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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만 소금길 답사기 ⑬ – 화성방조제 남단 ~ 남양방조제 남단

<마지막 여정, 농작로를 따라 걷기를 시작한다.>

이제 경기만 소금길의 마지막 구간인 13구간을 걷는다. 오랜시간, 100여 km 이상을 걸었지만 ‘대망의’ 같은 수식어를 붙이기 어렵다. 벌써부터 아쉬움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 마지막 13구간은 화성방조제 남단을 지나 화성시의 바다를 따라 평택시 시계를 넘어 남양방조제 남단에서 끝나는 여정이다. 총 길이는 10.5km 정도로 해안선을 따라 길게 걷는 코스라 큰 어려움은 없다. 

화성방조제 남단을 출발하여 농로로 진입한다. 평화로운 농로를 지나면 금개구리 서식지(보호지역으로 접근할 수 없다.)를 지나 화성드림파크 야구장을 만나게 된다.

<넓은 대지 위에 여러개의 야구장을 갖추고 있다.>

<선수들이 땀 흘릴 계절이나 시간은 아니다.>

여러개의 스터디움을 갖춘 야구장을 좀 더 구경하기로 한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하는지라 이런 시설을 만난 것이 가슴을 들뜨게 한다. 다만 초겨울인지라 아마추어 선수들의 시합조차 열리지 않았고 흔히 볼 수 있는 담장 밑의 야구공을 얻는 기쁨은 느낄 수 없었다.

알아보니 세계 유소년 야구의 요람을 꿈 꾸는 곳이라 하며 유소년 야구경기가 열리는 장소로 리틀야구장 4개, 주니어야구장 3개, 여성 야구장 1개 등 8개의 야구장을 가지고 있다 한다.

잠시 더 시설을 둘러본 후 도로를 지나 매향리 고온마을로 접어든다.

<고온항으로 향한다.>

<유독 쓸쓸해보이던 대형 횟집단지. 비어있는 곳이 대다수이다.>

이 매향리라는 지명이 익숙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미 공군 폭격기의 폭격 훈련으로 평화로운 삶을 잃고 신체적, 정신적,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마을 분들이 그토록 평화를 갈망하던 그 매향리가 이 곳이다.

한적한 어촌 마을을 지나 바다를 바라보며 내려오는 길, 대형 횟집단지가 쓸쓸하게 세워져 있다. 대부분의 시설이 비워져 있고 1층의 몇 곳만이 오지않는 손님들을 기다리며 불을 밝히고 있다. 

결국 폭격연습장 폐쇄를 이끌어냈고 매향리 스튜디오(매향리 교회)에서 여러 작품들로 그 평화를 얻기까지의 시간들을 추억하지만 아직 이 마을과 사람들에게 잃어버린 시간들을 보상할 만큼의 ‘번영’은 찾아오지 않은 것인지 조심히 생각해본다.

<길 거리를 자유롭게 다니던 닭들>

<고온항 옆의 소박한 해변. 분위기가 일품이다.>

<거센 파도와 싸우는 낚시꾼들. 강한 파도와 바람에 입질 구분이 될까 궁금하다.>

고온항은 참으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포구다. 실제로 포구라는 말이 걸맞을 정도로 작은 항구이기도 하지만 그 옆의 작고 쓸쓸한 해변, 몇 안되는 횟집 등의 식당과 아직까지 낮은 담장과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 골목의 매력을 선사하는 어촌까지 어우러져 참으로 여정을 멈추게 하는 정겨움을 자아낸다.

인근 횟집에서 키우는 닭은 자연스럽게 도로와 차도, 야산을 돌아다닌다. 수탉 한 마리가 목청을 가다듬고 우렁차게 울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 (정말이다.) 노래를 중간에 멈추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

한참 들어오고 있는 물살은 거칠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작은 선착장에 모인 네 명의 낚시꾼들은 물이 차오를때마다 빈 낚싯대를 건져 조금씩 위로 올라가 다시 던져 놓는다.

어느덧 햇살은 석양이 섞여 오렌지빛으로 변한다. 그 소박한 항구와 어촌의 풍경, 반드시 조만간 홀로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한다.

