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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세계路] 남미 파타고니아 및 마추피추 트레킹 ③ – 이재홍

9일 째 3월 29일 목요일.

이 날은 버스를 두 번 갈아타면서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으로 가는 날이다. 칠레와 아르헨티나를 오가는 버스는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와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 간을 오가는데 성수기 때는 매일 있지만 3월 달로 들어서면 일주일에 3 번 정도로 줄어든다.

그것도 하루에 한번 뿐 이다. 오가는 것이 요일마다 틀리기 때문에 사전 계획을 짤 때 주의를 해야 한다. 우리가 예약한 버스는 Bus sur란 회사로 이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인 듯하다. 버스는 유럽제이며 좌석도 비교적 넓고 쾌적한 편이었다.

아침 7시 15분에 떠난 버스는 2시간이 채 안되어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에 도착한다. 모두 내려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여기서 꼭 필요한 것이 여권과 칠레 입국 시 받은 PDI(Investigations Police of Chile)증명서이다. 이 PDI 증명서가 조그만 영수증같이 생겨 하찮게 생각해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것이 없을 경우에는 지역 경찰서 가서 다시 발급 받아야 한다. 이 때문인지 입국 심사 받으려고 줄을 선 사람 중에 다시 발급받아 온 사람들이 꽤 눈에 띄었다.

입국 심사를 완료 하는데 대략 1시간 반 정도가 소요 되었다. 일찍 줄을 서서 입국 심사를 마치고는 주위를 둘러보니 규모가 큰 기념품점 건물이 하나 있다. 들어가서 구경하다가 계산대에서 환전도 같이 하는 것을 보고 아르헨티나 도착하자 마다 사용해야 할 택시비 등이 필요할 것 같아 약간의 환전을 하였다.

다시 끝없이 펼쳐지는 다소 황량하고 넓은 목초지대를 따라 도로는 계속 된다. 일부 구간은 비포장 도로여서 많이 흔들리기도 한다. 탑승 시간이 길어서인지 중간에 주스와 간단한 스낵을 나누어 주기도 하였다.

<깔끔하고 세련된 엘 칼라파테의 거리. 기념품점과 레스토랑 및 슈퍼마켓이 잘 갖추어져 있다.>

4시간 정도 더 달려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 마을에 도착하였다. 엘 찰텐까지 가는 버스를 타기 까지 2시간 반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 일단 트렁크를 보관소에 맡긴 다음 버스 터미널과는 다소 떨어진 마을 중심부까지는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로 10분 정도 떨어진 마을 중심부 거리는 의외로 세련되었다.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 기념품점 그리고 아웃도어 용품점 등이 줄을 잇고 있다.

<엘 칼라파테의 호화스러운 점심 식사. 아르헨티나 비프스테이크와 화이트 와인의 궁합이 일품이었다.>

일단 가장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점심 식사를 주문하였다. 최상품 소고기가 나는 아르헨티나에 온 만큼 메뉴는 일단 비프스테이크 그리고 모듬 샐러드와 화이트 와인을 주문하였다. 여기서 마신 산타 쥴리아(Santa Julia) 화이트 와인의 맛은 최고였다.

이구동성으로 그 상큼함, 적당한 산도, 달지도 그렇다고 드라이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 맛에 모두들 반하였다. 여담이지만 귀국 후 국내에서 찾아보았으나 과거에 수입 된 적은 있으나 현재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산 두툼한 비프스테이크 맛 또한 뛰어났다. 세계 3대 유명한 소고기 중 하나가 아르헨티나 팜파스 초원에서  먹고 자란 육우에서 나온 소고기라는 명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디저트로 사탕을 녹여 장식을 한 아이스크림까지 먹으니 다들 행복감에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식사 후에는 마을 중심부 거리를 걸어 보면서 슈퍼마켓을 들렸다. 엘 찰텐에서 우리가 예약한 곳은 주방과 식당이 딸린 펜션형 아파트여서 3일 동안 먹을 식재료를 사야 했다. 엘 찰텐은 엘 칼라파테 보다 훨씬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작은 슈퍼마켓 정도만 있어 다양한 과일과 채소 및 소고기를 사기에는 엘 칼라파테 마을이 훨씬 더 좋다.

엘 찰텐까지는 3시간이 약간 못 걸려 도착하였다. 엘 찰텐 마을은 그야말로 아르헨티나의 파타고니아 트레킹을 위해서 존재 하는 마을 같다. 마을 전체가 숙소와 카페, 레스토랑 및 작은 슈퍼마켓뿐이다.

