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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들에 내려앉은 단풍, 평화누리길 1, 2, 3코스 1박 2일 답사기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자 걷기 좋은 계절인 가을, 전국의 산과 들은 여행객으로 북적인다. 

길 여행에 있어서가을에 가장 어울릴 만한 길이라 하면 산을 위주로 짜인 모든 길이 해당될 것이다. 계절이 내린 색상에 취하고 감성에 취하는 그 길, 흘리는 땀 만큼이나 확실히 보상받는 산이 주는 기쁨은 바로 이 때 누려야 한다.

하지만 꼭 산  뿐이랴, 추수를 끝낸 논, 그리고 분단의 아픈 현실을 보여주는 철책과 강에도 단풍은 공평히 내린다. 거기에 철새들이 찾아와 자리하면 그것으로 다른 곳과는 한층 구분된 독특한 풍경이 피어난다. 바로 평화누리길 이야기다.

11월 첫째주부터 매주 토, 일마다 평화누리길을 3개 코스씩 이어 걷는 릴레이 행사와 함께 12월 1일부터 8일까지 7박 8일간 190km의 전 구간 종주를 기획하는 로드프레스는 10월 25, 26일 평화누리길 1,2,3코스를 1박 2일간 답사하였다.

<대명항 함상공원에서 평화누리길은 시작된다.>

평화누리길 1코스 ‘염하강철책길’의 시작은 김포 대명항,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대명항 함상공원 에서 시작된다. 

190km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아치를 지나 평화누리길 스탬프함에서 패스포트를 꺼내 인증도장을 찍으며 그렇게 첫 걸음이 시작되는 셈이다. 새우튀김과 다양한 해산물, 새우젓 등으로 유명한 대명항의 흥겨움이 길에 들어서면서 금방 사라진다.

그렇게 강화도와 김포 사이를 흐르는 염하강의 철책을 따라 우리는 조용한 그 길을 걷게된다.

<덕포진을 만난다.>

사뿐한 발걸음은 덕포진을 만난다. 염하강을 사이에 두고 강화나들길 2코스를 걸으며 수많은 돈대와 진, 보를 만나게 되지만 이렇게 맞은편의 평화누리길에서도 그에 맞는 군사시설을 맞이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어찌 강화도 뿐이랴, 생각하면 이 김포도 병인양요, 신미양요 뿐만 아니라 훨씬 이전의 고려시기에도 몽골군의 침략에 시달린 곳이다. 이 물살 빠른 강, 바다와 만나는 이 강에 녹아든 역사가 얼마나 처절한지 다시금 되새긴다.

<구간에 재미를 더해주는 출렁다리>

살풍경한 철책이라지만 염하강철책길은 그렇게까지 딱딱한 길만은 아니다. 걸으면서 마을도 만나고 다양한 사람도 만난다. 해병대원들의 외침과 탈곡기의 진동, 물새들의 지저귐이 어우러진다.

해안선이 어찌 평지 뿐이랴, 오르내리는 길이 재미를 더 해주는 가운데 이렇게 출렁다리도 만난다. 한 명의 발걸음이 더해져도 앞선 이에겐 꽤나 스릴을 더해준다

<내려앉은 단풍이 그 길을 아름답게 만든다.>

14km의 염하강철책길도 그렇게 분위기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다보니 어느새 훌쩍 지나간다. 기나긴 데크를 따라 감시초소를 지나고 벙커를 지나며 그 단풍 속 바람이 계수나무 달큰한 향처럼 이 땅에 평화를 몰고 오기를 바래본다.

그 때가 되면 평화누리길은 또 다른 의의와 가치를 가질 것이다. 이 시설물들은 철거되지 않은 채 역사의 증거이자 유물로 새로이 생명력을 부여받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평화누리길과는 또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그 날이 오기를 바라며 걷게된다.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이 염하강철책길은 그러하다.

