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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넘어 펼쳐지는 마을의 풍경 – 진안고원길 1~7코스 ③

5.환상의 그 길, 고개너머 마령길

<길은 언제나 구불구불 이어진다. 그리고 완만히 오르내린다.>

쌀쌀한 아침 날씨 속에서 오암마을에 도착, 3일차의 여정을 이어가기로 한다.

오암마을 옆 산을 따라 들어가는 길은 밭 옆으로 잘 조성되어 있다. 그렇게 산을 조금씩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묘목을 식재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그 사이로 계속 오르다보면 옆으로 펼쳐지는 진안군의 비옥한 토지를 내려다볼 수 있어 ‘고원을 내려다보는 고원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이어진 길을 따라 황소마재를 넘는다. 크고 작은 5개의 고개를 넘게 되는 진안고원길 5코스 ‘고개너머 마령길’은 답사를 마친 후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구간이다. 그만큼 진안고원길의 특징(고개를 넘어 마을의 풍경이 펼쳐지는)을 잘 드러낸 길이다. 이 길을 고안, 완성시킨 정병귀 사무국장의 노력과 열정이 그대로 드러난 구간이 아닐까 싶다.

황소마재를 넘어 발걸음을 옮기면 장재마을에 도달한다. 여기서 추동마을까지는 한적한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다. 추동마을까지 그다지 멀지 않은지라 청명한 하늘 아래 기분좋게 발걸음을 이어간다.

<내가 가야 할 길이 도드라지게 보인다.>

<가끔은 뒤를 돌아보자. 걸어온 길을 헤아려보는 것도 재미있다.>

고개를 하나 넘고, 휘어지는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 풍경 속에서 내가 가야할 길이 오롯하게 떠오른다. 걷는 이로서는 가슴이 벅찬 풍경이요, 숨 한 번 몰아쉬고 발에 힘을 주는 동기부여의 발판이다.

그렇게 새 소리를 응원삼아 걸어 내려오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가끔은 이렇게 뒤를 돌아보는 것이 좋다. 내가 가야할 길을 가늠하는 재미만큼 내가 걸어온 길을 헤아려보는 재미도 크기 때문이다. 막상 걷고 넘었을 때에는 느끼지 못했던 고개의 높이가 드러나기도 하고, 저렇게나 아름다웠던가, 보는 시선을 달리하여 또한 새로운 풍경 속에서 그 길을 바라볼 수도 있다.

다른 코스도 그런 재미를 찾아볼 수 있지만 유독 고개가 많고 산모퉁이를 도는 일이 많은 이 5코스는 그런 새로운 풍경을 쉴 새 없이 선물하는 고마운 길이다.

<신동교회의 종과 신동마을 풍경>

가래울재를 기분좋게 걸어내려와 신동마을을 만난다. 고즈넉한 야산으로 둘러쌓인 이 평화로운 마을은 진안군 마을들의 전형적인 형태를 띄고 있다.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마을에 위치한 신동교회의 종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산골마을의 교회마다 종이 있어 이 종을 울려 예배시간을 알리곤 했다. 지금에서야 그 기능을 잃어 녹이 슬어가고 있지만 도회지의 교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기에 사진에 담아본다.

아름다운 마을을 바라보는 교회의 노란 종, 붉은 흙이 드러난 야산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그 소박한 색채의 조화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벌서 답사는 전체일정의 후반부를 향해 가고있건만 수 없이 많은 마을을 지나고 또 만나도 언제나 새롭고 반갑다.

마을을 통과해 우측의 야산을 따라 내동재를 넘는다. 작은 고개라 그리 큰 힘들이지 않고 넘을 수 있다. 내동재를 지나면 내동마을을 거쳐 판치저수지를 만난다. 익산-포항간 고속도로의 아래를 지나 다시 이어지는 판치재의 임도 역시 걷기 참 좋은 길이 아닐 수 없다.

<서촌마을을 만나다.>

판치재를 넘어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내려올 때, 작은 분지지형에 자리한 서촌마을을 만난다. 앞서 만난 신동마을도 참으로 아름다웠지만 이 마을은 그보다 더 작은 규모이기에 더욱 소박한 맛이 살아있다.

서촌마을을 내려다보니 마을 뒷편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 있고 그 언덕 정상에 정말 멋진 나무가 하나 서 있다.

