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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세계路] 멕시코국경에서 캐나다국경까지 ④ – 정승재

멕시코국경에서 캐나다국경까지 ④

PCT, 4300Km 길, 자연과 사람을 잇다.

 별거 있나, 상황에 따라 가는거지

<도로를 만나는 곳. 겨우 ‘도로’도 오랜만에 보면 반갑다.>

드디어 3일째 되던 날, 반가운 도로가 눈앞에 나타났다. 

특히나 물 조절을 잘못해 3시간 전부터 물 없이 사막구간을 걸어온 탓에 온통 내 정신은 물 생각뿐이었다.

“물 마시고싶다….물….물….”

작년 CDT를 걸으면서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정신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이런 상황이 오면 조급해 하는 순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위기는 개인적으로 잘 넘어가는 편이다. 일단 도로에 도착을 하자마자 나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대개는 도로 인근에 트레일 엔젤들이 하이커들을 위해 물이나 음료수 그리고 과일, 맥주 등을 가져다 놓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항시 도로가 인접해 올 때면 은근히 기대를 하게된다. 그래도 사막구간에서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맥주나 신선한 과일이 그 무엇보다 제일 먹고 싶다. 

한참을 주변을 찾다 발견한 물병들을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지난 몇 시간 동안 뜨거운 햇빛 때문에 흘린 땀으로 인해 옷이 젖었다 말랐다 하면서 걸었던 것에 대한 보상인 마냥 벌컥벌컥 미친 듯이 마셨다. 그리고는 수낭에 물을 가득 채우고선 그늘을 찾아 맨바닥에 그대로 몸을 드러누워 버렸다. 

그 상태로 10분가량 지났을 쯤 멀리서 인기척이 들려오고는 다른 하이커 역시 도착했다. 몇 시간 전에 그늘 밑에서 다같이 쉬었던 하이커들 중 한 명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물이 없다고 하니 자기 물을 마시라며 건네 주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했다.

“너 여기 있었네.  나 Julian으로 갈건데 너도 가니?”

“바로 Warner Springs 갈까 하는데 나도 잘모르겠어.” 

“그래? 거기 가면 하이커들도 많고 무엇보다 트레일 엔젤이 있다고 하던데… 어차피 혼자 가기는 좀 그런데, 같이 가자!”

“음….뭐 별거 있겠어? 마을도 트레일의 한 부분이니까, 그래 같이 가자!”

 

초심자의 행운
 
그렇게 우리는 마을로 가기 위해 히치하이킹을 시작했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하는 히치하이킹을 나와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건 그녀의 초심자의 행운이 통한 건지 총 3번의 히치하이킹으로 마을에 도착했다. 

3번 모두 기다린 시간이 10분을 안 넘기니 정말이지 운이 좋은 날이었다. 

<잊지 못 할 두 번째 히치하이킹. 뱀 박사와 함께 뱀에 대해 공부한다!>

특히나 두 번째로 태워줬던 아저씨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히 난다. 첫 번째 차에서 내려 5분도 안되 픽업트럭 한대가 우리 앞에 멈추더니 건장한 아저씨가 내렸다. 우리를 보자마자 PCT 하이커냐고 묻고선 뱀에 대해서 물어봤다. 우리는 간간히 트레일을 걸으며 뱀을 마주한다고 말을 해주었고, 그게 사건의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시더니 차에서 뱀을 3마리나 차례대로 꺼내고선 설명을 해주셨다. 각 지역에 사는 뱀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다. 정작 빨리 마을로 가고 싶었던 우리는 30분 가량 설명을 듣고서야 차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번째 히치하이킹을 마치고 세 번째 히치하이킹을 시도할 때 쯤에는 슬슬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사실상 히치하이킹 하기가 어려워 지고 성공할 확률도 드물고, 무엇보다 도로 옆이라 위험하기도 했다. 

한 5분이 지났을까, 흔히 말하는 ‘봉고차’ 한 대가 오길래 나는 힘차게 팔을 흔들어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다. 차들이 많이 다니는 구간도 아니고 시간이 더 늦어지면 차가 없을 것 같아 더욱 힘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다가오던 차는 우리를 무시하고서는 쌩 하니 앞으로 달려 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빽미러로 보지 않을까 싶어 손을 계속 흔들던 그때 갑자기 차가 후진해 오기 시작했다.

“Rabbit!!!! 차가 후진해서 오고 있어 아마 우리를 마을까지 태워 줄 건 가봐.”

“정말 오늘은 초심자의 행운이 따르는 거 같아! 다 너 때문이야.”

그렇게 세 번째 차도 기적처럼 얻어 타고 Julian을 향했다. 저녁에서야 우리는 마을에 도착했고 해는 완전히 진 다음 이였다.
 
 
CARMEN Loves PCT Hikers
 
“Rabbit, 일단 트레일 엔젤 집을 찾아보자.”
 
“그래, 지도에 나와있는 곳으로 가보자.”
 
Julian의 밤거리를 걸어 다니며 지도에 표시된 CARMEN이라는 식당 앞에 멈추어 섰다. 

입구에 걸린 현수막에 PCT HIKERS라고 쓰인 것을 보고는 여기가 트레일 엔젤집이 확실하다며 우리는 올라갔다.

이게 왠걸, 이미 CARMEN의 식당안에는 하이커들로 북적 거리고 있었다. 

사실 여기는 트레일 엔젤의 집이 아니라 트레일 엔젤이 운영하는 식당이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장사를 하고 저녁이후로는 하이커들에게 식당을 개방해 자유롭게 쉴 수 있도록 배려해준 공간이었다.  

지난 3일동안 PCT를 걸으며 이렇게 많은 인원을 한 번에 보기는 처음이었다. 대략 15명 정도 되어 보였다.

시간이 늦었기에 하이커들은 식당 안 테이블들을 테라스로 다 빼기 시작했고 식당 바닥에 각자 자리를 잡아 잘 준비를 했다. 나도 구석에 가방에 놓고선 메트리스와 침낭을 깔아 놓고 씻을 준비를 할 때였다.

“어!!!”

<사막에서 나를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물을 나누어 준 루크>

바로 루크였다. 루크도 역시, 내가 물이 없을 때 사막구간에서 자기 물 1리터를 나에게 준 친구였다. 다같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때 먼저 출발하더니 몇 시간 전에 이미 여기에 도착했다고 한다. 

난 Carmen이라는 트레일 엔젤과 인사를 하고서는 프리 맥주 1병을 받아 들고서는 한모금을 마셨다.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았다. 맥주를 다 비우고서는 간단한 세안과 발만 씻고서 자리로 들어왔다. 이런 날은 그냥 자기 정말 아쉽다. 다른 하이커들과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루크에게 말을 건냈다.
 
“이봐 루크, 맥주 한 병만 더 먹고 자자!”

“안 그래도 나도 그럴 생각 이였어!”
 
프리 맥주 1캔 이후부터는 맥주 한 캔당 지정된 금액을 돈 통에 집에 넣고 마시는 시스템이라 루크와 나는 돈 통에 맥주 값을 지불하고서는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더 꺼내 들었다.

<그렇게 또 PCT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그렇게 자리로 돌아온 루크와 나는 여전히 이 길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시시콜콜한 잡담과 함께 싸구려 맥주 한병을 마시고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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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_정승재
 

 

*본 기사는 월간 로드프레스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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