<옛 강화대교와 지금의 강화대교를 조망한다.>

어느새 14km, 약 4시간이 소요된다는 염하강철책길의 마지막 구간이다. 전망대에 올라 이제는 사용되지 않는 옛 강화대교와 현 강화대교를 비교하며 바라본다. 그 사이 흐르는 염하강은 썰물의 절정으로 향하고 있어 긴 갯벌이 드러난 참이다. 맞은편의 갑곶돈대, 갑곶성지를 바라보며 저 멀리 고려산과 혈구산도 가늠해본다.

산에 대한 그리움, 갈망이 샘 솟는다면 바로 이어지는 2코스 ‘조강철책길’에서 충분히 풀 수 있다.

<문수산성 남문으로 향한다.>

1코스를 마무리하고 바로 2코스인 ‘조강철책길’을 걷기 위해 문수산성으로 향한다. 염하강철책길의 중후반부부터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김포의 명산인 문수산. 그 산 등성이에 세로로 새겨진 성벽이 바로 문수산성이다.

조강철책길은 이 문수산을 올라 홍예문까지 가서 암문을 통해 내려와 조강리로 향하는 코스이다. 전체 길이는 8km지만 약 5km가량이 문수산을 오르내리는 구간으로 평화누리길의 다른 코스보다는 꽤 힘이 든다고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산을 오른다.>

문수산은 376m의 표고를 가진 산이지만 김포시를 대표하는 산이자 대몽항쟁 속에서 산성화, 요새화 된 산이기도 하다. 한남정맥을 이루는 산 중 하나로 그 형세가 아주 크고 웅장해 높이를 잊게 만드는 위용을 보여준다.

이 문수산에 위치한 문수산성 남문이 2코스의 출발점이다. 스탬프함에서 도장을 찍고 바로 시작되는 걸음. 곧 산길로 들어서면서 속도는 느려지고 호흡이 가빠지며 만만치 않은 구간에 왔다는 것을 실감케 된다.

오르기 전 봤던 모습처럼 급격히 경사를 치고 오르면 곧 어느 정도 편하게 걷는 경사도가 없는 구간이 나타나고, 다시 치고 오르기를 반복한다. 마치 다랭이논, 계단과도 같은 산세이다.

<문수산성 성곽을 바라보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

단풍이 곱게 물든 산의 경치를 천천히 감상하기엔 오르막이 꽤나 방해를 한다. 그래도 그렇게 고비를 넘고 나면 한 번씩 터져주는 그림같은 풍경, 탁 트인 조망은 흘린 땀에 대한 몇 배의 보상을 책임진다.

어느덧 걷는 이는 문수산성 성벽을 따라 걷게 된다. 물론 성벽 위로 걷는 것은 아니다. 보호해야 할 문화재인지라 정확한 트레일은 성벽의 좌측 옆으로 뻗어있다, 그래도 하도 많은 이들이 성벽을 다녀서일까 얼핏 보면 그 위가 정식 코스인 것 처럼 보인다. 조금은 걷는 이로서 미안한 마음이다.

잠시 성벽에 기대앉아 김포시와 인천시계를, 그리고 강 건너 강화도를 조망해보자. 말 그대로 환상적인 뷰를 보여준다.

<암문을 지나 내려가는 길>

정상까지의 거리를 약 400여 m 남겨두고 홍예문 암문에서 산을 내려간다. 종주 행사 때에는 정상을 넣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리막은 오르막에서 보여줬던 힘든 걸음을 다시 나오지 않는, 말 그대로 평탄하게 사뿐히 걸어 내려올 수 있는 길이다. 그렇게 마음의 짐과 발의 긴장을 풀며 내려오는 길, 역순으로 문수산을 오르는 분들을 만난다. 가벼운 인사와 응원으로 지나치며 그 짧은 찰나의 연이 길 위에서 함께 이어지길 고대해 본다.

