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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팀장의 깔딱고개 – 삼관우청광을 가다! ②

Part 7. 청계산 (KCTC양재물류센터 청계산들머리~굴바위산~옥녀봉~망경대 옆길~이수봉~하오고개)

 

마치 동네 뒷산 같은 청계산의 들머리.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과천 굴바위산이 나오는데 청계산 자락의 일부로 따로 나누기 민망할 정도로 휙 지나갈 수 있다. 그래도 엄연한 이름을 가진 산이니 잠시 멈추어 제자리에서 한 바퀴 돌아본다.

청계산을 걸으며 첫 번째 만나야 할 옥녀봉을 향한다. 완만하고 폭이 넓은 흙길을 따라 조금 걷다가 수많은 계단을 마주하게 된다. 끝이 없고만! 진안의 아들이자 대학동기 ‘철홍이’는 청계산이 쉬웠다고 한다. 전혀! 계단을 오르는 중 땀으로 앞가슴까지 다 젖어버린다. 이거 이러다 체력조절에 실패하면 나머지 구간을 힘겹게 걸어야하는데… 여기서 고민에 빠진다.

잠시 눕자!!

깨끗하고 좋은 나무의자를 뒤로하고 조금 떨어져서 부끄럽게 숨어있는 옛 의자를 선택한다! 일단 등산객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하고 조용하게 쉴 수 있어야하니 낡은 의자는 최적이다! 그리마(돈벌레)와 개미에게 잠시 의자를 대여하고 눕는다. 산 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땀과 함께 정신도 날아가고 알람소리에 눈을 뜨니 벌써 15분이 흘렀다.

계단. 계단. 계단.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쉬엄쉬엄 올라가라고 말해줄 것이다.

옥녀봉에 도착! 지나온 삼성산과 관악산이 떡! 하니 마주보고 있고 과천경마공원과 살짝 머리만 내민 계양산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쉬고 있다. 반려견을 동반한 사람부터 어린아이와 함께 올라온 부모까지.

<옥녀봉에서 바라보는 삼성산, 관악산과 과천경마공원>

매바위 입구까지 코코넛매트(코이어펠트)와 흙으로 되어있는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산 위에서 걷는 평지와도 같다.

편안한 흙길을 즐기며 걷다가 다시 계단과 오르막을 지나면 매바위에 도착! 뒤를 바라보니 이번에는 강동의 멋진 풍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롯데월드타워와 포천, 가평, 청평의 명산들이 쭉 이어진다. 정확한 이름은 모르지만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산들이 참 많다.

나중에 나의 두 다리와 함께 만나기를 바라며 다시 매봉으로 향한다.

<매바위에서 바라보는 강동의 멋진 풍경>

천천히 걷다보니 바로 코앞에 매봉이 보이고 커다란 정상석이 맞아준다. 이제 혈읍재를 지나 망경대로 향하는데 푸른 회색빛의 새 한 마리가 바위 위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새끼 새는 아닌데 작은 크기의 새가 통통 튀는 모습이 귀여워 잠시 앉아서 구경을 한다. 가벼운 몸짓으로 몇 번의 높은 점프를 하다가 다른 친구 새가 다가오니 파닥~ 날아간다. 유리왕의 황조가가 떠오른 이유는 잘 모르겠다.

<푸른 회색빛의 새>

혈읍재까지 내리막길을 조금 걷게 되는데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을수록 체력소모가 크므로 천천히 안전하게 내려간다. 혈읍재를 지나 망경대로 이어지는데 등산로가 새롭게 정비되어 예전의 위험한 구간은 현재 통행금지로 되어있다(팻말만). 문제는 입구 갈림길에서 이정표를 지나치면 과거의 길로 진입 할 수 있으니 잘 봐야한다!(전혀 막혀있지 않다).

“어이~ 여기도 길 맞아 이리로 와~!”

알록달록한 옷을 입으신 어르신이 손짓한다.

왜소한 체격에 군살 하나 없는 모습. 딱 봐도 고수다. ‘청계산 산신령’으로 불러본다. 그렇게 청계산 산신령님의 안내를 받아 망경대 (구)길로 간다. ‘생각보다 괜찮네?‘ 라고 생각하기 무섭게 바위 옆으로 삭아서 끊어질듯 한 로프와 낭떠러지가 반겨준다. 멋쩍은 청계산 산신령님의 미소.

“이제 여기 관리를 안 하네? 여기 못가겠다.”

우리는 다시 내려온다.

