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 By

광고문의

<그들의 세계路> 길 위의 여행자, 남한산성 둘레길을 걷다① – 김은선

국내 도보여행의 덕후 ‘길 위의 여행자’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걷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길이 있어 걷고 걷다보니 길이 되는 도보여행. 제가 20여년 전 처음 도보여행을 떠날 때는 전국의 시외버스 터미널에서에서 많이 걸을 수 있는 반경이 없었어요. 연계되는 버스들이 너무 오래 걸리고 오지로 들어가버려 나오기도 십지 않았죠. 게다가 요즘이야 혼밥 혼술, 배낭여행이 당연하지만 여자 혼자 배낭매고 걷는다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시절이었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대자연 속을 걸어야만 살겠는걸요. 때론 가볍게 때론 녹초가 될 때까지 나의 인생을 지탱해준 도보여행. 전 그와 사랑에 빠졌답니다. 언제나 나를 반기는 때론 혹독하게 자연의 섭리를 가르치지만 나를 그 너른 품에서 품어 크게 키워주는 도보여행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길부터 주말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길들, 특색 있는 구간별 길들을 함께 걷듯이 소개합니다.

산길따라, 강물길따라, 해안길따라, 사람길따라 누구와 걸어도 좋고 혼자 걸으면 더 좋고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 그저 행복한 로드프레스의 길 위의 여행자와 함께하세요.


 

<남한산성 1코스 지도>

“남한산성 둘레길 1코스”는 3.8km, 80분 소요됩니다.

9번 버스나 주차장을 이용하여 산성로터리 도착, 북문 (0.4km) – 서문 (1.1km) – 수어장대 (0.6km) – 영춘정 (0.3km) – 남문 (0.7km) – 산성로터리 (0.7km) 로 돌아오는 코스로 수어장대를 찍고 내려오는 회귀형 코스입니다. 

남문, 북문, 서문을 한번에 볼 수 있고 산성로터리 부근 5분 거리에 행궁이 있으니 왕의 거처를 포함해 2코스를 조합해도 좋고 행궁은 남한산성둘레길2코스로 남겨두어도 좋습니다. 오늘 저는 남한산성까지 오르는 청량산 산길을 조금 보태어 남문으로 들어서는 코스를 잡아봅니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꼭대기에 산성을 쌓았던 이들의 걸음과 진을 치고 추격전을 펼치던 청나라 군사도 되어보면서요.

“남한산성 둘레길”은 성남시, 광주시, 하남시 경계 산들의 주봉을 연결하여 산성을 쌓은 성곽 길과 역사탐방로로 구성됩니다. 군사적으로 천혜의 요새인 남한산성은 왕의 비상 시 거처 인 행궁을 설치할 만큼 안전하면서도 산성 안에서 벼농사를 지어 2만 5천 명이 거주할 물과 식량 조달이 가능한 작은 도시의 역할도 했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 남한산성 둘레길 1코스를 시작합니다.>

대중교통 접근은 지하철 8호선의 산성역과 남한산성역 두 군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산성역 이용 시 2번출구로 나와 9번 버스를 이용하면 아름다운 S자 드라이브를 즐기며 수려한 산세와 단풍도 즐길 수 있습니다. 남한산성역에서 하차 시엔 남한산성 방향 버스로 2-3정거장 이동하면 공원길을 따라 남문까지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단, 계속 오르막길이라는 점.

저는 오늘 산성역 1번 출구로 나와 조금은 추운 겨울 건강하게 땀 좀 내어보고 흙길도 걸어볼 요량으로 햇살좋은 청량산 초입으로 들어섭니다.

산성역 1번 출구로 나와 산성역환승주차장을 바라보며 걸어가니 바닥에 “성남누비길”이라고 친절히 써있네요.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산줄기로 진입합니다. 작은 인공폭포 (겨울이라 안틀었네요)와 운동기구들을 지나쳐 “성남누비길 1구간 남한산성길” 시작입니다. 남한산성남문까지 4km 구간입니다.

<계절의 풍경을 입은 산길>

평탄하게 시작되는 흙길이 맘에 드네요. 동네 뒷산 등산나온 주민들도 많고요. 아빠 손잡고 오르는 아이들도 주인따라 나온 강아지도 반갑습니다. 산길의 오른쪽은 9번 버스가 가는 도로이고 왼쪽은 위례신도시와 저 멀리 잠실 너머까지 보여서 어렵거나 무섭지 않아 더 좋습니다.

200여 미터마다 위치 안내가 있어 남은 거리 확인도 하며 길을 놓칠 염려가 없습니다. 오랜만에 흙길을 걸으며 겨울인데도 가을처럼 산책길이 참 좋네요.

<’버스를 타고 올라올 걸 그랬나’하는 생각은 접어둘까요?>

천천히 걷다보니 많이 온줄 알았는데 산성역에서 9번 버스가 오르는 초입이네요. 저 멀리 버스가 내려갑니다. 불망비까지 가는 동안 내내 오른쪽으로 도로를 끼고 산을 오릅니다. 그래서 오롯이 산 속에 있는 느낌은 아니지만 공기는 맑고 좋습니다.

