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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세계路] 오사카 금강산 다이아몬드 트레일 – 이영섭

금강산이 일본에도 있었네~? 오사카 금강산 다이아몬드 트레일

<일본에도 금강산이 있다고?>

금강산(金剛山 1,125m)이 일본에도 있다. 

부드러운 능선으로 우명한 오사카(大阪)와 나라현(奈良県)을 가르는 가쓰라기(葛城) 산맥. 그 산맥에서 최고봉이 금강산이다. 유서 깊은 고찰과 불상 등 고대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어 역사의 향기도 가득하다. 

오사카의 지붕으로 불리는 금강산을 중심으로 이와와키산(岩湧山), 야마토가쓰라기산(大和葛城山), 니조산(二上山) 일대의 다이아몬드 형태의 약 45km에 이르는 힐링로드가 금강산 다이아몬드 트레일이다.

트레일에서 만나는 삼나무와 너도밤나무 숲에 들어서면 아름드리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청신한 피톤치드가 몸과 마음을 치유해준다. 자연이 주는 선물도 듬뿍 받아가는 고마운 길이다. 산정에 서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넓은 평야가 눈에 잡힐 듯이 들어와 가슴이 탁 트인다.

가쓰라기산, 다카마야마(高天山)라고 불렸던 금강산은 7세기 후반, 영산을 개척하고 수행하던 엔노즈노가 산 정상에 금강산 덴포린지(金剛山転法輪寺) 절을 지으면서 정착된 것이다. 금강산은 법기보살(法起菩薩)이 사는 영산을 의미한다.

  1. 금강산(金剛山)트레일 – 역사의 향기 가득한 힐링로드

금강산(金剛山)트레일(10.5km / 3시간 30분)
금강산 등산로 입구(510m)→치하야성터(千早城跡)→구니미성터(国見城跡 1,079m)→
정상(1,125m)→금강산 덴포리지 절(金剛山転法輪寺)→가쓰라기(葛城)신사→전망대→
후시미도우게(伏見峠)→금강산 로프웨이 앞 버스정류장(640m)

<트레킹 루트가 표시된 안내도>

트레일 시작점인 금강산 등산로 입구부터 잘 다듬어진 산책로를 따라 올라서면 맑은 공기를 내뿜는 삼나무 숲이 온 몸을 기분 좋게 휘감는다. 

<울트라맨과 지장보살이 안전한 트레킹을 응원한다.>

5합목 쉼터까지는 오르막길이 이어지기 때문에 제법 숨이 차다. 일본산은 높이를 10합목으로 나누어서 표시한다. 5합목 쉼터에는 남은 정상까지 무사하게 다녀오라고 울트라맨도 지장보살도 힘을 보태준다. 

그 기운을 받아 7합목으로 올라서면 너도밤나무와 산 조릿대가 고산풍경을 연출하면서 시야가 열리고 새로운 풍경이 다가온다. 한결 부드러워진 길을 따라가면 구니미성터(国見城跡)가 있는 금강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의 광장에 서면 오사카의 넓은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금강산 덴포린지>

금강산 덴포린지 절에서 소원도 빌어보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 코스는 예로부터 천 번 이상 오른 수행자가 수두룩할 정도로 순례길로 진가를 높이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덴포리지 절과 함께 무장 구스노키 마사시게의 가쓰라기 신사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신전의 형태가 오사카에서는 보기 드문 맞배지붕의 곡선미가 아름다운 다이샤쓰쿠리(大社造り) 양식이기 때문이다. 

<가쓰라기 신사의 모습. 일본의 전설적인 무장 구스노키 마사시게를 모신 신사이다.>

가장 오래된 형식의 신사건축 양식은 이즈모다이샤(出雲大社)의 본전이다. 가쓰라기는 일본에 정착한 백제의 성씨 중에 하나라고 한다. 신전을 둘러싼 500년의 세월을 이겨낸 거대한 부부삼나무와 붉은색 등롱이 이어지는 숲길이 색다른 맛을 준다. 

사실 일본은 조상과 모든 사물을 신으로 모시는 습성이 있어서 불교가 전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불습합 신앙이 천년동안이나 지속된다. 

편안한 삼나무 능선 길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면 가쓰라기 산맥의 웅장한 산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맑은 날이면 간사이국제공항까지 조망할 수 있다. 하산 길에 만나는 오사카 부민의 숲 지하야 별과 자연 박물관은 자연 친화적인 에코 설계로 학습공간으로 인기가 많다. 후시미도우게에서 로프웨이 앞 버스정류장으로 내려서면 몸도 마음도 가뿐해진다. 