<청계산 산신령님 덕분에 얻은 멋진 파노라마사진>

덕분에 스릴과 정말 멋진 풍경을 담았다. 일단 체력이 너무 좋은 어르신의 자신감 있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지도를 보니 오히려 새롭게 정비된 등산로가 점선으로 되어있고 지금 관리를 하고 있지 않은 위험구간이 법정등산로로 되어있긴 하다.

오늘도 깨닫는다. 최신화가 되어있지 않은 온, 오프라인 지도가 많기에 반드시 직접 걸어보고 현장에서 기록과 판단을 해야겠다. 물론 지금까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지도와 인터넷의 정보는 참고용으로 활용하고 몸으로 현장을 익히며 확실한 파악이 중요하다고 다시 느낀다.

어르신은 이수봉 직전에 청계사로 내려가 매봉산을 지나 인덕원역으로 가신다고한다. 잠시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새벽에 석수역에서 출발하여 삼성산, 관악산, 우면산을 지나 청계산과 광교산도 걷고 있다고 하니 “아 자네 종주중이구나”라고 말씀하시더니 갑자기 청계산과 광교산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신다.

‘램블러(Ramblr) 앱’을 켜고 지도를 보여드리니 헷갈리는 구간을 말씀해주신다.

“지도에는 길이 없는데 가보면 있을 것이야.”

역시 경험은 중요하다!

<정비된 등산로를 이용하자>

헬리포트 갈림길에서 청계산 산신령님과 헤어지고 계속 걸어간다.

이수봉까지 어렵지 않게 도착. 서울대공원 말레이곰 ‘꼬마’ 포획된 자리.

벌써 8년 전의 일이다. 얼마 전 대전동물원 사육사의 실수로 퓨마 뽀롱이가 탈출하여 사살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말레이곰 꼬마도 여러 이유에서 사육장을 탈출하고 등산객이 버린 과일, 야생 도토리와 산속 간이매점의 막걸리 등을 먹으며 10일간 청계산을 배회하다가 결국 잡힌 것인데 스트레스로 인한 사연이 참으로 안타깝다. 점점 자연과 동물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는 현실이지만 역시 명확한 정답은 없기에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생물다양성을 보존하고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굳이…

청계산 포유동물 현황 안내판의 오소리의 사진에는 호주에 살고 있는 ‘웜뱃’의 사진이 붙어있는 것도 재미있다. 귀여운? 실수라고 보기에는 자신이 하는 일에 너무 관심이 없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안내판 제작과 설치비용은 생각보다 비싼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옆의 족제비 사진 또한 아무리 봐도 토종 족제비의 모습 같지 않아 의심된다.

<의심되는 토종 오소리와 족제비. 아무리 봐도 호주에 서식중인 웜뱃으로 보인다>

점점 하늘은 노랗게 변해가고 조용한 산길을 따라 내려간다.

하오고개에 도착할 즈음 젊은 등산객이 커다란 배낭을 메고 올라오며 국사봉은 멀었냐고 물어본다. 뚝뚝 흐르는 땀과 너무 힘들어 하는 모습에 “조금만 더 가시면 곧 나와요 힘내세요! 파이팅!”이라고 산에서 사용하는 애매한 답변을 해준다. 곧이어 산과 산을 이어주는 하오고개의 다리가 보인다!

<하오고개. 청계산과 광교산을 이어주는 다리>

Part 8. 광교산 (하오고개~영심봉~우담산~바라산~백운산~노루목대피소~광교산(시루봉)~비로봉~형제봉~광교공원 반딧불이 화장실 날머리)

 

하오고개. 현재시각 17:05.

다리위에 앉아서 쉭쉭 달리는 차량들을 구경하며 잠시 쉰다. 이곳 하오고개는 성남누비길과 연결되는 구간으로 바라산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급경사의 오르막과 계단이 허벅지에 엄청난 피로감을 선사한다. 그래도 어두워지기 전에 바라산 정상에 오르고 싶어서 조금 빠르게 올라간다.

영업을 마치고 철수중인 막걸리아저씨와 계단에서 마주친다.

“안녕 하세요~?”

“아휴 언제 올라갔다가 언제 갈 거야~~”

<이정표>

18:30 바라산 정상.

이제는 붉게 물든 하늘과 소나무 그리고 거울처럼 반짝이는 잔잔한 저수지와 하늘의 구름이 멋진 수채화를 연상시킨다. 산에서 봉우리에 오르는 것이 바로 이런 매력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계곡선을 따라 걸으며 시원하게 즐기지만 보통은 능선을 따라 걸으며 매번 새로운 경치를 눈에 담는다.