<엘 찰텐에서 빌린 펜션형 숙소. 집 한 채를 모두 빌려 편하게 사용했다.>

우리가 빌린 숙소는2층 구조로 1층에는 주방과 식당 및 거실이, 2층에는 침실 4개가 있는 단독 집으로 원래 민가를 개조하여 만든 것 같았다. 점심을 워낙 잘 먹어 저녁은 간단히 먹고 내일 부터 시작될  이틀간의 트레킹을 위해 잠을 청하였다.

 

10일 째 3월 30일 금요일.

<피츠로이 봉우리로 올라가는 트레일 입구에서의 단체 기념사진>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킹 코스는 피츠로이 트레킹과 세레토레 트레킹이다. 출발점은 둘 다 엘 찰텐 마을 입구에서 시작하며 원점회귀의 코스이다.

어느 것을 먼저 해도 상관없으나 난이도로 보아 좀 더 어려운 피츠로이 트레킹을 먼저 하기로 하였다. 다음날 저녁에는 다시 엘 칼라파테로 돌아가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쉬운 세레토레 보다 피츠로이 트레킹 코스를 먼저 택한 것이다. 아침 식사는 가져간 누룽지와 김, 멸치 볶음 등의 밑반찬으로 든든히 먹고 점심 식사대용으로 주먹밥을 만들어 비상식과 함께 챙기고 출발하였다.

<피츠로이 봉우리로 가는 길. 중간 중간에 호수를 만날 수 있다.>

피츠로이 트레킹 시작점은 마을 끝 부근에서 부터 시작된다. 피츠로이 트레킹 시작점을 알리는 나무로 된 게이트가 있어 찾기 쉽다. 안내판을 보니 총 길이 10.2 Km,  난이도는 중급으로 되어 있다. 안내판 근처에 국립공원 요원이 한명 나와 있어 주의 사항을 전해 주며 질문에 답도 해준다.

처음에는 언덕 하나를 넘어 가야 하지만 곧 평탄한 트레일로 바뀐다. 오르막 경사도 심하지 않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중간 중간 호수도 나오고 숲의 나무들도 가을 단풍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고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에는 눈이 덮여 있어 뛰어난 경관을 보여준다.

<피츠로이 봉우리로 올라가는 마지막 1 Km. 이곳부터 급경사 구간을 만난다.>

트레일은 마지막 1Km 정도가 좀 힘들다. 마지막 1Km 지점을 남기고는 조그만 대피소와 함께 안내판이 나오는데 여기서 부터 경사가 심해진다. 트레일은 두 사람 정도가 다닐 만큼 넓고 지그재그로 해서 올라가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꾸준히 올라가야 한다.

문제는 마지막 정상 부근이다. 이곳은 아주 심한 바람이 불어 몸을 가누기 힘들만큼 강한데다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매우 미끄럽다.

미처 아이젠을 준비 해 오지 않았기 때문에 한발 한발 조심조심 걷는데 주변이 얼음과 눈과 암석이 같이 혼재 하다 보니 마치 우주영화인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서 본 혹성의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피츠로이 봉우리가 보이는 산상의 빙하호수. 강한 눈보라와 결빙으로 힘들었던 순간을 경험했다.>

피츠로이 봉을 정면에 두고 앞에는 커다란 산상 호수가 있다.

빙하가 녹은 호수라서 에메랄드빛을 띠고 있다. 이 호수와 높은 산봉우리가 어우러져 날씨가 좋으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일 년 내내 거의 구름에 가려 맑은 피츠로이 봉우리 모습을 보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워낙 바람이 거세 오래 머물지 못하고 몇 장의 인증 사진을 찍고는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마치 히말라야의 높은 봉우리에 등반하여 찍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히말라야 설산 트레킹을 생각하게 했던 피츠로이 산상 호수 하산 길>

10여 분 정도 하산을 하고 나니 바람도 잦아들고 눈도 녹아 그 이후는 쉽게 걸을 수 있었다. 숙소에 돌아오니 거의 어둠이 깔리고 있는 시간, 피곤한 몸이지만 저녁 식사 준비를 했다. 전날 엘 칼라파테의 슈퍼마켓에서 사온 재료와 한국에서 가져 온 밑반찬으로 풍성한 식단을 꾸밀 수 있었다.

 

11일 째 3월 31일 토요일.

<엘 찰텐 마을 전경. 피츠로이와 세레 토레 트레킹을 위한 전초 기지 역할을 하는 조그만 마을이다.>

이 날은 세레토레 트레킹을 하고 나서 저녁에 엘 칼라파테로 돌아가는 날이다.

