, 겨울이라면 이 길은 문제가 없을 듯 한데요, 길의 중간부분부터 산에서 흘러나온 빗물들이 고여 웅덩이 수준을 넘어 길 전체가 잠겨 있습니다. 잠시 산으로 올라가 길 따라 걸어보려 했으나 사정이 도저히 여의치 않습니다.

저처럼 이 구간의 길이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위의 갈림길 초입에서 좌측을 택해 가는 우회로를 선택해야 합니다.

우측의 산자락 길이 원래대로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하지만 우회해서 나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이 더욱 아름다워 돌아간다는 수고가 느껴지진 않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낚시를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나들길에서 끝 없는 유혹과 싸워야 합니다.

우회로가 끝나고 다시 산자락 밑으로 접어듭니다. 물에 잠긴 길도 정상화 되었습니다.

너른 풍경을 따라 저 멀리 동산리 마을이 보입니다.

구불대는 마을 길이 정말로 아름다운 풍경, 작은 섬이라는 지리적인 요건까지 이어져 걷는 이의 마음은 더 없이 들뜹니다.
짙어가는 가을의 정취 속에서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길, 아직도 저 길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동산리가 코앞입니다.

이 갈림길에서는 좌측을 향하도록 합니다. 표식이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계속 직진하면 됩니다.

평화로운 농촌 풍경에 코스의 절반을 걸어온 발길은 힘든 줄도 모릅니다. 때를 놓친 닭의 울음소리가 마을에 울립니다.

동산리의 길을 걷다보면 길 자락에서 흔하게 밤나무를 만날 수 있습니다.

교동도의 밤송이는 정말로 왠만한 어른의 주먹만합니다. 햇살 속에서 튼실히 여문 밤톨을 견디지 못해 밤송이는 쩌억 하고 갈라집니다. 땅으로 떨어진 밤알은 윤기도 반지르르 하고 크기도 큰 게 노란색의 달큰한 속을 상상하게 합니다.

동산리 마을을 지나는 길, 밤나무가 지천인 길입니다.

떨어진 밤알을 하나 주우며 “아이고, 사람들이 다 줏어갔네…”하고 아쉬워 한 마디 탄식을 합니다.
그 때 바로 전 까지 보이지 않던, 밤나무 그늘에서 밤을 줍던 할머님이 스윽 하니 나타나서 여행객의 손에 당신이 허리를 굽혀 줍던 밤알을 아낌없이 두손 가득 쥐어줍니다.

“여기 밤나무가 그냥 길에 있는게 아니라 우리들이 다 관리도 하고 정성스레 가꾼거야.”

낯선 이의 욕심어린 장탄식 하나에도 그냥 보내지 않는 동산리 어르신의 인심, 언제나 나들길이 즐거운 것은 이런 강화도 분들의 아낌없는 정 때문이지요.

죄송한 마음에 고개 숙여 인사 하고 부끄러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10코스를 걸으면서 유난스레 자주 만나는 수숫단이 바람에 흔들거리며 부끄러운 마음에 벌개진 얼굴을 위로하네요.

좌측으로 난 농로를 따라 맞은 편 산기슭으로 올라오니 서한리와 동산리의 경계 표지석이 나타납니다.

이 표지석 앞에서 도로와 맞닿게 됩니다.

도로로 나왔다면 도로를 따라 쭈욱 걸으시면 안 됩니다. 바로 도로 건너에 수정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시작됩니다.

시원한 나무그늘, 수정산의 등반을 앞두고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4. 수정산 입구 ~ 난정양수장 (수정산입구 – 조선시대 한증막 – 해바라기밭 – 난정양수장)

*편의시설 : 식당 ? 없음

                   화장실 ? 없음

휴식을 취한 후 수정산을 오르도록 합니다.

수정산은 해발 100여m 정도의 낮은 산이지만 나름 오르는 길의 경사가 만만치는 않은 산입니다. 그리고 정상부의 능선에서 상당한 거리를 이동하게 되므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꼭 강화나들길 구간이어서가 아니라 수정산 자체의 풍경이 아름다워서일까요, 많은 이들이 오고 간 산인듯 보입니다.

등산로가 뚜렷하게 나 있어 길을 헤멜 염려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이 표지판에서는 수정산 정상 방면으로 올라가도록 합니다.

난정저수지로 나아가는 길이니만큼 난정2리가 아닐까 해서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만, 직접 그렇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려갔다가 다시 거슬러 올라와야 했습니다.

경사가 상당한 편인데다가 날씨도 덥습니다만, 수정산 정상부에서는 바로 옆의 서해바다와 난정저수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에어콘을 틀어놓은 듯 시원하게 온 몸을 감싸안아 개운하기 그지없습니다.

숨이 차더라도, 땀이 나더라도 그런 힘든 기색을 바람이 씻겨내니 더 없이 만족스럽습니다. 아, 이래서 산을 오르는 것이구나..하는 만족감을 해발 100m에서 느끼고 있었습니다.

