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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세계路] 별들이 춤추는 들판으로,산티아고 순례길 ⑧ – 문원기

「별이 빛나는 밤」

2017.08.13.일, 순례 D + 14
까리온 – 꾸에사
17km / 393.4km

까리온 알베르게는 정말 좋다. 따뜻하고, 쾌적하고, 넓고! 5유로 치고는 놀라운 가성비다.

새벽녘의 바깥은 여전히 추웠다. 후다닥 뛰어나가 밤새 말려둔 빨래를 챙겨 들어왔다.

아침의 활기로 부산스러운 부엌. 나도 아침식사 행렬에 동참했다. 어제 여러모로 얻어먹기만 한 게 죄송해서 직접 요리에 나섰다. 생전 처음해 보는 까르보나라 스파게티다.

사실 망하면 망한 대로 먹일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다. 조금 짜긴 했지만, 순례길을 걸으며 모두의 입맛은 이미 한참 너그러워져 있었다.

다른 이들도 자기만의 요리로 화답하는 가운데, 마그다가 요플레에 밥(?) 과 과자(??)를 비빈 요리를 내 왔다. 충격과 공포의 요플레 비빔밥!

자기가 의도한 맛이 아니라며 마그다는 울상이다. 폴란드에 이런 비슷한 요리가 있는 모양.

오늘 갈 곳은 ‘깔사디야 데 라 꾸에사(Calzadilla de la Cueza)’. 나중에야 안 것이지만, 이 까리온 – 꾸에사의 17km는 프랑스길에서 마을 사이가 가장 먼 구간이라고 한다. (그 다음이 몬야딘 – 로스 알고스 구간, 약 13km)

그 사이에 푸드트럭과 쉼터가 한 곳씩 있다. 푸드트럭은 영업을 하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고, 쉼터는 햇볕을 간신히 막아줄 정도의 규모다. 나머지는 죄다 흙길이며, 그늘이나 물을 뜨는 곳이 아예 없다. 몬야딘 – 로스 알고스 구간의 완벽한 상위호환이다.

<푸드트럭 근처에서. 벌써 꽤 지쳐 보이는 요한 형과 마그다>

초반부엔 나무도 좀 보이고, 우리도 그럭저럭 생기를 내며 걸을 수 있었다.

하나뿐인 노천카페에 들러 늦은 아침을 먹었다. 나는 토스트를 사 먹었는데, 햄이 들어가 있지 않음에도 햄 맛이 났다. 사장님께서 불 맛을 아주 잘 내시는 것 같다.

황량한 길 위에선 자연스럽게 서로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나는 요 며칠간 계속 마그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중이다.

“나의, 이르믄, 마그다, 임..입미다”

우리는 그 모습이 귀여워 죽는다.

나도 마그다에게 영어, 스페인어, 그리고 폴란드어를 틈틈이 배웠다. 우리 것을 가르쳐주기만 하면서 상대방의 것에 무관심한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마그다는 폴란드 사람임에도 스페인에서 영어 과외를 할 정도로 언어에 탁월하다. 영어야 마그다와 대화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늘었고, 폴란드어가 압권이다.

Cześć. ‘안녕’이라는 뜻이다. ‘첵ㅅ츠!!’ 라고 읽는다.

Dziękuję. ‘고마워’라는 뜻이다. ‘짐꾸야’ 라고 읽는다.

Do widzenia. ‘안녕히 가세요’다. ‘더 비쟈냐!’ 라고 발음된다.

Jestem. ‘나는’ 이라는 뜻이다. ‘예스뗌’이라고 읽는다.

가령 ‘예스뗌 문원기’는 대략 ‘나는 문원기입니다’ 라는 뜻이라고.

“Jestem szczęśliwy!! (나는 행복해요!!)”

그러나 날이 본격적으로 더워지자 공부할 머리가 돌아가질 않는다. 울창했던 나무가 점점 관목으로 바뀌어 갈 때쯤, 주제를 전환하여 영어로 개그를 치며 놀았다.

