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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세계路] 별들이 춤추는 들판으로,산티아고 순례길 ⑩ – 문원기

「요동치다」

2017.08.17.목, 순례 D + 18

레온 – 산 마틴

25km / 495.9km

이곳 산타마리아에서는 오전 6시부터 기부제로 아침식사를 제공한다. 메뉴는 사실 어딜 가나 다 비슷하다. 2~3종류의 빵, 잼과 버터, 커피나 음료수.

유이는 이미 일어나 출발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나는 밥을 먹고 7시 경 홀로 길을 나섰다.

레온을 벗어나던 도중, 의문의 노란 표식을 따라가다가 길을 헤맸다. 분명 노란색이었는데?

알고 보니 ‘Camino de Santiago’ 말고도, 다른 곳으로 향하는 ‘Camino’가 존재했던 것이다. 레온 같은 대도시에서는 여러 순례길이 교차하는 모양이니 유의하시기 바란다.

결국 한 시간이 다 지나서야 언덕배기에 올라 레온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떠오르는 아침의 태양이 ‘Leon’ 이라는 이름과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용맹한 사자가 연상되기도 하고.

Trobajo del Camino, La virgen del Camino, Valverde de la Virgen… ‘아직도 레온인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연속적으로 마을들을 지난다. 하나를 지나면 곧바로 다음 마을의 입구. 길가의 노천카페에 먼저 떠난 일행 모두가 모여 있었다.

나는 또 1유로짜리 쿠키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돈도, 먹을 시간도 아끼고 싶은 마음에서다. 일부러 힘들게 다녔건만, 지나고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고생을 자처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종엽 형, 마호, 나나 모두 먼저 길을 나서고, 나와 유이만 조금 더 쉬다가 출발했다. 둘이 걷는 건 처음이기에 어색한 기운이 감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영화와 음악을 주제로 말을 걸어본다. 너 지브리 좋아하니??

당연히 알기야 하지만,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단다. 당황 1111111

얘기를 이어가다 보니, 한국인인 나보다도 일본 영화와 음악에 대해 관심이 없다. ‘러브 레터’도,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시간을 달리는 소녀‘도 다 안 봤다고. 당황 2222222

유이는 스무 살의 새내기다, 설마 세대차이인가 싶어 ‘그럼 넌 뭘 좋아해?’라고 물었다.

“Aha~ I like 트와이스, 박서준, 송중기 and 엑소!! Do you know 태양의 후예??”

…… 당황 3333333

유이는 한국 아이돌과 드라마 마니아였다. 아쉽게도 이쪽은 내가 몰라…미안해.ㅠ_ㅠ

음악 취향도 완전 다르다. 나는 서정적인 피아노곡을, 유이는 팝송과 아이돌 노래를 사랑한다.

<유이와 처음 함께 걷던 길. 친해지는 순간은 늘 즐겁다.>

그 와중에 볼프강이 스쳐 지나간다. 인사를 해도 본 체 만 체다. 실연의 아픔이 장난 아닌 듯. 넋이 반 쯤 나가있다. 그의 슬픈 소식은 이미 순례자들에게 퍼져서, ‘저 친구 이러다 까미노 포기할지도 몰라’라는 소문마저 돌고 있었다.

까미노에서는 오랜 사랑이 끝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랑이 탄생하기도 한다.

<남은 거리, 300km 돌파!!>

유이의 걸음속도는 정말, 정말, 정말!! 빠르다. 농담이 아니라 나보다도 더 빠른 것 같다. 키는 크지만 정말 날씬한데, 어디서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 지 궁금할 정도.

종엽 형이 Bar에서 쉬고 있길래, 우리도 3유로짜리 그란데 맥주를 시켜서 나눠 먹기로 했다. 그런 우리가 심상찮게 보이는지 형은 자꾸만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야 니네 딱 봐도 그거 아니냐. 솔직히 말해랔ㅋㅋㅋㅋㅋ”

“아 형 왜 그래요 진짜~ 아니에요!!”

유이도 척하면 척이다.

“No! Just friend.”

“유이 빠가. 조용히 해. You lier. 너의 말은 믿지 않겠어~~”

“I hate you~~~”

종엽 형은 사교성이 만렙이다. 일본어 욕까지 써가며 유이를 실실 도발한다.

유이도 지지 않는다. 이미 둘은 일주일 간 함께 걸으며 3개 국어로 서로를 놀려대고 있었다.

나는 이 모든 상황이 즐겁다.

사실 까미노에서 만난 사람 중 형만큼 듬직한 사람도 없다.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부터 만난 첫 동행이고, 바욘에 무사히 올 수 있었던 것도 형 덕분이다. 힘들다고 짜증도 내지 않고. 요리도 곧잘 해주시고, 나이부심 같은 것도 전혀 없는 분이다.

