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 By

광고문의

[길과 음악] 외로움이 없단다, 우리들의 꿈 속엔 – 꿈의 대화 by 이범용, 한명훈

하루를 놓고 봤을 때 가장 빛나는, 그리고 소중한 시간은 언제일까? 물론 정답이 없는 질문이다.

누군가는 하루의 시작을 여는 아침이라 말 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맛있게 점심을 먹고 힘 낼 시간을 꼽을 수 있겠다. 누군가는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에게 있어서는 저녁의 식사를 마치고 난 그 시간이 가장 즐겁다. 특히 그것이 여행 중이라면 더욱이 그렇다.

펜션에서 즐기는 가족여행이라고 다를 것 없다. 바베큐가 끝난 후 테라스나 베란다에서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면 그렇게 기분좋을 수 없다. 

캠핑도 마찬가지다. 모닥불 피워놓고 밤이 무르익어가는 그 순간, 그 만큼 로맨틱하고 이완되는 시간이 또 있을까? 숲의 어두움을 밀어내는 빛 속에서 (여간해서는 여행 중 가지고 다닐 일이 없겠지만) 어쿠스틱 기타라도 하나 든다면 누구나 최고의 감성어린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옆에 앉은 소중한 이와 함께 고르고 고른 노래를 듣거나 따라 부를 때에는 정말로 시대를 넘어선 감수성에 젖는다. 장소가, 환경이, 그리고 시간이 그렇게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오늘 하루 가장 소중한 시간, 가장 소중한 이와 함께 한다면>


1980년, MBC 대학가요제의 무대에 두 청년이 오른다. 기타를 든 두 명의 모습만 보노라면 바로 전년도에 ‘내가’로 대상을 탄 김학래, 임철우의 모습이 살짝 보이는 듯 하다.

이윽고 이어지는 사운드는 확실히 전년도와는 구분된다. 김학래, 임철우의 ‘내가’가 약간은 신비로운 전주와 시적인 가사로 질문과 답을 주고 받으며  젊은이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의 방향을 노래했다면 이범용과 한명훈은 조금은 더 직접적인 메세지를 주고 받는다.

<이범용, 한명훈>

사실 노래의 대상이 명확하고 그 대상과 함께 이상적인 곳에서 둘 만의 이야기를 나누자는 이 솔직한 구애아닌 구애는 당시의 혼란스럽기 그지 없던 시대 속에서 어쩌면 조금은 더 ‘순수’로 돌아가고 사랑의 ‘본질’을 이야기 해보자는 젊은이다운 시도이기도 하다. (반대로 너무 이상을 쫓고 현실을 외면하는 도피성 시각이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물론 곡의 해석이야 100명마다 100개의 의견이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에 와서는 이 노래가 가지는 있는 그대로의 주제와 이야기를 따라도 좋다는 생각이다.

누가 보아도 John Denver를 위시한 컨츄리/포크 록의 거장들에게서 잔뜩 영향을 받은 이 노래는 흥겨운 기타연주와 하모니카의 기분좋은 리드로 모든 이들을 숲속, 혹은 바닷가의 어딘가로 인도한다. 

복잡한(여러가지 중의적 의미일 것이다.) 현재에서 멀어져 사랑하는 이와 둘 만의 공간, 세상을 만들자는 순수한 구애는 내가 좋아하는 언덕에 올라 석양을 바라보며 작은 손을 마주잡고 노래를 부르자는 구체적인 희망을 드러낸다. 

이 희망은 조용한 호숫가에 나무집을 짓고 겨울에 흰 눈이 내리면 모닥불을 쬐고, 창가에 마주 앉아 별 빛을 바라보며 서로의 눈에 비치는 별의 수를 헤아려 보자는 아름답기 그지없는 표현으로 좀 더 구체화 된다.

<소확행을 꿈꾸지만 이루기엔 너무나 먼 그 소확행>

외로움이 없고 서러움도 없는 그런 이상적인 곳을 만들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영원히 하고 싶은 그 희망은 노래를 듣는 이를 더 없이 순수하게 만든다. 그렇게 하루의 고된 여정을 마치고 텐트, 혹은 게스트하우스나 허름한 숙소에서 듣는 이 노래는 모든것에 대한 위로이자 지금의 걸음에 대한 응원이다.

홀로 걷는 여정이 많지만 이 노래를 들으면서 걷는 길, 마무리하는 하루는 전혀 외롭지 않다. 

내가 보면서 탄성을 지었던 곳, 그 아름다움에 취해 연신 셔터를 눌렀던 곳, 감상을 빠르게 스케치하여 적당한 문구를 찾아 적었던 곳들을 언젠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다시 찾아 보여주고 또 들려주리라는 그 소박한 희망, 그 순수한 발걸음에 대한 찬사이자 축복송이다.

언젠가 함께 걷는 그 날을 기다리며 다 함께 불러보자, 너와 나만의 꿈의 대화를.

-꿈의 대화-

땅거미 내려앉아 어두운 거리에

가만히 너에게 나의 꿈 들려주네.

에헤헤 에헤헤 에헤헤

너의 마음 나를 주고 나의 그것 너 받으니

우리의 세상을 둘이서 만들자.

아침엔 꽃이 피고 밤엔 눈이 온다.

들판에 산 위에 따뜻한 온 누리.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석양이 질 때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언덕에 올라

나즈막히 소리 맞춰 노래를 부르자.

작은 손 마주잡고 지는 해 바라보자.

에헤헤 에헤헤 에헤헤

조용한 호숫가에 아무도 없는 곳에

우리의 나무 집을 둘이서 짓는다.

흰눈이 온 세상을 깨끗이 덮으면

작은 불 피워 놓고 사랑을 하리라.

에헤헤 에헤헤 에헤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별들이 불 밝히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창가에 마주 앉아

따뜻이 서로에 빈 곳을 채우리.

내 눈에 반짝이는 별빛을 헤리라.

외로움이 없단다, 우리들의 꿈속엔

서러움도 없어라, 너와 나의 눈빛엔.

마음깊은 곳에서 우리 함께 나누자,

너와 나만의 꿈의 대화를.

외로움이 없단다, 우리들의 꿈속엔

서러움도 없어라, 너와 나의 눈빛엔.

마음깊은 곳에서 우리 함께 나누자,

너와 나, 너와 나, 너와 나만의 꿈의 대화를.

 

*본 기사는 월간 로드프레스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