<바라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석양>

헤드램프에 배터리를 넣고 머리에 착용한다. 산에는 나무가 있어서 더 빨리 어두워진다. 야간시를 최대한 활용하여 지면이 식별 불가능하기까지 램프를 사용하지 않는다. 붉다 못해 새빨간 공제선이 찬란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휴대폰 카메라에 담을 수 없지만 너무 아름다워 찍어본다. 그리고 땅과 하늘의 경계가 사라진다.

헤드램프 ON.

자연현상과 야생동물이 무서워서 야간산행을 최대한 자제하는 편인데 거리가 긴 장거리 산행의 경우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코스에 대한 정보는 이미 숙지가 되어있지만 초행길이고 야간에는 다니던 길도 헷갈리는 법이다. 천천히 안전하게 지정된 등산로와 이정표만 활용한다.

9부 능선의 완만한 흙길을 따라 걸으니 야간에 걸어도 무섭지 않다. 백운산 정상석이 반짝반짝한 수원 도심의 불빛과 함께 반겨준다. 고요함과 함께 간간히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내려가야 할 도심의 전깃불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광교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백운산 정상>

<도시의 야경>

이제는 능선의 상단을 따라 큰 고도차 없이 쭉 가는 길. 노루목대피소에서 잠시 앉아서 쉬고 바로 광교산의 시루봉(582m)에 도착한다.

현재시각 20:10. 저녁은 쌀쌀하다. 이로써 주봉우리는 모두 걸어왔다! 짐을 내려놓고 누워서 하늘의 별과 바람을 몸으로 느낀다.

맞다! 막차시간! 광교공원에서 버스를 타고 수원역으로 가서 복귀하는 것이 오늘의 목표인데! 부지런히 걸어야한다.

<광교산 정상 시루봉>

토끼재를 지나 형제봉으로 가는 길. 바닥에 무엇인가 꼬물꼬물 기어간다. 바로 새끼두꺼비! 예부터 복 두꺼비라고 하지 않는가? 잘 먹고 잘 자라서 훌륭한 두꺼비로 거듭나라!

엄지손가락 한 마디만한 귀여운 크기의 두꺼비와 기분 좋은 만남을 뒤로하고 형제봉에 도착!

이제 오르막은 정말 조금 남아있다. 하지만 하오고개부터 물 조절에 실패하여 약 100mL의 물이 남아있던 상태. 입 안에 조금씩 머물고 있다가 이 사이로 나누어 목구멍으로 넘긴다. 도시의 불빛이 바로 앞인데 닿을 듯 닿지 않는 신기루와 같다.

<밝은 달과 수원시의 멋진 야경>

달이 참 밝다.

형제봉을 지나 내려가는데 엄청나게 빠른 속도의 인기척에 놀랐다. 흠뻑 땀에 젖은 중년의 남성이 헉헉 거리며 뛰어올라오고 있었다. 파란색의 러닝티셔츠에는 OO산악마라톤이라고 적혀있다. 헤드램프도 밝지 않아서 길이나 보일까 걱정인데 뒤 돌아보니 이미 저 멀리 뛰어가고 있다. 그 모습에 힘을 내서 광교공원으로 향한다.

지루하고 익숙한 계단들을 내려와서 다시 흙길이 이어지고 광교터널의 위로 지나가며 인위적인 소음이 들려온다. 도시의 소리. 조금만 벗어나면 자연의 소리와 접할 수 있는 수도권 산의 매력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경기대학교 수원캠퍼스의 울타리를 따라 내려오니 드디어 광교공원 광교저수지 산책로의 불빛이 보이고 삼관우청광의 종점인 광교공원 반딧불이 화장실이 나타난다.

<광교공원으로 탈출>

일단 물이 가장 급하니 약 400m 떨어진 편의점으로 달려가 평소처럼 과일음료와 이온음료를 혼합하여 마시고 차가운 음료수병으로 무릎을 마사지한다. 운동 직후 투자하는 10~30분의 시간이 1~2일 다리의 편안함을 줄 수 있다면 어떠한 선택을 하겠는가? 귀찮아도 해야 하는 일이다!

옷을 갈아입고 수원역에 도착. 막차를 타고 그리운 집으로 향한다. 아아, 오늘 절실히 다시금 깨달은 물의 소중함이란!!

 

*해당 원고는 로드프레스 2018년 12월호에 실린 기사로 현장의 상황 및 풍경은 현재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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