<오르막길이 시작되는 나무다리>

<오르막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심장아 나대지마. 고작 이정도에 네가 이래야 되겠니?

군장을 하고 창, 칼, 포를 지고 올랐을 청나라 군사라면 욕을 했을것 같은 예상못한 급경사 오르막에 역시 요새답다 느끼며 ‘그래 이정도는 되어야 요새지’하며 계속 올라갑니다. 쉽게 오르내리는 버스는 무정하게 휙 스쳐갑니다. 

10분이면 갈 거리를 괜히 걸었나 했지만 그래도 우린 도보여행자이기에 불끈. 그래도 오르면 평지길이 또 반깁니다.

<그 무거운 짐을 지고 어떻게 이 길을 올랐을까?>

남문 (지화문)을 1.5km 남긴 위치에서 만난 보부상의 옛길. 복정역, 장지역에서도 올 수 있는 길을 안내해 두었네요. 글을 읽으며 도보여행에 열광하는 저도 보부상의 피가 흐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살짝듭니다. 걷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 또 한번 불끈.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남아있는 길을 따라 오르고 또 오릅니다.

<남을 사랑하면 그 사랑을 받은 이는 반드시 기억합니다.>

드디어 불망비가 나왔네요. 바위에 특이한 파도살문양 보이시나요? 왠지 돌도 예뻐보이네요. 저곳에 글을 새겨 놓았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을 잊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

이 불망비는 조선 후기의 문신인 수어사 서명응, 부윤 홍익필과 이명중 등 세 사람의 관리가 지역 백성들을 사랑하고 아꼈던 공적을 잊지 않고자 바위에 새긴 것입니다.

누군가를 아끼고 최선을 다해 위한다면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든 보답을 받게 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세월이 흘러서도 이 곳을 찾는 이들은 그 세사람의 이름을 읽고 뜻을 생각하고 마음에 새깁니다.

<청량산에 도착하다.>

청나라 군사인지 아군인지 모르게 산길을 헤매이다 위로만 위로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드디어 산성밑자락에 닿았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고개를 내민 아이들이 보이지만 전 산성을 기어오를 수 없었습니다. 참 잘 만들어졌더군요. 본의 아니게 산성을 옆에 끼고 남문까지 걸어 내려갔습니다.

수어장대는 산세에서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비밀문인 작은 암문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을 이용해 등산하시는 분들이 드나드십니다.

여러분도 혹 원하신다면 아니면 청량산에서 길을 잃으신다면 수어장대 바로 앞에 암문이 있다는 걸 꼭 잊지 마세요. 가장 높은 곳으로 가십시오. 덕분에 전 산성 밖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겐 사진촬영을 위해 일부러 바깥으로 걸어나간 것처럼요.

<험한 산세와 어우러진 남한산성의 성벽>

자 여기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가 담겨 있죠. 한 돌 한 돌 쌓은 이의 마음처럼 쌓은 돌 흙 아래 돌부터의 연대가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로 이어지는 역사가 차곡차곡 공존하는 축성술의 시대적 문화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지형을 이용한 축성술까지. 천년의 역사와 지혜를 몸소 느끼며 걸어보시길.

<드디어 지화문을 만나다>

지화문이 반깁니다.

지화문(至和門)은 정조 3년 성곽을 개보수 할 때 새로이 문루를 마련하고 지화문이라 칭하였습니다. 남한산성 내 4대문 중 가장 크고 웅장한 중심문이며 유일하게 현판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지화문 앞에는 350년 수령의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보호수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화문을 거쳐 성남누비길의 남한산성길 1구간을 지나 검단산길로 들어서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아치형 구조가 인상적입니다.>

문안에서 한 컷. 너무 예쁜 아치형 돌문이지요? 축성술의 미학입니다. 어찌 저리 정교히 맞추고 무너지지도 않고 잘 버티었네요.

<겨울의 산길은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자 드디어 남한산성에 입성하였으니 남문에서 남한산성 둘레길 1코스를 시작합니다.

성곽 쪽은 최근 내린 눈이 겹겹이 얼어 미끄러운 곳이 있었으니 아이젠을 챙기고요. 영춘정을 거쳐 갈 수 있는 넓은 포장길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산성 내 수목들은 100년의 수령이 넘어 그 수려함도 한 몫합니다. 

물론 산길을 따르는 여러 갈래 길이 있으니 중간중간 코스를 벗어나 산길을 걸어봐도 좋습니다. 나무의 이름과 소나무 숲길이 반기네요.