트레킹 출발은 아침 8시 반 경. 천천히 걸어도 8 시간 이면 되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걷는다. 3월의 마지막 날인데 이 곳 날씨는 가을의 중간쯤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길 양옆의 나무들이 새빨간 단풍으로 현란한 색을 띄며 물들어 있다.

위로는 눈 덮인 산봉우리와 밑에는 단풍으로 물든 숲 사이를 걷는 즐거움은 정말 각별했다. 더구나 세레 토레 트레일은 처음 한 시간 정도만 약간의 언덕을 오르고 내리는 것 이외에는 목적지인 세레토레가 보이는 호수까지 거의 평탄한 길을 걷게 되어 더욱 편하고 즐겁다.

<세레 토레 봉우리로 가는 트레일 입구의 안내판>

<세레토레 봉우리가 보이는 제1 전망대 앞에서의 필자>

세레토레 호수는 거대한 빙하가 있는 호수이다. 먼지와 흙에 덮여 있는 빙하가 호수 저 편으로 보인다. 광물질이 많이 녹아 있는 듯 호수 색깔은 좀 탁한 우윳빛을 띠고 있다.

다행히 날이 청명하여 호수 뒤편으로 험준한 세레토레 산봉들이  잘 보인다. 약간의 구름이 산봉 근처에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조망을 보여 준다. 

여기에 온 트레커 들은 호수와 세레토레 준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다양한 각도에서 남기고 있었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마련해 온 주먹밥으로 점심 식사를 한 다음 시간을 갖고 편한 휴식도 취한 다음 일어섰다.

<세레토레 봉우리가 보이는 호수. 세레토레 트레일의 최종점이다.>

<세레토레 봉우리와 단풍 군락, 고사목 및 호수가 한데 어우러진 환상적인 트레일 모습>

돌아오는 길은 더욱 가을 깊숙이 들어가는 느낌이 났다. 다른 곳과 달리 붉은 색 단풍이 유난히 많은 길이어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여름인 1, 2월에 왔으면 어떤 느낌이 들었을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단풍이 짙게 물든 3월 말에 온 것이 우리에게는 더욱 좋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가니 오후 5 시 반 정도. 서둘러 샤워를 하고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했다. 저녁  7시 반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엘 칼라파테로 돌아가야 다음 날 다시 칠레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는 비교적 정확하게 예정된 시간에 도착하여 2시간 40분 정도를 달려 엘 칼라파테에 도착했다. 이미 많이 어두웠기 때문에 택시를 타고 바로 예약해 둔 호텔로 갔다.

 

12일 째 4월 1일 일요일

다시 칠레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 8시에 출발 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칠레 행 버스는 일주일에 3번 정도만 있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좀 더 시간을 갖지 못한 것이 아주 아쉬웠다. 특히 엘 칼라파테에서의 가장 큰 관광 거리인 모레네 빙하 관광을 못한 것은 지금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약 5 시간이 걸려 페루의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다시 되돌아 왔다. 의외로 국경 검문소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하여 예정보다 많이 늦게 도착 했다. 푼타 아레나스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하는데 시간이 1시간 20 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점심 식사를 위한 레스토랑을 버스 터미널 주위에서 찾아보았으나 실패. 하는 수 없이 근처의 슈퍼마켓에서 과일과 빵 및 음료수를 사 점심 식사를 대신하였다. 남미에 와서 가장 맛없는 식사 시간을 가진 때이기도 하다.

다시 버스를 타고 푼타 아레나스 공항으로 갔다. 공항에 도착하니  예약해 둔 7인승 렌터카 회사에서 나온 직원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틀 동안이 렌터카로 푼타 아레니스 인근을 관광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4월 4일 새벽 6시 26분에 다시 산티아고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새벽 4 시 정도에 호텔에서 나와야 하는데 이른 새벽에 택시가 제대로 와 줄지 의문이 되어서 아예 렌터카로 움직이고자 했던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

렌터카 회사 직원은 친절했고 영어도 잘 하여 편하였다. 차 상태도 아주 훌륭한 편. 호텔은 공항에서 멀지 않은 해변에 위치한 넓은 곳으로 예약 해 놓았다. 트렁크 등 짐이 많아 호텔까지 2번에 걸쳐  왕복 하려고 했으나 의외로 뒤의 짐칸이 넓어 6명 모두 타고 트렁크를 싣고 갈 수 있어 좋았다.