<조강리로 향하는 중간 만나는 쉼터>

산을 내려온 발걸음은 이윽고 고막리의 마을들을 지난다. 어느새 다시 한적한 마을 속을 걸으며 가을 걷이가 막 끝난 풍경을 만나노라니 방금 전의 산행, 오전의 염하강철책길 하이킹이 꿈인가 싶다.

도로를 따라 걷다가 ‘쌍룡대로’라 쓰여진 산길(군 부대 작전로)로 들어선다. 정식 코스이다. 

야트막한 야산을 하나 넘으니 개활지가 나타난다. 넓다란 공간에 쉼터가 잘 조성되어 있다.

<평화누리길 1호 게스트하우스 – 조강리다목적회관>

평화누리길게스트하우스 1호점인 조강리다목적회관(마을회관)에 도착한다. 넓고 쾌적한 시설에 다인실 두 개, 2~3인실 3개 등 충분한 객실을 갖추었으며 1인당 1만 5천원의 아주 저렴한 요금이 걷기 여행자들에겐 더 이상의 선택이 필요없을 정도로 마음에 든다.

잠시 정비를 하며 피로한 발을 쉰다. 저녁이 되어 떨어지는 기온에 방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방의 보일러를 켜니 오늘 하루의 피로가 온 몸에 퍼진다. 어느새 눈꺼풀이 감긴다.

<조강저수지에서>

빗소리에 눈을 뜬다. 어느덧 아침은 밝아있지만 심야부터 내린 비가 가을빛 대지를 완벽하게 적셔놓았다. 쌀쌀한 가을비 속에서 답사를 이어가야 하나 고민이다. 

대표님에겐 철수해야 할 듯 하다고 말했지만 잠시 더 기다리니 어느정도 우중답사를 할 만하지 않을까? 고민을 할 만하게 잦아들었다. 그렇다면 한 번 가 보는 거다. 함께 답사에 나선 김태일 GNSS 조사팀장의 권유도 있고 하여 우비를 입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섰다.

게스트하우스 바로 옆에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조강리 마을을 벗어나니 조강저수지가 반긴다.

을씨년스러운 날씨이지만 이른 아침부터 자리를 펴고 낚시 중인 조사님도 계신다. 그 부지런함에 감탄한다. 

<하나하나 쌓여 돌무덤이 이루어졌다.>

2코스의 후반부와 3코스의 전반부, 중반부는 길게 펼쳐진 김포평야와 마을을 번갈아 걷는 길이다. 2코스의 마지막 부, 가좌동(가금리)에 이르러 얕은 숲길이 끝난다. 이제 3코스는 전체가 흙길이 없는 포장길이다. 굳은 각오를 하고 스탬프에 도장을 찍는다.

길은 시멘트, 혹은 아스팔트로 잘 닦여있지만 걷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발과 무릎에 더욱 피로를 쌓이게 한다. 어제의 숙면으로 피로가 대부분 풀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걷는다.

<연화사. 이곳의 지명 ‘연화’는 못 다이룬 사랑 속에 죽은 여인의 전설을 담았다.>

김포시는 알아주는 철새도래지이다. 논밭 가득 군집을 이루어 앉아있는 기러기떼가 장관이다. 사람의 기척에 일시에 날아오르는 화려한 군무는 평화누리길 3코스에서 느낄 수 있는 호사아닌 호사다.

발걸음은 몇 개의 마을을 지나 연화사에 닿는다. 

이 연화사가 위치한 곳의 지명 ‘연화’에는 전설이 있다. 삼국시대 한강 유역에서 영토 쟁탈전이 벌어지던 시기, 당시 백제 유역이던 이 곳에 고구려군이 쳐들어와 점령했다. 짧은 점령기간 중 마을 처녀는 고구려군 병사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다시 백제군이 이 곳을 공격, 수복하면서 고구려군이 물러나 이 남녀는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을 하게 되었다.

