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owse By

광고문의

경기만 소금길 답사기 ① – 소래철교 ~ 오이도 빨간등대

<소래철교의 모습>

소래철교 앞에 섰다.

이 곳이 경기만 소금길의 공식 시작지점이다. 아직 시작지점임을 알리는 표지판이나 안내는 없지만, 시흥시와 인천시를 나누는, 아니 잇는 이 경계의 오래된 다리가 시흥구간의 시작이자 140여 km 소금길의 출발지이다.

참으로 잘 선택했다는 느낌이다. 현재 경기만 소금길은 시흥시, 안산시, 화성시의 해안을 잇고 있다. 시흥 위로는 인천광역시와 강화군이 이어질 날이 오지 않을까 한다. 그래도 여하간 그 소망을 담은 인천시와의 경계는 현재에 대한 인정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소래철교 중간의 전망대. 이 곳이 인천과 시흥의 경계가 아닐까?>

<전망대에서 본 인천 소래포구의 모습>

소래철교는 수인선의 철교로, 그 옛날 일제강점기 시절 협궤철도가 운행되던 철교였다. 1996년, 마지막 열차의 운행이 문춘 후 이렇게 인도교로 새롭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인근 월곶 등지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실어나르던 수탈의 상징이 서민들의 발이 되었고, 한국전쟁 시기에는 철도 위에 널판지를 놓아 피난민들이 건너는 등 수 많은 애환을 담은 곳이다.

잠시 그 때의 소래철교의 가치를 생각해 본다.

<월곶포구의 모습>

발걸음을 옮긴다. 길다란 갯벌과 갯골은 신도시와 묘하게 어울린다. 맞은 편의 신축 아파트 사람들은 이 검은 뻘흙과 짠내를 어찌 생각할까? 그래도 “오션뷰”라는 타이틀에 이끌렸을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물이 있는 곳으로 모여든다. 그 진리를 걸으며 다시금 느낀다.

잠시 모퉁이를 도니 확 트인 갯벌이 펼쳐진다. 잘 조성된 길을 따라 걸으며 만나는 이 곳이 월곶포구이다. 인천이 소래포구와 어시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면 시흥은 이 월곶포구와 오이도로 사람을 끌어모을 것이다.

전라도, 군산, 목포, 고흥, 충남, 당진, 서산, 통영 등 전국의 도, 시, 군을 아우르는 횟집 간판들이 즐비하다. 깨끗하게 지어진 건물마다 수조 가득 싱싱한 해산물을 놓고 오는 이에게 손짓한다.

<공원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되어있다.>

<사리때엔 물이 가득 들어온다고 한다.>

길다란 포구를 따라 한 바퀴 걸어본다. 계단을 내려가면 갯벌에 더욱 가까이 닿을 수 있다. 인기척에 제 집으로 몸을 숨기는 칠게의 빠른 몸놀림, 근처의 아이는 게를 봤다며 숨이 넘어가라 엄마를 찾지만 엄마는 시큰둥이다.

이렇게나 가까운 곳에 즐거운 갯벌을 구경하고 생태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그것이 지역의 가치를 올리는 일일게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파트는 높다랗게 올라가지만 분명 그 아파트의 홍보 속에는 갯벌의 가치가 담겨져 있을 것이다. 분양가 속에는 없겠지만.

가만히 사진을 찍노라니 뒷 식당의 주인 아주머니가 웃으며 다가온다.

“사리때가 되면 물이 가득차요. 이 계단 한 두어 개 남겨놓고 전부 바닷물이 차요. 그 때 찍으면 더 멋질 것인디.”

<배곧 신도시의 풍경>

월곶포구를 지나 아파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작은 다리를 건넌다. 공사현장을 지나면 배곧신도시를 만나게 된다.

배움의 터라는 뜻의 배곧신도시는 2000년대 이후로 추진되신 신도시 중 최대의 크기를 가진 곳이다. 이름만큼이나 유수의 대학교(서울대 시흥캠퍼스 등) 캠퍼스 들과 다양한 편의시설, 첨단 의료 클러스터가 갖춰질 예정이다.

바다와 면한 이 탁 트인 신도시를 보며 그 경기만의 발전상에 취한다. 취한 발걸음은 곧 한울공원으로 이어진다.

<한울공원은 다양한 볼 거리가 있다.>

<가족과 함께 오기에도 좋다.>

<해수체험풀장 건물에는 관리실과 매점 등이 있다.>

이 한울공원 구간 (약 7km 가량)은 이 첫 구간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소래철교와 월곶포구를 통해 시흥시가 가진 경기만의 과거를 봤다면 이 한울공원은 현재와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구간이다.

드넓게, 그리고 길게 펼쳐진 긴 공원은 그대로 좌측에 신도시를, 우측에 바다를 끼고 걷는이를 맞이한다. 천천히 걷는다면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남짓 될 정도로 긴 거리지만 중간중간 화장실 및 쉬어갈 수 있는 공간 등이 있어 무리가 없다.

