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 By

광고문의

김태일 팀장의 깔딱고개 – 불수사도북을 가다! ②

<지나온 수락산과 불암산 방향>

사패산과 도봉산은 하나의 산줄기로 연결되어있어 도봉산의 정상인 자운봉, 신선대 까지는 사패산으로 생각하고 간다.

곧이어 Y계곡을 만난다. 집에서 쉬고 싶던 날 아는 형님에게 이끌려 억지로 지나갔던 기억이 있다. 그만큼 아름답고 액티브한 코스임에는 틀림없다. 단, 주말 간 통행제한이라는 말과 일방통행의 압박, 그리고 앞의 소대규모의 모임인구. 과감히 빙~돌아가는 우회탐방로를 향한다.

숲길 따라 살짝 내려갔다가 올라가는 우회탐방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바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볼 수는 있지만 오를 수 없는 도봉산(740m)의 자운봉이 보인다. 안전을 위하여 바짝 붙어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한다. 신선대구간은 공사 중으로 출입이 제한되어 아쉽지만 우이동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도봉산 740m>

<도봉산의 기암과 도시풍경>

현재시각 12:50. 자운봉에서 우이암 방향으로 가는데 레게머리를 한 외국인이 스니커즈를 신고 내려간다.

계속 미끄러지는 그 모습에 주변에서 안절부절. 주봉갈림길에서 넉살좋은 아저씨들이 도와주기로 한 모양이다. 직진하면 우이동방향으로 바위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많이 있어 불안했는데 도봉대피소방향으로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모습에 안심이다.

한국인은 뒷산에 오르더라도 히말라야 복장을 한다는 비판적인 시선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다. 물론 과장된 표현으로 듣기 좋은 말이 아니지만 길을 걸으며 가끔은 볼 수 있기에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산속에서는 어떠한 상황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으니 철저한 복장과 준비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운봉>

도봉주능선을 따라 우이암으로 향하는 길은 약간의 바위계단과 흙길이 섞여있다. 내려가며 무릎에 충격이 많이 가해지기에 무릎보호대를 착용한다. 곳곳에 탐방로 보수용 자재가 많이 보이고 길옆으로 새로운 길이 나있다. 아직 많은 사람이 지나가지 않아 나뭇잎이 눌린 흔적을 따라 졸졸졸 내려간다.

<오봉능선이 보이는 우이암 하산 길>

우이암하산길에서 송추계곡 방향에서 보이는 오봉을 감상할 수 있다. 암벽등반의 명소로 다섯 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있다.

네 번째 봉우리가 가려져 4개의 봉으로도 보이는데 우이암하산길에서 자세히 보면 5개의 봉우리가 잘 보인다. 북한산둘레길을 걸으면 송추~우이코스에서 오봉을 올려다 볼 수 있다. 하산 길에는 당연히 지나온 자운봉과 오른쪽으로 보이는 성인봉도 잘 보인다.

또 볼 수 있는 진풍경은 북한산 방향이다. 우측으로 북한산 그 좌측에 작게 보이는 남산과 저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다시 한 번 서울에서 지하철로 갈 수 있는 국립공원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좌측부터 도봉산의 오봉, 칼바위, 주봉, 자운봉, 만장봉, 성인봉을 볼 수 있다>

큰 바위와 바위 사이로 계단이 있고 폭신폭신한 소나무 잎을 밟으며 원통사로 이어진다. 다시 우이동입구까지는 흙과 포장도로구간으로 약간 지루할 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서 비슷비슷한 장면을 너무 봐서 감흥이 떨어진다. 오늘의 새로운 시선을 위하여 빠르게 우이동입구로 내려간다.

<원통사를 바라보며 하산>

두 번째 보급지! 우이령길입구 우이신설 북한산우이역에서 1분 거리에 위치한 편의점에 도착. 과일음료와 이온음료로 지친 체력을 빠르게 회복한다.

현재시각 15:00. 약 10시간가량 계속 걸으니 허기지고 잠이 온다. 에어컨 바람에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팔과 다리를 보니 생각보다 더웠던 탓에 허벅지에는 염전이 생성되었고 팔에는 수묵화가 그려졌다.

이대로 편의점에 앉아있으면 잠들어버릴게 뻔하다. 얼른 짐을 챙겨 육모정공원지킴터(육모정고개방향)으로 향한다.