더 더워진다. 시시껄렁한 대화마저 끊겨 버렸다. 이젠 나무가 아예 없다.

<꾸에사 가는 길. 이건 좀 너무하지 않나..>

유일한 쉼터가 등장했다. 햇빛이야 피할 수 있어 보이는데, 이미 그늘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을 만큼의 무더위. 저기서 쉬느니 일찍 도착하는 게 100배 낫겠다는 무언의 합의를 한다.

그런데 3시간이 지나도 마을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순례를 시작한 지도 보름. 내 걸음의 속도 정도는 어느 정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지금쯤이면 적어도 눈에 보이기는 해야 하는데. 진지하게 ‘혹시 신기루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무더위 속에 한 이탈리아 아주머니를 만났다. 이름은 루이자. 타들어가는 날씨 속에서도 굉장히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목소리도 괄괄하다.

목적지를 물었더니 꾸에사 다음 마을까지 갈 거란다. 꾸에사, 존재하기는 하는 마을인건가…

그러던 중, 지평선 위로 성당의 첨탑 같은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을, 마을이다!!!

<꾸에사 도착 당시. 사진으로만 봐도 상당한 저지대다.>

실로 사막의 오아시스같이, 드넓은 논밭 가운데 민가 몇 십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왜 그렇게 시야에 안들어왔는고 하니, 마을이 상당히 저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러니 지평선 위로 당최 드러나지가 않았던 것이다.

아마 2km 이내로는 접근해야 성당 끄트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여름에 꾸에사로 향하시는 분들, 마을이 안 보인다고 조급해 하지 않으시기를…

오늘 하루 종일 보지 못했던 수돗가가 마을 초입에 있다. 사막을 헤메다 발견한 오아시스라도 되는 냥, 달려가 물을 잔뜩 머금었다.

프로미스타, 까리온, 그리고 꾸에사까지. 요 며칠 간 알베르게가 아주 좋다. 싼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들 시설이 정결하다. 오늘 이곳에는 담요도 있다! (없는 곳이 훨씬 많다.)

한 숨 자고 일어나니 저녁시간. 3일 연속으로 깔리모초를 만들었다.

이즈음의 나는 매일같이 술을 마셨다. 괜히 산티아고 ‘술’례길이라고 부르는 게 아니다. 같은 용량의 물보다 와인이 더 저렴할 때가 부지기수니, 누구나 술에 손이 갈 수밖에!

<술과 안주. 오늘은 샹그리아도 함께 했다.>

마그다가 비장한 얼굴로 뭔가를 제안한다. 폴란드의… 술게임?!?!

정말 ‘Alcohol game’이라는 용어가 있다. 술게임은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심지어 웬만한 대학생들은 다 알고 있는 ‘아싸’ 그리고 ‘잔치기’ 게임이랑 똑같다.

스페인에서 깔리모초를 마시며, 한국인과 폴란드인이 술게임을 했다.

오멸 감독님과 태경이의 모습이 보인다. 감독님께서는 배드버그에 물리셨단다. 증상이 꽤 심각하셨던지 내일 레온으로 점프하신다고 한다. 또 갑작스러운 이별이다.

술 게임도 지쳤는지 성훈 형과 요한 형, 태경이 모두 다 들어가 잠을 청했다.

꾸에사는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작은 마을. 이미 마을 안팎으로 인가의 불빛을 찾기 힘들다.

구름도, 칼바람도 없는 고요한 날씨다. 늦은 일몰시간 탓에 햇빛만 조금 남아있을 뿐이다. 두어 시간 뒤면 낮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리라.

어쩌면, 아주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시, 마그다와 알베르게에서 담요를 가지고 나왔다. 햇빛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민가의 불빛도 모두 사그라들고, 길가의 가로등 불빛만이 어렴풋이 시야를 방해했다.

마을 밖으로 100m 정도 걸어 나갔다. 탁 트인 공터, 시멘트로 포장된 길 위였다. 무슨 일인지 달도 뜨지 않은 어두운 밤이다.

담요를 깔고 앉았다.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 데 몇 분의 시간이 걸렸다.