“와, 저 길따라 올라가서 나무 뒤로 넘어가면 진짜 끝내주겠다. 그렇지 않아요? 웬지 그 쪽으로 길이 이어질 것 같은데.”

“표식을 따라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단은 맞는 것 같습니다.”

표식을 따라가니 마을을 통과하고, 예상했던대로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 넘는다. 그 아름드리 나무는 점점 다가갈 수록 큰 위용을 자랑한다. 그 밑으로 세워진 화살표 표식이 딱 맞춘 소품처럼 잘 어울린다. 녹음이 우거진 시기라면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연출되었으리라.

<장승삼거리가 보인다.>

서촌마을을 지나 내려오면 전옥례 묘소를 통과하게 된다. 돌아가기에는 먼 길이었을까, 묘소를 통과하기가 죄스럽긴 하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이 곳을 통과할 수 있도록 허락해 준 후손들에게 감사를 표해본다.

묘소의 내리막으로는 낙엽이 두텁게 쌓여있어 미끄러지기 쉬워 조심해야 한다. 낙엽속에 숨어있는 해를 넘긴 밤송이들도 가시를 들이민다.

묘소를 지나 마을 길을 따라 걸으면 장승삼거리에 도착하게 된다. ‘한국고갯길(KHT) TOUR in 진안’의 2박3일 코스의 종착지이다. 장승삼거리 앞에는 슈퍼가 하나 있고 버스정류장이 있다. 그 외에는 매우 한적한 곳이다.

이 장승삼거리는 5코스의 종점이자 6코스의 시점이기도 하다.

6.임도를 올라 부귀면으로

<메타세콰이어 길>

장승삼거리를 출발하여 산 밑의 하천을 끼고 걷다보면 장승마을을 지난다. 이름이 재미있는 ‘벌떼가든’에서 백반으로 점심식사를 마친다. 길을 이어가면 부귀면의 자랑이자 진안군의 명물 중 하나인 메타세콰이어 길을 만나게 된다. 길게 뻗어있는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워낙 차가 없는 길인지라 한가운데서 용기내어 사진도 찍어본다. 겨울이라 아쉽지만 초여름만 되어도 참으로 걷기에도, 드라이브하기에도 좋은 길일 듯 하다.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 왼쪽으로 빠져들어 밭을 따라 걷다보면 신덕마을을 만난다. 이 신덕마을은 신기마을과 덕봉마을을 함쳐 부르는 말인데 웅치마을로도 부른다고 한다. 이 부근의 지명인 ‘곰티’를 한자로 표현한 말이다.

일견 평범해보이는 마을이기에 그저 지나쳤을 뿐인데 마을의 끝자락(코스 진행으로는 마을 끝자락이지만 엄밀히는 마을의 입구다.)에 세워진 마을 이름의 유래를 보고 깜짝 놀란다. 임진왜란의 격전 중 하나였던 웅치전투가 바로 이 마을이 있던 자리에서 벌어진 것이다. 임진왜란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던 필자로서는 무덤덤히 이 마을을 지나쳐 왔음에 통탄을 금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1592년 7월 7일과 8일에 걸쳐 벌어진 웅치전투는 충남 금산을 점령한 왜장 고바야카와 다카카게가 휘하 1만 2천의 병력을 둘로 나뉘어 자신은 2천명의 병력을 데리고 이치고개로 향하고 부장인 승려출신 장수 안코쿠지 에케이에게 1만을 주어 주력으로 웅치를 치게 한 양동작전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이치고개는 도절제사 권율과 동복현감 황진이 1500여 명의 병력으로 막고 있었고 이 웅치고개는 김제군수 정담, 나주판관 이복남, 해남현감 변응정, 의병장 황박이 1천의 병력으로 지키고 있었다.

웅치고개에서 2일간 벌어진 처절한 사투 끝에 10배의 병력을 상대하던 조선군은 전멸하였고 안코쿠지 에케이는 고개를 가득 채운 조선군의 시신을 모아 장사를 지내고 ‘조조선국충의간담'(弔朝鮮國忠義肝膽, 조선의 충성스런 의사들을 추모한다.)이라는 비를 세웠다고 한다.