<고온항의 모습. 좌측의 바다건너 해안을 따라 나아간다.>

<통문을 지난다. 아마 18시 이후에는 닫혀있을 것이다.>

<해안초소를 지나 계속 나아간다. 풍경은 대동소이하다.>

고온항을 한바퀴 둘러본 후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바깥, 즉 해안선 따라 조성된 해안초소 구간을 지난다. 

참고로 걷기 시작할 때에는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크기를 가늠하지 못했으나 이번 13구간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그 크기에 어안이 벙벙했음을 미리 밝힌다.

원래 이렇게 걷고있는 곳은 해안초소가 있는 군사작전지역이 겸하는 곳으로 열려진 통문을 통해 안전히 진입할 수 있다. 다만 군사작전, 훈련시나 오후 18시부터 익일 오전 06시까지는 닫는다는 안내판이 있으므로 참조하면 좋다. (물론 밤 늦게 이 구간을 걷는 도보여행객은 거진 없을 것이다만.)

길 자체는 비포장 구간이지만 군용트럭이 여유있게 통과할 정도로 넓은 편이므로 쉽게 걸을 수 있다. 다만 타이어를 태우는 듯한 유독한 냄새가 걷는 내내 해당 구간에서 느껴졌다. 혹여 모르니 이 구간을 걸을 예정이라면 마스크를 반드시 준비하면 좋겠다.

<석천항의 모습. 맞은편은 당진인가 싶었으나 평택이었다.>

<석천항의 어선들 위로 해가 떨어지고 있다.>

석천항을 만난다. 거대한 두 곳의 공장들 사이, 그 도로가 이어지는 곳에 자리한 작은 포구인 석천항. 맞은편의 평택을 바라보며, 서해안의 낙조를 한껏 받아들이며 걷는 이를 반기는 곳이다.

만조가 가까워지고 있건만 오가는 어선 하나 없이 몇 척의 어선들이 정박중인 이 포구의 한산함, 이전에 만난 고온항이 무언가 소박한 가운데 정겨운 느낌을 주었다면 이 석천항은 쓸쓸함과 고독을 일깨워주는 느낌이다.

긴 여정의 막바지에 만나는, 실제로 마지막 항구(포구)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떨어지는 낙조가 무척이나 애달프다.

<갓길 통행에 매우 유의해야 한다. 약 2km, 30여 분 가까이 이런 길을 걷게 된다.>

<중간중간 지지대 기둥이 갓길로 나와있다. 반드시 조심할것>

석천항 이후로 이어지는 해안길은 방금 전 걸었던 해안초소가 있는 비포장 도로길이 아닌, 수많은 중장비 트럭들과 컨테이너 트럭, 일반 승용차들이 오가는 도로로 이어진다. 

약 2km에 달하는 이 구간은 경기만 소금길 13구간 뿐만 아니라 전체 구간을 모두 포함해서도 가장 위험한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중간중간 철책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둥이 갓길로 나와있어 걷는이는 어쩔 수 없이 도로로 붙게 되는데 꽤 큰 트럭들이 수시로 오가는 도로인지라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

물론 이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의 전체 면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지라 별다른 우회로를 내거나 구간을 새로 조정할 수 없다는 부분은 지도를 봐도 한 눈에 들어오지만 여하간 이 부분의 존치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볼 문제라 할 수 있다.

약 2km의 도로 구간을 지나면 다행히 갓길은 일반 인도로 변화된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부지가 끝나는 셈이다. 인근에 식당이나 편의점 등이 있으므로 이용하고자 한다면 갓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도로를 건너 보이는 상업시설로 들어서면 된다.

<남양방조제에서. 해가 떨어지니 마음이 조급하다.>

<남양방조제 수문을 지나다.>

남양방조제에 도달한 발걸음, 이제는 정말로 한 발자욱마다 의미가 남다르다. 

일단 누적된 발의 통증(물집과 무릎)이 더 이상 참기 힘들 지경이었고, 두 번째로는 우연치 않게 시간이 맞아 보게 된 남양방조제 길의 환상적 낙조 때문이었고, 마지막으로는 정말로 그동안 걸어온 모든 구간들을 추억으로 떠나보내야 할 마지막 종착점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는… 안도감과 뭔지 모를 상실감이 뒤섞인 감정 때문이다.