다만 바욘에서는 그렇게 말끔하던 형의 얼굴이, 점점 수염으로 뒤덮여 가고 있다. 귀국할 때까지 기를 거라던 그 말이 거짓이 아니었나보다. 흔히 동양인은 수염이 멋있게 나기 힘들다지 않는가. 그런데 형은 정말 잘 어울렸다. 수염 빨을 잘 받는 얼굴인 듯. 나도 길러볼까…??

<도착 30분 전! 파란 하늘과 찜통더위에 한 몫 했던 옥수수 밭>

활기찬 유이도 더워지니 말이 없어지는 건 마찬가지다.

다음 마을인 ‘산 마틴 델 까미노(San Martin del Camino)’ 까지는 계속해서 쭉 뻗은 도로 옆을 걷는다. 레온에서 끝나는 줄 알았던 메세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었다.

양 옆의 옥수수 밭에서 한여름의 열기가 후끈 올라온다. 옥수수 하나하나의 높이가 족히 2m 는 넘어 보이는데, 이 날씨에 저 밭 한가운데에 갇히면… 쪄 죽을지도 몰라!!!! 몸을 물에 담그고, 미친 듯이 수영을 하고 싶다.

사실 레온에서 수영을 할까 하여 이리저리 수소문을 해봤지만 실패했다. 타지의 이방인으로서는 눈앞에 먼저 나타나 주지 않는 한,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알기가 쉽지 않다.

오후 1시 20분. 산 마틴에 도착했다.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여기서 스탑.

고민된다. 이미 26km를 걸었지만 아직 멈추기에는 아까운 시간이다. 원래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Hospital de Orbigo)’ 까지 갈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유이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그 바다 같은 눈망울에 내 마음도 요동치고 있다.

그녀의 눈은 정말, 정말 예뻤다.

<산 마틴에서의 저녁>

결국 ‘산타 안나(Santa Ana)’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다. 작게나마 정원도 있고, 취사 가능한 주방도 있고. 무엇보다 수영장도!!! 있다.

하지만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수영장이라 보기엔 다소 좁다. 가로세로 5m 정도. 성인 몇 명이 들어가면 가득 차게 생겼기에, 쓴 웃음을 지으며 들어가기를 포기했다.

마트에서 장을 본 후 저녁 식사를 했다. 누리 형과 혁 형이 라면사리를 잘게 부숴서 라면 리조또를 만들었다. 일본인 친구들은 매워서 먹기 힘들어 하는데, 나에게는 천상의 맛!! 나는 성훈 형에게서 전수받은 깔리모초를 대접했는데, 반응이 대박이다!! 낮잠 자다 일어난 종엽 형은 술인지 물인지도 모르는 듯, 세 잔이고 네 잔이고 연거푸 들이킨다.

다들 몸이 나른해져서 이른 시간에 잠을 청했다. 유이는 내 옆자리를 배정 받았는데, 피곤한지 축 쳐져 있다. 다가가 어깨와 다리 마사지를 해주었다.

끝나자마자 잠이 들었고, 한 시간 쯤 지나 일어났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지만, 아직 사방을 분간할 정도의 빛은 남아 있는 시간.

미약한 햇살이 간신히 침대에 빛을 드리운다. 몽롱한 와중에 누군가의 인기척을 느꼈다.

유이가 옆에 누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바다 같은 눈망울, 깊이를 알 수가 없다.

“…Do you like me?”

“…I don’t know.”

나는 어디서 헤엄을 치고 싶었던 걸까.

 

「본능과 이성」

2017.08.18.금, 순례 D + 19

산 마틴 – 아스토르가

23km / 518.9km

슬슬 체력이 부친다. 최근 며칠 연속으로 꼴찌 출발을 기록 중이다.

평균 6시쯤에 일어나 늦어도 7시 전에는 나섰으니 군대에서보다도 부지런히 생활하고 있음에도, 꼴등이다. 이곳의 순례자들은 정말이지 미쳤다는 말밖엔 할 수가 없다.

나와 유이는 그리 오랜 시간을 자지 못해서 쉽게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래도 출발해야지!!

둘뿐인 길, 자연스레 손을 잡았다. 믿기지가 않는다. 유이도 아마 얼떨떨했을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내 버킷리스트 1순위였다. 2순위는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꼭 해 보고 싶은 것들이 있었다. 세부적인 버킷리스트랄까.