이치고개의 전투는 일본군의 패퇴로 끝났지만 웅치가 뚫려 결국 전주는 왜군의 진격을 받게 되는데 1천명으로 2일을 버티는 동안 전주성의 방어는 더욱 튼튼해졌고 의병장 고경명이 6천의 병사를 이끌고 원군으로 다가옴에 따라 웅치에서 큰 손실과 피로감을 느낀 왜군은 결국 철수하고 만다.

지금도 덕봉마을에서는 당시 나라를 지키다 죽어간 1천명의 병사들에게 제를 지내고 있으며 마을 뒤 웅치고개 쪽으로는 1, 2, 3진의 당시 포진 자리에 안내판을 세우고 사당을 지어 기리고 있다.

<모래재 휴게소 방향. 좌측이 휴게소, 우측은 전주공설묘지이다.>

마을을 나와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모래재 휴게소가 나오고 진안군과 전주시의 경계 표식을 만날 수 있다. 엄밀히는 모래재 휴게소를 지나 모래재터널을 지나야 전주시 시계이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군과 시의 경계를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다.

모래재휴게소에서는 간식과 물, 음료 등을 구매할 수 있으며 화장실도 이용할수 있어 2박 3일간 96km를 걷는 ‘도전’ 참가자들은 보급 및 휴식공간으로 삼기에 좋을 듯 하다. 휴게소 겉면에는 ‘식사’도 써져있으나 내부를 보면 식사는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컵라면 정도라면 취식은 가능하다.

모래재휴게소 내에 약수터가 있는데 물맛이 좋아 전주에서도 사람들이 매일처럼 차를 끌고 와 물을 받아간다고 한다. 한 바가지 떠서 마셔보니 물에서 단 맛이 느껴질 정도로 시원하고 좋다.

이 모래재휴게소에서 도로를 건너 맞은 편으로 공설묘지가 크게 있다. 진안고원길 6코스는 이 공설묘지를 통과하게 되어있다. 물론 묘지 사이를 걷는 것은 아니고 관리동으로 향하는 도로를 따라 걷는 것이니 크게 개의치 않아도 좋다.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철문을 만나게 되고 그 철문을 지나 이어진 임도를 따라 길은 계속된다.

<3정맥 분기점에서>

임도를 따라 오르다보면 3정맥 분기점이 나온다. 사실 고백하건데 이 곳이 3정맥 분기점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칠 뻔 했음을 밝힌다. 구간 내에 3정맥 분기점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그런 산봉우리나 큰 고지에서 세 정맥의 나뉨과 뻗어나감을 한 눈에 담아볼 수 있는 그런 지대는 아니었다.

호남정맥, 금남정맥, 호남금남정맥이 만나고 이어지는 이 분기점은 정말 아쉽게도 단촐한 이정표 하나만 세워져 있을 뿐 다른 안내판이 없다. 이 정도의 의미있는 장소라면 도나 군에서 나서서 각각의 정맥이 어디에서 출발해 어디까지 이어지고 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려주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정맥이나 지맥에 나 있는 등산로도 길에 속한다. 길을 걷기란 그런 상위개념이기에 이런 다양한 지맥과 정맥에 대한 정보도 꼭 등산, 종주를 즐기는 이 뿐만 아니라 길을 걷는 이에게는 꽤나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되길 바란다.

<금남정맥을 따라 임도를 걸어 입봉에 오른다.>

임도는 금남정맥 방면으로 이어진다. 완만히 오르내리기를 몇 차례, 우측의 골프장에서 웃고 떠드는 소리가 걷는 이의 귀에 들려온다. 한참은 떨어진 곳이건만 그토록 선명하게 들리는 것은 그만큼 이 길이 고요하고 또 고개가 깊기 때문일 것이다.

걷다보니 산등성이 쪽으로, 오른쪽으로 주욱 올라가는 길이 눈에 들어온다. 저 옆의 봉우리가 입봉이리라.

끄트머리에서 휘어져 치고 올라가는 임도의 경사는 꽤 만만치 않다. 김태일 팀장이나 나나 모두 이를 물고 묵묵히 오른다. 3일째의 답사로 약간은 떨어진 체력이건만 쉬지 않고 오르는 것을 목표로 힘겹게 발을 딛는다. 그렇게 임도의 끝에 서니 정말 말 그대로 황망하게 길이 끝나 있어 당황했다.

“여기, 이 쪽에 길이 있습니다.”