호텔은 바닷가 전망이 훌륭한 곳에 위치한 리조트형 호텔로 우리 일행 이외에는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방도 넓고 쾌적하였다.

아침 식사 장소로 쓰는 넓은 다이닝 룸은 때로는 연회장으로 쓰이는 듯하였다. 이 다이닝 룸에서는 넓은 창 사이로 바다 전체가 시야에 들어온다. 아마 저 바다 끝에는 남극 대륙이 위치하리라 생각하면서 바다 저편으로 해가 지는 것을 바라다보았다.

앞으로 이틀 동안은 푼타 아레나스에서 휴식을 취하며 천천히 렌터카로 관광을 즐기면 된다. 재미있었지만 힘든 파타고니아 트레킹은 다 끝났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13일 째 4월 2일 월요일

푼타 아레나스에서 이틀간의 휴식 시간을 갖는 날이다. 푼타 아레나스는 인구 13만 명 정도의 도시로서 남미에서도 가장 남쪽에 있는 도시로 마젤란 해협을 끼고 위치하고 있다.

주변에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지 론리 플래닛에서 나온 푼타 아레나스 지역 관광 가이드를 찾아보았더니 눈에 뜨이는 것이 펭귄 무리를 볼 수 있는 관광지가 2곳 있다고 한다. 약 6만 마리의 펭귄이  집단으로 서식하고 있는 곳인 막달레나 섬 (Igsa Magdalena)이 가장 좋지만 5시간 정도 걸려 꽤 먼 거리를 배를 타고 가야 하여 하루 종일 소요 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도 남극 이외에 펭귄 집단 서식지를 볼 수 있는 곳이 흔치 않아 가보기로 하고 이곳을 안내 하는 지역 관광회사에 인터넷과 전화를 걸어 알아보았으나 12월에서 시작하여 2월말까지의 시즌이 끝나 더 이상 운행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마젤란 해협의 오트웨이 만 해변 모습. 거대한 미역 줄기 등이 해변에 널려 있었다.>

2번째로 추천되는 곳은 푼타 아레나스 공항에서 가까운 오트웨이 만(Seno Otway)으로서 도시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차로해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곳은 사유지로서 1인당 6000페소(약 1만원)의 입장료를 받는다고 한다. GPS 내비게이션의 도움으로 비포장도로를 달려갔으나 철문이 굳게 잠겨 있고 안내하는 사람도 없다. 아마 관광 시즌이 끝나서일까, 아니면 펭귄 무리가 철이 바뀌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차를 돌려 해안가를 따라 달려 보았다. 해안가를 따라 있는 조그만 바위 위에 몇 마리의 물새 들이 보인다. 행여 펭귄인가 살펴보았지만 아니었다. 아마 철이 지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아침부터 날이 흐리더니 가끔씩 부슬비가 내린다. 착 가라않은 구름이 낀 마젤란 해협을 바라보는 느낌이 신비롭다.

주로 자갈로 이루어진 해안가에는 미역, 다시다와 같은 무수한 해초들이 밀려 쌓여 있다. 우리는 해변을 걸어보며 마젤란 해협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남겨 보며 하다가 다시 시내로 돌아와 점심을 먹고 도심지에서 멀지 않은 트레킹 할 곳을 찾아보다가 알아 낸 국립 마젤란 수목 보호지역(Reserva nacional Magallanes)으로 향했다.

<국립 마젤란 수목 보호지역에서의 트레킹. 나무에 이끼들이 많아 독특한 느낌을 준다.>

이곳은 1932년에 세워진 곳이라고 하는데 도심지에서 북서쪽으로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다. 대중교통으로는 가기가 다소 어려울 것 같았다. 입장료는 외국인의 경우 4000페소(약 8000원) 로 방대한 숲속에 길이와 난이도가 다른 5개의 트레일이 조성 되어 있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이 곳( http://www.conaf.cl/parques/reserva-nacional-magallanes/)에서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안내소의 왼편에서 출발하여 원형으로 한 바퀴 돌아오는 9.8Km의 Las Lengas 트레일을 택하여 걸어 보았다. 처음은 목재로 된 데크 길을 따라 걷게 된다. 주로 평탄한 곳을 걷게 되지만 중간에 완만하게 올랐다가 내려가는 언덕이 하나 있다. 이 곳 위에는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어 전체를 조망 할 수 있다.