불어오는 바람, 화려하게 조성중인 신도시 앞으로 어선이 물살을 헤치고 나아가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닐 것이다.

워낙 잘 조성된 공원인지라 자전거를 타고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공원의 끝에서는 관리실과 해수체험풀장, 매점 등이 있는 건물을 만날 수 있다. 시원한 음료와 함께 쉬어가기 알맞다.

<매점 앞으로 보이는 덕섬(똥섬)>

매점에 앉아 쉬는 와중, 저 묘한 언덕이 눈에 들어온다. 혹시 똥섬이라 부르는 그 덕섬인가?

매점 사장님께 물으니 맞다고 한다. 개인 소유의 섬인데 물에 잠기면 똥 같이 보여 똥섬이라 했다고도 하고, 갈매기 등 새의 똥이 많아 똥섬이라 했다고도 한다. 결국 그 구수하고 친근한 이름을 공식지명으로 쓰기 저어해서였는지 ‘덕섬’이란 점잖은 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하니 더욱 더 궁금증을 자아낸다.

매점을 지나 약간만 걸으면 덕섬 출입구에 닿는다. 열려진 문을 따라 백합/바지락 칼국수 식당을 지나면 폐가가 한 채 서 있고 그 옆으로 덕섬을 오르는 나무계단이 보인다.

<덕섬을 오르는 계단>

<오솔길을 따라 나아가면 폐쇄된 해안초소에 닿는다.>

<해안초소 아래의 덕섬 해안선>

예전 해안초소가 아직 세워져 있고 참호 등이 있어 서해안 방위의 감시기지 역할을 했던 섬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운데 난 오솔길을 따라 군사기지의 흔적을 지나면 무덤이 하나 나타나고 그 무덤을 지나 덕섬 끝의 초소에 닿는다.

초소 아래로는 가파른 계단을 통해 해안으로 내려갈 수 있다.

잠시 그 계단에 앉아 이 작고 귀여운 섬이 가진 풍경에 취한다. 여기까지 오는 이는 드물것이다. 그래서 이 소박한 공간은 이 시간엔 온전히 나 만을 위한 비밀스런 공간이 된다.

그 옛날 ‘기지’를 만들며 그 안에서 무언가 포근함과 든든함, 위로를 느꼈던 아이의 모습처럼 이 버려진 초소 아래의 계단에 앉아 갯벌을 바라보며 위로를 얻는다.

<오이도 빨간등대를 만나다.>

<푸른하늘과 바다, 그래서 더 아름다운 오이도 빨간등대>

덕섬을 나와 오이도 방향으로 걷다보면 어느세 제방을 따라 오르게 된다. 그렇게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잘 조성된 횟집과 식당을 구경하며 걷는 걸음, 이 곳이 오이도 관광특구이다.

약 1km 가량을 걸어 오이도 빨간등대에 도착한다. 막상 걸은 날은 내부가 공사중이라 안을 올라갈 수 없었지만 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에 세워진 이 빨간등대는 꽤나 강렬한 존재감으로 걷는 이의 눈을 홀린다.

시흥시의 대표적 관광명물 답게 많은 이들이 이 등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친다. 나 역시 기분좋게 사진을 찍고 내려선다.

“삼촌, 이리와요. 바지락칼국수, 백합칼국수 다 해줘요. 보리밥 무제한 공짜~!”

“저 혼자 왔는데요.”

“혼자는 굶으라는 법 있어? 1인분도 당연히 되요.”

과감한 붙임성의 이모 손에 이끌려 못이기는 척 인근의 한 칼국수집에 발을 들인다. 솔직히 말하건데 꽤나 공복감이 심해 뭐라도 먹을 생각이기도 했다.

이왕지사 예까지 걸어왔는데 바지락칼국수보다는 조금은 더 호기롭게 먹어도 괜찮겠지. 해물칼국수 하나를 시킨다. 바닷바람이 꽤 차기에 “국물 좀 넉넉히 주세요.”하고 한 마디 보탠다.

<해물칼국수 1인분. 여성이라면 두 세명이 먹어도 될 것이다.>

<보리밥 비벼 함께 하니 꿀맛이다.>

넉넉히 달라는 말에 아예 국물 폭탄으로 응답한 이모님, 한 수저 뜨니 “으….”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시원하다. 예까지 걸은 몸과 발에 이만한 보상도 찾기 힘들 것이다. 워낙 칼국수로 유명한 지역 아닌가.

보리밥을 비벼 한 입 먹고 국물을 들이킨다. 새우와 백합, 바지락, 작은 낙지가 다음 포식자의 간택을 떨며 기다린다. 배가 부르니 영혼도 맑아지는 이상한 체험, 기분좋게 먹고 또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마법에 결국 두손들고 나온다.

그렇게 경기만 소금길의 첫 만남을 마무리 한다.


댓글은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