<염전이 만들어진 허벅지>

<기동배낭의 어깨끈에도 염분으로 가득하다>

 

Part 8. 북한산 (우이동~육모정고개~우이능선~영봉~하루재~깔딱고개~백운산장~위문~백운대~용암문~동장대~대동문~보국문~대성문~대남문~청수동암문~문수봉~승가봉~사모바위~비봉~향로봉~하비에르 국제학교)

서울둘레길과 북한산둘레길을 걸으며 지나다닌 길들과 생각보다 많이 중첩된다. 쉽게 북한산 들머리(북한산 시작 진입로. 육모정공원지킴터)를 찾아간다.

헤드램프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올라가야한다. 카멜백에 이온음료를 가득 채웠다. 이제 도착지점인 불광동까지는 아무런 보급지가 없기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땀으로 목욕을 한다. 계곡선을 따라 오르는데 바람 하나 없어 땀이 비처럼 쏟아진다. 내려오시는 중년부부에게 인사드리니 “아휴 이 코스 진짜 재미없어”라고 말씀하시고 내려간다. 음~ 나는 괜찮던데… 뭐 어쨌든 오르다가 뒤를 바라보니 골짜기 사이로 보이는 도봉산과 그 아래 아파트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온다.

<현재 위치 육모정 깔딱샘 마지막 샘물>

현재위치 육모정 깔딱샘. 마지막샘물. 이라고 깔딱샘에 적혀있다. 예전에는 물이면 다 마셨는데 디스토마나 대장균에 의한 장염을 생각하니 도저히 입이 가지 않는다. 호스를 통해 카멜백에 있는 이온음료를 한 모금 삼키고 다시 씩씩거리며 영봉으로 향한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서울 동부의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한 때 흉물스럽다고 비판받던 초고층의 건물과 수많은 아파트들. 여기서 바라보니 전부 미니어처다. 시간이 촉박하여 이제는 지친 몸보다 아드레날린이 우선적으로 작용한다. 분명히 지치고 힘들었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하산하기 위하여 평지에서 걷는 속도로 산에서 걸어본다.

“영봉 멀었어요?”

귀여운 아이 둘과 함께 온 아버지의 외침이다.

“바로 앞이에요. 한 5분?”

나의 대답이다. 정말 바로 코앞이 영봉이었다. 누구나 아는 선의의 거짓말. “다 왔어요.”가 떠오른다. 그 “다 왔어요.”를 생각하며 아직 멀리 있는 백운대를 그려본다.

하루재에 도착!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하산하고 등산하고 있다. 나도 그 무리에 합류하여 백운대를 향한다.

백운대까지 1.4km. 위문에서 그 짧은 거리를 왕복할 때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알기에 오버페이스인걸 알면서도 미친 듯이 걷고 걷는다. 내려가면서 회복 할 수 있는 식량이 준비되어 있기에 오늘의 비상식량 포도당캔디와 쿠키에게 고맙다.

<영봉에서 바라 본 백운대 방향. 태양과 구름이 아름답다>

어린 커플이 일상복으로 백운대를 향하는 모습에 또 불안하지만 그들이 오늘 얻어가는 교훈은 앞으로 다시 산을 탐방할 때의 자세가 바뀔 것이라 생각하고 인수봉을 한 번 바라보고 다시 걷는다.

93년 역사의 백운산장. 사람 정말 많다~. 북한산은 몇 년 만에 방문이지만 연령대도 다양하고 등산인구, 걷기인구가 확실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백운산장>

아이고 눈이야. 작은 날파리 한 마리가 눈으로 돌격한다. 잠시 앉아서 쉬라고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인공눈물로 제거하고 헉헉거리며 위문에 도착. 이제 백운대가 코앞이다.

백운대까지 300m (10분)이라고 적혀있다. 와이어로프를 잡고 미끄러운 바위를 오르기에 조심해야 할 구간이다. 인수봉이 빼꼼~ 얼굴을 내밀고 서쪽하늘로 노을이 지며 황금빛 머리를 보여준다.

<백운대로 가는 300m는 결코 만만하지 않다>

<인수봉이 황금빛 머리를 빼꼼 내민다>

북한산 백운대 836m.