가만히 보니 임도의 끝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한 명이 간신히 지날 만큼의 오솔길이 나 있다. 표식을 찾아 그 오솔길로 걸어들어가 입봉을 내려간다.

내리막길은 길도 좁을 뿐더러 오르막과는 반대로 경사가 상당히 가파르다. 낙엽으로 미끄러지기도 쉬워 단단히 주의해야 한다. 다행히 중간에 위험한 곳은 나무 등으로 보수를 해 놓았고 표식이 잘 되어 있어 길을 찾는 어려움은 전혀 없다. 그래도 대회 기간동안 비라도 온다면 ‘도전’팀 참가자들에겐 큰 난코스가 될 것 같다.

<부귀면사무소 앞, 읍내의 모습>

입봉을 내려와 신촌마을을 지나면 부귀면사무소까지 도로를 따라 길게 걷게 된다. 중간에 하천을 끼고 걷기도 하지만 곧 굴다리 밑으로 올라와 부귀면 읍내로 향하게 된다.

어느덧 뉘엿뉘엿 해는 지고 있다. 6코스의 종점이자 7코스의 시점인 부귀면사무소에 도착하니 정인호 진안고원길 노선팀장이 손을 흔들어준다. 반가이 인사를 하고 배낭을 싣고 자리에 앉는다. 흔들거리는 트럭이 부귀면을 지난다. 오늘이 답사로 지내는 마지막 날이구나.

내일 7코스의 답사로 모든 일정이 끝나게 되니 아쉬움 또한 가득하다.

7. 끝은 새로운 시작이다.

<하거석마을의 풍경>

다음날 아침, 8시경에 부귀면사무소에 도착, 마지막 답사 일정을 시작한다. 오늘 걸을 길은 7코스 하나로, 거리로는 17.8km, 예상소요시간은 7시간에 난이도 ‘상’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정인호 팀장에 따르면 난이도는 워낙 거리가 긴 구간이라 상향된 것이고 전체적인 걷기 난이도로 치면 크게 오르내리는 구간이 없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한다. 김태일 팀장과 4시간~5시간 사이로 주파해 보기로 입을 맞춘다.

이 7코스는 초입의 부귀면 읍내를 지나면 도착지인 마조마을까지 중간에 보급을 하거나 식사를 할 곳이 없다. 부귀면 내에 슈퍼는 있지만 아침 일찍 여는 편은 아니므로(편의점은 없다.) 전날 저녁에 미리 빵 및 에너지바 등을 준비했다.

답사기간동안 하늘은 내내 화창했으나 마지막 날은 비라도 올 것처럼 흐리다. 오히려 이런 날이 더 걷기 좋다며 서로 덕담을 나누고 기분좋게 출발한다.

상거석마을을 지나 하거석 마을에 들어서자 한 어르신이 나온다. 인사를 드리니 어디를 가느냔다.

“걷기대회가 있어서 답사를 합니다. 지금 3박 4일째 걷고 있습니다.”

어르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그럼 대회때엔 잠은 어떻게 자냐는둥, 어떻게 먹느냐는 둥 질문이 이어진다. 텐트를 통해 숙박하거나 마을회관 등을 이용한다고 하니 ‘나도 참 산에 가는 것 좋아하는디… 내가 젊었으면 따라 갔을 거인디…’하며 답사의 발걸음에 힘을 더해주신다.

<야곡마을의 내리막길>

마을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걷다가 제방을 오른다. 그렇게 약간은 지루한 길을 따라 계속 걷다보면 대동마을을 지나 야곡마을에 다다르게 된다. 완만한 오르막을 따라 야곡마을의 뒷 길로 접어들면 지금까지의 오르막을 단번에 내려가는 보기좋은 내리막길이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황금체험마을 방면으로 내려와 농작로를 지나면 도로를 건너 황금폭포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

황금폭포라, 굉장히 화려한 이름이다. 산 속으로 나 있는 비포장 길을 따라 걸어가니 조금씩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린다.

<황금폭포의 모습>

이윽고 마주한 황금폭포는 깎아내린 산의 절벽을 따라 한 줄기 물이 흐르는 멋진 풍경을 가진 폭포였다. 저 폭포 위로 농경지와 마을이 있기에 농사철이면 논의 흙이 섞여 노란 물이 쏟아진다 하여 황금폭포라 한다. 사실 농사를 짓는 이들에게 좋은 흙, 비옥한 땅이 황금이지 무엇이 황금이겠는가? 그 유래를 보니 과연 그렇다는 생각이다.

