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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만 소금길 답사기 ⑧ – 경기창작센터 ~ 누에섬 입구

<선감학원 희생자들을 묻었던 장소. 위령제가 열리는 곳이다.>

경기창작센터를 나와 경기만 소금길 8구간의 여정을 이어가기로 한다.

경기만 소금길 8구간은 약 9km의 길이에 2시간 반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짧은 구간이다. 전체적으로 대부해솔길 6코스와 겹치지만 초반부의 구간은 별개로 나뉘니 경기만 소금길 경로에 맞게 진입하여야 한다.

경기창작센터를 나와 농작로를 가로질러 도로를 따라 걷는다. 허브 모텔을 지나 도로 우측으로 난 길을 따라 선감어촌체험마을로 진입하면 바로 선감학원 희생자들이 안치된 묘역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 선감역사박물관에서 보았던 꽃신을 비롯하여 많은 희생자들의 유해와 유품이 발굴되었다. 잠시 걸음을 멈춰 묵념을 드린다. 미처 피지 못한 그 어린 영혼이 당시의 아픔을 잊고 좋은 시절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길 기원한다. 

<선감어촌체험마을의 풍경>

<선감선착장. 대부해솔길 6코스를 합류점이기도 하다.>

지척에 시대가 낳은 처참한 아픔의 현장이 있건만 선감마을은 너무나 평화롭다. 마을 길을 따라 내려가며 당시 자유와 억압의 거리적 차이가 이다지도 가까웠던가 생각해본다.

선감도나 바다건너 대부도 어디로 도망쳐도 소년들을 숨겨주거나 도움을 주는 이들은 드물었다. 지역 주민들이 붙잡아 다시 선감학원에 넘기고 밀가루를 받아 갔다고 한다. 그래서 소년들은 그 위험한 갯벌로, 바다로 몸을 던졌다는 말을 생존자이신 분에게 들은 후이다. 이 평화로운 마을조차 소년들에겐 믿을 수 없는 곳이었으리라.

마을을 가로질러 바다로 나아가면 선감선착장이 나온다. 경기창작센터에서 나뉘어졌던 대부해솔길 6코스가 이 곳에서 다시 나타난다. 다시금 편하게 대부해솔길의 표식을 따라 가면 된다.

<한적한 어촌과 펜션을 지나 도로로 나아간다.>

선감어촌체험마을 앞의 갯벌을 따라 한참을 걸어간다. 이윽고 발걸음은 펜션단지 앞을 지나 도로를 만난다. 이대로 도로를 따라 한 참을 직진해야 하나 걱정하던 찰나, 다행스럽게도 도로 아래로 조성된 오솔길이 걷는 이를 맞이한다.

<갯벌 습지를 옆에 두고 걷는 도로 아래 오솔길>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정면의 수평선 위로 충남 당진군이 실제로 보였다.>

위험하게 도로의 갓길을 따라 걷는 것보다 이렇게 오솔길을 걷는 것이 몇 배는 낫다. 다만 여태 걸어온 경기만 소금길의 그 넓은 임도나 제방, 마을길에 비하면 꽤 좁고 군데군데 환경 정비도 필요한 부분이 없지 않은지라 이런 부분은 약간의 감내가 필요할 만 하다.

그래도 갯벌과 습지를 옆에 둔 채 기분좋게 걸을 수 있다. 걷다보면 다시 도로로 올라오게 되는 구간이 있는데 이 도로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충남 당진을 바라볼 수 있다. 실제로 좌측으로부터 선감도의 끝부분과 앞으로 가야할 누에섬과 제부도 등이 펼쳐져 있고 가운데 수평선을 지나 우측으로는 고래뿌리와 말부흥마을이 조망된다. 

그 수평선 너머로 흐릿한 산그리메처럼 충남 당진군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사진상으로는 나오지 않았을지언정 육안으로는 분명히 확인이 가능하다. 