그 후에 내게 다가온 광경은,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마그다도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은하수가 띠 모양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이 날 처음 알았다. 내가 여태껏 말해온 ‘은하수’라는 단어는 추상명사였다.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걸 표현하려고 했으니…

북동쪽 지평선에서 솟아오른 은빛 무지개가, 하늘을 가로질러 서남쪽 지평선에 떨어지고 있었다. 내 머리 위에 그런 거대한 형상이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하늘 위를 헤엄치는 거대한 고래랄까. 존재할 수 없는 것을 바라보는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은하수뿐만이 아니다. 전 하늘을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촘촘히 메우고 있다. 하늘은 내 생각보다 훨씬 넓어, 어떤 각도로 누워도 모든 별들을 한 눈에 담을 수가 없었다. 로스 알고스, 산 볼의 밤하늘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렇게 보기 힘들던 별똥별이 사방에서 날아다닌다. 하나 떨어지는 것에 감탄할 새도 없이, 다음 것이 선을 그린다. 몇 개쯤 없어져 봐야 티도 안 난다는 것을 과시라도 하려는 듯 했다.

긴 것은 하늘을 끝에서 끝까지 내달려, 찰나의 순간에 찬란하고 거대한 직선이 아로새겨진다. 아득히 우월한 누군가가 하늘을 반으로 갈라버리는 듯한 기분이다. 생장의 밤하늘에서 산티아고의 밤하늘까지, 저 속도라면 수십 초 내에 도착할 것이다.

별똥별을 제외하곤 미동조차 없는 밤하늘이다. 위상변화는 내가 인지하지 못 할 정도로 천천히 일어난다.

아무리 훌륭한 화가의 작품이더라도, 2시간 동안 그림 하나만 들여다보는 바보는 없다.

그러나 청명한 밤하늘에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세상 그 어느 그림, 어떤 풍경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아름다움이었다. 살아생전 우주선이라도 타지 않는 한 이 생각이 바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길을 걷지 않았다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을까.

마그다도, 나도 그저 가만히 누워 까미노의 선물을 만끽했다. 사체로 오인한 듯, 이름 모를 맹금류가 우리 위를 나지막이 맴돌았다. 새벽의 냉기를 두꺼운 담요가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할 때까지 버텼다. 손과 발이 다소 얼어붙더라도, 두 눈만 멀쩡히 뜨고 있으면 충분했으니까.

1시 반, 간신히 알베르게로 들어갈 결심을 했다. 이미 뇌리에 박혀 버린 별들의 잔상. 이를 떨쳐내고 잠을 이루기 쉽지 않을 것 같은 밤이다.

<당시의 기록>

별 앞에 감동하고, 볕 아래 떳떳하며, 물 앞에 감사하라.

너는 초행자인 바, 가고 쉴 때를 구분치 못함에 기죽지 말라.

 

 

「음악과 여행」

2017.08.14.월, 순례 D + 15

꾸에사 – 사아군

23.5km / 416.9km

비몽사몽, 누군가 나를 깨운다. 시계를 봤다. 6시…. 맞아. 5시간 전만해도 별을 보고 있었지… 정신없는 와중에도 몇 시간 전의 밤하늘이 아른거린다.

순례 15일차 월요일. 2주 전 생장을 출발할 때도 월요일이었으니 어느덧 3주차다. 산티아고까지 총 28일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정확히 절반 지난 셈이고, 실제로 생장에서 이곳 꾸에사까지의 거리도 프랑스길의 절반인 390km 정도이다.

문제없어 보이지만, 사실 나는 조바심이 났다. 순례 초기 40km씩 팍팍 나아가던 것에 비해 페이스가 많이 느려졌기 때문이다.

산볼에서의 캠핑 이후로 4일간 14km – 26km – 18km – 17km를 걸었다. 총 75km. 오늘도 사아군까지 23.5km만 걸을 예정이기에, 5일 동안 약 100km밖에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내 발 상태나 체력이 떨어져 가는 탓도 있겠지만, 제일 큰 요인은 역시 ‘동행’이다.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야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여러 명이 함께 움직이면 느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오늘까지만 같이 걷고, 헤어져야겠다.’