어느덧 정상부에 다다른 듯 합니다.

정상부 능선을 따라 걷다가 벤치를 만나게 되면 본격적으로 내리막길이 시작됩니다.

오르는 길이 만만찮았습니다만, 내려가는 길의 경사는 그 이상입니다. 순방향으로 이 산을 올랐다면 상당히 고생을 했겠지요.

세월을 한 겹 입은 나무, 그 세월이 만든 표피가 몸에서 떨어져 나온 모습입니다. 
이끼와 덩굴, 나무껍질로 만들어진 그 외피자락이 매달린 정경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이제는 확실하게 저수지 방면으로 내려가면 된답니다.

계단 하나하나의 높이가 만만찮습니다. 그리고 흙과 이끼로 발 디딜 곳이 미끄러운 곳이 있습니다.
오르막보다 내리막이 더 위험하다는 말이 있지요? 안전에 신경을 쓰면서 내려가야 합니다.

이것은 무덤일까? 하는 마음에 멈춰서 바라보노라니, 앞의 표지판이 이 시설의 용도를 말해줍니다.

바로 조선시대 한증막이라고 합니다.

조선 후기부터 비교적 최근인 1960년대까지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한증막의 이용 방법이 지금 생각해도 매우 과학적인데요, 먼저 한증막에 소나무로 불을 지피고 가열한 후, 일정한 온도가 되면 물을 뿌려 불을 껐다고 합니다.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로 공기가 가습되면 입욕자는 헝겊이나 가마니를 두르고 들어가 땀을 내는 방법으로 탕욕을 하였다고 하네요.

교동의 한증막은 고구리, 봉소리 등에도 있었으나, 본래의 모습을 간직한 곳은 수정산에 자리한 이곳뿐이며, 선조들의 치병과 목욕문화를 연구할 수 있는 학술적 가치가 높은 시설이라고 합니다.

마침 수정산을 넘어온 후라 온 몸이 땀으로 젖은 상태였습니다. 지금에도 이용할 수 있다면 산을 넘은 사람이라면 만금을 지불해도 아깝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산을 내려와 난정저수지를 만납니다.

그 넓디 넓은 난정저수지의 모습과 수량, 그 위로 불어오는 바람은 산길에서의 노고를 치하해 주는 듯 합니다.

저수지 주변을 두르는 길을 따라 걷습니다.

너무나 늠름하게 솟은 잘 생긴 소나무 한 그루에 눈이 빼앗깁니다. 그것을 질투하듯이 이어서 나타난 만발한 해바라기는 여행자의 넋을 빼 놓기에 충분합니다.

9코스의 교동향교 앞에서 만났던 그 넓은 해바라기 밭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크기입니다. 그 때에도 교동도에서 무언가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해바라기를 심고 있을까 생각이 들었는데요, 이렇게 난정저수지에서 만나니 과연 심을 만 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난정저수지 뒤로 펼쳐진 서해바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섬들과 그 너머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북한 땅은 황해도 연백군 해남리 지역이지요. 얼마 전 교동도로 북한의 젊은이가 헤엄쳐서 귀순한 일이 있었는데요, 양 쪽의 거리를 보아하니 정말 가깝기 그지없습니다.

이런 살풍경한 지역임을 까맣게 잊게 만드는 저 해바라기와 서해의 바다와 능선… 교동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라는 생각에 잠시 더 머물고 싶어지네요.

해바라기밭을 지나 정자에서 잠시 쉽니다.

이제 난정저수지를 따라 난정양수장까지 기나긴 길을 걷게 되는데요, 중간에 휴식처가 없으므로 반드시 한 번 쉬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저수지의 제방에 올라 푸른 물결을 보며 걸어도 좋지만 아래의 잘 뻗은 도로를 따라 걷는 것도 좋습니다.

제방의 제초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다면 아래의 길로 걷는 것이 낫습니다. 

끝 없이 뻗은 길을 따라 걷다가 시선을 우측으로 돌리면 저 멀리 화개산이 보입니다.

10코스의 출발지점이었던 대룡시장이 화개산 바로 아래에 있지요.
이번에 걸은 10코스가 얼마나 길고 넓었는지 이제야 확실히 알 수 있네요.

어느 덧 제방길의 끝이 보입니다.

제방이 끝나는 곳에는 난정양수장이 있는데요, 제방으로 올라 난정저수지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답니다.

난정저수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이제 마지막 구간을 앞 두고 쉬기로 합니다.

해바라기밭의 정자를 출발하여 난정저수지를 따라 난정양수장까지의 구간은 따가운 햇살을 막을 곳이 전혀 없는데요, 앞으로 이어지는 5~6km의 마지막 구간도 그늘막이 전혀 없습니다. 

충분히 쉬고 수분보충을 하셔야 합니다. 

 

5. 난정양수장 ~ 대룡시장 (난정양수장 – 개시미벌 – 대룡시장)

*편의시설 : 식당 ? 대룡시장 (한식, 중식, 분식 등)

                   화장실 ? 대룡시장

난정양수장을 뒤로 하고 저 멀리 보이는 화개산을 목표로 하여 걷기로 합니다.