<다시 도로로 올라와 불도방조제로 향한다.>

갯벌을 따라 걷던 걸음은 다시 도로로 올라와 불도 방조제 위로 올라선다. 방조제를 따라 걸어가면 방조제 끝에서 길은 산 속으로 이어진다. 별다르게 방조제 바깥으로 나갈 방법이 없이 자연스레 산길로 향한다. 당연히 표식도 이어져 있으므로 염려할 것은 없으며 산길도 곧게 나 있어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

작은 언덕과도 같은 산인지라 오래지 않아 건너편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다양한 식당이 몰려있는 불도 횟집타운>

산을 내려오자 만나게 되는것은 다양한 식당가이다. 경기만 소금길 8구간은 9km의 길지 않은 구간이건만 이렇게 중간 지점에 불도 횟집타운이, 도착지인 탄도 누에섬 부근엔 탄도항이 있어 먹을 걱정이나 간식 보급 걱정은 안 해도 좋다. 이 횟집타운의 끄트머리에 편의점도 있으니 충분히 쉬거나 식사를 마치고 이어 걷기 좋다.

식당에서 식사를 마쳤으면 도로 건너 산솔모텔로 올라간다. 모텔은 현재 공사중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지만 모텔 주차장으로 오르는 길 옆으로 농로를 통해 대부해솔길이 이어져 있다.

<공사로 잘려나간 제방 구간>

양쪽 저수지 및 습지를 사이에 둔 제방 길을따라 365캠핑씨티(바다향기캠핑장) 방면으로 향하게 된다. 그러나 제방길 초입이 끊겨있다. 양쪽이 습지이자 저수지이기에 물이 통하게 하려고 일부러 길을 끊어놓은 듯 하나 대부해솔길, 경기만 소금길을 이용하려는 이에겐 치명적이다. 

계속 물이 흐르는 길이기에 주변 흙은 거의 갯벌처럼 진흙 상태인데다가 뛰어넘기엔 사진으로 보기보다 높이가 깊고 거리가 길다. 남성이라면 모를까 여성분들은 자칫 미끄러지거나 빠질 수 있겠다 싶다. 

실제로 아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살펴보았으나 무리에 가까웠고 뛰어 넘다가 진흙에 크게 미끄러질 뻔 하였다. 빠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부광산퇴적암층>

<광산 좌측의 표지를 통해 퇴적암층 꼭대기 전망대로 진입할 수 있다.>

제방을 따라 365캠핑씨티를 지나 도착한 곳은 대부광산퇴적암층. 

1999년 대부광산에서 암석을 채취하던 중 발견된 1억 년 전의 초식공룡 케리니키리움의 발자국 화석은 이 지역의 지질학적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발견이 되었다. 이후 총 23개의 공룡발자국 화석과 식물화석이 발견되면서 경기도 기념물 제194호로 지정되게 된다.

반듯이 잘려나간 두 개의 언덕은 그 자체로 퇴적암 지층을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지질학적 표본이 되고 있으며 빗물이 고여 자연스레 생성된 호수는 대부광산의 지층과 어우러져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대부해솔길의 표식을 따라 좌측의 오르막길로 진입하면 어느새 퇴적암층의 뒤를 돌아 우측 봉우리 정상의 전망대에 도달할 수 있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퇴적암층과 호수의 풍경과 탄도, 누에섬을 아우르는 탁 트인 전망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황홀한 풍경이다.  

답사날은 날씨가 흐려서 멋진 풍경이 나오지 않았으나 이 대부광산 퇴적암층은 추석을 앞둔 09월, 따로 방문해 전망대를 올라 찍은 사진이 있으므로 당시의 사진을 통해 절경을 소개할까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촬영일시 2019년 09월 16일)>

<전망대에서 바라본 탄도항과 누에섬 방향(촬영일시 2019년 09월 16일)>

이 대부광산퇴적암층의 전망대를 오른 후에는 반대쪽으로 내려갈 수 없다. 물론 길이 나 있지만 서바이벌장으로 운영되는 사유지인 관계로 대부해솔길로서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올라왔던 길을 따라 다시 되돌아 내려가야 함을 잊지말자.