트레일 옆의 숲은 다양한 종류의 활엽수로 이루어 졌는데 습기가 많은지 나무 가지에 독특한 모양의 이끼가 많이 붙어 있다. 계절은 완연한 가을로 들어서서 이곳도 단풍이 한창이다. 9.8Km의 트레일을 천천히 걷는데 3시간 정도 걸렸다. 특별히 어렵지 않지만 땅이 무르고 진흙 땅이 많아 걷기도 다소 힘든 곳이 많다. 특히 경사진 곳이 진흙땅인 경우 매우 미끄러워 스틱을 가져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답게 트레킹을 하고 나니 마음이 상쾌하다. 저녁은 푼타 아레나스의 맛집을 찾아가 보았다. 론리 플래닛 가이드북에 나온 추천 레스토랑 몇 집 중 Okusa라는 곳을 택하였다. 칠레 향토 음식점으로 비프스테이크와 해산물 요리 전문인 집이다. 쑥색의 페인트로 된 목조 건물로 내부는 앤티크(antique) 스타일의 가구와 의자로 이루어져 전체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우리들은 해물 요리와 비프스테이크를 각자 주문했는데 음식의 맛과 양 모두 만족하였다. 칠레산 화이트 와인도 함께 하여  격식 있는 레스토랑에서의 만찬을 즐겼다.

 

14일 째 4월 3일 화요일

이날은 오전에 푼타 아레나스 시내 구경을 한 다음 마젤란 해협의 남쪽 끝에 위치한 16세기 칠레의 초기 개척시절에 정착민 촌이었던 푸에르테 부르네스(Fuerte Bulnes)까지 드라이브 해보기로 했다.

푼타 아레나스는 인구 13만의 꽤 큰 도시이지만 정작 관광자원은 많지 않다. 가이드북을 보아도 시내 중심부의 광장과 마젤란 향토 박물관, 해군 및 해양 박물관 등을 소개 할 정도이다. 재래시장이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아 수산시장이라고 된 곳을 찾았으나 수산물 가게는 몇 집 되지 않고 오히려 기념품 가게가 더 많았다. 손으로 짠 모자, 스카프, 덧신 및 장신구 등을 팔고 있었다. 1시간 정도 구경하다가 차를 남쪽으로 돌렸다.

전날과 달리 날이 화창하여 모두들 기분이 고조 되었다. 잘 정비된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는 기분은 최고. 그대로 가면 남극에 도착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목적지를 카보 포워드(cabo forward)라고 하는 마젤란 해협 남쪽 해안선 트레킹 시작점을 잡았다. 이 코스는 4일간에 걸쳐 험한 해안 바위길 을 따라 걷는 길로서 난이도가 상당하다고 한다.

돌아올 때는 다시 걸어오던가 아니면 배를 이용하여 오는 트레킹 코스인데 우리는 초반부 몇 Km만 걷고 오고자 했다. 그러나 진입로가 험하여 본격적인 4륜 구동차가 아니면 갈 수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대신 마젤란 해협이 잘 보이는 해안 길을 따라 드라이브 하였다.

<마젤란 해협을 바라보면서 피크닉 기분으로 즐긴 점심 식사>

경치 좋은 곳에 잠시 쉬면서 피크닉 기분을 내어 점심 식사하고 해안가를 걸어 보기도 하니 머나먼 남극이 마주한 곳에까지 참으로 멀리도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도 가을날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청명한 하늘과 바다를 보며 한 점심 식사는 여행 후에도 오랫동안 잔잔한 기억으로 남았다.

<마젤란 해협을 바라보는 개척 유적지 푸에르테 부르네스 건물들>

돌아오는 길에는 푸에르테 부르네스에 들렸다. 소박한 민속촌 형식의 개척민들이 만든 목조로 만든 성곽 및 개척민 촌으로 1843년에 만들어져서 5년간 마젤란 해협을 지키는 요새 및 개척자 부락으로 역할을 하다 기후가 너무 좋지 않아 폐쇄하고 지금의 푼타 아레나스로 옮겼다고 한다.

현재는 그 때 모습을 재현한 집과 교회 등의 건물들이 여러 채 있는데 1943년에 다시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1968년부터 칠레의 역사 유적지로 지정되었다.

<푸에르테 부르네스 유적지 아래의 조그만 해변 트레일.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 주었다.>

우리들은 부속된 박물관과 정착민 촌 및 당시의 목재로 만들어진 교회 등을 둘러보다가 조그만 트레킹 루트가 마련되어 있는 것을 알아내고 걸어 보았다. 모두 돌아야 3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곳이지만 경관은 아주 뛰어나다.