꾸에사를 나서는 발걸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았다.

<이별을 마음먹고, 나는 일부러 동행과 조금 떨어져서 걸었다.>

다음 마을로 진입할 무렵, 길 위에 뭔가 친숙한 것들이 그려져 있다. 한글과 태극기다.

과거 후기를 찾아본 결과 이 돌들은 수 년 전, 적어도 2013년부터 이 모양 그대로 이 자리에 존재했다. 분명 바람도 수 없이 불고, 비와 눈도 왔을 텐데.

자연이 돌들을 하나 둘 유실시킬 때마다, 이곳을 지나간 한국인들이 도로 채워나갔으리라.

<누구의 작품일까. 힘 내, 코리안!!>

<참으로 아름답고 소박한, 그러나 강렬한 응원이다.>

‘레디고(Ledigo)’에 도착했다. 레디~~고!! 마음껏 쉬면서 준비하다가 다시 출발하라는 뜻인가? ㅎㅎㅎㅎㅎㅎㅎ 몹쓸 드립…

Bar에 들러 그란데 사이즈 커피를 시켰다. 3.7유로인데 무슨 항아리만한 잔에 담겨 나온다.

실내를 놔두고 굳이 밖으로 나왔다. 아침 바람은 서늘하지만, 동시에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Bar에서는 식사, 휴식뿐만 아니라 화장실 역시 이용할 수 있다. 생리현상은 주기적으로 찾아오기 마련이고, 길 위를 걷는 순례자들은 대개 Bar에서 볼일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음식을 구매한 순례자에 한해 화장실을 내주는 식당이 많아지는 추세다. 음식을 구매하지 않는 경우엔 1유로 정도의 돈을 내야 할 때도 있다. 과거엔 이리 각박하지 않았다고.

그럼 Bar가 없을 때는? 체감 상 까미노에는 한국보다 공중화장실이 많이 없다. 그럴 땐 그냥 길 위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지가 없는 곳도 많으니 늘 챙겨 다니자.

처음엔 의자에 앉아 마시다가, 돌담을 등받이 삼아 땅에 주저앉았다. 이미 신발도 벗었다.

앉을 자리를 가리지 않는 털털함. 조금씩 진짜 순례자로 거듭나고 있다.

<같은 공간 속, 각기 다른 저마다의 생각에 잠기는 시간>

-찰나가 머물던 곳-

 

미명의 새 지저귐 아침을 깨우는

길 사이 고요한 마을이 있었지

의를 맺은 듯 전신주와 나무 한 그루

잔뜩 엉킨 채 여행자를 맞았네

 

잠시 쉬어갈까 하여 신발을 벗고

돌 벽에 스르르 기대어 앉았네

종탑 언덕 빼기 사이로 스며든 햇빛

모두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지

 

지나던 이들 이내 발을 멈추고

저마다 모여앉아 삯을 나누네

눈으로 좇는 그곳 어디든

허기진 배 그득히 채워준 값이네

 

낡은 집 사이사이 훑어 내려온 바람

헐벗은 두 발을 만나 찬 숨을 뱉어내니

알싸한 그 느낌 절벽 위를 걷는 듯

광활한 고도가 눈앞에 덧씌워지고

 

커피 한 잔에 담긴 따스한 물결에

저마다의 떠나온 곳 회상하는 여행자들

맑은 생각 가득한 가을의 냇가가 되어

바다로 흘러 그리움 맺힌 안부를 건네네

 

외딴 시골길, 그 작은 쉼터

어느새 빛도 사람도 너그러이 품었네

세상을 녹여낸 영롱한 구슬마냥

찰나를 머금은 반짝임으로.