대부광산퇴적암층 아래에서 우측 정상의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데에는 약 3~40여 분 정도 소요된다.

전망대에서의 조망을 즐기고 되돌아 오면 365캠핑씨티의 길을 따라 (녹색 천으로 길이 표시되어 있다.) 다시 도로를 건너게 된다. 펜션 단지 옆으로 꽤 넓게 조성된 임도를 따라 오른다.

<탄도항, 누에섬 방면으로 나아가는 임도>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다.>

다시 산길을 오르는가 걱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길 자체가 경사가 매우 완만하고 또 넓게 조성된 임도라 큰 걱정없이 오를 수 있다. 즐거이 오르는데 점점 표식이 보이지 않더니 종국에는 주변의 표식(리본)이 걸릴 만한 나무가 죄다 잘려나가있는 현장을 보게 된다.

알고보니 길을 확장하는 공사를 하면서 주변의 나무들을 정비하는 작업 중이다. 이후 다시 대부해솔길 표식이 설치될 것이라 예상해 본다.

너른 임도의 끝에서 숲길은 다시 오솔길로 좁아지지만 오래지 않아 나무데크를 만나게 되면서 누에섬으로 내려오게 된다. 

<누에섬이 보인다.>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길, 저 멀리 누에섬과 누에섬 바닷길을 상징하는 세 개의 풍력발전장치가 보인다. 어느새 경기만 소금길 8구간의 여정도 끝이 보이는 셈이다.

그러나 기쁜 마음으로 누에서으로 향하기 전, 눈썰미가 좋은 이라면 데크 계단을 내려와 “안산탄도지층” 표식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방금 전 보았던 대부광산퇴적암층의 환상적인 지층이 선명했다면 조금 더 생생히, 눈 앞에서 각 지층의 구분을 볼 수 있는 곳이 안산탄도지층이다. 데크를 내려와 해변을 따라 지나온 반대방향으로 거슬러 걸어가면 곧 바로 안산탄도지층을 만날 수 있다.

<안산탄도지층의 모습>

<굉장히 활발한 화산활동이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채로운 색상과 지질의 지층들>

켜켜이 쌓인 위에 시간이 흘러 또 새로운 지질이 쌓이고, 억만년에 걸쳐 그렇게 다져진 각 시대별 기후별 지층이 온전히 드러난 그 모습은 보는이의 눈을 의심케 한다. 

참으로 보고 배우는 것이 많은 경기만 소금길이다. 방금 전까지 근현대사가 낳은 비극의 역사를 일깨워 주었다면 어느새 지금은 안산지역의 지층이 어떤 시대에 어떤 지각활동, 화산활동을 통해 생성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누에섬 입구에서. 오늘도 무사히 답사를 마무리한다.>

안산탄도지층을 떠나 누에섬 입구에 도착한다. 유독 날씨가 좋지 않아 시간이 조금 남았지만 누에섬까지 들어가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기로 한다. 어차피 다음 경기만 소금길 9구간의 정식구간이 누에섬으로부터 시작되니 날씨가 좋을때 입도하는 것이 더욱 좋으리라는 생각이다.

조금은 무거운 주제로 마무리 짓게 된 경기만 소금길 7구간이었다면, 이 8구간은 거리도 짧고 그 무거운 마음을 잠시나마 흘려보내고 다시금 이 경기만이 가진 다양한 가치, 특히 지질할적 가치를 일깨워주는 의미를 가진 코스였다고 생각한다.

숙소까지 실어줄 차량을 기다리며 온 종일 뿌연 하늘 밑에서 고생한 내 자신에게 커피 한 잔의 호사를 내린다. 짙고 감미로운 그 향이 몸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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