오사카 금강산 다이아몬드 트레일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천년고찰의 길이다.

2. 이와와키산(岩湧山)트레일 – 끝없이 펼쳐지는 삼나무 숲의 향연

이와와키산(岩湧山) 트레일 (11.5km / 5시간)
기미도우게역(紀見峠駅 220m)→코시가다키분기(越ヶ滝分岐)→이와와키산 삼합목(岩湧山三合目 650m)→이츠츠쓰지(五ツ辻 754m)→이와와키산 정상(897.7m)→가키자코(カキザコ)→다키하타댐(滝畑ダム 270m) 주차장

<끝없이 펼쳐진 삼나무숲>

가쓰라기 산맥 남동부에 자리한 이와와키산(岩湧山 897.7m)은 니조산에서 시작한 다이아몬드 트레일을 마무리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간사이국제공항에서 1시간 정도면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접근성이 좋고 편안한 산이다. 특히 산을 가득 메운 삼나무 숲이 독특한 풍광을 자아낸다. 이번에 취재를 함께한 이무라 고로(IMURA Goro) 오사카 관광국 매니저는 “오사카 다이아몬드 트레일 중에서도 이와와키산 삼나무 숲길에서 힐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기미도우게(紀見峠)역을 들머리로 해서 곱게 단장한 전형적인 시골마을을 지나면서 트레일이 시작된다. 

기미도우게 갈림길에서 이와와키산으로 방향을 잡으면 본격적으로 삼나무 숲에 빠진다. 늘씬한 삼나무들이 군락을 이룬 숲은 가슴이 서늘해지도록 청정한 느낌이 든다. 숲이 주는 피톤치드를 온몸으로 체득하는 순간인 것이다. 

<삼나무가 주는 숲의 기운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는 삼나무 숲길은 오아시스를 꿈꾸는 사람들의 바람이 그대로 담겨있다. 산허리를 휘돌아 나가는 길이 아득하게 느껴질 때면 숲 주변에 자리한 벤치가 마냥 반갑다. 보타니노이케(ボ谷ノ池 423m)에서 숨을 고르고 3합목으로 올라선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이어지면서 숨이 차오르면 호위하듯 늘어선 삼나무가 잠시 쉬었다 가도 된다고 귀띔을 해준다. 

코시가다키 분기점을 지나면 숲은 더욱 울창해지고 햇살은 삼나무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신비로운 풍광을 선사한다. 가파른 길이 완만해지면서 3합목 쉼터가 나타난다. 이와와키산은 말 그대로 바위가 솟아나면서 생긴 산이라 물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기운을 차리고 다시 고도를 높여 네코미네(根古峰 749.6m) 산허리를 돌아 분기점인 이츠츠쓰지(五ツ辻 754m)까지 능선길을 오른다. 이 길은 흙길로 다듬어진 임도라 산책하는 기분으로 트레일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조금 더 올라서면 시야도 좋아지고 오사카의 넓은 풍경을 조망 할 수 있는 이와와키 분기점이다. 들판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는 모습이 북한산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과 비슷하다. 

<이와와키산의 정상>

<산 정상의 억새밭. 하늘과 맞닿아 장관이다.>

끝없이 이어지던 삼나무 숲은 정상에 이르면서 억새밭으로 화려한 변신을 한다. 융단을 깔아 놓은 듯 정상을 수놓은 억새밭과 삼나무 숲이 빚어내는 하모니가 장관이다. 출렁이는 억새밭을 지나 사방으로 탁 트인 넓은 정상에 오르면 시원하게 펼쳐지는 수려한 산세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정말 힐링을 제대로 한 느낌이다.

이와와키 정상에서 가키자코(カキザコ)를 지나 다키하타댐(滝畑ダム 270m)으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정다운 길이다.

<아마노사케 주조장의 모습. 세월이 그대로 녹아있다.>

이와와키산 트레일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환상의 술로 불리는 아마노사케(天野酒)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와와키산의 맑은 물과 넓은 평야에서 길러낸 쌀을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이다. 1718년부터 전통적인 방식으로 빚은 술은 지금까지 이어지며 연륜을 자랑한다. 오사카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은 술이다.