마젤란 해협의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탁 트인 곳인데 해안가를 주로 따라 걸어간다. 해변에는 많은 미역과 다시다와 같은 해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육지에서 떠내려 온 하얀 빛깔의 고사목이 군데군데 있어 더욱 멋진 경관을 만들어 주었다.

<마젤란 해협을 따라 있는 조그만 어촌 마을의 모습들. 독특한 느낌을 주어 기억에 오래 남는다.>

푼타 아레나스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어촌 풍경도 매우 독특했다. 낡은 어선들이 주변의 어촌 촌락 옆에 무질서하게 방치 되어 있는데 정작 이런 풍경이 더욱 끌린다. 마치 라이프(Life) 잡지나 내셔날 지오그래피 (National Geography) 잡지의 사진에서 보았던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풍경이다.

우리들도 여기서 시간을 갖고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남겨 놓았지만 나중에 보니 역시 사진 실력과 내공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좀 더 좋은 카메라와 경험을 쌓고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이기도 하다.

이날 저녁 식사는 시내의 해산물 전문점에서 테이크아웃으로 주문하여 호텔의 넓은 다이닝 룸에서 여러 가지 과일과 함께 화이트 와인을 곁들여 하였다. 그러나 보니 남미 여행 와서는 조금씩이나마 거의 매일 와인을 마시는 우리 자신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15일 째 4월 4일 수요일

이날은 칠레를 떠나 페루로 가는 날이다. 아침 6시 26분에 산티아고로 가는 비행기가 출발하므로 서둘러 일어나 4시 반 정도에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틀 반 정도 잘 사용한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 다음 비행기에 올랐다.

3시간 반 정도의 비행 끝에 다시 산티아고에 내렸다. 페루 리마로 가는 비행기 타기 까지 약 10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어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나섰다. 공항버스를 타고  중심가가 시작되는 로스 에오레스(Los  Heros) 역에 내렸다.

<산티아고 아르마스 광장의 유서 깊은 중앙 우체국 건물>

모네다 대통령 궁전(Placio La Moneda) 쪽 방향으로 걸으면 좌우가 산티아고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를 보게 된다. 과거 조페국으로 지어졌다고 하는 대통령 궁전은 지금도 아침 10시에는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전날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중심부에 있는 아르마스 광장 (Plaza de Armas) 부근에 한국 음식점이 있다고 하여 찾아 갔다. 스마트폰의 맵스 미 (Maps me) 앱으로 음식점을 찾은 다음 경로 탐색을 하니 정확하게 안내를 한다.

모네다 대통령 궁전과 아르마스 광장은 약 4~5 블록 정도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까워서 걸어서 20 분 정도 걸려 한국 음식점에 도착 했다. 찾고 보니 약간 아쉽게도 한국 사람이 경영하는 일본식 스시집. 그래도 미소국과 함께 오랜만에 맛있게 먹고 나왔다.

<아르마스 광장 한편에 있는 칠레 원주민 지도자 아론소 라우타로 석상>

산티아고 시내의 가장 중심부라고 할 수 있는 아르마스 광장으로 걸어 나왔다.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있고 중간 중간 칠레 경찰들이 몇 명씩 모여 지키고 있다. 광장 중앙에는 산티아고 대성당 (Cathedral Metropolitana de Santiago)이 있고 우체국 건물로는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중앙 우체국 건물 (Correo Central)이 근처에 있다. 

광장 중앙에는 산티아고 도시를 세운 스페인 출신의 칠레 정복자 발디비아 장군의 기마상이 있고 또 한쪽 편에는 원주민 마푸체 족의 독립운동 지도자였다고 하는 아론소 라우타로(Aronso Lautaro) 석상이 있다. 산티아고 대성당 내부는 유럽의 대성당 못지않게 웅장하고 화려 했다. 몇 번의 지진으로 파괴 된 것을 다시 지었다고 한다.

우리는 광장 구경을 한 후 옆의 국립 역사박물관을 관람 했다. 칠레 전역에서 발굴한 고대 문명의 유적이 일목요연하게 전시 되어 있는데 그 중 금 세공품과 독특한 문양의 석기 부조상, 거대한 크기의 목재 조각상이 관심을 끌었다.

설명이 스페인어로만 되어 있어 심층 이해하지 못한 게 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래저래 거리를 걸으면서 구경하다 보니 저녁이 되어 다시 공항으로 돌아와 페루 리마행 비행기를 탔다. 밤 9시 45분에 리마에 도착 . 다음날 아침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해서 공항에 가까운 호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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