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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과 음악] 길이 있다면, 발이 간다면 그것으로 좋지 – 피리부는 사나이 by 송창식

<노래를 부르는 그의 표정을 보면 한 없는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이 노래를 들으며 아마 다들 필자와 같은 인물을 떠올릴 지 모르겠다.

홍경래의 난 당시 항복해 목숨을 구걸하고 종국엔 다시 관군에 적장의 수급을 돈으로 매수하여 자기가 잡은 양 들고 나타났다가 전말이 밝혀져 극형에 처해진 김익선.

그리고 산 속에 숨어살며 조상의 일을 쉬쉬하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병연. 과거에 응시하여 시험의 주제인 ‘김익선에 대해 논하라.’에서 신랄한 논조로 자신의 할아버지를 비판해 급제의 영광을 받게 된다. 그리고 금의환향하여 집에 오나 홀어머니에게서 자신이 조롱한 ‘김익선’이 그의 친할아버지임을 깨닫고 방황하다 집을 나가 정처없이 일생을 떠돈다.(미리 밝히지만 야사에 가까운 이야기이며 가장 잘 알려진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의 호는 난고(蘭皐)이고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물었을때 삿갓을 슬쩍 들며 김립(金笠)이라 칭했으니 지금 우리는 그를 김삿갓이라 부른다.

전국을 유랑하며 발길 가는대로 걷고 내키는대로 시를 쓰며 평생을 보낸 이, 그의 걸음은 하나마나 무념무상의 자욱이자 해탈의 잔향이었으리라.

<함춘호와 둘이 빚어내는 기타 하모니는 작은 오케스트라와 같다.>

송창식의 노래 중 여행을 주제로 한 대표곡은 ‘고래사냥’이 있다. 영화 <바보들의 행진>에 ‘왜 불러’와 같이 수록된 이 노래는 지금도 젊은날의 열정과 동해의 낭만을 그리고 있는 노래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진정 여행을 노래한 송창식의 작품으로 ‘피리부는 사나이’를 꼽는다.

이 노래 가사 속에서 펼쳐지는, 모든것을 내려놓은 채 아무런 얽매임과 걱정 없이 길을 걷는 이의 모습은 지금의 필자를 비롯하여 각박한 삶 속에서 지쳐가는 이들을 위한 완벽한 응원이자 이제라도 떠날 것을 종용하는 권유이기 때문이다.

능글맞기도 능글맞다. 권유도 강하게 하지 않는다. 슬쩍 “나는 이런 사람이란다.” 정도로 듣는 이를 약 올린다. 그래서 그 자유로운 여정을 질투의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1975년에 발표된 이 곡은 2018년이 되면서 어느새 44년의 나이를 가지게 되었다. 그 사이 젊은 유람선에서 이 노래를 불렀던 송창식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유시인, 가인’으로 우뚝 섰고 이 노래에도 더욱 더 깊은 무게가 실리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의 공연영상을 보면 원곡보다 더욱 더 해탈한, 정말 김삿갓의 모습이라 해도 될 것 같은 아우라를 보여주고 있다.

기타리스트 함춘호씨와 함께 한 여러 공연 영상을 보노라면 완벽한 ‘낭만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 거장이 부르는 노래에 당장이라도 짐을 싸 들고 싶다.

누가 부르면 ‘왜 불러’ 할 것이고, 왜 가냐고 한다면 ‘푸르른 날’이라 할 것이다. 가서 무엇하느냐고 한다면 ‘고래사냥’이고 남겨진 나는 어쩌냐고 한다면 ‘우리는’으로 대답하리라. 도대체 넌 무엇하는 사람이냐면 바로 이 ‘피리부는 사나이’로 소개하면 어떨까?

<영원한 낭만가인으로 남을 그와 그의 노래>

그 모든 것을 내려놓음으로서 찾게 되는 완벽한 자유, 계획되지 아니한 여정에서 오는 참된 걷기는 ‘오의’를 터득할 구도의 순례길은 아닐지라도 나름의 ‘삶의 방식’을 깨우쳐 준다.

갈 길 멀어 우는 철부지 새에게 더 빨리 가거나 돌아서 가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내 피리 소리나 들어보라 한다. 산이 높아 우는 철부지 구름에게도 그의 능글맞음은 여전하다. 삘릴리 삘릴릴리 하고 피리만 불 뿐이다.

“천천히 가면 언제고 가는 것이고 천천히 오르면 결국은 오르게 되는 것인데 무엇이 그리 다급하냐, 그저 내 피리소리나 듣고 쉬었다 가거라.”는 웃음은 결국은 걱정가득한 이의 무거운 엉덩이를 내려놓게 하는 마법이 있다.

가진것이라곤 아마 봇짐 수준의 짐에 은빛 피리 하나일 것이다. 그렇게 단촐한 행장이기에 그 발걸음은 나는 듯 가볍다.

 ‘오늘 얼만치 가고 내일은 어디까지 갈 것이냐’는 물음은 피리를 불며 길을 걷는 사나이에겐 우매한 질문일 것이다. 그저 ‘삘릴리 삘릴릴리’하는 답만 받을테니 말이다.

 

-피리부는 사나이-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 바람 따라가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 들고 다닌다

모진 비바람이 불어도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은빛 피리 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고다닌다

 

갈 길 멀어 우는 철부지 새야

나의 피리소리 들으려무나

삘리리 삘리리리

 

나는 피리부는사나이 바람 따라가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 불면서 언제나 웃는 멋쟁이

 

산이 높아 우는 철부지 구름아 나의 피리 소리 들으려무나

삘리리 빌리리리

 

나는 피리부는 사나이 바람 따라가는 떠돌이

멋진 피리 하나 불면서 언제나 웃는 멋쟁이

 

*앨범에 따라, 공연에 따라 가사가 조금씩 바뀐다. (멋진 피리 > 은빛 피리, 철부지 새 > 철부지 소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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