3. 야마토가쓰라기산(大和葛城山) 트레일 – 원시림 계곡이 반겨주는 살 맛 나는 길

야마토가쓰라기산(大和葛城山) 트레일(11km / 4시간)
야마토가쓰라기산 등산로→가쓰라기 로프웨이(葛城ロープウェイ)앞→
자연연구로 분기→야마토가츠라기산 정상(959.7m)→미즈고시도우게(水越峠)
→가쓰라기산 등산로 버스정류장

<가쓰라기산이 주는 원시림의 신비함>

산세가 웅장하고 원시림 계곡이 반겨주는 야마토가쓰라기산(大和葛城山 959.7m)은 위로는 다이아몬드 트레일의 시작점인 니조산이고 밑으로는 금강산이 자리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트레일은 백제인을 비롯한 도래인(渡來人)들이 꽃피운 문화의 숨결이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 사실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가는 키워드의 하나가 도래인이다. 

당시 한반도의 정세변화로 인한 이민 집단인 그들은 문명도 함께 전했기 때문이다. 결국 불교를 받아들인 쇼토쿠 태자(聖德太子)는 백제계로 추정되는 소가씨(蘇我氏)와 함께 아스카(飛鳥)문화를 완성한다. 그러니까 오사카와 아스카는 일본 속의 고향 같은 곳이다. 지금도 태자마을이 남아있고 백제의 길도 다이아몬드 트레일도 태자마을을 지나간다.

<다이아몬드 트레일 표시>

가쓰라기산을 넘어가는 다케우치가도(竹內街道 백제의 길 코스 7km / 2시간 30분) 옛길을 구다라의 길이라고 하는데, 고대 백제인들이 오사카 지역에서 아스카 지역으로 문화를 전파했던 길이다. 일본에서는 백제를 구다라(百濟)라고 부른다. 그 옛날 문명을 실어 나른 길이라 시바 료타로는 일본의 실크로드라고 표현했다.

야마토가쓰라기산 등산로 아오게(青崩)에서 트레일을 시작하면 황금빛으로 물든 논과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핀 마을풍경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샛길로 이어지는 길가에는 가을을 재촉하는 듯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감나무 길을 빠져나와 울창한 숲속에 발을 들여놓자 흙냄새와 함께 삼나무 향기가 코를 찌른다. 계곡이 깊어지면서 탐방로 옆으로 흘러내리는 계곡물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쇠줄을 잡고 너덜바위를 타는 재미도 그만이다. 

<태고의 자연이 주는 웅장함 속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

원시림으로 우거진 그윽한 숲을 조금 더 올라서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역시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틀리지 않았다. 

비에 촉촉이 젖은 삼나무는 산허리를 감싸 안은 운무와 어우러져 한 폭의 수묵화다. 마치 꿈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는데 마음은 오히려 차분해진다. 빗소리를 벗 삼아 걷는 호젓한 오솔길은 치유의 길이고 살 맛 나는 길이었다.

<놀랍도록 평탄한 산 정상부>

가쓰라기 로프웨이에서 산정으로 오르는 길은 억새밭이 부드럽게 감싸고 있어 고향집을 찾아가는 듯 정겹다. 안개가 자욱한 가쓰라기산 정상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넓고 평탄하다. 그나마 아름드리 전나무와 악기형태를 닮은 정상표식이 없다면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다.

비가 더욱 세차게 몰아치면서 미즈고시도우게(水越峠)로 내려서는 길은 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로 가득하다. 그래도 싸리꽃 향기가 알싸하게 번지니 즐겁기만 하다. 모처럼 비에 흠뻑 젖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비로소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한다.

야마토가쓰라기산에서 가까운 사카이(堺)시에는 히미코 여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전방후원분 닌토쿠릉(仁德)이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중국의 진시황릉과 함께 세계 3대 능묘로 꼽히는데, 전방후원분은 우리나라 영산강 유역에서도 많이 발견된 고분이다. 

<오사카 부립박물관의 닌토쿠릉 축소모형>

나오시마 지중미술관으로 유명한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실린 오사카 부립박물관(가까운 아스카박물관)은 마야의 신전,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스케일로 닌토쿠릉을 담아냈다. 마치 전방후원분을 번쩍 일으켜 세워놓은 것 같은 형상이다. 실제로 박물관 내부 전시장은 닌토쿠릉을 150분의 1로 축소한 모형이다. 

야마토가쓰라기산 트레일은 대자연과 함께 일본속의 한민족사도 만날 수 있는 소통의 길이자 문화의 길인 것이다.

-글 / 사진 이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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