방조제 위를 걷다 수문에 이르러 잠시 내려온다. 수문을 통과하는데 평택시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바야흐로 시흥시 – 안산시 – 화성시에 이어 평택시까지 밟은 것이다.

<평택시 시계로 들어서다.>

<평택시 어느 둘레길의 종점이 이 수문인가보다.>

수문을 지나 다시 방조제에 오른다. 이제 태양은 저 멀리, 산업단지시설의 실루엣 너머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하루의 해가 질 무렵, 딱 그 시간 즈음에 난 한 둘레길의 가장 마지막 지점에 도착했다.

여태 걸었던 많은 길들 중에서 이렇게 쓸쓸한 일몰과 동시에 여정을 마무리 한 길은 처음이었다. 무언가 벅찬 감정, 그리고 허탈한 감정, 뿌듯한 감정이 뒤섞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종주가 프로젝트고 나에겐 일이라지만 어느 순간 이 길은 ‘걸어서 해치워야 할 길’이 아닌, 그저 걷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게 된 길로 다가왔다. 

분명히 그 변곡점을 정확히 기억하노라니 안산 대부도, 3구간 중 북망산에 오르고부터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조금은 자유롭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걷는 이’로서 이 길을 바라보며 걸었던 것 같다. 

<남양방조제의 끝, 이 산업단지가 경기만 소금길의 마지막 풍경이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고, 나는 그 길의 끝에 남겨진다.>

많은 인터뷰를 하며 어떠한 길을 종주한 이에게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다. 바로 걷기 전과 걷기 후, 무엇이 변하고 그 길에 대한 시선이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늘 궁금했다.

스스로 자문자답해 본다면, 걷기 전, 그저 갯벌과 어촌, 관광단지가 적당히 어우러진 길일것이라는 선입견이 완벽히 박살났다. 실제로 그 선입견이 박살나는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겨우 140여 km를 걸은 것이 크게 대단한 일이 아니기에, 또한 단 한 번 걸은 길을 가지고 그 지역을 이해했다, 깨달았다 등의 오만한 발언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 140여 km는 분명 걷는 이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깨우쳐 준 장도(長道)였고 배움의 시간이었다.

시작은 도심 속, 누가 보면 죽어간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생기를 잃은 갯벌과의 만남이었다면 곧이어 살아있는 바다를, 그리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바다를 대부분의 걷는 구간에서 걸음마다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과거, 과거의 상흔,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모두 떠안은 모습도 보았다. 그 속에서 내 둔한 두뇌는 지역의 발전을 통한 미래가치의 경제적 이익과 천혜의 자연이 주는 무한한 가치 중 무엇이 나은 것인지, 그리고 그 둘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끝내 찾지 못했다.

<남양방조제 철책 밖, 산업단지로 넘어가는 태양>

다시 걷고싶은 구간, 만나고픈 풍경이 가득하다. 그 중에는 홀로 다시, 무언가 답답할 때 찾아오고픈 곳도 있고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오고픈 곳, 친한 친구와 낚싯대를 챙겨 오고싶은 곳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미련이 많이 남은 경기만 소금길이건만 앞으로 한동안은 지금의 아쉬움과 섭섭함을 만끽하며 보내려 한다.

짙은 어둠이 몰려온다. 그 길의 종착지에 홀로 남겨졌다. 이제 다시 돌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하지만 분명 오늘 지금 이 순간의 단어는 분명한 “終”이다. 미련없이 연재도 마칠 때이다.

  • 로드프레스 장재원, 경기만 소금길 상시구간 138km를 완주하다. –

 

  • 램블러 참고 경로 : https://www.ramblr.com/web/mymap/trip/526703/1721361/

  • 출발지인 화성방조제 남단 부근에 식당, 슈퍼 등이 있다. 이후 고온항 및 기아자동차 화성출고지 주변으로(남양방조제 진입구 맞은편) 식당 및 편의점 등 상업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석천항을 지나 도로를 따라 걸을 때 반드시 뒤에서 오는 차량 등을 조심해야 한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