<자연과 역사가 하나되는 그 길>

남문에서는 세가지 방법으로 수어장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남문으로 들어서면 왼쪽으로 성곽길과 큰 포장길 두길이 있습니다. 산성 성곽을 따라 수어장대까지 오르는 계단코스는 산세를 조망하며 성곽길을 둘러볼 수 있겠죠? 그  아랫길은 성곽 아래 큰 길로 포장되어  이길로 따라가면 곳곳에 역사표지판들의 설명도 읽으며 돌아 돌아 오르듯  평탄하게 수어장대까지 갑니다. 가는 동안 행궁이나 성 안의 모습이 내려다 보이고 소나무숲길도 지나가게 됩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남문에서 바로 정면으로 내려가면 주차장을 지나 10분 정도 걸어 산성로터리에 이릅니다. 9번 버스 정류장이 있는 곳이기도 하죠. 남한산성둘레길 1코스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저는 왼쪽 큰길을 따라 천천히 돌아돌아 수어장대로 가는 길을 선택합니다.

산성로터리 왼쪽에 행궁이 있습니다. 로터리를 보며 정면으로 올라 북문으로 바로 향하면 큰 길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수어장대로 걸어갑니다. 오른쪽으로 성곽을 끼고 완만히 오르다보면 저 멀리 삼전동도 보이고 롯데월드타워도 보이네요. 그리고 인조가 말에서 내려 걸어나가 삼전도까지 가 항복한 서문을 만납니다. 

잠시 인조와 신하들 백성의 심정으로 걸어나가 봅니다.  그리고 10분이면 수어장대에 닿습니다. 저처럼 남문에서 시작해서 남문으로 돌아온다면 2시간 30분 정도 산세와 역사를 읽고 사진을 담으며 천천히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 길을 따라 수어장대를 만납니다.>

제 6암문 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수어장대가 코앞이네요.

남한산성에는 16개의 암문이 있고 산성 중에서는 가장 많은 수라고 합니다. 말그대로 비밀통로이고. 잘 보이지 않도록 비스듬하게 설치하여 옆에서는 잘 보이지 않도록 하였다네요. 12km 남한산성 성곽을 따라가며 암문이나 옹성을 보를 찾아 걷는 길도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1코스의 상징격인 수어장대에 도착합니다.>

수어장대는 장수가 적군을 바라보며 성의 군사들을 지휘하는 장소입니다. 일종의 사령부라 볼 수 있지요.

남한산성의 수어장대와 수어장대 앞의 청량당은 각각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 1호와 3호입니다. 이 수어장대는 5곳이 있었는대 모두 전란에 휩싸여 소실되었고 현재 이 장대만이 유일하게 남아있습니다.

청량당은 약간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이 남한산성을 축조시 동남쪽의 공사를 담당했던 이회 장군이 공사비를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고 죽게 됩니다. 장군이 죽자 장군의 부인인 송씨도 한강에 몸을 던졌습니다.

숨이 끊어지기 전 장군은 ‘내가 죄가 없으면 매 한 마리가 날아올 것이다.’라고 했는데 과연 매 한 마리가 날아와 장군의 죽음을 지켜보았다고 합니다. 축조 후 이회 장군이 담당했던 동남쪽의 공사가 가장 훌륭하게 된 것으로 나타나 그의 누명을 벗기고 사당을 지어 넋을 위로했다 합니다.

수어장대에는 원래 2층에 ‘무망루’라는 편액이 달려 있었는데요, 지금은 별도로 보호각을 지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볼까요?

<치욕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기록, 그 자체가 역사입니다.>

무망루, 꼭 읽어보시길. 그리고 아프고 수치스러움을 감추기보다는 스스로 새겨 다시는 내 백성에게 아와 같은 치욕과 슬픔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임금의 마음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수어장대에서 잠시 머물고 서문과 북문을 지나는 길로 내려섭니다. 성곽을 따라 쭉 걸어 내려갑니다. 산길을 질러 행궁 옆길로 내려오는 산길은 수어장대에서 조금 내려오면 화장실 옆으로 바로 갈림길로 내려서면 됩니다. 지름길로 이용하기도 하지요.

산성로터리 근처 두어군데를 더 돌아보고 잠시 9번 버스를 타고 쉬이 내려갈까 하다. 다시 남문으로 향합니다. 10분정도 천천히 걸어 남문에 다다르니 뉘엇뉘엇 해가 지네요. 관리가 잘 된 공원길 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로등이 켜진 길을 따라 하산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저녁 산책나온 주민들과 잘 만들어진 공원길, 통일기원돌탑 동산도 구경하며 불켜진 도시로 돌아갑니다.

1.5km 정도면 남한산성역에 닿습니다. 대로변에 먹거리 식당도 즐비하네요. 버스를 타고 내려가도 되고요. 다시 올 남은 길이 있기에 아쉽지만 기분 좋은 걸음으로 익숙한 도시로 들어섭니다.

 


 

 

 

 

*김은선님은?

20여년 전부터 배낭 하나를 메고 전국을 여행한 김은선님은 스스로를 ‘도보여행 덕후’라고 말한다.언제나 발길이 닿지 않은 이 땅의 이야기를 쫓는 그녀는 로드프레스를 통해  ‘남한산성 둘레길’과 국내의 여러 길들을 하나하나 걸으며 그 안의 풍경과 이야기를 소개하려 한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