고구려군이 물러난 곳을 따라 여자가 울며 쫓다가 개펄에서 기력이 다하여 눈을 감으니 그 곳에서 연꽃이 피어올랐다 하여 ‘연화’라는 이름이 붙었다. 어디에나 있을 법 한 전설이지만 결국은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서 오는 애달픔이 내리는 비 속에서 유독 선명하게 각인된다.

<약 8km의 철책길은 끝 없는 도전과 같다.>

빗방울이 더욱 거세어진다. 폭우의 직전 수준, 가랑비를 벗어난 그 양에 3시간 여를 걸은 온 몸은 이미 마른 곳이 없다. 

이 때 나타나는 3코스 한강철책길의 하이라이트인 8km의 철책길은 거대한 도전과도 같다. 최종 도착지인 전류리 포구까지 이어지는 이 8km의 구간은 발의 피로도와 함께 강한 추위, 그리고 지금까지 지나 온 평화누리길 구간에서 보지 못한 쓸쓸한 감성까지 더해져 걷는 이를 괴롭힌다. 

쉽게 얻어지는 감성이 아니다. 그래서 이 구간은 걷는 이를 정말 솔직하게 만든다. 그리고 절박하게도 만든다. 아마 이 구간이 내린 거대한 시련은 한 여름이나 12월 들어 걷는 한 겨울에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그 속에서 결국 되돌아갈 수 없어 끝까지 걸어야 하는 길 속에서 우리는 온전히 스스로와의 만남, 시간을 가지게 된다.

어떻게 전류리까지 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무섭게 퍼붓는 비 속에서 묵묵히 한 걸음에만 집중하고 땅만을 바라보았음이다. 주변을 살필 여유보다는 내 앞에 닥친 문제만을 보고 살아온 내 편협한 모습이 그 걸음에 녹아있었다.

그래서 도착지에서 김태일 팀장이 건넨 뜨거운 캔커피가 한 없이 고마우면서도 민망했음이다. 다음에 다시 걸을 때는 어떨런지…


 

길 여행 전문 뉴스채널 및 월간 로드프레스를 발행하는 로드프레스(대표 오택준) 는 경기도청 후원, 공식 파트너사인 ‘램블러’ 운영사인 (주)비엔투스의 참여로 펼쳐지는 ‘평화누리길 릴레이 걷기’ 행사와 7박 8일간 평화누리길 전 구간 190여 km를 완주하는 ‘평화누리길 종주 도전(가칭)’을 기획, 신청을 받고 있다,

11월 첫째주부터 4주에 걸쳐 펼쳐지는 평화누리길 릴레이 행사는 매주 토, 일 1박2일간 열리며 각각 2일간 걸을 수 있는 길이(약 45km 내외)로 나뉜 구간을 연이어 걷게 된다. 참가자들에게는 숙박(평화누리길 게스트하우스)과 식사 (1일차 점심, 저녁 및 2일차 아침, 점심)가 제공된다. 백패킹을 통해 참여할 수도 있으며 캠핑을 원하는 이는 평화누리길 게스트하우스 및 제공되는 숙소 앞에서 캠핑이 가능하다.

모든 행사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인 합정역 9번출구에서 토요일 08시에 행사버스를 이용, 출발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으며(07시 40분까지 집결 요망) 1박2일의 걷기를 마치고 도착지에서 역시 행사버스에 탑승하여 합정역까지 편안히 올 수 있다.

신청을 원하는 이는 10월 23일부터 램블러의 행사 신청 플랫폼 ‘소풍'(http://sopoong.ramblr.com/web/event/view/3)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1박 2일 릴레이 걷기행사의 참가비는 4만원이며 종주(7박 8일)행사의 참가비는 28만원이다.

이번 11월 3, 4일(토, 일요일)은 평화누리길 1, 2, 3코스를 연이어 걷게 된다. 위의 답사기처럼 조강리 마을회관을 숙소로 하여 경기도 김포시가 가진 풍경과 산, 들을 만나게 될 예정이다.

가장 평화누리길을 아름답게 만날 수 있는 이 늦가을, 함께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반드시 그만한 기쁨을 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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