새벽길 걷기, 전 세계의 순례자들과 만나 많은 얘기 나누기, 노숙해보기. 만나는 이들에게 피아노 연주 들려주기, 드넓은 초원에서 밤하늘의 별 바라보기 등. 놀랍게도,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꿈같은 사랑 해 보기’라는 항목도 있긴 했다. 그러나 이건 꼭 이루어야겠다는 버킷리스트라기 보다는 막연한 기대와 로망에 가까웠다. 그런데, 이것마저 현실이 되다니..!!

둘 다 잔뜩 들떠서 표지판도 겉눈으로 흘리며 걸었다. 서로에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덕분에 출발하자마자 길을 잘못 들었음에도, 그저 즐겁기만 하다. 같이 걷는 길이 더 길어질 테니까!

<밤과 아침이 공존하는 하늘>

해가 밝아올 무렵 오스피딸 데 오르비고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거대한 다리를 사이에 두고 반으로 갈라져 있다. ‘Puente de Orbigo(오르비고의 다리)’.

스페인에서 가장 길고 오래 된 중세 다리이며, ‘돈키호테’에 영감을 준 곳이기도 하다. 중간에 한 번 꺾어지며 운치를 더하는데, 그 자체로 마을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오르비고 다리.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다리였다.>

다리 건너의 Bar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추운 날씨에도 일부러 야외 테라스에 앉았는데, 카페에서 굽어보이는 다리 전경이 예술이다.

아침 햇살에 눈이 부시는 듯, 유이가 손수건을 뒤집어쓴다.

‘…너도 예술이다 유이야.’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는 길. 잠시 TV로 눈을 돌렸는데 뉴스 분위기가 심상찮다.

바르셀로나에서 테러가 터졌다.

스페인어를 모르지만, 때려 맞추는 직감만으로도 사태의 심각성이 짚인다. 집계되는 사망자 수가 계속 올라가고 있었다. 가게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표정이 침울해진다. 아니, 이는 너무 순화한 표현이고… 그 당시의 분위기를 좀 더 생생하게 표현하자면, 썩어 들어갔다.

진짜 인생은 한 순간이요,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것 같다. 나도 산티아고 도착 후 바르셀로나를 관광할 예정이었고, 2주 뒤 바로 그 람브란스 거리를 거닐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자리에서 본 건 수많은 추모 인파, 장미꽃, 리본, 향초와 편지 그리고 무장경찰들이었다. 

자신이 언제 죽을 지 아는 게 더 잔인할까, 모르는 게 더 잔인할까…

잠시 가라앉은 채로 걸었다.

그러나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요, 이기적인 존재인가 보다. 죽은 이들을 기리던 마음도 잠시. 곧 다시 들뜬 여행자가 되었고, 길을 걷는 연인의 마음으로 돌아왔다.

이 마을이 끝나는 지점에는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왼쪽은 도로, 오른쪽은 산길이다. 도로 옆을 걷는 것에 신물이 난 나는 지체 없이 산길을 택했고, 유이도 찬성했다.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고, 근처에는 커다란 목장도 있다. 그러나 산 자체는 황폐한 느낌이 든다. 나무도 많이 없고, 토지도 그리 비옥하지 않은지 풀풀 흙이 날린다. 산이라기보다는 계속해서 언덕을 오르는 느낌이었다.

<아스토르가로 향하는 길>

오르막길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된다. 유이는 힘들어하는 눈치지만 말을 않는다. 뒤에서 밀어주며 힘을 내다가, 도리어 나도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결국 빽빽이 드리운 나무숲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중간 중간 몇 개의 마을을 지날 때마다, 득달같이 달려들던 마을 강아지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누, 이누. 카와이이~~”

유이는 강아지를 무척 좋아한다. ‘초코’라는 이름의 애완견도 있단다. 문득 강아지는 초콜릿을 먹으면 죽는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내 이름이 ‘방사능’이나 ‘그라목손’이라면 무슨 기분일까? 이런 쓰잘데기 없는 망상!!

<순례자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잘 아는 듯, 딱 필요할 때쯤 등장하는 샘물.>

황량한 평원을 지나던 길은 이내 내리막길로 접어들며,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 거리상으로 보아하니 ‘아스토르가(Astorga)’가 틀림없어!!!

목적지가 눈에 보인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매일매일 이 순간만 되면 없던 힘도 나서 걸음이 빨라진다. 나는 난데없이 뛰기 시작했고, 유이도 당황하며 달음박질을 한다. 한 무리의 이탈리아인들을 지나쳐 간다. 개중엔 루이자도 섞여 있었다.

“Chao!! (안녕!!)”

<아스토르가로 진입하는 육교. 배려심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아스토르가에 진입하려면 철길을 가로질러야 한다.