비가 내리면 수량이 훨씬 늘어 저 절벽을 따라 웅장하게 쏟아질 것이다. 그 때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폭포 옆 계단을 따라 전망대로 올라 폭포를 사진에 담아본다.

황금폭포 옆의 계단 데크를 따라 오르는 산길은 짧지만 꽤 만만치 않은 경사를 자랑한다. 데크의 끝을 따라 폭포 정상부 즈음에 오르면 말 그대로 고원의 마을인 가치마을을 만나게 된다.

완만히 올라와서 또 폭포를 거슬러 산을 올랐는데 이렇게 너른 평야와 마을이 펼쳐진다니, 꽤나 입체적인 이 질감이 역시 ‘고원길’이라는 느낌을 준다. 평화로운 가치마을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걸어내려간다.

<저 멀리 운장산이 보인다.>

기나긴 도로를 따라 몇 개의 마을을 지나 신기마을에 이르러서 표식은 도로가 아닌 농작로로 안내한다. 농작로를 따라 걷다보니 어렴풋이 운장산이 보인다. 저 산 밑 어딘가에 심원재가 있고 마조마을이 있을 것이다.

꽤나 빠르게 템포를 올린터라 농작로 한가운데에 주저앉아 쉬면서 빵과 에너지바로 식사를 한다. 어느새 전체 답사의 90%이상이 끝나는 시점이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진안고원길 전체 코스의 완주라는 성과도 달성하는 셈이다. (전북천리길 답사를 통해 작년 3월에 가장 먼저 11-1 코스인 감동벼룻길을 끝냈고 7월에 답사로 14코스에서 8코스까지 역순으로 걸었다.) 무언가 꽤나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빵을 씹는다.

유독 다른 길보다 길게 걷고 또 길게 머무는 진안, 진안고원길. 벌써 그렇게 한 바퀴를 다 돌아가는구나.

충분히 쉰 후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농로는 다시 도로를 만나고 짧게나마 도로를 걷다보면 우측으로 숲길을 타게 된다. 심원재의 중턱까지 치고 오르는 숲길은 황금폭포 옆의 길 처럼 거리는 짧아도 난이도가 꽤 있는 편이다.

<심원재의 정상부에서>

<마조마을이 내려다보인다.>

숲길을 지나 심원재의 임도를 만난 후 천천히, 순리에 따르듯이 길을 오른다. 완만히 오르는 심원재 임도는 8코스에서 마조마을을 향해 넘어야 하는 갈크미재보다 훨씬 유순하다.

정상부의 심원재 표지판을 담고 내리막을 향한다. 오르막 만큼 완만히 이어지는 내리막은 급한 것 없이 천천히 가라는 양 길게, 그리고 부드럽게 굽어져 있다. 그 길을 따라 내려가며 길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마을을 바라본다. 바로 7코스의 종점이자 8코스의 시점인 마조마을이다.

작년의 한국고갯길(KHT)대회는 14코스부터 8코스까지 역순으로 걸었기에 마조마을이 종점이었다. 1코스에서 7코스까지 걷는 올해의 대회도 (4월 행사 중 ‘도전’팀에 한하여) 그 마무리는 마조마을이니 참으로 한국고갯길과는 인연이 깊다고 하겠다.

필자 역시도 마조마을에서 답사를 끝냈고 또 대회의 완주를 마친 많은 참가자들을 저 마을에서 맞이하고 축하하고 떠나보냈다. 그렇기에 그 감회는 새로울 수 밖에 없다.

마조마을에 들어서면서 예의 그 마을 개 들의 격한 환영(전부 묶여있어 오로지 시끄러울 뿐이다.)을 받으며 마을 입구의 버스정류장에 내려선다. 한참을 마을 식당과 마을 앞을 흐르는 맑은 시냇가를 바라보며 작년의 대회와 올해의 답사를 생각한다. 아직 2월의 겨울(답사시기)이라 오가는 주민은 없다. 그 적막함 속에서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이제 답사도, 모든 코스의 완주도 끝냈는데 왜 다시 가슴이 떨리는지 참으로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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