고양시 향토유적 제31호 3.1운동 암각문. ‘경천애인(敬天愛人)’이란 네 글자와 독립선언문에 대한 내용이 새겨져있다. 독립운동가 정재용이 암각문을 새겼으며 1919년 2월 19일 해주에서 상경해 3.1운동의 불을 지폈다고 한다.

잠시나마 역사적 아픔과 현재 우리의 현실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백운대의 펄럭이는 태극기와 그 뒤로 비추고 있는 붉은 노을을 감상한다. 동서남북으로 서울과 경기도의 특색 있는 도시모습을 눈과 마음속에 담아본다.

현재시각 17시 50분. 나머지 구간 중 후반부는 헤드램프를 사용해야겠다.

<북한산 836m>

<북한산 백운대에서 바라 본 서쪽하늘>

백운대에서 다시 위문으로 내려와 이제는 내리막길이 80%라는 것을 알기에 평지에서 걷는 속도로 걸어본다. 순식간에 용암문, 동장대, 대동문, 보국문, 대성문을 지나 대남문에 도착하니 사진을 찍어도 흔들리고 어둡다.

청수동암문까지는 랜턴을 사용하지 않고 가도록 조금 더 빠르게 걸어본다. 다행히 문수봉까지 랜턴 없이 도착.

이제는 랜턴을 사용할 시기. 오늘, 날이 너무 맑고 달도 밝아서 랜턴이 없어도 바닥의 모래나 흙은 보인다. 안전을 위하여 헤드램프 장착. 거의 다 왔다!

<용암문>

지이이잉 지이잉.

오늘 산행 간 10000mAh의 보조배터리를 다 사용하고 휴대폰이 꺼졌다면 믿겠는가?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다. 지금은 해결하였지만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다. 첩첩산중으로 헤드램프 불빛이 희미해진다. 이거 큰일.

이젠 트레킹폴도 가방에 넣고 네발짐승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승가봉은 로프를 잡고 빠르게 지나고, 밤이라서 검은 사모바위와 그 뒤의 밤하늘의 구름을 짧게 감상한다. 비봉은 전문 장비 없으면 오를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우회로를 이용하여 빠르게 지나가고 드디어 향로봉에 도착!

구기불광능선 사거리에서 길을 잘못 들었다. 그렇게 많이 다녀 본 족두리봉 가는 길을 잃어버리다니. 역시 야간산행은 길을 아는 사람에게도 변수를 만들어준다. 이렇게 된 거 조금 길더라도 구기터널 방향으로 내려간다.

<신라 진흥왕이 한강유역을 살피며 세운 북한산순수비가 비봉의 위엄을 보여준다>

<향로봉 가는 길에 바라본 서울의 야경. 제2롯데월드, 남산타워, 관악산까지 볼 수 있었다>

둘레길초소에서 헤드램프가 꺼진다.

앞에 보이는 은평구 건물들의 밝은 불빛에 오히려 바닥은 더 보이지 않는다. 이럴 때는 공제선과 달빛에 비친 흙길을 이용하여야 안전하다.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자잘한 하얀 모래로 이어지는 둘레길을 이용한다.

이제 종점이 아닌 탈출이다. 5분만 가면 마을인데 구기터널 위의 숲길을 지나며 야간시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자세를 낮추고 내리막길은 손바닥과 한쪽 다리를 이용하여 파악한다.

그렇게 약 200m의 남은구간을 거북이보다, 달팽이보다 느린 속도로 안전하게 내려오니 주황색 불빛이 보인다. 현재시각 약 21:00.

 

Part 9. 교훈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설렘과 시점에서의 떨림, 턱까지 차오르는 숨과 찢어질 듯한 근육통. 오랜만에 새로운 느낌이다. 계획과 준비가 완벽했다고 생각했지만 이러한 우발상황이 발생할 줄 몰랐다.

부끄럽지만 정말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다. 앞으로의 일을 진행함과 개인적인 삶의 여행에서 어떠한 준비를 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시 생각해본 하루.

길에서 느끼고 배우고 깨닫는다. 불수사도북의 만족감으로 당분간은 Burn Out없이 즐길 수 있겠다!!

 

*해당 원고는 로드프레스 2018년 11월호에 실린 기사로 현장의 상황 및 풍경은 현재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