분명 육교긴 육교인데, 육교 같지 않은 초록색 육교(?)가 철길 사이를 이어주고 있다. 계단이 하나도 없고, 오로지 완만한 경사로로 이루어져 있다. 남다른 배려심이 돋보이는 대목이지만… 도보 순례자에겐… 힘들어…

숙소는 4인당 1실, 지금껏 묵어본 알베르게 중 가장 좁은 방이다. 나와 유이, 그리고 이탈리아 남자 두 명이 한 방을 쓰게 되었다.

까미노의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체력이 점차 바닥나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내게 날마다 120의 에너지가 주어졌고 그 중에 100을 썼다면, 지금은 매일 아침 90의 체력을 가지고 출발하는 기분이다. 그러니 목적지에 도착하면 -10 이 되어 있고, 그것을 낮잠을 통해 간신히 보충하는 형국이다.

오늘도 빨래, 샤워, 짐정리를 마치자마자 픽 쓰러져 잠들어 버렸다. 유이는 그리 피곤하지 않은 듯, 일본에 있다는 사촌과 영상통화를 한다. 여기 와이파이 잘 터지나봐?!?!

무려 세 시간 가량을 자다가 일어났는데, 유이는 놀랍게도 아직까지 통화중이다. 부르고스에서부터 시작해서 체력을 덜 쓴건가?? 젊어서 좋겠다..

전화를 마친 유이가 내 침대로 올라와 눕자, 두 명의 이탈리아인이 자연스럽게 방을 나갔다.

아니, 그러지 않아도 되요… ㅠㅠ

우리는 그저 대화를 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말도 많았다. 서로에 대한 호감만 확인했을 뿐, 그 외엔 평범한 친구보다도 서로에 대해 무지했으니까.

유이가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한들 한국어는 전혀 못하고, 나도 일본어를 못한다. 그렇다고 서로 영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었기에, 결국 번역기 앱 ‘파파고’를 사용해야 했다. 우리 감정을 핸드폰에게 도청당하는 느낌이었지만, 그 나름대로 알콩달콩한 묘미가 있었다.

<샌드위치를 만들고 있는 한 대두 남성(24세)>

저녁 9시 반. 오늘 뭘 제대로 먹은 게 없다. 나가고 싶지만 알베는 저녁에 문을 잠가 버린다.

아스토르가 시내는 한 발짝도 둘러보지 못했다. 성당도 아름답고, 초콜릿 박물관도 있다는 이 매력적인 도시를 눈앞에 두고, 하루 종일 방 안에 누워 있기만 했다. 유이는 방에서 기다리도록 하고, 나 혼자 터덜터덜 주방으로 내려갔다. 좀 전에 달음박질을 하며 지나쳐 온 이탈리아인들이 식사 중이다.

무려 20명 정도의 사람들이, 촛불까지 켜 놓고 제대로 만찬을 벌이고 있다. 테이블엔 음식 한 가득. 우리와 같은 방을 쓰는 이탈리안 청년들도 있다. 시선이 순간 나에게로 쏠리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한 마디를 했다.

“I’m hungry…”

입을 떼자마자, 루이자가 벌떡 일어나더니 냉장고를 뒤지기 시작한다. 빵, 치즈, 하몽, 토마토, 메론, 포도, 쿠키, 베이컨… 냉장고 기둥뿌리를 뽑을 기세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이들도 하나같이 자기 앞 음식을 모으기 시작한다. 마침 자기네들은 식사를 마쳐가던 중이란다. 순식간에, 두 명이서 먹기엔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이 내 손에 쥐어졌다.

루이자야 두 말 할 것도 없고, 그 자리에 있던 그 분들의 선한 웃음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여러 번 감사의 말을 전하고, 유이를 불러왔다. 그녀도 눈이 휘둥그레.

한참 먹고 있는데 다가오는 종엽 형.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눈을 흘긴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네 니들~~ 유이 라이어야 라이어. 아주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최꾼, go away~ 이누야로. @#&#%#$@”

유이는 종엽 형을 ‘최군’이라고 불렀다. 물론 그 이후로는 자국어로 신나게 욕을 ^_^;; 그 뒤로 반가운 얼굴, 현성 형도 다가온다. 레온에서 보고 이틀 만에 또 만났다.

“형, 여기 묵으시네요!! 대박!!”

“그래 반갑다. 야 근데 이 여자애, 친구들한테 한번 좀 가보라 그래라.”

“마호랑 나나요? 왜요?”

“나도 자세히는 몰라. 분위기 쎄하던데”

마호와 나나라는 말을 듣고 표정이 달라진 유이. 뭔가 떠오르는 게 있는 듯.

…설마.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