 

<해지지 않은 걸 보니 누군가 최근에 매달아 놓은 듯>

버려지거나, 어딘가에 매달리거나, 표시석 위에 놓여진 신발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누가, 무슨 이유로 놓고 간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사실 가벼운 신발도 300g 정도는 나가니까, 그 무게면 옷 세 네 벌은 더 넣을 수 있고. 자기 발에 도저히 맞지 않아 새 신발로 갈아 신고 가는 경우도 있고. ‘자신이 이곳까지 걸었음’을 기념하기 위해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는 서쪽으로 걷고, 태양은 늘 우리 등 뒤인 동쪽에서 떠오른다. 그렇기에 매일 오전에는 우리 앞으로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우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짧아진다. 이를 통해 굳이 시계를 보지 않고도 시간을 가늠해보곤 했다.

‘산 니콜라스 델 레알 까미노(San Nicolas del Real Camino)’ 입구의 레스토랑. 또띠야와 맥주를 시키고 기다리던 중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려온다.

<피아노를 연주하는 마그다>

마그다였다. 피아노가 가게 인테리어에 너무 잘 녹아들어서, 보호색인 마냥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조율도 잘 되어 있어 흐뭇하게 듣고 있는데, 갑자기 익숙한 선율이 울린다.

그라뇽에서의 음악회와 촛불식. 그 때 들었던 음악이다.

-할렐루야- (번역)

비밀스런 화음 하나가 있다지.
그 옛날 다윗의 연주에 주님 기뻐하셨다는.
하지만 넌 음악 같은 건 별로 관심 없지. 안 그래?
이런 식으로 흘러가는 곡인데 말야.
4도, 그리고 5도.
어둡게 가라앉다가도, 다시금 밝게 솟아오르지.
비탄에 빠진 왕은 결국 신을 찬양할 뿐이라네.

할렐루야, 할렐루야.
할렐루야, 찬양하라 – 주여…

순례길을 걷는 동안 정말 많이 들었던 노래다. 가는 곳마다 모두가 따라 부르는 걸 보면 유럽에서는 엄청 유명한 듯. ‘슈렉’ OST이기도 했다.

마그다의 반주에 맞추어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뮤지컬 배우 지망생인 아멜리아다. 물론 둘 다 프로의 실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할지라도, 감동은 결코 무대 공연 못지않았다.

마그다의 차례가 끝나고 나도 몇 곡을 연주했다.

“Moon, you play Chopin!!”

아멜리아와 마그다가 놀란다. 고향의 음악에 마그다는 눈시울마저 살짝 붉어졌다. 쇼팽이야 폴란드의 아버지나 다름없는 분이니까…

군대 말년병장 시절, 부대 동아리실에서 미친 듯이 연습했었다. 정식으로 배우질 않아 기교나 섬세함이 전혀 없다. 그저 속도에 맞춰 계이름만 따라 치는 수준.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내가 가진 무언가로 남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에 의미가 있다. 물론, 이왕이면 잘 하는 것이 더 좋은 것은 당연하다. 피아노든, 기타든, 노래든, 우쿠렐레든.

흔히 ‘교양’이라고 하는 것은 전 세계 어디를 가든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독서, 스포츠, 악기 등등… 이 교양의 중요성은 까미노에서 여러 차례 느낀 점 중 하나다.

<웬만한 규모의 도시에는 대형마트 ‘Dia’가 있다.>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 중앙의 흰색 원피스가 아멜리아다.>

오늘은 마트에서 식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해 먹었다. 피자, 닭죽, 그리고 샐러드!

 옆 테이블에서는 아멜리아를 비롯한 다른 순례자들이 중동식 요리를 하고 있다. 한국식 닭죽과 이스라엘식 볶음밥을 서로 덜어주었는데, 양쪽 다 한 두 스푼 뜨다가 만다. 하하하하하 맛없으면 어때 나눔에 의미가 있는 거지!!!

 이제 밤이 지나고 나면, 내일 아침은 없다. 오늘이 함께 하는 마지막 시간이다.

 마그다에게는 한글 자모음, 발음기호, 단어 등을 적은 종이를 선물로 주었다. 말은 안 했지만, 마그다도 이것이 헤어짐의 표시임을 모를 리 없다.

 작별 인사는 그렇게 짧고 담담했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