이 구간의 길이는 5~6km 정도로 꽤 오랜시간을 걷게 됩니다. 중간에 자주 쉬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화남생가 가는 길에서 너른 평야인 조산평도 만나고 이전의 9코스에서도 교동도의 교동평야를 걸었습니다만 이 구간의 평야는 그동안 만나 본 나들길의 평야지대들 중에서 가장 너른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교동도에서 1년에 나는 쌀의 양은 인천 시민들을 몇 년치나 먹여살릴 수 있다.”는 자랑이 있는데요, 정말로 그렇게 느껴지는 풍경입니다.

마치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끝 없는 밀밭을 걷는 듯 한 그런 풍경이 떠올려집니다. 

하긴 장소는 상관이 없지요. 어디를 걷더라도 누구나 다 순례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순례의 대상이 누구냐가 중요하지요. 
처음의 순례의 대상은 강화나들길의 시조라 할 수 있는 화남 고재형 선생이었다면, 지금 저의 순례의 대상은 강화도 그 자체입니다.

묵묵히, 쏟아지는 햇살에 달아오르는 목덜미를 만져가며 한발 한발 발밤발밤 내딛습니다.

이 길은 풍요롭고 넓은 풍경속에서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한 자신을 인정하며, 자신이 비록 작더라도 멈추어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길입니다.

수로를 따라 도열한 수숫대의 열병식을 받으며…

그렇게 좁혀지지 않은, 영겁의 거리에 있을것만 같은 화개산도 조금씩 가까워 짐을 느낍니다. 힘들다면 길 한가운데 주저앉아 목을 축이며 쉽니다. 

마치 러시아의 평야와도 같은 풍경이지요.

저 멀리 보이는 양곡시설을 한껏 카메라를 당겨 잡아봅니다.

머리위를 찌르는 햇살에 항복하고 싶어도 이 구간은 항복을 받아 줄 여유도 없습니다. 
그렇게 걷다보니 출발할 때 보였던 빨간 양곡처리장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제 저 처리장 건물을 지나면 곧 대룡시장이겠군요. 

처리장을 지나 대룡시장, 교동읍내로 들어섭니다. 

출발할 때 호기롭게 내딛었던 그 발걸음, 수수의 환대를 받으며 걸었던 그 길이 여행자의 마지막 걸음을 인도합니다.

대룡시장으로 들어옵니다. 이 때의 그 해냈다는 성취감은 상당히 큰 것이었습니다. 

이 전의 8코스와 9코스가 20km가 넘는 7코스에 비해 상당히 짧고 걷기가 편했기에 그만큼 몸도 긴장이 풀어졌을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다시금 몸에 힘을 불어넣게 하는 길이가 아닐까 합니다.

해성식당으로 올라가 도착 스탬프를 꾸욱 누릅니다.
어느덧 해는 중천에서 석양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제법 햇살이 누르스름해지네요.

중간에 먹은 가벼운 간식 이외에는 주변에 식사를 할 곳이 없던 관계로 빈속입니다. 아우성치는 배를 달랠 겸, 걸어온 발에 휴식을 줄 겸 스탬프를 찍지마자 쓰러지듯이 해성식당으로 들어갑니다.


 

강화나들길 10코스는 그 난이도를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길입니다. 코스의 길이만 따진다면 난이도를 ‘중’으로 보기에 충분합니다만 걷기가 상당히 쉬운 길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난이도는 분명히 ‘하’입니다. 다만 수정산 등산과 이어지는 저수지 제방, 대룡시장까지의 들판길은 날씨 화창할수록 걷기에 아주 큰 어려움이 더해지는 구간이지요.

그렇다고 해도 이전의 9코스에 비한다면 이 10코스가 주는 성취감, 그리고 광대함은 분명히 더욱 스케일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사단법인 강화나들길의 이민자 이사장님이 ‘가을에 벼가 노랗게 익을 때, 그 난정저수지 자락으로 해서 너른 들판길을 걷노라면 정말로 보면서 걷는 것 만으로도 배가 부르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뜻을 정말로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전의 9코스와 10코스를 통해 강화도의 부속도서(라고 하기엔 가진 것이 너무 많아 보물섬이라 부르고 싶은) 교동도를 걸어보았습니다. 그 매력이 정말로 엄청난 섬인지라 이 두 번의 종주로 끝내기엔 아쉬움을 넘어 섭섭함마저 드는 게 사실입니다.

오는 9월 23일, 교동도에서 평화걷기 행사가 열립니다. 

참가신청을 한 지라 근자에 다시 찾게 되어 다행입니다만, 그 행사뿐만 아니라 앞으로  몇 번이고 혼자서, 혹은 사랑하는 가족과 훌쩍 다리를 건너 오고싶은 마음의 휴식처를 찾았습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아까울 정도의 섬, 나만의 섬을 걷고 싶다면 꼭 이번 가을에 교동도로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